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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보이지 않는 러브콜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27. 06:40

세상의 여자들이 당신을 원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휴대폰 전파만큼이나 많은 여자들만의 신호로 말이다. 눈감고 휘둘러도 2루타는 때릴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싱글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억울하다 못해 어리석은 짓. 그런 당신을 위해 보이지 않는 숱한 러브콜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한 과학적 지침을 준비했다.

 

그녀의 생각을 알려면, 말보다 행동을 믿어라. 머리카락을 편다든가 당신 쪽을 향해 자세를 고친다면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대학 신입생 시절, 나는 학교 근처의 바에서 열린 신호등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신호등 파티란 이성 친구의 유무에 따라 자신의 옷색깔을 결정하는 즉 사귀고 있는 이성이 있어서 다른 이성들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사람은 빨간색,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정도에 따라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어 손쉬운 사교가 가능한 파티였다. 그 당시의 나는 너무나 순진했던 나머지 연두에 라임, 게다가 갓 딴 올리브 컬러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녹색 계통으로 억지로 끼워 맞춰 입었다. 그리고 온갖 잘난 척과 유혹의 기교, 레지스탕스의 암호 같은 메시지들이 횡행하는 어리석은 연애 요지경 속을 초월해 누구나 즐거워할 수 있는 신호등 파티를 통해 우리의 욕구와 필요가 편리하게 충족되는 참된 사랑의 운동장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뜻밖이었다. 이제 막 녹즙 배달을 마치고 온 사람처럼 온몸을 녹색으로 휘감은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날 나는 핑크빛 꿈을 실현하기는커녕 푸르른 신록이 우러나는 녹색길을 홀로 걸어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시종일관 빛을 발하는 녹색 신호등 앞으로는 차들이 돌진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잘난 척과 속임수, 그리고 암호 같은 혼란스러운 메시지들이 인간이라는 존재 속에 섞여 체계적으로 조직화돼 하나의 신호로 발생된다는 사실을.
나는 이런 새로운 진리를 깨달음과 동시에 여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과 여자의 허리를 단번에 휘어잡는 조지 클루니처럼 부드럽고 강한 카리스마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꿈꾸게 됐다. 그것은 마치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의 팬티를 훔쳐보기 위해 투시경을 들이대 보고 싶어 하는 심리와 같았을 것이다.
이처럼 바보 같았던 내가 여자들의 행동만으로 욕망과 충동, 호와 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은 얼마나 컸겠는가. 게다가 그 방법은 까다롭지도 않고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성공률까지 높였다. 클럽에서 그 쉽다는 전화번호 따기도 버거운 당신도 앞으로 이어질 몇 페이지만 잘 기억한다면 분명히 새롭게 달라진 자신을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여자를 보건 자신 있게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믿기지 않는 비결은 바로 비언어적 대화에 있다.
이름만 들으면 그저 단순한 보디랭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근 미국의 심리학 전문가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특수한 신호가 있음을 확인했다. 인간의 비언어적 대화는 우리가 말로 하는 언어적 대화보다 그 역사가 수십 만 년이나 앞설 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종족들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며, 쉴새없이 쏟아내는 쓰레기 같은 말보다 믿음직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찰스 다윈은 1872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을 통해 모든 얼굴 표정과 그에 대응하는 감정이 문화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문화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며, 그 근원은 생물학에 뿌리가 있다는 이론을 펼쳤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곧 미국에서든 아프리카에서든 당신에게 반한 여자가 있다면 당신은 반드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금발과 푸른 눈에 빼어난 미모를 갖춘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나 카니 박사는 사회인지, 사회신경과학 그리고 비언어 의사소통 분야에서는 유명한 전문가이다. 카니는 클럽이나 고위층의 파티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사교의 상황을 마치 키애누 리브스가 매트릭스를 한눈에 꿰뚫고 있는 것처럼 훤히 알 수 있다. 인간의 신호와 심리에 관해서는 이미 신의 경지에 다다른 카니는 사회적 기호와 기타 시각적 단서들에 입각한 정보로 나의 서툰 행동과 둔한 감각을 바로잡아줄 것이다.
“여기 내가 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늑대같은 남자죠, 그러나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겠어요.” 이것이 남자가 여자에게 전달해야 할 메 시지의 핵심이다. “데이비드 버스 같은 진화학자들에 따르면, 여성들은 우월한 위치와 지위를 드러내는 남자들에게 끌린다고 합니다.” 카니의 말이다. “상대적 우월함은 목소리가 우렁차고, 눈을 맞춰 이야기하며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타인의 일에 개입하는 행위를 통해 인지된다고 해요.” 170cm를 약간 웃도는 키에 65kg의 왜소한 체격, 작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가진 나 같은 남자에게, 이 같은 정보는 결코 써먹을 수 없는 죽은 정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월하지 않은 남자는 여자 보는 눈을 낮춰야 하나요?” 나는 초라하게 묻는다. “아뇨, 결코 그렇지 않아요.” 부드러운 목소리의 그녀가 말한다. “여자들은 능력의 척도이기도 한 남자의 지성에도 매력을 느끼니까요. 지성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몰입한다거나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아, 그렇군요~ 맞아요~ 오~ 같은 맞장구를 치는 것으로 표출이 됩니다. 눈을 맞추거나 질문을 하는 것으로도 몰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자주 맞추면서 나는 말한다. “그렇다면 여자들의 행동에서 남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애정이나 친밀감, 관심이 있음을 뜻하는 친한 행동들이지요.” 카니는 말을 이었다. “상대방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서로 눈길을 교환하며, 미소를 짓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행동들이 거기 속합니다. 그녀의 기본 태도에도 신경을 쓰세요. 예를 들면, 그녀가 당신을 의식했을 때 행동상의 변화를 말하는 거죠. 그녀의 기본 태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좋은 징조라고 할 수 있죠.” 신체가 보내는 신호가 주인의 뜻과 어긋날 때, 우리는 이를 실마리라고 부른다.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이것은 비언어적 누설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우리가 감추고자 하는 감정이 뭔지 친절히 알려주는 미세 표정을 연구하는 데 수십 년을 바쳤다. 일생을 바친 에크먼의 연구는 현실에 적용되어 911사후 TSA미국 교통안전청의 행동심사절차 개정작업에 도움을 주었다. 샤키라가 엉덩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hips don’t lie를 부른 것은 결코 은유적인 목적만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엉덩이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기호학적 데이터를 사용해 한 사람을 얼마나 완전하고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0분간 이야기를 나눈 카니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봤다. “오늘 하신 행동으로 봐서는 재미있고 감정표현이 풍부하신 분 같아요.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그들의 즐거움을 위해 쇼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고요.” 그녀의 진단은 정확했다. 나는 감정표현이 풍부한 것이 늘 나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했다. 알코올이 1%만 들어가도 간신히 만든 점잖은 이미지를 어김없이 깨뜨려버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혀 알 수 없었던 여자만의 신호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전문가가 옆에 있기 때문이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나는 본격적인 실전 테스트를 하기 위해 카페 밖으로 나갔다.

 

감춰진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암호들 친한 행동으로 불리는 행동들로 성적 관심도를 알 수 있다. 남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행동들로는 상대방이 있는 쪽을 흘끔거리거나 쳐다보고, 상대방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미소 짓고, 멋을 부리며,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등의 행동이 있다. 여성들은 지배적이고 우월한 입지를 표현하는 남성에게도 관심이 있다. 목소리를 크게, 말을 많이 하며,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다른 사람을 간섭함으로써 그러한 당당함을 표현하라. 

지식과 사랑의 전당 서점
최초의 현장실험 장소로 우리는 가까운 반스 앤 노블스 서점을 찾았다. 사람들의 말로는 남녀들의 추파가 끊임없이 오고가는 장소가 서점이라고 한다. 카니 박사도 이에 동의했다. “서점의 카페는 굉장히 핫한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카니의 말이다.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는 차원을 벗어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한껏 멋을 부리고 치장한 여자들이 보이죠? 하나같이 남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죠. 저런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면 이성에게 개방적인지 아닌지까지 알 수 있답니다.” 우리는 실험대상자를 물색했고 얼마 되지 않아 손에 쥔 책을 열심히 읽기보다 머리를 고치고 주위를 두리번대는 일에 더욱 열중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매력적인 여성을 골랐다. 내가 그녀에게 접근을 시도하면 카니는 좀 떨어진 곳에서 그녀와 나 사이의 반응을 분석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테이블로 다가가 합석하려고 마음을 먹은 찰나, 우리의 표적인 그녀는 일어서더니 신간 논픽션 코너로 걸음을 떼놓는다. 그녀의 야속함에 나는 한숨을 쉰다. “걱정 말아요.” 카니가 나를 안심시킨다. “따라가서 말을 붙여보세요.” 그리고 나는 자연스런 접근을 위해 어슬렁어슬렁 그녀에게 걸어간다. 그녀는 중국의 마오쩌둥에 관한 전기를 읽고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다가가 “재미있어 보이네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그녀는 깔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꼭 다문다.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독재적인 폭군에 관해서라면, 스탈린을 따를 수 없죠.” 내게 등을 보이는 자세로 서 있는 그녀지만 나의 생뚱맞은 소리에 크게 웃는 바람에 긴장이 조금은 풀어진다.
사람의 상체는 본능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거나 동의하는 사람에게 몸을 향하고 싫어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과는 등을 돌리게 된다. 리처드 닉슨은 자신의 참모들과 있을 때는 상체를 90도로 돌린 자세를 자주 취하곤 했다(0도는 완전히 마주한다는 뜻이고 180도는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이다). 몸을 약 110도의 각도로 튼 상태로 그녀는 다시 책 표지를 읽기 시작한다.
“저는 창작 논픽션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나가려 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창작 논픽션 코너의 책으로 손을 뻗는다. “이 책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은 계속 마오쩌둥의 책에 고정되어 있다. 또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나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좋아요, 그럼 이만 실례!” 나는 실패를 자인하며 초라한 작별을 고했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뒤돌아가려는 찰나, “<가위와 달리다Running with Scissors> 읽어보셨어요?” 끊겼다고 생각한 대화를 그녀가 이었다. “어 아니오.” 나는 거짓말을 한다. “그 책 재밌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좋아요. 한 번 볼게요.” 대답과 함께 나는 다시 후퇴한다. 두세 발자국을 뗐을 때 그녀가 외친다. “작가는 오거스텐 버로스예요. 바로 저기 있어요, 저기.” 이렇게 말하면서 마치 빨리 꺼지라는 듯이 엄지손가락으로 어깨 너머를 가리키는 형상이 나를 지긋지긋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실패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카니와 서점을 나서며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확신에 찬 어조로 그녀가 말한다. “머리를 매만졌고, 당신의 말에 진심으로 웃었어요. 하지만 눈을 맞추지 않고, 당신과 어깨 너머로 대화했다는 것은 상충되는 신호네요. 당신과의 사이를 좁히려고 한 것 같지는 않지만 분명 약간의 흥미를 내비쳤어요. 당신이 두 번이나 그 자리를 떠나려 했을 때 그녀는 당신이 아직도 보고 있는지 눈을 돌렸고, 즉시 당신이 추천한 책의 뒤표지를 읽기 시작했거든요.” “이런! 다시 가서 전화번호를 달라고 할까요?” 나는 묻는다. “아니오.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이제 장소를 옮겨 실험해봐요. 실험 대상은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여성에게 보내야 할 메시지는 “여기 내가 있소, 나는 남자요, 그리고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요”라는 의미로 압축된다. 여성에게 접근하기 전, 그녀의 일반적인 사교행동을 관찰하라. 그러한 기초지식을 갖고 있을 때 그녀의 행동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본능과 혼란의 허브 클럽
이스트 빌리지의 최고급 클럽에 들어선 우리는 곧바로 구석진 테이블로 향한다. 시간은 7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사람들을 주저 없이 취하도록 만드는 곳이다. 하기 어려운 문신을 팔에 하고, 앵무새 모양 머리에, 형광 안료의 모든 색이란 색은 다 들어간 줄무늬 옷을 입은 여자들 20명 정도가 그곳에 앉아 있다. 그녀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앉아 술을 시키려는데 카니가 나를 제지한다. “먼저 기본 태도부터 확실히 알아두는 게 중요해요.” 카니의 말이다.
“상대 여성의 일반적인 사교행동을 파악하란 말입니다. 그것을 기본으로 해야 눈을 맞추었을 때나 몸을 더 가까이 밀착시킬 때 달라지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어요.” 우리는 다 함께 같은 대화에 몰입하고 있는 저 7명의 여자와 1명의 남자가 친구관계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7명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정말 매력적이다. 우리는 몇 분에 걸쳐 여자 한 명 한 명마다의 기본 분위기와 태도를 분석한다. 조용한 여자, 괜찮은 여자, 우두머리격의 여자, 시무룩한 여자, 음탕해 보이는 여자로 구분된다. 마치 6인조 여성 팝 밴드인 푸시캣 돌스를 분석하는 것처럼 그 자체로도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녀들의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한 나는 그녀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 몸을 구겨 그들 사이에 끼어 앉은 후 술을 주문한다. 괜찮은 여자로부터 짓다만 것 같은 옅은 미소를 받긴 했지만 행동상의 별다른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카니는 그녀들에게 이미 흥미로운 징조를 발견한 상태였다. “여자들 중 갈색 머리의 조용한 여자가 가장 극적인 행동상의 변화를 보였어요.” 카니가 말을 잇는다. “먼저, 당신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약간 긴장한 채 차렷 자세를 하고 앉았어요. 입술을 약간 내민 것은 욕망과 연관지을 수 있지요. 당신을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주변 시야에서 당신을 매우 의식하고 있었고, 즉시 얼굴에 손을 댔고 그다음에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만졌는데 이 역시 욕망과 연관이 있답니다.” 카니의 말은 계속됐다. “당신이 걸어왔을 때 그녀는 어깨 너머로 당신을 쳐다보다가 당신이 가까이 접근하자 갑자기 자세를 바로잡았어요.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 표정과 몸짓이 과장되기 시작했죠. 그러더니 당신이 다시 여기로 걸어올 때 당신을 쳐다보는 거 있죠.”
“와, 그걸 다 봤단 말이에요?” 나는 물었다. “물론이죠. 따라서 그녀가 당신의 존재를 굉장히 의식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당신의 위치를 은근히 신경 쓰던걸요. 그녀는 옷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무리에서 돋보이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요. 아마도 무리의 다른 여자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생각을 한거겠죠. 그러니 만약 도전대상을 골라야 한다면 당신에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갈색 머리의 그녀를 선택하는 게 낫겠어요.” “가서 그녀와 대화를 시작할까요?” 카니의 분석에 나는 용기백배해진다. “그녀가 마냥 불안해하기만 하면 어쩌죠?” 나는 갈색 머리의 표적을 바라본다. “흠, 다시 저쪽으로 가서 그녀가 다른 뚜렷한 행동을 보여주는지 살펴본 다음에저것 봐요!” 카니가 갑자기 흥분한다.
“여자들 틈에서 계속 자신을 당신의 눈에 띄게 만들려고 부자연스런 자세와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당신이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안 거예요.” 사실 그 여자가 처음에 끌린 여자는 아니었지만 내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그녀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저 여자가 당분간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을 것 같으니 살짝 다가서보세요. 그리고 말실수는 안하는지 살펴보세요. 발음을 잘못 한다든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든지, 말꼬리를 흐리지는 않는지 말이죠. 그런 부자연스러운 실수들은 인지적인 중압감을 갖고 있다는 징표랍니다. 당신의 존재에 온 신경이 쏠린 나머지 원래 하던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되는 거죠.”
들이 본능적으로 보이는 구조에 의해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그녀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어울리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당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임을 확신시켜주는 것입니다. 친구들이 인정하면 기회를 만들기가 더욱 쉽죠.” 그녀의 관심에 보답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어울리지도 않는 허풍을 잔뜩 채운 나는, 계산을 하고 있는 새까만 머리의 여성에게 다가가 예전에 써먹었던 구식 대사를 슬쩍 던져본다. “안녕하세요. 저쪽에 앉아 있으면서 당신에게 어떤 말을 걸까 궁리하며 재미있는 말을 많이 생각해놨는데 벌써 나가시는군요!”
“그러게요! 정신 안 차리면 놓쳐요!” 그녀가 던진 뜻밖의 말이다.
위로 젖혀진 눈썹(경멸, 오만의 뜻). 좋지 않은데. 희미한 미소(관심, 호감). 좋았어. 각도 45도 (방어). 이건 아니야. 삐죽거리기(욕망, 관심). 좋아. “시간이 너무 늦긴 했지만, 제가 생각해낸 걸 꼭 들으셔야 해요.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그걸 써먹으셔도 돼요.” 웃음(호감, 즐거움). 좋아.
“오, 그래요?” 그녀가 말한다. 머리카락을 만진다(몸단장, 관심). 좋아. “네, 전화번호를 주시면 다음에 만날 때 제가 그것들을 죄다 적어드리죠.” 더 큰 웃음(호감, 즐거움). 이거야. 거리를 좁혀온다(호감, 연합). 좋아. 허물어지는 각도 15도. 빙고. 베키는 냅킨에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서 내 손에 쥐어준다. 그다음 코트 지퍼를 잠그더니 우리의 실험실을 떠난다.

 

만약 그녀가 여러 사람 중 하나라면 친구들 틈에서 돋보이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쓸 것이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목소리를 크게 하며, 몸짓을 과장할 것이다. 명백한 관심의 증거는 바로, 대화하는 동안당신과의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다.

설렘과 두려움 가득한 소개팅
클럽에서의 성공에 한껏 사기가 충천된 나는 이제 혼자 시도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결심한 나는, 나중에 사후 분석을 위해 카니에게는 내가 보낸 저녁에 대해 다시 설명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친구가 주선해주는 소개팅이다. 나는 이전에 지나가면서 아드리아나를 잠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인 리사에게 달콤한 감언이설로 그녀의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떼를 썼다. 우리는 이메일로 만날 약속을 잡았고 이틀 뒤 한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드리아나가 매력적이었다는 건 기억났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렇게까지 예쁜 줄은 몰랐다.
“안녕!” 큰 눈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아드리아나가 활기차게 말한다. 우리는 겨우 몇 분밖에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사이임을 떠올리며 악수를 해야 할지, 안아야 할지 망설였지만 그녀는 몇 초 동안은 여운이 남을 정도로 나를 꽉 끌어안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겉으로는 웃으며 이렇게 말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스튜어트 스몰리식 주문을 외우고 또 외운다. “나 여기 있소, 나는 남자요,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요.”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그녀가 말한다. 우리는 손을 서로의 팔꿈치에 댄 채 서로를 완전히 마주 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실 것 좀 갖다 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지금 마시고 있던 게 뭐죠?” 그녀가 묻는다. “브루클린 라거요.” “좋아요, 저도 그걸로 하겠어요.”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의 호기어린 주문이 나의 가슴을 자극한다.
우리는 2인용 높은 테이블에 앉는다. 처음에 의자들은 네모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 놓여 있었으나 매우 활기 넘치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대화가 몇 분간 오가는 동안 그녀는 연신 의자를 조금씩 끌어당겨 내 의자와 일직선 방향으로 놓이게 하는가 싶더니 지금은 무릎이 약간 닿을 정도가 되었다. 내가 카니의 말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걸까? 자꾸만 카니가 일러줬던 최후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나를 받아줘요, 나는 당신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확실한 한 가지는, 우리가 서로 눈을 많이 맞추고, 맞장구도 많이 치며, 적절한 질문들을 많이 던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몰입하고 있고, 흥미를 느끼고 있으며, 서로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행동으로 말하고 있다. 맥주를 다 마신 다음에도 아드리아나는 향이 강한 블러드 메리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고, 나 역시 그녀의 결정에 따라 가고 싶은 마음에 같은 것을 주문한다. 내가 카운터에서 돌아오자, 아드리아나는 자신의 손을 내 손 위에 얹는다.
나중에, 아드리아나가 내 손을 잡은 일에 대해 말했을 때 카니의 설명은 이러했다. “그런 상황에서 접촉은 매우 많은 것을 말해주지요. 근접 거리 안에서는 오직 당신들 두 사람밖에 없는 거잖아요. 아드리아나는 당신의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었고 당신을 설득하거나 어떤 행동에 끌어들이려고 애쓰지도 않았어요. 따라서 손을 잡은 것은 접근하라는 신호 말고는 다른 목적이 없는 것 같군요.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관계를 진행시킬 의무와 실질적인 능력은 남자한테 있으니까요.”
횡설수설과 말더듬까지 서로를 충실히 모방하면서 90분을 보낸 후 배가 고프다는 결론에 도달한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구석자리 테이블에 자리 잡은 우리는 이번에도 일직선이 되도록 앉는다. 무릎과 무릎을 붙인 채, 떨어진 거리가 30cm도 안 될 정도로 몸을 바짝 기댄다. “굳이 가까이 할 필요성이 없음에도 서로 얼굴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확실히 접근, 호감, 친밀감 등을 나타내는 신호입니다.” 카니의 말이다. “무릎이 가까워진 것보다 얼굴이 가까워진 것이 확실히 더 많은 것을 상징한답니다. 게다가 실제로 키스를 하느냐를 고려할 때 그 첫번째 조건이 바로 얼굴을 얼마나 가까이 두느냐이지요.”
아드리아나와 함께 지하철 승강장까지 걷는 동안 일어난 신호들은 모두 좋은 의미로 보였기 때문에, 매섭게 몰아닥친 얼음장 같은 칼바람만 아니었어도 그렇게까지 빨리 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저녁 식사 후, 그때까지만 해도 당연한 결론으로 생각했던 섹스에 대한 기대는 한풀 꺾인 상태였다. 우리는 가볍게 안았고, 그녀는 다음에 친구들끼리 함께 보자는 말을 남겼는데 사실 그 말을 들은 나는 무척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카니에게 아드리아나가 데이트 초반에 보였던 비언어적 행동들을 내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한 건 아닌지 물어본다. “아닙니다. 감정에 기반을 둔, 자동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비언어적 행동은 통제된 반응보다 훨씬 시사하는 바가 많기 마련이지요. 말씀하신 것처럼요. 당신이 키스를 하거나 관심을 확실히 표현해주는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드리아나는 자신의 접근행동에 자신이 없어지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한마디로 겁쟁이였다는 말을 카니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녀가 그룹 데이트를 입에 올린 것은 자신도 모르게 던진 명확한 단서들을 숨기기 위한 노력이었어요.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표현을 후회했을지 몰라요. 즉, 좋아하는 감정을 자동적으로 표출해버린 이전의 비언어적 행동들을 인위적으로 감추고 취소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골라 한 거지요.” 이 말에 내 기분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이 지구상에 사는 다른 2백만 종의 생물들과 달리 인간은 말을 통해서 본능적인 비언어적 행동들을 취소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암컷 비비는 크고 빨간 엉덩이를 하루 종일 드러내고 자신에게 구애하는 수컷 비비에게 그냥 친구가 되자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수컷 비비가 엉덩이를 보여준 것이 무엇을 원하며 한 행동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드리아나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실컷 드러내도록 부추긴 후에 정작 대답을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얼마나 비신사적인 행동인가! 결국 그녀의 신호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던 나의 실수였던 것이다.
데이나 카니와 만난 후 나는 여성들은 이러한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미묘하고 함축적인 반응을 보이며 자신들이 보내는 메시지에 대한 통제력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따라서 남성에게 갖고 있는 여성들의 일반적인 불평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남자들이 어떤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데 있다.

 

글 그랜트 스토다드 스타일리스트 양희연

출처 : 미소짓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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