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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동탄2지구 신도시 예정지역 일대. 사진 위쪽으로 보이는 동탄1지구 동쪽에 660만 평 규모로 조성된다. |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나온 동탄신도시 개발에도 많은 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파트 풍수’에 관심이 많은 한 풍수학자가 정부의 신도시 건설에 대해 충고한다.
신도시에 입주를 희망하는 이들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그 답은 분명하다. 우선 현재의 분당처럼 쾌적한 삶의 공간이 되어 아파트값이 제대로 형성될 것인가, 다른 하나는 교육환경이 분당·강남처럼 좋아질 것인가 여부다.
쉽게 말해 ‘돈’과 ‘교육’문제가 오늘날 도시인들이 아파트와 주택을 구매하는 최우선 조건이다. 최근 건설계획이 발표된 동탄신도시의 성패 또한 이 두 가지 조건을 정부나 시공업체들이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을 바라보는 풍수 전문가들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우선 후보지의 특성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 땅 위에 표현되는 도시의 특성과 품격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그 도시를 공간적으로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성쇠(盛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풍수를 흔히 ‘산(山)과 물(水), 방위(方位)’에 관한 이론이라고 한다. 산과 물, 그리고 방위에 따라 그곳에 사는 사람의 성품이 달라지고 부귀빈천(富貴貧賤)에도 차이가 생겨난다는 말이다. 이를 과연 황당한 수사로만 여길 것인가? 이미 조성된 대도시에서 그 증거들을 찾아보겠다.
서울을 관통하는 가장 큰 물길은 단연 한강이다. 산업화와 함께 서울이 도시화하고 부가 집중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돈이 집중되는 지역과 한강의 흐름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그림1 참조>
‘물길의 흐름’이 ‘돈의 흐름’ 결정
아래 그림에서는 ‘물길’이 감싸고 도는 지역을 서교동(1960년대)→ 여의도(1970년대)→ 동부이촌동(1980년대)→ 강남(1990년대)→ 광진구(2000년대)→ A지역(?)으로 표기했다.
이것은 한강변을 좌우로 해서 1960년대에는 서교동에 부자들이 몰렸다 이곳이 포화하자 1970년대에는 여의도로, 1980년대에는 동부이촌동, 1990년대에는 강남, 최근에는 광진구 일부에 돈이 몰리고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곳에는 지금도 여전히 돈 많은 부자들이 살고 있다.
각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강의 물길이 해당 지역을 감싸고 돌고(環抱)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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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물길을 따라 조성된 서울의 아파트군. | | 풍수적으로는 물이 감싸고 도는 곳을 ‘퇴적사면’이라고 하여 좋게 여긴다. 퇴적사면은 돈이 몰리고 건강에도 좋은 땅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물길이 등을 보이는 반대편을 ‘반궁수(反弓水)’라 하여 꺼린다.<그림2 참조>
한강을 가운데 두고 조성된 이들 서울의 부도심을 살펴보면 시대적으로 약간의 차이도 발견된다. 한강 하류부터 시작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돈이 집중되는 지역이 새로 생겨났다는 점이다. 또한 물길을 감싸고 도는 둘레의 크기에 따라 부자 동네의 크기도 비례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에서 제시한 마지막 ‘A’ 지역이 어디이며, 언제 개발돼 그곳에 돈이 몰릴지 궁금한 독자들은 일반 교통지도를 펴 놓고 한강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쉬 그 지역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산의 얼굴·등이 ‘길흉’ 결정하기도
이곳, 즉 A지역의 개발이 시작된다면 그곳에 돈이 몰릴 것이며, 이곳의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의 한강 주변은 완전 포화 상태가 된다. 그때를 즈음하여 이미 박정희·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다 실패한 ‘수도 이전론’이 또 다시 시대의 화두가 될지 모른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한강의 ‘강변북로’를 따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한강변에는 특정 회사에서 지은 아파트가 일관되게 일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어떤 까닭이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풍수를 적용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풍수에서는 물이 흘러드는가, 아니면 흘러나가는가를 매우 중요시한다. 그에 따라 길흉화복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 초 한양 천도를 하면서 서울의 주산을 북악으로 할 것인가, 인왕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오랜 논쟁을 벌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한강 주변의 아파트들은 좋은 조망권 덕분에 평수에 따라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억 원까지 프리미엄이 따로 붙어 있다. 그렇지만 한강이 바라보이는 모든 아파트가 다 그러한 것은 아니다.<그림3 참조>
<그림 3>에서는 상류에서 흘러오는 물을 바라보게 지은 아파트, 흘러나가는 쪽을 바라보게 지은 아파트, 그리고 정면을 바라보게 지은 아파트 등 세 방향으로 크게 나누어 보았다. 모두 한강을 조망하기는 마찬가지이니 똑같은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풍수 전문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풍수에서 물은 곧 재물이다. 돈(재물)이 흘러들어와야지, 빠져나가면 결코 안 되는 탓이다. 흘러드는 물길 쪽을 바라보는 집을 높게 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 연유한다.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아파트는 풍수적으로 좋지 않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마을이나 무덤도 마찬가지로 기(氣)가 빠져나간다고 흉하게 여긴다. 여기서 말하는 기(氣)는 곧 재물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예부터 풍수가들은 작게는 집·무덤·마을, 크게는 도읍지까지 그곳을 관통하거나 감싸고 도는 물길의 향배를 꼼꼼히 따졌던 것이다.
산 또한 물 못지않게 중요하다. 산의 크기·모양·토질 등 하나하나가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먼저 예로 들겠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산은 앞과 뒤쪽이 모두 균등한 기울기를 갖기는 어렵다. 한쪽은 완만한 경사를, 다른 한쪽은 급경사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곳이 산의 얼굴(面)이 되고, 그 반대쪽이 등(背)이 된다.
얼굴이 되는 쪽에는 흔히 넓은 명당(들판)이 형성되고, 여러 물줄기가 합쳐져 완만하게 굽이굽이 흘러가지만, 등이 되는 곳에는 명당이 형성되지 못해 척박한 땅이 된다. 풍수에서는 얼굴 쪽에 터를 잡아야지 등 쪽에 터를 잡는 것을 금기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들을 살펴보면, 얼굴이라기보다 등 쪽에 해당하는 산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그림4 참조> 아파트 또한 산의 얼굴과 등 쪽에 모두 들어설 수 있지만, 좋고 흉한 것까지 같을 수는 없다.
<그림 4>에서 경사가 완만한 얼굴 쪽은 물이나 바람의 흐름이 완만한 곳이어서 사람이 살기 편안한 땅이다. 반대로 등 쪽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곳에서의 평균 거주기간이 짧다. 누구한테 배신당하거나 회사가 부도나거나 돈을 떼이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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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물과 산에 이어 방위도 매우 중시된다. 왜 그럴까?
북반구 중위도 권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는 남향이라야 쾌적한 기후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냉난방 시설이 발달해 외부 기후 조건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서향 혹은 남서향 아파트나 주택이 얼마나 불편한가는 주부들이 더 잘 안다.
주부들이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방위는 가정의 화목에 매우 중요하다. 주택난이 심각했을 때와 투기 대상으로 아파트를 생각해 아무것이나 사들이고 팔 때라면 몰라도 ‘웰빙’을 염두에 둔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아파트의 방위라고 할 수 있다.
풍수는 지형지세·기후와의 어울림
풍수의 3요소인 산·물·방위의 기본을 이야기했지만, 이것만 잘 살펴도 돈이 붙고 행복한 가정이 되는 터전을 만들 수 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좋아도 되는데,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금상첨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혹자는 서울에서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이 과연 어디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부(富)와 귀(貴)를 이어온 명문가들은 대부분 이를 지키려고 한다.
일반에도 잘 알려졌지만, 삼성그룹이 영빈관으로 활용하는 서울 한남동의 승지원 터도 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80년대에 지었다는 이곳 승지원에서 바라보면 한강물이 마치 방방하게 고여 있는 타원형 호수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풍수에서 물은 재물을 상징하는데, 재물이 그득하게 고여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지원은 남산을 주산으로 등지고 있다. 강 건너로 보이는 우면산은 소(牛)의 등이나 노적봉처럼 보이는데, 이 또한 지극히 단정하고 후덕하다. 단정하고 후덕한 노적봉은 곧 재물을 표현한다. 더구나 승지원은 따뜻한 남향을 하고 있다. 산·수·방위 세 가지를 기본적으로 충실하게 살펴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은 것이다. 고 이병철 회장은 누구보다 풍수에 조예가 깊었다고 알려져 있다.
토목과 건축기술, 그리고 냉난방 기술이 발달한 지금에 와서 풍수라고? 많은 이들은 이런 의문을 제기할지 모르지만, 아무렇게나 산다면 몰라도 돈을 불리고 귀한 가정을 꾸리고자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왜 다른 나라에서는 중시하지 않는데 우리만 유독 풍수를 따져야 한다는 말인가? 단지 전통 사상으로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집단 무의식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 해답은 우리나라 산천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신라 말의 전설적 풍수 대가 도선(道先)국사에 이름을 가탁한 조선 후기 승려 출신의 어느 풍수 학인은 우리나라 땅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산세를 보면) 뭇 산은 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여러 물은 다투듯 빠르게 흘러나갑니다. 때로는 마치 용이나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모습이기도 하고, 여러 짐승이 제각각 도망치는 형세이기도 합니다. 혹은 멀리 달아나 제압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너무 짧게 끊어져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 하나하나를 모두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동쪽지역이 좋으면 서쪽지역이 나쁘고, 남쪽이 길하면 북쪽이 흉한 모습입니다.
(중략) 비유컨대 우리나라 땅은 병이 많은 사람과 같습니다.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는 것은 산천의 기운에 감응하는 까닭으로, 인심과 산천의 형세는 서로 닮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심이 통일되지 않으므로 구역에 따라 나뉘어 아홉 나라 혹은 세 나라로 분열돼 서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도적이 횡행해 억제하기 불가능한 것은 땅의 지세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백운산 내원사 사적기)
이 기술은 지나치게 우리 산천의 지형지세를 나쁘게 설명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산길·물길·바람길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사람 살기에 부적절한 공간이 많다는 것을 지적한 것 또한 사실이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터 잡기에 풍수적 지혜를 활용하고자 하는 전통이 강했던 것이다.
그것은 옛날 터 잡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판교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건설교통부가 ‘바람길’을 살려 자연친화적 아파트 건설을 꾀하고자 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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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신도시 예정지. 좌청룡이 발달해 교육·행정도시로 발달할 것이라고 풍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 동탄신도시는 돈 모이는 地勢
풍수에서 말하는 바람길·물길·산길은 구체적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까? 바람길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건강에, 물길은 재물(돈)의 증식에 영향을 준다. 또한 땅기운이 흐르는 산길이 제대로 확보되면 산천 정기를 제대로 받아 훌륭한 영재가 많아진다.
요즘 국력을 위해서는 인구 증가가 필요하다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능사가 아니다. 훌륭한 영재를 많이 배출해야 세계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인걸은 지령이다’라는 말이 가장 절실한 시절에 좋은 땅에 터를 잡는 것도 특히 중요하다. 그것이 풍수의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분당급에 준하는 신도시인 화성 동탄지역’은 풍수적으로 어떤 곳일까?
새로 발표된 ‘분당급에 준하는 동탄신도시’는 이미 개발 중인 ‘동탄신도시’ 동쪽에 자리 잡았다. 기존 동탄신도시가 경부고속도로 서쪽에 있다면, 새로운 동탄신도시는 대부분 고속도로 동쪽에 위치한다. 이곳의 일반적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서울의 주산 북악산과 같은 중심 되는 큰 산(主山)이 없다. 2. 신도시 예정지의 동쪽 경계지역을 200∼300m 안팎의 낮은 산들이 감싸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동과 북동쪽이 높고 남쪽이 낮아 물은 남쪽으로 흐른다. 3. 경부고속도로가 예정지를 관통한다. 4. 북서쪽 신갈저수지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와 북동쪽 동탄면 신리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동탄면 소재지 남쪽에서 합수(合水)해 오산천으로 남하한다. 5. 주변 산들은 작은 꽃봉오리가 이어지 듯 부드럽고 아기자기하다. 6. 1개의 골프장이 예정지 한가운데 있고 나머지 2개도 인접해 있다.
이를 풍수 명당도로 그려보면 <그림5>와 같다.
이것들을 풍수는 어떻게 해석하며, 어떤 길흉화복을 예언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장남식 ‘풍수역학연구소’소장의 전반적 풍수 감정은 이렇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좌청룡이 발달한 곳이다. 청룡은 명예를 주관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기를 받는 곳은 교육·행정도시로 발달할 수 있다. 중심축을 형성하는 높고 큰 산(풍수에서는 主山이라고 말함)이 과거 계급-계층사회에서는 강력한 지도자나 영웅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이곳은 그러한 주산이 없는 대신 작은 꽃봉오리 같은 산들이 아기자기 서로 기대며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지기(地氣)를 받아 자유민주주의의 덕목인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는 인물들이 발현될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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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또한 북서쪽에서 흘러들어오는 물과 북동쪽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이 동탄면 소재지에서 합수해 수구를 막아줌으로써 새로 들어설 신도시 내의 지기의 누설을 막아준다. 돈이 모이는 곳이다. 총론적으로 말하면 돈이 모이며 자유시민의 덕목을 고양하는 교육과 행정의 도시가 될 것이다.”
그는 전반적으로 좋은 터이지만, 문제점도 지적했다.
하나는 예정지 서쪽으로 경부고속도로가 관통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예정지 안에 골프장이 있다는 점이며,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남향이지만 동쪽에 산이 많고 서쪽은 낮아 어떻게 보면 도시 전체가 서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남향이냐 서향이냐가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앞에서 설명했듯 집안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고치거나 역이용해 풍수상 길지로 바꾸는 방법이 바로 풍수지리의 ‘좌향(坐向)’을 염두에 둔 공간배치론이다. 풍수적으로 적절하게 공간을 배치하면 이러한 흉지를 길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좌향에 따른 공간 배치에서 풍수적 지혜를 활용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공사비가 적게 들며, 분양이 쉽게 이루어진다. 또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만족해 하며, 궁극적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품성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1차적 작업인 터잡기뿐만 아니라 좌향에 따른 공간 배치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동탄신도시’의 공간 배치를 어떻게 하면 앞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이상적인 명품도시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장남식 소장은 다음과 같은 풍수적 견해를 제시했다.<그림6 참조>
“첫째, 예정지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 주변 좌우에 최고급 고층 아파트를 지어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해야 한다. 많은 동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10여 동만 디자인 공모를 통해 지어 놓으면 그 자체로 신도시 브랜드가 되며, 사람들로 하여금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것이다.
둘째, 좌청룡에 해당되는 동쪽의 산을 등지고 학교와 관공서들을 짓되 서향하게 한다. 명예와 권력의 지기를 뿜어주는 좌청룡을 등지고 들어서는 학교와 관청에서 공부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은 잠재력과 능력이 배가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명문 교육도시가 될 것이다.
셋째, 대부분의 아파트는 현재 예정지 안에 있는 골프장을 둘러싸고 짓되 남향으로 한다. 남향집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주부들에게 좋다. 이렇게 하면 기존 골프장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형상이 된다. 골프장이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서 있다고 가정해보라. 얼마 안 돼 그 골프장은 고객이 줄어들 것이며, 자연스럽게 녹지공원으로 바뀔 것이다. 어차피 골프장이나 공원이나 땅의 성격은 같다.
이렇게 하면 산들이 동쪽으로 몰려 있으면서 물은 남쪽으로 흐르는 지형지세를 자연스럽게 살려 그 위에 학교와 아파트들을 들어서게 할 수 있고, 골프장 문제도 저절로 풀릴 것이다.”
동탄신도시는 기본 입지가 풍수적으로 좋은 곳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곳을 염두에 두고 풍수적 좌향론을 참고로 몇 가지 공간 배치를 고려한다면 도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이렇게 산과 물을 풍수적으로 살펴 신도시가 들어설 터를 정하고, 좌향을 바탕으로 한 공간배치론에 따라 관공서·아파트·상가를 지으면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도시’가 된다. ‘명당도시’란 현대인이 선호하는 ‘명품도시’ ‘자족도시’를 뜻한다.
다시 조명받는 ‘도시풍수’ |
“서양 고대도시 건설도 ‘풍수’ 접목…광해군 때 ‘교하천도론’ 일기도”
우리나라의 풍수 역사에는 상당한 부침이 있었다. 전통적 풍수 관념이 도시 건설이나 주택(아파트)풍수로 발전하지 못하고 조선 중기 이후 묘지풍수로 타락한 탓이다.
그것은 조선 왕조의 국교인 유교 탓이었다. 유교의 실천 덕목은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였다. 실천 덕목으로서의 효 관념이 풍수지리와 접목하면서 돌아가신 조상을 잘 모신다는 ‘묘지명당’ 관념으로 퇴락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묘지풍수에 한정된 것일 뿐, 풍수의 또 다른 분야인 양기(陽基)풍수는 도시 건설과 아파트 풍수에 기여할 많은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서구에도 풍수와 비슷한 개념을 도시 개발에 ‘훌륭하게’ 적용한 고대 국가들이 있다.
“도시의 터를 잡는 입법자들뿐 아니라 도시를 건설하는 건축가들도 어떤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좋거나 나쁜 성격을 형성하게 하고, 어떤 지역은 수질이 또 어떤 지역은 그 땅에서 자라는 생물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영향을 주거나 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내용을 보면 마치 동양의 어느 풍수 전문가가 한 말처럼 들리지만, 발언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BC 429∼347)이다. 그 혼자 생각해낸 말일까? 그렇지 않다. 그 이전의 선배 학자이자 서구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BC 460∼377)가 이미 주장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공기·물·장소>라는 글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곳의 기후와 땅이 인간의 물리적·도덕적 성격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새로 들어설 도시의 입지·물·공기뿐만 아니라 도시의 전체적 좌향까지 강조했다.
고대 그리스의 두 현인이 신도시를 만들 정치가들에게 주었던 이러한 메시지는 BC 1세기에 로마의 유명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에게도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비트루비우스는 고대 그리스 건축학의 고전 <건축십서>에서 “건축가는 그 지역의 토양과 대기의 특성, 지역 특성, 그리고 물의 공급 등과 관련된 의술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썼다. 우리의 풍수 내용과 흡사한 주장이다.
이렇게 풍수와 유사한 관념을 바탕으로 세워진 것이 고대 그리스·로마의 도시와 건물들이며, 그 이후 르네상스를 거쳐 지금까지 서구 건축·조각·회화에 이르기까지 그 전통은 계속된다.
우리나라에서 도시 건설에 풍수를 적용한 사례를 꼽으라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한양 입지 선정이다. 당시 한양은 도읍지로 쉽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계룡산 신도읍·개성·무악(현재의 연세대 일대)·한양 등을 두고 치열한 풍수논쟁을 벌였는데, 이와 관련한 방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광해군이 권력을 장악했을 당시에는 도읍지를 한양에서 경기도 파주 교하로 옮기려는 ‘교하천도론’이 일기도 했다. 교하천도론의 배경에는 한양의 땅 기운이 쇠했으니 파주 교하로 옮기자는 당시의 풍수 학인 이의신의 상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교하천도론과 풍수 논쟁이 벌어지지만, 얼마 후 광해군의 실각으로 천도론과 풍수 논쟁은 사라진다.
1979년까지 5년 동안 ‘백지계획’이라는 비밀 프로젝트가 정부에 의해 진행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수도를 서울에서 충남 공주군 장기면(현 행정수도와 근접지역)으로 옮기려는 비밀스러운 계획이었다. 그러나 ‘백지계획’은 박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말 그대로 백지가 돼버렸다. 이때도 풍수지리를 어느 정도 참고했다.
이후 전남도청을 광주에서 무안으로 옮길 때(풍수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관여), 행정중심복합도시 입지 선정, 2006년 각 도에 분산될 ‘혁신도시’ 입지 선정에서도 풍수를 어느 정도 참고했으나, 시민들에게는 그것이 그리 구체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사건은 아니었다. 공공 관청이 들어서는 것인 만큼, 시민들과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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