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 맛 '쑥버무리'
어제는 남편과 함께 뒷산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지천으로 핀 하얀 배꽃, 분홍빛 도화, 노란 유채꽃을 눈에 넣고 행복한 발걸음이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에 곁에 앉아 칼도 없이 많이도 자란 쑥을 뜯어 왔습니다.
멸치 넣고 시원하게 쑥국을 끓여놓고 나니, 그래도 한 줌 남아 추억의 그 맛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먹을거리조차 왜 그렇게 없었을까요?
봄날, 들녘에 나는 나물들이 고작이었으니까요.
엄마가 쑥을 캐 와서 해 주는 쑥버무리는 별 것 들어가지 않아도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쑥은 봄의 기운을 제일 먼저 알리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봄을 데리고 오는 반가운 봄나물이니까요.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에는 배고픔을 잊게 해준 구황식물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이 쑥으로 쑥국을 끓이고, 밥에 넣어 쑥밥을 지었습니다. 보릿가루와 함께 섞어서는 쑥버무리를, 잔치 때는 쑥떡을 해먹기도 했죠. 이 모두가 지금은 웰빙식품, 별미 등으로 불리지만, 그 옛날에는 '적은 식량에 많은 식구'가 끼니를 메우기 위한 한 방편이었습니다.
한 입 가득 넣으니 쑥의 아릿한 향이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쑥버무리의 쌉싸름한 냄새에는 곤궁했던 우리네 가계사의 애환과 추억이 아련하게 녹아 있습니다. 지금은 떡에 쌀가루가 많이 들어가 맛있지만 그 시절에는 거의가 쑥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쑥만 '꺽꺽' 씹혀 목으로 넘어가지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쑥물만 먹고 뱉어내곤 했기에 쑥 버무리를 보면 춘궁기의 허기를 달래는 쑥 냄새와 씹어도 씹어도 넘어가지 않는 쑥의 질긴 맛이 생각납니다.
우리네 가난과 곤궁함의 상징인 쑥. 겨우내 허기진 몸과 마음을 메워주는 고마운 봄나물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네 어머니와 누이의 여린 노동력을 담보해야지만 비로소 만들어지는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그 추억의 맛을 엄마의 손맛을 느껴보았습니다.
▶ 쑥을 깨끗하게 씻어 둡니다.
▶ 밀가루, 설탕, 소금을 넣고 잘 섞어 줍니다.
▶ 물기가 촉촉히 있는 쑥에 밀가루를 묻혀줍니다.
▶ 물을 약간 뿌려 줍니다. 쑥과 밀가루가 잘 어울리게...
▶ 한소큼만 끓여 냅니다. 너무 오래 끓이면 쑥이 질겨집니다.
▶ 맛 있어 보이나요?
정말 별 넣은 것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쑥털털이(버무리)입니다.
우리 딸아이 한 입 먹더니
"엄마! 생각보다 맛 있어요." 하는 게 아닌가?
난 추억을 먹고,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삼베나 무명이 있으면 찔때 깔아주면 붙지 않습니다.
노을인 오래 되어 사용하지 못해 그냥 했더니 씻기가 어려웠습니다.
봄향기가 솔솔 풍겨 나오는 '쑥버무리' 한번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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