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시장에서 팔리는 모든 의류는 나름대로 몇 가지의 가격 산출 방식을 거쳐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어떤 의류 제품이 판매된 후 반품을 받는 조건인지 아니면 반품 없이 판매만으로 거래가 끝나는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품이 없는 조건은 반품이 되는 경우보다 당연히 가격이 저렴합니다. 반품이 되는 조건이라면 옷을 처음 판매할 시점에 반품 부담 가격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백화점, 또는 의류 대리점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구입한 옷은 웬만한 불량이 아닌 한 좀처럼 반품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 상인들이 완사입 방식이라고 해서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고객이 반품을 한다면 상인의 부담으로 남게 되니까요. 옷을 의류 업체로부터 사 온 상인은 반품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 온 것이므로 어떻게든 자신이 처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바지 한 장을 생산해 낸다고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예로 한 번 들어볼까요?
청바지를 만들 경우 가장 먼저 디자인이 있어야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건비는 일체 포함하지 않고 순수한 원부자재 비용만 계산해 보겠습니다.
먼저 원단 시장에 가서 청바지용으로 만들 데님 원단을 사야 합니다. 데님 원단은 국내 업체 가운데 쌍마, 전방, 태창 등의 원단 회사가 만들며 도매 상가인 동대문종합시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1야드에 3,000원에서 5,000원까지 합니다. 수입원단이나 일부 특수 데님의 경우 가격이 다릅니다. 이 글에선 일반적인 옷 가격 구조를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이니 다른 세밀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옷 가격 구조를 알아보자고 하면서 굳이 '데님'으로 한 이유는 데님이 가장 어렵고도 흥미로운 아이템이기 때문입니다.)
만들려는 청바지에 들어가는 청 원단이 어느 정도의 분량인지 몰라 일단 5,000원짜리 원단 2야드를 샀다면 원단 가격은 10,000원이 됩니다. (보통 여자 허리 26일 경우 기본 베이직 스타일 바지는 1.7야드 정도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디테일한 사이즈는 생략~ ^^;)
원단을 사고 다음에 갈 곳은 봉제 공장입니다.
봉제 공장은 글자 그대로 옷을 바느질해 주는 곳인데, 세탁 방법 등을 적은 라벨을 달기도 하고, 브랜드를 표시하는 라벨을 달아 주거나 재단까지 같이 처리합니다.
초창기에는 봉제 공장들이 시장 근처에 몰려 있었지만 일을 배운 사람들이 점차 곳곳으로 퍼져 나가 이젠 주택가에서도 봉제 공장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봉제 공장으로 가서 공장 대표와 제품 디자인을 놓고 적절한 봉제 비용을 협의합니다.
일반적으로 봉제 공장 사장들은 디자인에 따라 봉제 비용을 차등 적용을 하는데, 비용결정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바로 시간입니다.
재단을 많이 해야 하고, 봉제 부분도 여러 번 되풀이해야 하는 디자인이라면 봉제 비용은 당연히 높게 책정됩니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을 이용하여 의류 업체가 요구하는 날짜까지 옷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만약 옷의 디자인이 복잡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봉제 공장으로선 당연히 사람을 더 쓰거나 현재 직원들의 야근 수당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봉제 수준도 깔끔하고 좋은 품질을 요구한다면 높은 임금의 숙련공이라도 써야 합니다. 봉제 비용이 높게 책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청바지의 경우라면 장당 3,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봉제 비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의류 업체로부터 봉제 공장이 원단을 받아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데 드는 비용이 3,000원에서 5,000원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이 가격도 경우의 수가 많습니다. 어느 봉제공장의 경우엔 패턴+재단+봉제+워싱까지도 일괄 처리해주는 곳도 많습니다.)
물론 봉제 공장에 오기 앞서서 재단을 어떻게 하라는 밑그림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패턴(pattern)이라고 합니다.
패턴 비용은 옷의 디자인 한 건당 보통 35,000원에서 50,000원 정도 선에서 가격이 결정됩니다. 물론, 70,000원 이상되는 패턴 비용도 많죠. 하나의 패턴으로 수십, 수백 장의 옷을 생산해 내는 것이므로 제가 장당 원가 계산을 하는 경우는 이 패턴 비용을 제외하겠습니다.
따라서 원단 2야드에 10,000원을 지불했고, 다시 봉제 비용으로 장당 4,000원에 계약했다고 칩시다.
청바지는 봉제 공장에서 옷이 나오면 곧장 완성 과정으로 넘어가거나 중간 과정인 나염 또는 염색, 또는 워싱(세탁)이나 탈색 공정으로 가게 됩니다.
(나염이나 자수 공정은 원단의 재단 상태로 전달되기도 하나 이 글에선 옷 가격의 구조를 알아보자는 취지이므로 중간공정으로 넣겠습니다)
똑같은 청바지 원단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물이 덜 빠지거나 어떤 옷은 줄무늬로 물이 빠지는 등의 스타일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옷에다가 다양한 기술적 효과를 추가하는 공정입니다.
만약 이런 중간 공정이 필요 없을 경우라도 면의류는 대개 한 번의 워싱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원단을 봉제해 놓고 옷 모양 상태에서 한번 빨아 내 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구입한 면의류를 세탁했는데도 아무 사이즈 변화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는, 원단 과정에서 한번 워싱했다는 뜻입니다.
거친 데님 원단의 특성상 직접 입는 대신 한번의 세탁 과정을 거치면서 피부에 닿아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과정입니다. 대개 한 번의 세탁 과정(노멀 워싱)은 500원에서 1,000원의 비용이 추가됩니다.
워싱(세탁)까지 거친 옷이라면 그 다음에는 완성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완성 과정이란 말은 흔히 시장 사람들 사이에서 ‘시아게’라는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 역시 옷을 완성한다는 같은 의미이므로 여기에서는 ‘완성’이라는 단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청바지가 완성 단계에 들어오면 없던 단춧구멍이 생기거나 지저분한 실밥이 정리됩니다. 그뿐 아니라 단추가 새롭게 달리기도 하고 리벳이라고 불리는 작은 장식품들이 옷에 추가됩니다.
리벳의 가격은 대개 개당 10원에서 50원이지만 가격이 비싼 경우엔 개당 500원인 것도 있습니다. 단추를 달거나 단춧구멍을 내고, 실밥을 떼는 등의 완성 과정은 대개 2,000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이제 대략적으로 청바지 한 장당 원가가 나왔으니 위에서 말씀드린 가격을 모두 더해 볼까요?
일단 원단 가격이 10,000원이고 봉제 과정을 거치면서 4,000원이 추가되었습니다. 또 청의류에 한정된 것이지만 한 번의 세탁 과정이 추가되었으므로 다시 1,000원을 더해야 합니다.
그뿐인가요?
리벳이나 라벨 등의 부자재를 부착하고, 옷에 들어간 실(봉사) 비용에 완성 과정까지 거쳤으니 대략 2,500원을 더해야 합니다. 결국 일반 보통 청바지 한 장이 나오는 데 들어간 비용은 대략 17,500원입니다. 물론 이 가격에는 패턴 비용과 디자이너, 생산 담당자의 인건비는 빠져 있습니다.
위 데님 스커트의 경우 생산 원가는 얼마일까요?
13온스 원단, 앞밑위 3인치, 총장은 30센티 정도. 수량 3,000장.
의류 업체에서는 수출을 할 경우 순수 생산 원가에 30%의 마진률을 계산하여 수출 단가를 정하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일 경우 50% 정도의 마진률을 적용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 사항이지만 대리점용과 백화점 납품용에서는 각기 다른 비율이 적용되어 옷 가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제가 계산한 이 방법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일반적'인 가격이며 의류 업체의 경력이 오래 될수록 생산 단가는 훨씬 저렴해집니다.
또한 원단이 2야드가 들어간다고 했지만 재단 과정과 봉제 공정에서 소요되는 정확한 분량의 원단을 계산하면 생산 단가는 훨씬 저렴해집니다.
실제로 100% 국내에서 생산하는 일반적인 청바지의 경우 약 14,000원 내외에서 생산 원가가 결정이 되므로 참고하기 바랍니다. 실제로, '생산 가격'은 각 의류 업체별 '노하우'이고 '대외비'라서 100% 적용되는 원칙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예를 드렸습니다. ^^
가령, 중국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잡는데, 중국 사람이 잡으면 중국산이고, 한국사람이 잡으면 한국산일까요? 그 물고기가 바다를 타고 한국 서해나 동해로 오면 그 물고기의 국적은요?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의아하게 생각됩니다. 의류 매장에 가서 따질 수도 있지요. "이거 원가 얼마인데 너무 비싸다'고요.
그렇다면, 가정해보면 됩니다. 내가 입을 옷을 직접 만들면 얼마나 들까?
먼저 청바지를 입고싶다고할 때, 새로 만들어야한다면, 미싱봉제기, 워싱시설, 원단 등등 필요한 기계와 과정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옷이 예쁘게 나오리란 법도 없습니다. 이래서 일반 소비자들은 시장이나 백화점이나 인터넷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
옷에 대한 가격도 만드는 이의 정신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에 따라 다름으로 각자 자신에 맞는 좋은 상품을 택하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글, 사진 | STAR 패션디자이너 Victor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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