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泰春 朴恩玉 : 북한강에서 / 바람 (1985)
Jung, Tae-Chun & Park, Eun-Ok / 혼성듀오
Track No. 01 - 북한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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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작사:정태춘 작곡:정태춘)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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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박은옥 - 북한강에서 (지구, 1985)
고독, 소외, 향수... 그리고 관조의 끝
1978년 정태춘의 데뷔 앨범이 서라벌 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이래 1998년 20주년 기념 음반으로 내놓은 [정동진 / 건너간다]까지 20년 동안 열 한 장의 앨범이 이들의 이름으로 나왔다(모음집을 포함하면 열 넉 장). 정태춘 이름으로 나온 음반이 넉 장([시인의 마을 : 정태춘의 새 노래들](1978),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1980), [우네](1982), [아, 대한민국](1990)), 박은옥 이름으로 나온 음반이 두 장([회상](1979), [박은옥](1985)), 나머지 다섯 장은 정태춘 박은옥 이름으로 나온 음반이다. [20년 골든 앨범]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온 편집음반 [힛트곡 모음](1987), 소속사를 옮기고 새로 불러서 녹음한 [발췌곡집 1, 2](1987, 1991)에 이어 네 번째로 나온 모음집 음반이다.
서른 세 곡이 두 장의 CD에 빼곡이 담긴 이 앨범은 '1978-1998'이라고 명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1987년의 [발췌곡집 1] 이래 여섯 장의 앨범을 추린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 레코드사의 무단 앨범 발매와 그에 따른 소송과 재판 이후 곡에 대한 완전한 권리를 확보한 이후의 음반들의 압축판이다.
첫 장은 [무진 새 노래]를 내기 이전,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던 곡들을 모았다. 실제로는 "한 여름밤", [발췌곡집]에만 발표되었던 "우리들은", "얘기1" 세 곡만이 빠지고, 실제로는 두 장의 발췌곡집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비슷한 시기에 재녹음된 데다가 순서도 재배치해놓았기 때문에 197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작곡한 곡들이지만 큰 편차가 드러나지 않는다. 정태춘의 젊은 시절의 고민과 상념, 글재주와 작곡 능력을 드러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선곡이나 편곡의 특성상 정태춘이 특히 초기에 몰두하던(그리고 이후에도 지속되어온) 국악과의 결합이라는 주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 지구 레코드 시절의 곡들은 [발췌곡집]을 새로 녹음하면서 '버린' 곡들이라고 쳐도, 첫 세 음반 시절에만 발표되고 이후에는 다시 녹음되지 않은 십 여 곡은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야 마땅한 '정태춘 박은옥 전집'이 나오고서야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장은 1988년 이후 넉 장에서 추렸다. [무진 새 노래]는 노래극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와 맞물려 정태춘의 '민족'에 대한 자각이 국악에 대한 지향으로 나타난 앨범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적 가치와는 별개로 앨범의 핵심곡이라 할 수 있는 "아가야 가자"와 "얘기 2"가 제외된 것은 왜일까. 이 시기의 '사상적 오류'에 대한 사후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정태춘의 '결벽증'에 가까운 자의식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아, 대한민국]에 수록된 '무거운' 곡들이 대거 제외된 사정은 짐작할 만하다. [무진 새 노래] 수록곡들이 실제로는 1980년대 초중반 이래 만들어진 곡들이라면, [아,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은' "한여름 밤"과 "인사동" 또한 마찬가지다. 당시의 시대의 요구에 의해 즉각적으로 만들어 부르고 다녔던 곡들은 그 시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 모른다. 1970년대에 만들어둔 "양단 몇 마름"과 함께 1990년대의 성찰을 담은 마지막 두 음반의 주요 부분은 고스란히 옮겨졌다는 사실에서 앞으로 음반 가게에서 두 음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소속사(배급사)를 새로 정하고 이 앨범을 내놓음과 동시에 이전의 음반들은 절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따라서 새로운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는 [20년 골든 앨범]이 이제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다. 한 시대, 혹은 두 시대가 지나갔고 이들은 아름다운 흔적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20020424 | |
1985년 [북한강에서]를 발표하는데 여기서 그는 초기에 시도했던 음악적 어법이 정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강에서"를 보면 "시인의 마을"에서 보였던 낭송조의 선율의 쉼 없는 연결이 주된 양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수로 데뷔하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왔으나 도시인으로서 서울 생활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이 새벽강에 나와 흘러가는 강물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를 통해 위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자연 속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며 사색에 잠기는 노래에서 음의 도약이 없이 좁은 음역으로 쉼 없이 유장하게 흐르는 선율은 그가 추구하던 자신의 내면세계에 아주 어울리는 형식으로 자리잡는다.
또 다른 곡 "장서방네 노을"의 전반부는 비나리의 형식을 빌어서 자유로운 리듬으로 느리게 노래를 하고 후반부는 조금 빠르게 노래하며 대조를 이루는데, 이 후반부에서 드럼이 북의 느낌을 주도록 사용된다. 이것은 그가 1980년도 세 번째 앨범에서 국악 반주를 그대로 사용하던 단계에서 반성을 통해 발전이 이루어진 부분이며 앞으로 그가 북이 가진 역동성과 신명성에 매료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반주에 어울리게 그의 창법도 질적인 변화를 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의 마을"에서 그의 목소리는 어딘지 어둡고 거칠며 허무적인 분위기마저 풍기지만 이 곡에 이르면 그의 목소리는 어둡고 허무적인 분위기가 없어지고 단단하고 또한 당당한 느낌을 주며 이를 배경으로 '라도레미솔'의 5음계로 이루어진 민요적 선율은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그가 시도한 창법과 선율이 서로 잘 호응하면서 성숙한 단계에 이른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강에서"를 발표하던 1985년 그 해에 그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다른 시도를 하게 되는데 1987년까지 3년 동안 '정태춘 박은옥의 얘기 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소극장을 순회하며 라이브 콘서트를 한다. 이것은 들국화와 김현식을 필두로 한 동아기획 사단이 록 음악으로 전국 순회 라이브 콘서트를 하면서 1970년대 포크 4인방이 굳건한 아성이었던 트로트를 밀어내고 대중음악에서 청년문화의 주도권을 얻어낸 이후 두 번째의 중흥을 꾀하던 상황 속에서 록 음악이 아닌 또 다른 축인 포크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이렇게 직접 대중을 만나면서 자신의 음악적, 사회적 고민들을 얘기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사회 속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게 된다. |
정태춘, 박은옥 : 베스트 (2002)
20주년 골든 앨범 : 시인의 마을 / 회상
Track No. 10 - 북한강에서(편곡 : 유지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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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박은옥 20년 골든 앨범(1978~1998)
삶의 문화/유니버설, 2002
아름다운 20년의 흔적
1978년 정태춘의 데뷔 앨범이 서라벌 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이래 1998년 20주년 기념 음반으로 내놓은 [정동진 / 건너간다]까지 20년 동안 열 한 장의 앨범이 이들의 이름으로 나왔다(모음집을 포함하면 열 넉 장). 정태춘 이름으로 나온 음반이 넉 장([시인의 마을 : 정태춘의 새 노래들](1978),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1980), [우네](1982), [아, 대한민국](1990)), 박은옥 이름으로 나온 음반이 두 장([회상](1979), [박은옥](1985)), 나머지 다섯 장은 정태춘 박은옥 이름으로 나온 음반이다. [20년 골든 앨범]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온 편집음반 [힛트곡 모음](1987), 소속사를 옮기고 새로 불러서 녹음한 [발췌곡집 1, 2](1987, 1991)에 이어 네 번째로 나온 모음집 음반이다.
서른 세 곡이 두 장의 CD에 빼곡이 담긴 이 앨범은 '1978-1998'이라고 명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1987년의 [발췌곡집 1] 이래 여섯 장의 앨범을 추린 것이다. 다시 말해 지구 레코드사의 무단 앨범 발매와 그에 따른 소송과 재판 이후 곡에 대한 완전한 권리를 확보한 이후의 음반들의 압축판이다.
첫 장은 [무진 새 노래]를 내기 이전,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던 곡들을 모았다. 실제로는 "한 여름밤", [발췌곡집]에만 발표되었던 "우리들은", "얘기1" 세 곡만이 빠지고, 실제로는 두 장의 발췌곡집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비슷한 시기에 재녹음된 데다가 순서도 재배치해놓았기 때문에 197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작곡한 곡들이지만 큰 편차가 드러나지 않는다. 정태춘의 젊은 시절의 고민과 상념, 글재주와 작곡 능력을 드러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 선곡이나 편곡의 특성상 정태춘이 특히 초기에 몰두하던(그리고 이후에도 지속되어온) 국악과의 결합이라는 주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 지구 레코드 시절의 곡들은 [발췌곡집]을 새로 녹음하면서 '버린' 곡들이라고 쳐도, 첫 세 음반 시절에만 발표되고 이후에는 다시 녹음되지 않은 십 여 곡은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내야 마땅한 '정태춘 박은옥 전집'이 나오고서야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장은 1988년 이후 넉 장에서 추렸다. [무진 새 노래]는 노래극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와 맞물려 정태춘의 '민족'에 대한 자각이 국악에 대한 지향으로 나타난 앨범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적 가치와는 별개로 앨범의 핵심곡이라 할 수 있는 "아가야 가자"와 "얘기 2"가 제외된 것은 왜일까. 이 시기의 '사상적 오류'에 대한 사후 판단에 의한 것이라면 정태춘의 '결벽증'에 가까운 자의식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아, 대한민국]에 수록된 '무거운' 곡들이 대거 제외된 사정은 짐작할 만하다. [무진 새 노래] 수록곡들이 실제로는 1980년대 초중반 이래 만들어진 곡들이라면, [아,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은' "한여름 밤"과 "인사동" 또한 마찬가지다. 당시의 시대의 요구에 의해 즉각적으로 만들어 부르고 다녔던 곡들은 그 시대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 모른다. 1970년대에 만들어둔 "양단 몇 마름"과 함께 1990년대의 성찰을 담은 마지막 두 음반의 주요 부분은 고스란히 옮겨졌다는 사실에서 앞으로 음반 가게에서 두 음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소속사(배급사)를 새로 정하고 이 앨범을 내놓음과 동시에 이전의 음반들은 절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따라서 새로운 음반이 나오기 전까지는 [20년 골든 앨범]이 이제 정태춘 박은옥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다. 한 시대, 혹은 두 시대가 지나갔고 이들은 아름다운 흔적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20020424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