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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가 놓일 가덕도의 천가동 공사현장. 이곳에서부터 바닷속 침매터널이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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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면적의 24%(179㎢)를 차지하는 광활한 강서구. 비옥한 들녘은 부산·경남의 곡창지대로 인식돼 여지껏 농촌 아닌 농촌으로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상전벽해. 낙동강의 너른 서쪽벌은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로 전혀 손색이 없다. 기장군과 더불어 부산 과밀화의 대안이자 부산 발전의 심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서의 수많은 개발사업 가운데 실질적 파생효과가 가장 큰 거가대교와 부산신항의 현장을 살펴봤다.
#교통혁명 거가대교
부산(강서구 가덕도)과 거제도(장목면 유호리)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교통혁명'이란 단어로 압축된다. 기존 부산~거제간 거리(사상터미널에서 거제시청까지 140km)를 60km로 확 줄여, 서울~부산 통행시간에 해당하는 3시간30분을 단 40분으로 앞당겨 놓을 전망이다.
다리 건설을 통해 발생될 유·무형의 파급효과도 기대감을 부풀게 만든다. 단축된 거리·시간으로 얻게 될 비용 절감은 연간 4000억 원, 여기에 도로에 뿌리는 유류비로 16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 사업을 맡고 있는 GK해상도로(주)측은 거제~통영~진주와 부산이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묶이면서 소비시장 규모가 현재보다 1조2000억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부산과 경남이 U자형 교통네트워크를 형성해 남해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 효과와 함께 남해안 관광의 새로운 인프라 기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착공에 들어간 거가대교의 현재 공정률은 25%. 대죽도와 중죽도를 잇는 인공섬 공사가 거의 마무리 시점에 와 있다. 다리는 2010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거가대교의 총사업비는 1조4469억 원. 교량공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대우건설 등 국내 8개 건설회사가 참여한 GK해상도로(주)가 사업을 주관하며, 준공과 동시에 다리의 소유권은 부산시와 경남도가 넘겨 받는다. 대신 회사는 BTO방식으로 40년 간 통행료를 징수해 공사비를 환수한다. 준공 시점 기준으로 통행료는 일반 승용차가 1만 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총연장 8.2km의 거가대교는 1개의 침매터널과 2개의 사장교가 혼합되는 독특한 시공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침매터널은 거대한 콘크리트 침매함을 바다에 가라 앉혀 그 속으로 차량이 지나 다니게 하는 첨단 공법. 유럽 등지에서는 널리 쓰이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다.
침매터널이 놓이는 지점은 가덕도에서 대죽도 사이 3.7km 구간. 최대 50m 바닷속에서 모두 18개의 침매함(1개 길이 180m, 높이9.75m, 폭 26.5m )을 이어 붙인다.
이 구간을 침매터널로 만드는 이유는 해군 함정과 대형 선박의 운항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침매함은 36km 떨어진 통영의 안정공단에서 제작해 해상으로 운반한다. 한 개의 침매함을 만드는데 8개월, 동시에 4개를 제작할 수 있어 총 40개월이 소요된다.
대죽도~중죽도~저도~거제를 잇는 나머지 구간 4.5km는 두 개의 사장교(주탑에 연결된 케이블이 상판을 떠받드는 다리)로 지어진다. 거가대교는 폭 21.6m(왕복 4차선)에 주행속도 80km를 기준으로 건설된다. 다리가 지나는 인공섬 주위에 휴게소도 설치해 다리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GK해상도로(주)의 관리팀 김태수 과장은 "침매터널과 사장교 모두 육상에서 미리 만들어 해상으로 운반·시공하기 때문에 내년 연말이 지나야 바다위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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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국책사업의 하나인 부산신항. 웅장함이 느껴지는 북측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선박이 하역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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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 24시
강서구 성북동 부산신항으로 곧게 뻗은 전용도로는 탁 트인 시야만큼이나 한산했다. 간간이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지나가지 않았다면 미개통 도로로 착각해 차를 돌렸을지 모른다. 신항 입구에 다다르자 왼편으로 가덕대교와 다목적부두 배후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부산신항과 가덕도가 이 만큼 지근거리였는지, 그리고 가덕대교외에 신항의 잔교(棧橋)를 통해 가덕도가 사실상 육지화 된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3대 국책사업인 부산신항만 개발. 공사비만 2011년까지 9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여를 앞당겨 3개 선석을 개장한지 9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의욕에 찬 조기 출발은 곧 '개점휴업'이라는 참담한 꼬리표가 붙었다. 최신 설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실적은 올해 목표치 80만TEU에 턱없이 모자란다. 하지만 우려와 비난 속에서도 부산신항은 동북아 물류 중심지의 미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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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관제탑에 해당되는 부산신항의 통제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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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신항에 서면 누구나 그 광활함에 압도된다. 현재 문을 연 북측터미널도 시선이 닿지 않을만큼 웅장하다. 신항의 전체 규모는 342만 평. 배후부지로 북측 93만 평, 남측(가덕도) 41만 평, 서측 195만 평 등 총 329만 평이 순차적으로 개발된다. 특히 부산신항만(주)이 개발할 북측 배후부지에는 물류 시설외에 호텔, 쇼핑센터, 주택, 학교, 공원 등이 공존하는 혁신 도시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배후단지의 조성을 통해 하역작업만 하는 단순 항구에서 탈피, 화물 창출형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다.
시설·장비면에서도 부산신항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항만운영 정보처리시스템(ACDIAC)은 트럭의 체류시간을 20분 이내, 선박 접안도 14시간 안으로 줄여 생산성과 효율성 두마리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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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50m 높이에 위치한 안벽 크레인의 캐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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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부산신항의 최고 자랑거리는 65m 높이의 안벽 크레인들. 파란색으로 도색돼 바닷가 쪽으로 사열하듯 줄지어 선 모습이 장관이다. 대당 가격이 60억, 무게만 1700t에 달하는 이 자이언트 크레인의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시간당 35개. 동일한 조건에서 북항보다 10개나 빨리 옮길 수 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 마침 쿠웨이트 국적 UASC 선사의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산신항만(주)의 안내로 안벽 크레인의 캐빈(운전석)에서 하역작업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캐빈의 지상고는 50m. 원체 높아 승강기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승강기에서 내리자 가슴이 철렁하고 움찔해졌다. 듬성듬성한 철골 구조물 사이로 까마득한 땅바닥이 훤히 내려다 보이기 때문.
허공에 떠 있는 3평 남짓한 캐빈은 항공기 조종실을 연상시켰다. 사방은 물론 바닥까지 유리로 덮여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다. 조종간을 잡은 크레인 기사 김종성 씨는 안전벨트를 동여맨 채 발아래에 시선을 고정하고 하역작업에 열중이다. 접안한 선박에서 컨테이너에 와이어를 걸어 트랙터에 옮겨 싣는 일이다. 길거리에서 자주 봤던 인형뽑기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에게만 허용되는 업무다. 항만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기술이기도 하다. 김 씨는 "간혹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컨테이너를 찍어 올릴 때는 낚시를 하는 기분이 든다"며 웃었다.
아직 일감이 많지 않은 부산신항. 그러나 개항 초기부터 24시간 3교대 근무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하역작업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세상을 눈 아래에서 조망할 수 있는 안벽 크레인의 캐빈, 신항의 광활한 전경과 푸른 해역이 동시에 시선에 들어왔다.
글 = 김성한 기자 hone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