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건강법으로 또다시 신드롬 일으키고 있는 이상구 박사
레이디경향|기사입력 2008-02-22 16:40
지난 1990년대 초 ‘엔도르핀 이론’으로 건강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이상구 박사가 유전자 건강법으로 돌아왔다. 사실 ‘돌아왔다’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그때에도, 대중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던 그 이후에도 그의 건강 강의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년 전 그의 화두가 ‘엔도르핀’과 ‘채소’였다면 2008년, 그는 ‘유전자’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당신이 마음속에 품은 뜻이 문제다’
21세기 의사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결코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치명적인 약점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하는 말이 해답일 수 없고 유일한 존재이지도 않지만 적어도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 지금에 비해 건강에 대한 정보가 적었던 1990년대에는 더욱 그랬다. “그때는 지금만큼 건강에 대한 의식과 정보가 풍부하지 않았어요. 없어서 못 먹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고기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채소가 좋다’고 하니 충격이었죠.” 1989년 아주 ‘난리’가 났었다. 이상구 박사의 강의는 큰 파장으로 대한민국을 흔들었고 여러 이익 집단의 반대도 컸다. “고기 값이 폭락하고 그 때문에 파장도 컸어요. 그야말로 ‘이상구 신드롬’이었죠. 채소가 좋다는 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강의하며 음식 얘기는 많이 안 합니다.” 강의를 부탁하는 방송사의 러브콜도 끊임없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출연이 무산되곤 했다. 하지만 방송을 쉬었다 뿐이지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강연은 계속됐다. 올해 65세인 이상구 박사는 요즘도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꾸준히 건강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래도 최근에는 한국에 머무는 기간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지난 2년 동안은 주로 한국에서 살았고요.”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에서 갖는 정기 세미나와 미국과 호주 등 해외 강의, 최근에는 EBS 방송 강의까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열정은 늙지 않았다. 그만큼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기술에 생활수준과 영양 상태도 좋아지고 있는데 아픈 사람은 더욱 많아진다니 아이러니다. 이상구 박사는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말한다. “암 세포는 우리 몸의 유전자가 변질된 것이지요.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이 유전자의 변질을 만듭니다. 무슨 음식을 먹느냐, 어떻게 생활하느냐,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해요.” 음식과 생활습관은 우리 몸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건강과 연관이 있겠지만 사고방식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까? “유전자는 뜻에 반응해요. 흔히들 ‘속상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정신적 자극에 의해 마음이 상한다는 말인데 그 말은 곧 유전자가 상한다는 말과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활성산소가 과잉 생산되고 그게 세포 안의 유전자를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입니다.” 불가항력의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은 핑계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울해하고 낙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행복을 선택하겠다’라는 의지가 있다면 훌훌 털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암을 부르는 것은 현대인의 의지박약이라는 얘기. 결국 당신이 마음속에 품은 뜻이 문제다.
“수도꼭지를 고쳐야죠. 죽을 때까지 걸레질만 할 순 없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건강법을 트렌드화한 최초의 의사였던 만큼 이상구 박사는 건강법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내놓았다. ‘엔도르핀 이론’, 지금은 ‘생기 이론’이라 부르는 ‘찌지직 이론’, 그리고 요즘 강의를 하고 있는 ‘유전자 이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하나. 병의 원인을 알자는 것. “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치유해야죠. 증세만 치료하려고 하면 결국 병을 이기지 못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안타깝게도 현대 의학은 병의 원인을 찾아 치유하는 것보다 병으로 인한 증세와 고통을 치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암 세포는 유전자가 변질된 것이라고 했죠? 변질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골몰하고 원인을 고쳐나가야 하는데 항암치료로 암 세포 죽이기에만 급급해요.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되돌리지 못하는 이상 암 세포는 계속 생겨나게 돼 있어요.” 이쯤해서 유전자와 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은 세포로 되어 있고 세포 안에는 유전자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전자는 신(神)만이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책’이었다. 베일 속에 싸여 있던 인간의 유전자 암호를 해독한 것이 지난 2003년. 그때부터다. 신만이 읽을 수 있었던 인간의 책을 인간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간 유전자의 수수께끼가 풀리며 유전자의 기능과 의미를 알게 됐고 유전자 변질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모든 병은 유전자 변질에서 온다는 것 역시. 때문에 변질된 유전자가 회복되면 완벽한 치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전자가 왜 변질됐을까?”라고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변형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로운 유전자를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기 싫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내 몸속 유전자가 어쩌다 변했는지 그것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장실에 물이 넘치면 물이 왜 넘치는지, 수도꼭지가 왜 고장 났는지부터 살피고 수도꼭지를 고쳐야죠. 계속해서 넘치는 물만 걱정하며 걸레질만 하다가는 평생 걸레질만 하다 끝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왜 변질 되고 암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우리 몸에는 하루에도 약 4백 개에서 5천 개의 암세포가 생겨납니다. 놀라셨죠? 그래도 우리는 암에 걸리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죠. 암세포를 죽이는 T세포 유전자가 켜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 유전자가 켜져 있지 않으면 T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고 결국 암세포가 계속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 암을 죽이는 유전자를 켜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이에요. 감사하는 마음, 아름답다는 느낌, 옳다고 믿는 것 등이 바로 생명의 유전자를 켜는 하나의 전파입니다.” 휴대전화도 신호가 오지 않으면 울리지 않듯이 우리 몸도 사랑의 전파를 받지 못하면 생기를 멈추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 곧 생명이라는 촌스러운 명제는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진리였다. 하지만 강요가 섞인 사랑은 아니 주는 것만 못하다.
“제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방암은 흔한 병이 아니었어요. 전립선암, 폐암 모두 한국에 없었던 병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만병이 다 생겼죠. 한국 사회가 너무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이기 때문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뭔 줄 알아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거예요. 우리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라고 하죠. 정말 사랑은 ‘네가 나의 뜻대로 하지 않아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다’예요.” 진정한 사랑은 존중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이런저런 간섭에 젖은 한국인들은 아직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암을 앓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 세미나에 참석하는 분들 중 가족과 친척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항암 치료를 받다가 견디지 못해 오신 분들이 많아요. 항암 치료해서 암세포 죽여 봐야 꺼진 유전자는 그대로죠. 현대의학에서 봤을 때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분들 중 우리 세미나를 듣고 완치되신 분들이 많아요. 불치의 병은 없습니다.” 환자에게 ‘완치’라는 말만큼 선정적인 말은 없다. 그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재생(再生)을 이 박사는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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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이혜숙씨와 이상구 박사. | |
“저를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지 못한 말기 환자들이 많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는 환자 보호자에게 멱살을 잡힌 적도 있었죠. 프로그램을 따랐지만 삶을 마감하는 분도 있고, 기적처럼 치유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한 건강 정보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하려는 것입니다.” 사진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양복 모델 해도 되겠다’고 농을 던지니 안 그래도 몇 번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양복 광고뿐이겠는가. 건강식품 광고 제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들이 자신에게 갖는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환자에게는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이 곧 생명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박사는 그들에게 생명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 믿음을 깨뜨리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깨뜨리는 것이기에 이 박사에게 믿음과 신뢰는 목숨과 같다.
“부부의 유전자, 사랑으로 켜주십시오”
이 박사의 식단이 궁금했다. 그의 점심 식단은 현미밥에 채소를 곁들인 비빔밥, 바나나와 시금치나물, 맵지 않은 무김치, 버섯 무국, 그리고 아몬드와 호박씨였다. 그는 간이 되지 않아 싱거운 국을 맛있다며 한 그릇 더 먹었다. 8박 9일간의 세미나 동안 세미나에 참석한 환자들과 함께하는 식사다. “기자님 드시기에 간이 좀 안 맞죠? 한 일주일 드시면 맛있어질 겁니다. 일주일 더 있다 가세요(웃음).” 매달 있는 세미나 때문에 집보다 호텔에서 자는 날이 더 많다. 일 년 중 양양에 있는 본가에서 지내는 날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된다. 처음 강의를 시작한 것이 지난 1981년이니 횟수로 27년째. 그것도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아일랜드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알래스카까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지치기도 할 것이다. “의사 할 때 돈은 더 많이 벌었지만 보람은 없었어요. 매일 병의 증상만 치료했으니까요. 환자들이 약의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걸 지켜보는 것도 많이 괴로웠구요. 하지만 이 일은 정말 사람을 살리는 일이에요. 어느 곳, 어느 그룹에 가서 강의를 하더라도 죽어야 할 사람 중 살아나는 사람이 반드시 있으니까요. ‘내 강의가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구나’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지 않아요.” 중고차를 타고 다니고 좋은 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자신의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제나 옆에서 힘이 되는 존재, 바로 아내 이혜숙씨다. 1996년 결혼한 두 사람은 올해로 결혼 12년 차. 19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친구 같은 부부다. 중학교 훈육주임이었던 아내는 옳고 그른 것이 분명하다. 쉽지 않은 길에 언제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아내가 고맙고 또 사랑스러워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금실이 좋은 두 사람도 신혼 초에는 티격태격했다. “부부만큼 힘든 관계가 없어요. 각자 다른 배경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다가 만나서 부부가 됐는데 이게 맞아떨어질 리가 있나. 양보해야 하고 굽혀야 하고 참아야 하고. 힘들고 짜증 나는데 저쪽은 또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등산을 가는데, 나는 운동화를 신고 싶은데 집사람은 자꾸 등산화를 신으라고 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내가, 남편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대로 불행해지시겠어요?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멋진 남자라고 하는데,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하는데, 그 사람 눈에 멋있도록 해주는 게 사랑이에요. 나와 상대방의 유전자를 켜주는 것. 그게 곧 생명입니다.”
이 박사는 또 젊은 엄마들에게 당부했다. “요즘 한국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이 아토피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스턴트 먹이지 마시고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해주세요. 음식이 몸에 좋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음식에 들어간 사랑이 약이 됩니다. 아이가 아토피가 있다면 엄마가 의사가 돼주셔야 합니다. 병원과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엄마의 생활습관부터 바꾸세요.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실질적으로 유전자를 바꾸는 귀중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꼭 명심하세요.”
많은 것을 이야기했지만 그의 테마는 한결같이 ‘사랑’이었다. 사랑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얘기하고 설명했을 뿐이었다. 행복을 선택하라는 그의 말도 깊은 울림으로 전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남에게 맡기고 살아가고 있었던 듯하다. 왜 그리 쉽게 잊었던 것일까. 행복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남이 아무리 나를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도 나의 의지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 선택으로, 의지로, 사랑으로 나와 당신의 생명을 켜보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