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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등업] 중국이해에 대한 일성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7. 08:13

[도올 인터뷰] 주중 한국대사 김하중

"중국을 사랑하자,그만큼 우리가 얻는다."

 

우리 나라 최장수 대사 기록 보유자! 김하중이라는 인물과 도올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평생 중국통, 대학 전공이 비슷하다. 하나는 중국문학, 하나는 중국철학! 60년대 의식적으로 중국어를 대학 전공으로 선택한다 하는 것은 매우 눈치 뵈는 서러운 일이었다. 둘 다 65학번. 둘 다 본이 광산. 69년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 73년 제7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래 뉴욕·인도·일본에서 근무, 2001년 10월 7일 주중 한국대사로 발령되었다.

그가 중국말로 직접 집필한 『등비하는 용(騰飛的龍)』은 인민일보의 극찬리에 3, 4만 부가 팔렸다. 나는 지난해 12월 26일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창립 기념식에 갔다가 주중 한국대사관저의 오찬에 초대되었다. 김하중 대사는 날 보자마자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 서로 만났던 것 기억하시오?”

  난 전혀 기억이 없었다.

  “77년 겨울이었는데 당시 하버드대생이었던 김 교수가 뉴욕에 내려왔지. 난 뉴욕총영사관에서 풋내기 영사로 있었구. 우린 통성명을 했고, 같은 학번에 같은 전공이라 뭔가 통하는 게 있었겠지. 그런데 말이오, 보스턴에 올라간 뒤에 당신이 나에게 정성이 깃든 편지를 보냈지. 그 편지를 난 지금도 간직하고 있거든.”

  허허, 세월이 참 무심치도 않구나! 꼭 30년 만에 나의 젊은 날 초상을 간직하고 있는 친구를 이렇게 만나다니. 인연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 우선 현안부터 묻겠는데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을 중국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난 그러한 질문에 중국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한 개인으로서 중국의 뜻있는 친구들의 느낌을 전한다면 집권당이 26%밖에 득표하지 못하는 그러한 민주사회의 풍토에 관해 그들은 경이로움을 표시한다. 중국의 공산당원들은 조심스럽게 사는 사람들이며 눈치를 보면서 권력의 사다리를 오른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할 말 다하고 마음대로 뻗튕기면서 격렬하게 그러면서도 평화로운 권력 이행 과정을 창출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생각 있는 중국인들에게는 감동일 수밖에 없다.”

 ― 한국 민족의 다이내미즘일까?

 “그렇다! 한국인들은 자기 비하에 너무 익숙해 있다. 자신들의 성취와 가능성을 너무 인색하게 평가하고 서로 치고받고 싸운다. 보다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 역사를 긍정적으로 리드해 가야 한다. 일례를 들어 보자! 전 세계적으로 농민 대중들이 직접 추운 겨울에 10만 명씩이나 집결하여 FTA 결사 반대 데모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는 없다. FTA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며 학자들의 학술토론의 대상일지언정 대중이 직접 참여하기는 어려운 주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중들은 다른 나라의 석학들보다도 더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데모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저력이다. 홍콩 앞바다에 1000명씩이나 뛰어드는 시위를 감행하는 민중을 품에 지닌, 한국이라는 나라는 행복하다. 협상이란 본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계속하는 것이라서 협상인 것이다. 민중의 시위는 협상의 지렛대가 된다. 우리 민족은 위기를 항상 기회로 활용해 왔다. 환난이 닥칠수록 사그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생명력을 과시한다. 서해안 기름띠를 거두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한국인의 숫자가 이미 일본의 사례 30만을 넘어선 것도 그 단초의 하나다.”

 ― 한·중 관계도 마찬가진가?

 “제조업의 진출이 임금 상승이나 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한·중 무역수지를 매우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기 쉽지만 한국은 여러 의미에서 중국의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있는 대단한 나라이다. 지난해 중국과 미국의 교역량이 2700억 달러였는데 2100억 달러가 중국의 대미 수출량이었다. 중국의 공식적 흑자 기록이 1450억 달러였다. 일본도 2000억 달러 중 350억 달러가 적자였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이 1350억 달러 중 450억 달러가 흑자였다. 전 세계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삼성중국본부만 해도 300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한 회사가 한 나라에 300억 달러를 수출한다는 것은 상상키 어려운 일이다.”

 ―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가능한가?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세사만 가지고 이야기해도 중국의 혁명 과정 그 자체가 한국인과 중국인이 같이 만들어 간 것이다. 광복군, 조선의용군, 동북항일연군 등 한국 청년들의 활약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전쟁에도 비극적인 이야기지만 115만 명의 중국 청년이 왔고 36만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우선 중국인은 중국말을 모르는 외국인을 마음속 깊이 경복하지 않는다. 중국말을 모르면 중국 문화에 동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어에는 한자라는 만리장성이 있다. 이 장성을 쉽게 넘을 수 있는 국민은 오로지 이 지구상에 두 나라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은 침략자의 입장에 있었고 우리는 환난을 같이 극복해 나가는 동반자의 입장에 있었다. 그리고 중국을 바라보는 국민들 자세가 우리가 훨씬 더 적극적이다. 일본은 수교 35년 동안 60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우리는 수교 15년 동안 이미 390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에 사는 일본인은 10만 명인데 우리는 70만 명이 넘는다. 중국어 급수라는 공인된 자격증이 있는데 보통 베이징대를 나온 외국인이라야 10급을 받는 어려운 시험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높은 급수인 11급은 외국인이 받기 어려운 수준인데 한국인은 몽창 따낸다. 올해 베이징에서만도 한국 고등학생 7명이 11급을 땄다. 상하이에서는 더 많은 고교생이 11급을 땄다. 중국어 토플이 있는데 전 세계에서 15만 명이 응시한다. 이 중 한국인이 9만9000명, 66%에 이른다. 이 중 1등부터 8만 등까지가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한국인 유학생이 5만7000명인데 일본인 유학생은 1만6000명에 그치고 있다.

삼성이 어떻게 그렇게 단기간에 애니콜 같은 단말기를 세계에 유포시킬 수 있었겠는가?

성공 전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국 젊은이들의 진취적 모험심이 그 중요한 이유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이 아무리 발달해도 치열한 감시 속에 있다. 따라서 창조적 아이디어가 계발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이들은 아무런 금기가 없이 이런 매체들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끊임없는 이노베이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당신 말을 듣고 있자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 중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지만 우리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민주 체제 앞에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가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중국의 대로는 아직도 무진장이다. 대국이라고 겁먹으면 안 된다. 한·중의 불가분 관계는 다음과 같은 사실로도 입증된다. 미국과 중국을 왕복하는 비행기는 일주일에 200편이나 된다. 그런데 한·중 간에 몇 편이 있는 줄 아는가? 지금 현재 836편이 있다. 내가 이런 말하면 다른 외교관들이 한 달이냐고 정정하려 든다. 그런데 분명 일주일에 836편이 다니고 있다. 국내 비행기편 수보다 많다. 31개 도시를 날고 있다. 중국 대륙과 한국은 이미 하나의 문화권인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하루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갔다. 아침에 왔다가 저녁에 갔다. 이 지구상에서 중국을 이렇게 방문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일본도 최소한 네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 서울서 베이징까지 KTX를 놓는다면 7시간이면 도착한다. 올해 한·중 교역량은 1500억 달러이며 이는 한·미 교역과 한·일 교역을 합친 양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들과 53도 백주를 컵으로 들이킬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인밖에는 없다. 빼갈 실력이 이런 교역량을 가능케 했을지도 모른다.”

 ― 동북공정 등으로 한국을 위압하지 않는가?

 “중국에는 역사 정보를 소수 대학의 학자가 독점하지 않는다. 소위 향토사학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그들의 관점을 중앙정부가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도 당당하게 그 부당성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 문제는 이미 2007년 3월로 종결지었다. 한국인의 감정을 더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 남북 관계에 관한 중국의 태도는?

 “많은 사람이 중국이 북한을 넘보고 있다고 말하는데, 중국은 실제로 북한에 투자한 것이 별로 없다. 북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지 중국은 남북 관계가 자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만을 바란다. 따라서 남북이 스스로 화해하고 잘 협상하면 중국은 행복해할 뿐이다.

일본은 잘 모르겠지만, 중국은 이미 남북 불화에서 오는 소리(小利)를 탐할 수준의 나라가 아니다. 제발 남한과 북한이 웃고 살기를 바랄 뿐이다. 결론적으로 의구심만을 키운 우리의 사고를 혁신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을 적극적으로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는 얻는다.

여태까지 우리는 중국을 직접 체험하지 않았다. 모든 학자가 레토릭은 근사하지만 매우 수준 낮은 서양학자들의 관점에서만 중국에 관한 담론을 펼쳐 왔다. 중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영어 책만 읽고 하는 이야기에 현혹되어 온 것이다. 나는 공식 석상에서도 항상 이렇게 외친다. 중국을 사랑합시다!”

 ― 당신 중국 노래 솜씨가 일품이라던데?

 “170여 개국의 중국 대사 중 중국어를 하는 사람이 30명 정도 있었는데 북경TV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중국말로 뇌까린 사람은 나 한 사람이었다. 대학교 때 난 딴따라 생활을 했다. 그래서 기타 치고 노래부르는 데 당연히 미국 노래든 한국 노래든 나는 중국말로 번역하여 노래 부른다.”

 ― 후배 외교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외교는 일차적으로 인간관계이다. 나는 중국인을 위해 기도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과 신임을 얻는다. 그리고 외교는 실력이다. 실력이란 그 문화에 정통하는 것이다.”


글=도올 김용옥 기자

출처 :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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