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행 밤기차 / 受天 김용오
빨리 타라하며
빨리 가잔다.
기차는 뿌우웅 울어대며 보챈다.
한시바삐 모든 상흔들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소원을 기원하자며
장엄한 일출을 보러가잔다
기차는 소리소리 울어 댄다
기차는 덜커덩 덜커덩 부친발소리로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양 플랫폼을 빠져
별밤의 하늘을 가른다.
네온사인들 날 보며 잘 다녀오라고
반짝반짝 윙크를 하며 손들을 흔들어댄다
가슴을 타고 흐르는 기적소리는
아름다운 선율이 되어 밤하늘에 수놓으니
은하계의 어린 왕자라도 되는 양
그리 기분은 싫지가 않다
덜커덩 덜커덩 쉬익 창틈에서 들어오는 바람
머리를 맑게 해 준다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본다
어지러웠던 고통과 환희와 격정의 순간에
흔적들이 입김에 서려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또 한 번 입김을 불었다
흔적들이 물방울이 되어 창문을 타고 흐른다
나도 모른 세월
어느 듯 흰머리가 날리는 세월 동안
난 무엇을 얻었고
난 무엇을 잃었는가
난 무엇이 슬픔이었고
난 무엇이 행복이었던가
뒤범벅이 되어버린 창가의 물방울들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기차는 지나간 상흔들 모두를 바다에 던져버리라 한다
줄 곳 따라오는 창밖에 까만 나그네
힘도 안 드나보다 멀리서는 가물가물 울고 있는
초막집의 호롱불이 눈가에 들어온다
아! 정겹다 그냥 뛰어내려 가보고 싶다
그 옛날 호롱불을 밝혀 놓고 숨을 쉬고 책을 보며
아침이면 콧구멍에 까만 그을음이 앉아 있어
형과 서로마주보며 히죽 웃고 하였던
내살던 그런 집이 아니던가 하염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아! 그리운 내 살던 내 고향 토담집
지금쯤은 잡초만 무성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혼자서 울고 혼자서 배시시 웃는 피에로가 된다
어느 듯 웅성웅성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조용하기만 한 귓불을 흔들어 된다.
가슴이 쿵쿵 거린다
취이~익! 기차는 밤사이 달려오느라 힘들었었나 보다
정말 고마우이~~
너울거리는 광 할한 잿빛의 실크가 눈가에 들어온다.
머잖아 너울거리는 실크위로 벌건 태양이 솟구치며
잿빛의 물결은 푸른 물결로 넘실거리겠지.
모래사장에 우뚝 선다.
출처 : 내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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