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의 단독주택 단지에 살고 있는 김모(44) 씨는 올해 초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부인은 이왕 이사하려면 서울 강남으로 가자고 했지만 김 씨는 답답한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더 끌렸다.
그는 요즘 집집마다 딸려 있는 마당에 정원을 꾸미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웃 주민들과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어울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파트만 고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근 참살이(웰빙) 바람과 함께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왕국인 한국에서도 동호인 주택 같은 단독주택 단지와 타운하우스가 주목받고 있다.
○ 동호인 주택: 개성 있는 내 집 가꾸기
동호인 주택은 주로 같은 직장이나 친목단체에 속한 사람들끼리 경관이 뛰어난 곳에 공동으로 땅을 매입해 지은 단독주택 단지를 말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직장인 동호회를 중심으로 경기 용인시, 파주시 등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동호인 주택 업체 JBS의 정병수 사장은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혼자 살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동호인 주택을 선호한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땅을 사고 건축허가를 받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양지 푸르메 마을은 대표적인 동호인 단독주택 단지다. 현재 단독주택 86채가 있다. 2000년 12월부터 삼성에버랜드 직원들을 중심으로 입주를 시작했다.
6년째 여기서 살고 있는 이모(48·주부) 씨의 집은 대지 190평에 건평 60평 규모. 70평가량 되는 앞마당에는 널찍한 정원과 나무로 만든 데크가 있다. 이 씨는 가끔 이웃과 함께 야외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바비큐 파티를 즐긴다.
이 씨는 “서울에 살 때는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곳에서 ‘이웃사촌’들을 사귀면서부터는 더없이 편하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수업을 마치면 이웃에 들러 허물없이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공동체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동호인 주택 입지를 정하는 기준의 하나로 교통의 편리함을 들었다. 실제로 이곳은 단지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두 자녀의 학교가 있는 용인시까지 20분이면 오갈 수 있다.
동호인 주택의 또 다른 장점은 각자 개성에 맞게 자신만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동호인 주택은 입주민의 기호에 따라 평면설계나 내부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 타운하우스: 적은 관리비로 단독주택의 이점을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중간형태라 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눈여겨 볼 만하다.
경비(警備)와 난방 등을 공동으로 해 관리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은 공동주택과 닮은 점. 또 1∼2층 높이의 독립된 개별 주택이 옆으로 길게 늘어선 형태는 단독주택 단지와 비슷하다. 단, 정원과 복지시설 등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단독주택 단지와는 구별된다.
단독주택 단지에 비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복지관이나 체력단련장 같은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타운하우스를 짓기에 적합한 땅을 구하는 게 관건.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타운하우스는 남향을 유독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단독주택을 한 줄로 길게 배치한 형태가 많다”며 “이에 딱 맞는 택지를 찾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동호인 주택처럼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쾌적한 자연환경에 각별히 신경 쓴다. 올해 3월 경기 파주시의 한 타운하우스에 입주한 김모 씨는 “단지 뒤편에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어서 언제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며 만족해했다.
타운하우스의 효시는 1983년 완공된 서울 구로구 항동 그린빌라(33∼65평형, 137채).
이미 입주한 타운하우스 단지 중에는 경기 파주시 ‘헤르만하우스’(28∼33평형, 137채)와 화성시 동탄지구의 ‘우림 필유 게이티드하우스’(32평형, 286채)의 인기가 높다.
용인시 동백지구에 들어설 ‘세종 그랑시아’(110평형, 55채)도 눈길을 끈다. 석성산 자연공원이 지척이고 집마다 40평 정도의 개인 정원이 딸려 있어 전원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올해 2월 개통된 동백∼분당간 도로와 2009년 개통될 예정인 경전철 동백역이 가까워 교통이 편하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24시간 안전을 보장하는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가구가 남향 및 남동향으로 설계돼 있어 통풍과 채광효과가 뛰어나다. 2008년 3월 입주예정.
대한주택공사가 내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분양할 예정인 75평형 연립주택 81채도 타운하우스로 지어진다. 주공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핀란드 일본 미국 등의 건축 설계사들이 참여해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 건설업체로는 대우건설이 인천 청라지구에 212채를 2008년에 분양할 예정이며 롯데건설도 청라지구 내 대형 골프장에 타운하우스 200채를 짓는다.
▼ 도로망-기반시설 확보가 열쇠▼
대기업 부장인 K(45) 씨는 은퇴한 뒤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꿈을 앞당겨 올해 경기 파주시의 한 전원주택 단지에 입주했다. 출퇴근 시간이 좀 더 걸리는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도심에서 워낙 멀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데다 단지 앞 도로가 좁은 1차로여서 승용차로 출퇴근하려면 ‘지옥’이다.
전문가들은 “전원생활의 낭만을 누리고 싶다면 먼저 입지나 시설조건을 충분히 따져봐야 K 씨와 같은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우선 도심과 멀지 않은 지역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도로망이 잘 정비돼 있어야 한다. 큰 도로에 이르는 길도 넓고 편해야 한다. 주변에 산이나 공원을 낀 녹지공간이 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
난방 방식도 신경 써야 한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단지가 좋다. 도시가스 공급이 안 되는 단지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쓰지만 가끔 한겨울에 난방이 끊겨 고생하기도 한다. 게다가 LPG는 난방비가 도시가스보다 약 25%가량 더 들어간다.
수도시설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수도관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우물을 파서 양수기로 지하수를 끌어 쓰는 단지도 있다.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전원주택 단지는 한여름에 양수기 모터가 고장 나 급수차를 동원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단지가 아닌 개별 단독주택을 원하는 수요자라면 토지 및 주택허가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군사보호지역은 군부대의 동의가 필요하고 농지나 임야 관련 허가절차도 따로 있다. 땅주인과 건물주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기본이다.
이 외에도 물이 새는 곳은 없는지, 지반이 물러서 집이 내려앉을 위험은 없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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