[아기곰의 부동산 산책]시장 전체 추세·변곡점 살펴봐야 - 집값의 바닥 알아보는 법
경제 한파가 부동산 시장에도 몰아치면서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불과 2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가격의 매물도 가끔씩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런 물건들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물건일 수도 있고,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하니 가격이 덜 떨어졌을 때 미리 팔려는 물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집을 늘려 가려는 사람에게는 더 없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집을 사려고 하니 더 떨어질까봐 염려되고, 그렇다고 더 기다렸다가 사자니 시세가 반등될까 걱정될 것이다. 여기저기에 물어봐도 사람들 말이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지금이 내 집 마련 기회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집값이 바닥을 치려면 아직은 멀었다고 한다. 그러면 바닥은 과연 언제일까.
누구든 제일 싼 가격에 좋은 집을 사고자 한다. 같은 집을 남들보다 싸게 산다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제일 싼 가격이라는 것이 그 당시에는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지난달 3억1000만 원에 거래됐던 집을 본인이 3억 원에 샀다고 해서 그 가격이 최저가라고 장담할 수 없다. 다음달에 2억9000만 원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보다는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2억9000만 원에 샀다고 해도 그것이 바닥일는지 당시엔 알 수 없다.
제일 싼 가격, 당시에는 알 수 없어
이런 이유로 제일 싼 가격에 사고자 하는 사람은 집값이 아무리 떨어진다고 해도 내 집 마련을 못하는 것이다. 집값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해도 자기가 산 후 더 떨어질까봐 겁이 나서 사지 못하기도 하고 더 싸게 살 욕심에 조금 더 싼 집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그러면 바닥을 찍고 약간 상승했을 때 사는 것은 어떨까.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바닥인지, 아니면 약간의 기술적 반등을 한 후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그 시점이 바닥이었는지, 아닌지는 그 당시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시간이 흐른 후에나 그때가 바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최저가보다 어느 정도 가격이 상승하면 바닥이 확인되니까 그때 매수에 나서는 방법은 어떨까. 이 방법도 현실 세계에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첫째, 매수자의 입장에서 지난달까지 3억 원에 거래됐던 것을 뻔히 아는데 거기에 5000만 원을 더해 3억5000만 원에 같은 주택을 사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확인하는데 든 돈 치고는 5000만 원은 거금이기 때문이다. 결국 매수자 입장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이 더 떨어질까봐 사지 못하고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지난번에 사려던 가격이 생각나 사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그것이 진짜 바닥이라는 것을 시장에서 모두가 아는 순간, 더 이상 그 매물은 살 수 없다. 매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매도자도 몇 달만 더 기다리면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 텐데 몇 달을 기다리지 못해 싸게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매수자도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취하려는 것처럼 매도자도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늘리려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그 많던 매물은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첫 번째 방법은 시장 전체의 추세를 보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바닥의 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거래량의 추이를 보는 것이다.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거래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 중 상당수가 매수에 동참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많아지면 그때 시세가 반등을 시작하기 때문에 거래량의 증가는 시세 상승을 예고한다. 문제는 이런 등식을 부동산 시장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가 주식거래처럼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차선책으로 1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발표되는 거래 가격 동향을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은행 시세표를 참조해도 좋고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시세도 괜찮으니 가능한 한 여러 개의 시세표를 놓고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이 급락하다가 정체한다는 의미는 매수세가 생겨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거나 낮은 가격에는 매도하려는 사람이 없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거래량 정보를 얻을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앞으로의 시장 추세를 짐작할 수는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시장의 상황을 변화시킬 변곡점이 나타났는지 그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정부 정책도 하나의 변곡점이 될 수 있고, 뉴타운 지정이나 전철 완공 등의 호재 등장도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책 변화나 호재는 그 영향을 받는 부동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시세 상승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경기는 시장 참여자의 심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 모두 지금은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지난 몇 년 전을 비교해 보라. 그때 흐르던 양자강이 없어졌는가. 미국의 몇 개 주가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는가. 아니면 중요한 지하자원이 갑자기 고갈되거나 세기적 가뭄으로 인해 전 세계 식량 사정이 갑자기 악화됐는가. 세상은 변한 것이 없다. 단지 변한 것은 인간의 심리인 것이다. 호경기 때는 지금보다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라.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투자나 소비가 줄게 되면 실제로 경제는 나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 참여자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곡점이 나타난다면 시점을 두고 시장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바닥이 가까이 왔다는 확실한 신호가 된다.
집 마련 첫걸음은 ‘시장가격’ 인정하는 것
주식시장을 보면 여러 개의 지수를 거론하며 바닥이 멀었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코스피 주가지수가 1200이 바닥이라고 했다가 그 선이 깨지면 그 다음 바닥은 700이 될 것이고 700마저 뚫리면 500까지 주저앉을 것이라고 한다. 초보자의 눈에는 이런 얘기가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전망은 전혀 가치가 없다. 코스피지수가 1200선일 때 투자하라는 것인지, 700일 때 투자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500일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가 우연히 700선 근처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하는 경우 본인은 바닥을 예견했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믿고 투자에 성공한 사람은 본인을 포함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주식 격언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있다. 누구든 발바닥에 매수해 머리 꼭대기에 매도하고 싶지 않을까마는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욕심을 버리고 무릎에 산다는 생각으로 매매하다 보면 그것이 발바닥일 경우도 있는 법이다. 많은 투자 기법들이 개발된 주식 시장에서조차도 정확한 바닥을 알 수 없기에 이런 격언이 생긴 것이다. 하물며 정보의 공개 속도가 늦고 통계 분석에 활용될 만큼 거래량도 많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확한 바닥 시점을 파악해 거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만 똑똑한 것은 아니다. 상대는 나보다 더 똑똑하다는 생각을 가질 때 합리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이든, 투자 차원의 주택 매매든 거래의 첫걸음은 시장 가격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부르는 호가를 다 주고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형성돼 있는 시장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 관계가 얽히고설켜서 힘의 균형점을 이룬 것이다. 이 균형점이 위로 조정될 것인지, 또는 아래로 조정될 것인지는 그때 당시의 경제 상황에 따라 변하겠지만 그 기준점마저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 집 마련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 집 마련의 첫걸음은 시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아기곰 a-cute-bear@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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