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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내는 60이 되도 여자답고 고와야 한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2. 9. 08:22

설걷이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내 엉덩이를  한 번 만지며 웃는다.

"왜?"

안 하던 짓을 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 당신이 기특해서.."

" 내가 막둥이 도시락을 정성껏 싸주어서?"

"응."

" 사먹는 것은   오,육 천원이나 하고 ,컵라면을 먹는다는데 어떻게 도시락을 안 싸줄 수가 있어? 하루 종일 힘든일을 하는데,나는 막둥이에게 도시락이라도 싸 줄 수가 있어서 좋아. 대학 4년동안 하숙밥 먹었는데 이제 함께 살고 있는 것도 좋고 다 좋아."

 

몇 년만에 보는 남편의 평화로운 표정인가?

사업을 실패한 후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늘 뭔가를 해주고 싶어 하던 남편.

 

그동안 타향에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며 힘들게 살았던 것이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아팠다.

그러나 발목 아킬레스건 염증은 계속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남편과 아들이 출근을  할 때도 일어 나지 못해서 각자 빵을 먹고 가거나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 출근을 했었다.

3개월이 지나자 몸도 ,마음도 안정을 찾아 가고 있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 온 아내가 고맙고 좋은 것 같았다.

 

의사는 체중 감량을 권유했으나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니 체중이 줄어들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들은 나의 건강 때문에 체중감량을 매일 권유하고 있다.

"나는 엄마가 뚱뚱해서 창피해"

막내 아들이 충격요법을 쓰고 있다.

" 엄마! 동글,동글하다. 하하하.눈도 코도 얼굴도 동글동글해"

"여보 당신 배 나왔다"

" 엄마는 가슴보다 배가 더 나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소리다.

 

남편의 집안은 장수 집안으로 모두 건강하고 성실하다.

그 이유는 아무리 큰 스트레스가 있어도 누우면 5분안에 코를 골고 자는 데  있는것 같았다.

"엄마가 아빠보다 먼저 돌아 가시는 것은 확실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맞장구를 쳤다. 진심이었다.

"시끄럽다"  남편이 짜증을 냈다.

"그러니까 엄마가 살을 빼고 오래 살아야지요"

말해보고 나니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어서 내가 화제를 돌리면서 웃겼다.

 

"아까 저녁에 길거리에서 [통닭 전기구이]를 빙빙 돌리면서 구워서 팔고 있데. 3마리에 10.000원인데 한 마리에 4,000원 주고 사다 물김치하고 먹었어"

"야아! 하하하"하며 남편과 아들이 동시에 웃었다.

"왜? 밤에 먹으면 살찌니까 저녁에 먹은 거지. 그런데 그 아저씨가 재미 있는 말을 했어. 내가 우리 어릴 때는 이런 것만 팔았고 캔터키 후라이드는 없었다니까 나를 보고 나이도 별로 안들어 보이는데,하는거야 호호호"

" 엄마는 얼굴에 주름이 없으니까"

"그래서 내가 물었지. 내가 나이가 얼마나 돼 보이냐고, 그랬더니 하하하 40좀 넘어 보인다네"

"그래서 내가 58세 용띠에요. 살이 쪄서 얼굴에 주름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말을 자주 들어요. 그랬더니 길거리에서 보름 나물 파는 머리가 하얗게 센, 검은 머리가 하나도 없어. 나하고 동갑이네요. 그러는거야"

온 식구가 모두 웃었다.

 

남편과 아들은 12시가 다 돼서 함께 들어 와서는 그때부터 삼겹살에 신김치를 함께 구워서 막걸리를 먹으며 수다들을 떨며 부자의 정을 나눈다.

나도 그자리에 합석했으나 체중감량도 이유지만 아들들이 엄마를 더 좋아라 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리를 피해주고 안방에서  T V 시청을 한다.

 

"여보! 이미숙이 방송에 나와서 60에도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던데. 그여자가 50이라는게 놀라웠어. 하루에 4~5시간씩 운동을 한데. 나도 여배우라면 그정도 운동을 하겠다. 이건 12년씩 책방에 하루 종일 있었으니 운동을  할 수가 있어?"

'당신에게는 그게 운동이야. 잘했어"

"그런데 당신은 나하고 32년을 살고 매일 봐서 익숙해서 잘 모르겠는데, 다른 아저씨들이 60살이라면 완전 할배야.홀아비 냄새나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봐도 그렇겠지" 하며 남편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런 할배들을 보고 뭐가 마음이 설레서 연애를 하고 싶겠어? 그래서 나이 많고 돈많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과 결혼을 하는가 봐" 

"그래도 당신은 동안이니까, 나이가 그렇게 들어 보이지 않지"

 내가 덧붙이며 남편의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 당신은 살빼서 건강하게 살자구. 가고 싶은 데도 많잖아."

남편은 키가 작고 나와 키가 같다.  체중이 많이 늘으니 내가 더 커보였다.

 

중매로 결혼을 한 후  나를 본 남편 친구들은 모두 얼굴을 보고 결혼을 했다고 말 했을 정도로 나는 맑고 밝았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어머니가 8살에 병환으로 돌아 가시고 시골 할아버지 밑에서 중2까지 자란 남편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이북에서 월남한 친정 아버지는 여성 우대 교육을 하셨고 남동생들보다 맏딸인 나를 더 좋아 하셨다.

남편과 나는 정 반대 성격이고 생활 습관도 달랐다.

 

남편은 '우리 마누라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던 팔불출이었다.

그런데 그 아내를 자기가 고생을 시켜서 몸도 마음도 병들게 한 것을 많이 미안해 하고 있다.

가족에게 고생 시킨 것에 대한 보답으로 서점에 나가서 하루 종일 일하고 막내를 지하철역까지 가서 데리고 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잘한다.

 

나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잠깐 밖에 나갈 때도 깔금한 옷과 단정한 화장을 하길 원한다.

나이가 들어서 우연히 나오는 거친말도 싫어 한다.

본인도 평생을 비속어나,유행어를 쓰지 않고 고운말만 하고 있다.

 

60이 다 된 아내에게 관심을 가지고 돌봐 주는 남편의 사랑에 고마움을 느낀다.

40대에 사업에 실패하고 여자도 따라 붙어서 쫒아 다니고 했을 때 서로 미워하며 전쟁 같은 사랑을 한 적도 있었다.

전쟁같은 사랑!'

 싸우면서도 나는 헤어질 생각을 여러 번 했으나 차마 할 수가 없었고,그는 생각조차 안했다니 전쟁 같은 사랑 일 수 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성격이 그렇게 다르면서 어떻게 32년을 살았어"

언젠가 막내가 물었을 때 남편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서로 달랐으니까 살았지, 같았으면 못 살았지"

 

이혼을 안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참아냈기에 오늘의 평화도 있다고 믿는다.

그와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들들이 결혼 할 때 고운 시어머니의 모습으로 입장 하기 위해서 나를 가꾸기로 결심했다.

그동안은 나를 돌 볼 수 없을 만큼 숨가쁘게 살아 왔다.

 

이제 나만을 위한 시간이 앞에 놓여 있다.

남편과 아들들이 엄마를 사랑하고 많이  존중해주고 있다.

 그것이 너무 행복하다.

 

 

 *1978년 2월9일에 결혼했다.

32번째 결혼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출처 : 모과 향기
글쓴이 : 모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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