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최대한 많이 머리를 굴려라 / ② 뇌 산소 빼앗는 과식·비만 조심 / ③ 끼니 꼬박꼬박, 포도당 일정하게
늘 갖고 다니는 열쇠나 지갑을 하루에도 몇 번씩 찾고, 대화 중 동창생 이름이 갑자기 안 떠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쇼핑을 하다가도 '가스불을 잠갔나?''문단속은 제대로 했나?' 자문해 보지만 도통 기억이 안난다. '내가 혹시 벌써 치매?'.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덜컥 겁부터 난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82세에 파우스트도 집필했다는데. 과연 노년기까지 또렷한 기억력을 유지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나이 들어도 정신활동을 꾸준히 하자
심신의 노화는 20세 무렵이면 시작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는 "우리 몸처럼 정신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끊임없는 활동을 통해 뇌 기능을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0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체력검사를 해보면 평상 시 운동.식사.질병관리에 따라 30~70대의 분포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실제 독서.예술활동 등을 꾸준히 하면 뇌 세포의 자연적인 노화 과정을 늦출 뿐 아니라 수상돌기의 기능이 증가된다. 수상돌기는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뇌의 구조물로 판단력을 담당한다. 노년기에도 불후의 걸작을 남기는 작가.예술가들이 존재하는 이유 역시 수상돌기가 발달한 덕분이다.
기억력 향상을 위해선 평상시 효율적인 기억력 보존법을 생활화해야 한다.
참고로 '기억력 감소(건망증)=치매 증상'은 아니다. 건망증과 치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특정 사실과 관련된 힌트나 부연 설명을 했을 때 '아, 그거~' 하며 떠올릴 수 있느냐 하는 점. 떠올리면 건망증, 까맣게 잊어 버리면 치매다. 건망증은 뇌 어딘가 저장해 둔 기억을 제때 효과적으로 꺼내지 못한 상태. 반면 치매는 뇌손상으로 기억 자체가 안 되는 병이다.
고른 영양 섭취도 기억력 유지에 필요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뇌 역시 신체의 장기다. 산소와 영양(포도당) 공급이 필요하다는 뜻. 따라서 기억력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해선 늘 '적절한' 산소와 영양분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과식이나 비만을 피하는 것. 몸에 좋은 음식이라며 많이 먹다 보면 섭취 칼로리가 높아지고, 비만과 고지혈증으로 이어져 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각종 만성병에 시달린다. 문제는 이들 질환이 뇌 혈액순환 감소의 요인이 된다는 점. 산소와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니 뇌 기능이 떨어져 궁극적으로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뇌기능 향상을 위해선 칼로리 섭취는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기왕이면 질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단백질 섭취를 위해선 고기보단 생선을, 탄수화물은 쌀밥보단 잡곡밥을 통해(흰빵 대신 통밀), 비타민은 주스보단 생채소.생과일로, 지방은 동물성 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 등을 사용하는 식이다.
폭식도 피해야 한다. 조 교수는 "칼로리를 세 끼 식사와 두 번의 간식으로 분산.섭취해 뇌에 공급되는 포도당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게 하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뇌세포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루 30분 반드시 운동하자
운동은 기억력과 인지 기능의 촉매제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각종 실험 결과 운동은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신경세포 재생을 도와줄 뿐 아니라 신경세포끼리의 연결도 원활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하루 30분 이상 운동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규칙적인 운동은 또 뇌혈관 질환을 초래하는 콜레스테롤.혈당.혈압을 낮춘다. 이런 기능이 기억력을 오래도록 유지시키는 데 한몫 한다는 것이다.
운동도 무작정하기보단 원칙을 지켜야 효과를 본다. 운동 시작 전 체력 점검은 기본. 운동은 매일 같은 시간에 해야 한다. 노인은 평지를 빨리 걷는 운동이 가장 권장된다. 만일 관절염.요통 때문에 일반적인 운동을 하지 못할 때는 누워서 하는 운동이나, 물에서 하는 운동 등 적절한 종목을 선택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