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보기
상세보기
상세보기
* 관련 포스트 박노식감독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라!>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참 애매한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류승완감독이 좋아하는 영화 장르의 혼종이다. 그러나 완전한 혼종의 새로운 내러티브인가 하면 아니다. 이전에 <다찌마와 LEE>가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영화는 뭔가 잘 알고 있는 영화인 듯 한 진부한 반쯤, 그리고 영화 장르적 장치에 웃을 수 있는 기술적 웃음 반쯤이 다였다. 분명 주성치를 기반으로 패러디를 했고, 그밖에 70-80년대 홍콩과 교차지점을 이루었던 한국영화 혹은 외팔이/외다리 검객들이 이 영화에는 덕지덕지 붙여져 있다. 서로 패턴이 맞지 않은 천들을 하나로 봉합해놓듯, 이 영화는 과거 류승완 감독이 즐겼던 유희적 부분과 현대의 스크린을 넘나드는 감수성(자막을 이용한 부분은 특히나!)을 하나에 몰아놓는 방식이다. 게다가 그 과장과 과잉의 수위를 보시라! 이를테면 100% 후시녹음이라는 점부터 한국영화의 과거를 떠오르게한다. 동시녹음이 주라 생각하는 오늘날 관객에게는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일종의 낯선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하나의 장치다. 구어체보다 문어체에 가까운 발성과 노래하듯 라임을 주는 대사들이 낯간지럽게 들린다. 이 거창한 대사를 내뱉어대는 당시의 관행은, 오늘날 류승완의 영화에서는 비장미를 염두해둔 패러디의 차용으로 쓰인다. 동시에 후시 녹음은 동시적 경향과도 교차한다. 상당히 재치있다 느껴지는 일본어와 중국어, 한국어의 겹침을 볼 때 과거 더빙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오늘날의 웃음 장치다.
그런데 한가지 여기에서는 아쉬움이 생긴다. 우선, 이 영화가 순수 내러티브 안에 관객을 빠져들게 하지 못한다. 사실 그건 태생부터가 그렇다. 패러디와 차용이라는 개념 자체에서 <다찌마와리>는 롤러코스터같은 흐름을 선보일 수가 없긴하다. 우리는 영화 내에서 우연적으로 보여주는 웃음의 장치에선 자연스레 웃음을 터뜨릴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대다수는 관객의 반응을 예상한 연출부분이 다수다. 예컨대 대다수의 자연스런 웃음은 대사에서 보여진다. '더러운 죄악의 종지부를 찍어라','배신자는 우리 엄마 이름이다.''귀여운 아가리에 작크를 채울 수 밖에' 같은 문어체의 과잉에서 웃음이 터진다. 물론 대사 역시 하나의 연출 부분이기도 하지만, 자막과 같은 경우는 스크린을 넘나드는 당황스러운 등장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한 번쯤 현실과 비교를 해야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바다이야기는 Bada story라 이름지은 세트장의 간판도 비슷한 효과고, 외팔이 검객과 주성치 영화의 일부로 보이는 플롯도 그렇다. 일단 원본이 있어야, 이 패러디가 웃기구나 느끼기 때문이다. 상당히 재치가 느껴진다는 것, 그리고 스크린을 넘나드는 하나의 방법을 시도한 것은 좋다. 그러나 이 끊임없는 소격효과가 영화의 내러티브에 방해를 준다. 그러니까, 나같은 경우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보고 있는건지 이 플롯에서 웃기 위해 보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 당연히, 이것은 어떤 방식으로 이 영화를 보아야하는 태도와도 연관있다.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를 본 관객이라면, 정말 배꼽빠지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래서 초반에 류승범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 장르의 혼종이지만 새로운 몸뚱이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한거다. 결국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를 이야기하게 되는 데, 나는 <다찌마와리>역시 류승완 감독이 그리워하던 영화의 자기버젼이라 생각한다. (궁금한 것은 이 영화를 만든 뒤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의도와 만족을 어느 정도 느꼈냐는 거다.) 타란티노와 로드리게즈가 만들었던 <그라인드 하우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새로운 내러티브가 아닌 찢겨져 다시 붙여진 봉합형태로 <다찌마와리>는 씨네필의 애장품이 아닌 패러디영화의 일종으로 남는다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아쉽지만) 이 영화는 차라리 류승완 감독의 <오스틴 파워>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류승완 감독 아니면, 누가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겠냐는 말에는 이의가 없지만, 장편으로 이야기를 끌기는 부족한 플롯과 차라리 씬과 씬을 중심으로 이룬 패러디 연출이 너무 짧은 호흡을 이루고 있기에, 정말 아쉬운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이를테면 소격효과를 만드는 전체적인 구성이 아니라, 패러디의 소격효과의 단막과 소격효과의 단막이 계속 만나 이루어진 거대한 장편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러나 또, 영화 후반 다찌마와리가 외팔이 검객이 되서 훈련하는 부분은 거대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이거, 뭔가 수가 안맞는 느낌이었다. 주성치 007에서 다찌마와리 외팔이 검객의 혼성이 바로 이런 오류를 낳은 건지도? 어쨌든 호탕하게 웃어보고 호방한 태도로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은 맞다. 동시에 류승완 감독의 두둑한 배짱까지 볼 수 있는 기회였기도 하다.
* 류승범의 연기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혹시, 지옥해? 네이놈, 지루해서 못봐주겠다, 어이쿠차야, 앞길이 막혔구나,' 의 구수한 대사를 치는 솜씨가 역시나! 그리고 박시연은 왜이리 이뻐? 70-80년대 한국 영화의 여주인공과 어쩜 그리도 비슷한 미모던지.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했는데 결국 박노식 감독의 작품과의 연관성은 없었다. 그러니까 부제는 단지 오마주적 차용이다.
(2008)
'세상테크 > 영화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두 개의 우주 (0) | 2008.08.26 |
---|---|
[스크랩] 역사속 지질학 기행┃건축 (0) | 2008.08.26 |
[스크랩] 천녀유혼 2 [중국영화] (0) | 2008.08.24 |
[스크랩] 화양연화 [중국영화] (0) | 2008.08.24 |
[스크랩] 천녀유혼 2 [중국영화] (0) | 2008.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