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서 -
저 이 광요, 이 승윤은 대학 졸업할 때 까지 먹고 자고 입는 것 이외의
모든 비용을 대학 졸업 후 엄마 아빠께 반드시 갚을 것을 약속합니다.
2007. 10. 4일
이 광요, 이 승윤
어제 드디어 울 애들, 두 놈으로부터 각서를 받았다.
평소에 애들에게 들어가는 의식주 이외의 비용은 나중에 반드시 엄마 아빠에게 갚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가게(식당)를 하다보니까 명절 때도 며칠을 맘놓고 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추석 때는 여동생네 편으로 애들을 하루 일찍 고향으로 보내고, 나와 아내는 다음날 따로 고향을 찾았다. 추석날 오후 시집의 차례를 마친 여동생이 친정을 찾아서 하는 말.. "오빠! 그제 광요 하고 승윤(우리집 아들과 딸)이 데리고 내려오는데, 애들 얘기 하는게 넘 웃겨서 내려오는 동안 이서방하고 배꼽을 잡았어." 라고 하면서, 그날 차안에서 우리 애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애들끼리 어른이 되었을 때 얘기를 하다가.. 우리 딸아이가, 자기는 스무 살이 되면 자기 마음데로 다 할 꺼라는 얘기를 했더니.. 울 아들 "야 승윤아! 우린 어른이 되면 엄마 아빠 빚부터 갚아야 되는데 어떻게 니 마음데로 해?"라더란다. 이 때 울 딸 " 오빠~ 난 어차피 안 갚을 건데 뭘.. 오빠나 갚아.." 하더란다. 항상 곧이곧데로인 울 아들은 약속을 안 지킨다는 동생에게 꾸지람 반 설득 반으로 한참을 타이러더란다.
난 그 얘기를 듣고, 안되겠다 싶어 애들에게 각서를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어제야 애들 친필로 각서를 쓰게 하고는 지장까지 받아 내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상한고도 재미있는 것이 그 각서를 받아드는 순간 그 느낌이.. 허~ 참!! 왠지 든든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뭐랄까~? 곡간에 그득한 양식을 보는 느낌이랄까.. 만기납입한 연금보험증서를 보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흐뭇한 기분으로 집사람에게 각서 두 장을 보험증서 보관하는 파일에 넣어 두라고 일렀다.
그리고 어제 잠자리에 드는 울 집사람 피식 웃으면서.. "자기야! 애들 각서 받아놓고 읽어보는데, 기분이 든든 하더라.." 한다. 집사람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나보다.
오전에, 이 얘기를 고향의 어머니께 전화로 알렸더니, 한참 얘기를 듣던 울 어머니가 웃으며 하시는 말씀.. 너희 외할아버지가 네 이모 교대 보낼 때 각서를 받아 놓더니.. 너도 참 니 외할아버지를 꼭 닮아가는구나!" 하신다.
난 이렇게 하나의 노후보장을 한 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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