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주경철의 <<문화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세계사의 진실을 향한 문화로 읽기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추모식이 아니다. 과거가 없는데 현재가 있다는 것은 오류다. 역사는 오늘의 ‘왜’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가능케 한다.
인류는 숨 가쁘게 오늘에 온 것 같지만 실은 천천히 차곡차곡 시간을 쌓아와 지금에 왔다. 지금껏 우리가 접한 세계의 역사는 숨 가쁠 수밖에 없었다. 암기 속 세계사는 그렇게 압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압축은 철저히 선택과 배제의 원리를 따르기 마련이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암기가 아니라 시대의 이해이고 그 이해의 바탕은 왕조와 국가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절대 다수의 사람들, 그리고 그 속 개인의 삶이다.
이 책은 세계사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했다. 그랬기에 시대적 이데올로기로부터 다소간 떨어져 객관화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객관화는 도리어 낯설게 하기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오늘날의 교육도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별한 매력은 역시 재미이다. 이 재미가 가능한 이유는 이해로의 접근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해적 접근은 문화의 구체적 조명 덕분이다.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또한 이러한 구체적 사료는 낯설게 하기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여주며 새로운 진실로의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피상적으로 익혀왔던 세계사를 구체적 조명을 통해 진실에 가깝게 접근하는 그 낯설음이 재미가 되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을 뒤트는 것, 그리고 단순히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을 구체적으로 조명하여 그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진실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요소들이다. 이 책이 수 없이 많은 세계사 관련 책 중 단연 돋보이는 이유는 진짜에 대한 갈망과 그 접근의 현실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해 쓰여 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친절하며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의 피상적 모습이지 그 내용의 수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난 척 으스대는 어른들에게 더 신선한 낯설음을 선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움에 나이의 정도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세계사적 사전 지식이 미비한 나의 빈약한 지식 때문 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이과와 문과 그 사이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공부를 못한 탓에 제도권 속 지식의 미비함이 아쉽게 다가왔다. 아마 그런 총체적 세계사 그림을 그린 상태에서 봤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세계사라고 하면 골머리를 섞이는 학생들이나 세계사에 나름 자신이 있으신 분들 모두 읽어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세계사는 문명의 계보와 왕조의 계보가 다가 아니다. 그 사회를 지배한 문화가 오히려 역사의 진실에 근접할 가능성을 가져다준다. 문화는 그 사회의 거울이 되고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추천강도 ★★★☆
독서 난이도 ★★☆
08.08.25
두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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