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한 우리들의 가치관
"일을 한다."라는 의미가 몸을 사용하여 기술을 이용하고, 땀을 흘려 노동을 하는 것보다 사무실 데스크에 앉아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먼저 연상되어지는 지금, 우리의 몸은 '노동'의 근원이기 보다 '미(美)'의 기준으로써의 가치에 그 중심이 더욱 크다. 명품 의류나 악세사리, 화려한 화장기술의 시대를 지나, 이젠 제 자신의 피부, 얼굴, 몸매의 아름다움 자체가 '부(富)의 상징'이 된 지금, 더이상 우리의 '몸'은 생산을 위한 수단이 아닌, 악세사리로 가꾸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조류가 도시에 한정된 이들의 배부른 생각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이러한 '몸'에 대한 인식은 비단 대한민국 도시상류층만의 인식이 아니라는 것에서 이미 보편화된 문제이다. 우리는 TV나 지면광고 등을 통해서 허리가 휘도록 마르고 날렵한 선남선녀들의 '몸'을 수없이 접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연예인, 그리고 방송인 들을 통해서 '아름다운 외모와 몸'은 곧 부와 권력이 될 수 있음을 시청각적으로 학습한다. 그리고, 일반인들 또한 그러한 주류 혹은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그리고 성형수술 등에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몸'에 대한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현주소이다.
노동을 위한 '몸'에 대하여
그러나, SBS의 교양정보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은 현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게 생활을 위해 '몸'으로 기술을 익혀 노동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의 구성은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다.
'달인'이라 불리우는 주인공들의 기술을 보여주고, 제작진이 원하는 테스트를 통과 한 뒤, 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어 내거나, 혹은 같은 업종의 달인들끼리 배틀을 이루는 것이 전부인 이 프로그램은 벌써 138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요리의 기술, 의상 제작 기술부터 고무신 제작, 마늘 까기, 훌라후프 제작, 행사의사 정리업 등의 아주 단순한 노동까지, 10년 이상을 한 업종에 종사 해오며 이미 '달인'의 경지에 이른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세대가 잊고 있었던, 혹은 차마 알지 못했던 '노동'의 다른 의미를 통해 어떤 진한 감동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기술'을 배워 현장에 뛰어들기 보다 '공부' 잘하는 법을 배워 대학에 가고, 유학을 가서 사무실 데스크 하나 차지해서 '일을 하는' 화이트 칼라가 되기를 원하는 우리들은, 삶의 대부분을 작은 공간 안에서 식사도 대충 때운채 단순노동에 매진하는 '달인'을 발견하게 되면 안타까워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동정을 느낄 때도 있다. 맨손으로 일해서 굳은살이 생긴 달인의 손, 하루종일 보트를 싣는 일만, 혹은 하루종일 의자를 옮기는 일만 하는 '기계화' 된 달인들을 볼때도 같은 마음이 든다.
반복적인 업무로 인한 유능한 '기술'들을 얻기까지, 쉬지 않고 '몸'으로 노동했을 달인들의 삶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매가 '몸'에 대한 가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쩌면 더 안타까운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미치는 순간,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동안 노동을 해온 이들의 몸은 모델들의 몸에서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숭고함'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달인들이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함'에서 비롯된다. 고된 작업의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노력하여 얻어낸 정직한 댓가, 그것으로 가족의 행복을 지켜가는 이들의 미소는 그래서 당당하고 아름답다.
고급 승용차를 이끌고, 부동산과 주식으로 재산을 불리는 이들이 아름답게 가꾸어 자신을 과시하는 '몸'보다, 아직 근대에 머물러 있는, 매일을 고되게 노동해야 하는 '달인'들의 기계화 된 '몸'이 우리들의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해 준다는 사실. 이것을 우리들에게 매 주 보여주는 <생활의 달인>은 그렇게, 인간의 '몸'에 대한 고전적인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사람이 살면서 가치를 두어야 하는 것, 그리고 '일을 한다'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한쪽으로만 치우쳐 급물살을 타듯 쏠려 가는 이 시대에,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삶의 가치는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다는 것을, 단순노동 하나에도 생활의 '달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생활의 달인>은 끝나지 않을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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