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테크/부산토박이 요리 이야기

[스크랩] [몰래가는 맛집] 부산맛집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3. 1. 09:17

[몰래가는 맛집] 대연동 인도레스토랑 '샤바나'
지척에서 찾아낸 이국의 맛과 향
인도식 빵과 다양한 카레요리… 탄두리치킨 '담백'

 
  '샤바나'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카레요리. 맨 왼쪽은 차나마살라, 맨 오른쪽은 치킨티카마살라. 가운데는 테이블 장식품이다.


타지마할 갠지스강 요가…. 인도라는 나라는 여행자들의 로망이다. 나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독특한 색채와 문화의 향기가 늘 이방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10시간 이상 가야하는 거리이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항도 안에서도 인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이 그 중 한 곳을 '찜'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인도 레스토랑 '샤바나'가 그곳이다. "요즘 외국 여행자들이 늘면서 현지에서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행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입니다." 식당을 안내한 조성화(58·자영업) 씨의 말에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경성대 앞 21세기센츄리 빌딩 뒤편에 있는 식당은 아담하다. 은은한 인도음악이 깔리는 실내에는 이국적인 장신구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신 메뉴판이 복잡하다. 전채요리, 밥과 빵류, 카레를 비롯한 메인요리가 메뉴판의 4개면에 가득하다. 동행한 도정희(여·55) 씨는 "나이 많은 우리는 뭘 시켜야 할지 몰라서 사장한테 주문을 일임한다"며 웃었다. 다행히 디너세트라는 것이 있다. 메인 카레요리, 밥과 빵류, 와인, 후식 등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메뉴였다.

3인상에 카레요리는 총 4가지 올라왔다. 차나마살라, 카라이치킨, 믹스베지터블, 치킨티카마살라 등의 이름이 붙어있는 요리이다. 조그만 냄비의 뚜껑을 여는 순간 맵고도 자극적인 냄새가 훅 올라온다. 차나마살라는 '차나'라는 인도산 콩과 각종 향신료를 함께 넣고 끓인 카레요리. 우리의 청국장 찌개를 떠올리면 된다. 카라이치킨은 닭고기와 토마토를 넣고 만든 카레요리이다.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치킨요리로 강한 향신료가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믹스베지터블은 브로콜리 콩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 카레. 치킨티카마살라는 닭가슴살이 주원료이다. 이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카레요리는 총 18가지이다. 닭 새우 양고기 야채 등 주재료를 보고 기호에 따라 고르면 된다.

 
카레요리와 함께 나온 것은 샤프란 라이스와 난. 향신료의 한 종류인 샤프란과 올리브유를 넣고 고슬고슬하게 해낸 샤프란 라이스는 노랗고 윤기가 자르르 돈다. 난은 인도식 빵. 찰밀가루 계란 우유 치즈를 넣고 버무린 반죽을 '탄두르'라는 화덕에서 구워낸 것이다. 난은 1인당 한 개씩이고 샤프란 라이스는 3인상에 2개 올라왔다. 사장이나 종업원이 이름과 재료, 먹는 법을 상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접시 크기 만한 난은 따뜻할 때 쫄깃쫄깃 더 맛있다. 난을 조금 뜯어 손에 쥐고 카레요리를 한 종류씩 얹어 돌돌 말아먹으면 된다. 네가지 카레의 맛을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향신료와 재료가 모두 달라 혀가 지겹지 않다. 곁들여 나온 소량의 와인 한잔과도 잘 어울린다. 샤프란 라이스는 카레를 끼얹어 비벼먹는다. 카레와 밥은 무한 리필이 된다.

세트메뉴에는 없지만 인도의 대표적 음식인 탄두리치킨(점심 1피스 2000원, 저녁 1피스 3000원)도 주문했다. 향신료 소스에 하루밤 재워두었다가 탄두르에서 구워낸 닭요리이다. 밝은 주황색 양념이 골고루 배어 바싹 구어진 닭다리가 먹음직스럽다. 조 씨는 "화덕에서 기름이 쫙 빠지기 때문에 여성들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레몬을 뿌린 후 토마토칠리소스에 찍어먹는다. 기름기가 너무 없어 다소 퍽퍽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이다. 입가심은 짜이(3000원)라는 차이다. 차(茶)가 인도 말로 '짜이'이다. 짜이는 홍차에 우유를 섞어 달짝지근하게 끓여낸 인도식 홍차. 홍차와 우유의 궁합이 의외로 멋지다. 인도식 수제요구르트인 라씨(3500원)도 좋다.

카레요리 2개와 난, 라이스, 음료로 구성된 점심세트는 1인당 7000원, 저녁세트는 1인당 1만 원이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주 월요일이 휴무이다. 금 토 일요일은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주차장은 1시간 무료. (051)621-4821


 
  탄두르라는 화덕에서 기름기를 쫙 빼면서 구워낸 탄두리치킨.
# 주인장 한마디

- "수제 향신료로 맛 차별화 노력"

지난 2005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정지순(30) 씨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수제향신료를 직접 갈아서 음식에 사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인도음식에 들어가는 향신료는 원래 종류가 아주 많지만 편의를 위해 요리별로 패키지화 된 것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식당에서는 다른 맛을 내기 위해 일일이 음식에 맞는 향신료를 갈아서 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죠."

사장은 홀 서빙, 주방은 주방장이 철저히 분담하고 있다. 이곳 주방장은 파키스탄인인 아칼 나지르(30) 씨.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인도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잠시 이곳에서 정 사장을 돕고 있다.

사장은 음식을 내놓을 때마다 일일이 설명을 붙이는 과잉친절(?)로 유명하다. "조금 더 맛있게, 조금 더 싸게 손님들이 드실 수 있으면 그만한 기쁨이 없겠죠." 흰 유니폼을 입고 홀을 누비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수정동 '옛날곰탕'
새콤하고 얼큰한 국물 "여름더위 올테면 와봐"
김치전골 속 1년 묵은지 돼지목살과 궁합 '척척' 밑반찬도 손맛 살아있어

 
  돼지목살과 수제비 등이 듬뿍 들어간 김치전골과 아래는 오리불고기 라면 사리.
한여름이라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왠지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난다. 이번에 '몰래가는 맛집'팀이 찾아간 집은 김치전골을 맛있게 끓이는 곳으로 맛집 회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식당이다. '묵은지랑 좋은 부위의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반찬들 역시 깔끔합니다.' '좋은 밥집을 찾았네요.'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의 맛집후기 코너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집을 추천한 김규홍(40·부산교도소 교도관) 씨는 "김치전골이 대부분 칼칼하기만 할 뿐 진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 찌개는 다르다"고 했다.

부산 동구 수정동 수정초등학교 앞에 있는 식당의 이름은 '옛날곰탕'이다. 주택을 개조한 듯 나무마루와 계단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실내는 약간 어둑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날 손님은 맛집기행 한 팀뿐이었다. 단골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하는 식당 사장님. "그런데 요새 너무 힘드네. 김치전골은 팔아봐야 돈이 안되고. 오리고기하고 곰탕이 나가야 좀 남는데 이거 이래 가지고 장사 하겠나." 조류독감(AI)이다 광우병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던 이슈의 파편은 이 식당까지 튀어들어 왔다. 마침 마루에 켜져있던 TV에서 '양산지역 AI방역조치 전면해제'라는 뉴스 자막이 떴다. "아이고, 이제 좀 괜찮아지겠네. 괜찮아지겠제?" '끙'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하는 사장님. 일행은 원래 먹기로 결정하고 왔던 김치전골(1인분 5000원)을 시켰다.

음식은 주문한 지 5분도 안돼 착착 나온다. 먼저 밑반찬이 깔렸다. 곤약무침 가지무침 깻잎조림 겉절이 시금치나물 머위(구)줄기 두부조림 등이다. 하나하나 맛을 봐도 실망하지 않는다.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김 씨는 "반찬은 외부에서 사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사장님의 손맛이 살아있다"고 했다. 음식을 나르던 이모님은 "머구줄기 이거 웰빙식이다. 마이(많이) 묵으면 몸에 좋다"고 한마디 거든다. 이 식당에서 김 씨가 제일 좋아하는 밑반찬은 두부조림과 굴깍두기. 굴깍두기는 계절이 안맞아 이날 맛볼 수 없었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김치전골은 우선 보기에도 푸짐하다. 커다란 철제냄비 안에 발그레한 색깔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물. 그 속에 김치와 두부 수제비 돼지고기가 가득 들었다. 잘 삭은 묵은지와 돼지고기가 잘 어우러져 새콤하다. 국물이 약간 짠 듯하지만 그래서 밥을 더 찾게 된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함께 한 조성화(58·자영업) 씨는 "시원하다"며 연신 감탄사다.

밥만으로 부족하면 사리가 있다. 라면과 만두 사리를 각각 1개 추가했다. 3분의 1쯤 남은 전골 국물에 육수를 조금 더 붓고 생라면과 냉동만두를 넣어 다시 보글보글 끓였다. 김치가 우러난 밝은 주황색 국물과 노르스름 투명하게 익어가는 라면의 면발. "못 참겠네." 배가 너무 부르다며 한발 뒤로 빠져있던 일행 중 한 사람이 기어이 다시 숟가락을 든다.

 
주문은 김치전골로 끝이었지만 사장님의 배려로 오리불고기(1마리 2만 원)까지 덤으로 맛을 보았다. 버섯과 감자가 들어가 매콤달콤하게 볶아진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메뉴는 이밖에도 몇가지 더 있다. 곰탕(6000원) 돼지장터국밥(4000원) 닭백숙(3만 원) 오리백숙(3만5000원) 알탕(1만5000원) 오리훈제(1마리 2만 원) 등이다. 김치전골은 2인분 이상일 때만 주문 가능하다. 모든 음식은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다. 김 씨는 "사장님 인심이 좋아 메뉴에 없는 것도 해달라고 조르면 해주신다"고 귀띔했다. 단골손님이 아니어도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는 각자 시험해볼 일이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 2층까지 합하면 4인용 테이블 19개로 공간이 꽤 넓다. 주차장은 따로 없다.


# 주인장 한마디

- 매년 김장만 3000포기 … 재료의 질이 곧 음식의 맛

 
김치전골의 맛은 김치가 좌우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중국산 김치와 관련된 안좋은 기억이 아직 생생한 터라 김치의 출처가 가장 궁금했다.

 

 

 

 


질문과 함께 답변이 바로 떨어진다. 사장 황희선(여·59) 씨는 "우리 집 김치는 매년 3000포기씩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고 했다. 김장철 한달은 아예 김치 담그는데 시간을 다 보낸다는 것. 식구와 직원 4명이 모여 종일 김치만 버무려도 하루 200포기를 넘기기 힘들다고 했다.

김치는 영도 본가에서 보관한다. 이곳에 사장이 반지하방을 개조해 직접 제작한 냉장시설이 있다. 김치는 영하의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된다. "이렇게 해놓고 1년쯤 지나면 김치가 사근사근 아삭아삭 맛있어지지요."

김치전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맛의 비결은 바로 육수. 양지머리를 우려내 지금의 육수 맛을 내느라 1년간 고생했다는 것이 사장의 설명이자 자랑이다. 전골의 국물 맛을 더욱 얼큰하게 해주는 돼지고기 역시 목살 부위를 사용해 훨씬 깊고 깔끔한 맛을 낸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는 기름기가 많은 수지를 사용하는데 그러면 찌개 국물이 텁텁하고 맛이 없어요."

수정동 옛날곰탕은 3호점. 영도에 1, 2호점을 개점해 그 성공을 바탕으로 7개월 전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으나 때마침 밀려든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으로 최근에는 고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자 좀 괜찮아지겠지 뭐." 긍정의 힘을 믿는 황 사장이다. (051)644-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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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장전동 '기장방우횟집'
꼭꼭 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한 육즙
보통 생선회 서너배 크기 한 점만 먹어도 한 입 다른 밑반찬 없는 대신
회 양은 많아 생선뼈 두부 가득 매운탕 얼큰하면서도 진해

 
기장에는 '기장방우횟집'이 없다. 사장의 고향(기장)과 사장의 이름(방우)이 합쳐진 이 상호는 부산 금정구 장전1동의 한 골목 안에서 볼 수 있다.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이 횟집이 바로 이번주 '몰래가는 맛집'의 목적지. "찾기가 좀 힘들죠. 그래서인지 오다가다 들르는 뜨내기보다 골수 손님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압니다." 2년째 단골이라는 손명환(49·자영업) 씨. 20년 간 통영에서 살았기 때문에 회에 대해서만큼은 까다로운 입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그가 추천한 식당이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은 아주 단출하다. 메뉴는 모듬회 단 한가지. 특이하게도 2인분과 3인분은 3만 원으로 가격이 똑같고 4인분(4만 원)과 5인분(5만 원)은 1인당 1만 원 꼴이다. 공기밥(2000원)과 주류도 있다. 4명이 앉아 5인분 모듬회 한 접시를 주문했다.

쌈류(상추 깻잎 배추)와 장, 통고추 마늘 고추다대기 마늘다대기 외에는 깔리는 밑반찬이 없다. 회 또한 독특하다. 길쭉한 플라스틱 접시에 생선이 짚단처럼 턱턱 쌓여있다. 일반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두께와 크기가 족히 서너배는 돼 보였다. 보통 회 밑에 깔리는 무채나 얼음같은 부수물도 전혀 없다. 그냥 회 한 접시이다. 언젠가 TV 속에서 덩치 큰 뉴요커들이 스시바에 앉아 먹고 있던 큼직한 회 조각이 떠올랐다. "얇게 조심스레 저민 회만 보던 사람들은 뭐가 이러냐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이날 상에 오른 회는 총 네가지 종류. 옅은 회색빛이 도는 것은 우럭, 붉은 선이 선명하게 들어가 있는 것은 참돔, 하얗고 도톰한 것은 광어, 살이 단단하고 다소 빳빳해 보이는 것은 농어였다. 모듬회의 종류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겨울철에는 5가지, 나머지 계절에는 3~4가지가 나온다는 것이 손 씨의 설명이다.

회는 한 점만 옮겨놓아도 초장이나 간장 종지가 꽉 찰 정도이다. 입에 넣어도 가득이다. 살을 잘근잘근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배어나온다. 농어가 제철이어서인지 유난히 꼬들꼬들하다. 단골 덕분에 일행은 덩달아 광어등지느러미살(일명 엔피라)도 조금 맛 볼 수 있었다.

다른 집보다 회의 양이 많다고는 하지만 워낙 주변 반찬이 없기 때문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낄 만한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회접시가 비어갈 때쯤 매운탕을 시켰다. 매운탕은 공짜다. 대신 공기밥이 다른 집보다 1000원 비싸다. 매운탕은 큰 양은냄비에 끓여 나온다. 성인 4명이 먹기에도 많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살은 모두 횟감으로 떠내고 남은 부스러기이지만 여전히 발라 먹을 게 있다. 무는 안들었고 길쭉길쭉 잘게 썬 두부가 많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국물은 진하고 고소하다.

 
  '기장방우횟집'에서 맛볼 수 있는 얼큰한 매운탕. 국물이 진하고 양도 푸짐하다. 큰 사진은 모듬회 5인분을 시켰을 때 나오는 양.
일행은 밥 한그릇을 모두 비우고도 냄비에서 숟가락을 놓을 줄 모른다. 그 많던 매운탕이 곧 바닥을 드러내고 생선뼈만 고스란히 남았다. 밑반찬은 김치 미역 오이피클 무우말랭이 무침 등 네 가지가 전부였지만 모두 맛깔스럽다. 입가심은 1000만원짜리 커피 기계에서 컵을 대고 직접 뽑아마시는 카푸치노 한 잔.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꽤 많은 손님들이 들고 난다.

1층과 2층에 4인용 테이블이 각각 20개 있어 넓다. 영업은 오전 10시30분부터 밤 10시30분(회 주문은 9시)까지. 연중 무휴. 주차장은 3시간까지 무료다. (051)581-4346


◆ 주인장 한마디

'회 외에 다른 메뉴는 취급하지 않는다. 밑반찬은 없애고 회의 양과 가격으로 승부한다. 손님 몫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운탕은 절대 포장 판매하지 않는다. 안주인이 손두부를 잔뜩 넣고 끓이는 매운탕 맛의 비결을 알려고 들지 말자'.

'기장방우횟집' 염방우(57) 사장의 영업원칙이다. 그 고집으로 지난 21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 갯가에서 나고 자라 선원생활도 해봤다는 염 사장은 바다와 인연이 깊다. "초기엔 다른 집처럼 회를 잘게 썰었죠. 근데 뱃사람들이 원래 회를 크게 먹잖습니까. 그거다 싶어서 한 10년 전부터 지금처럼 회를 썰어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생선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회맛이 없어진다는 게 그의 지론. 운반된 생선을 식당 수족관에 풀어 1~3일 정도 쉬게 하면 육질이 단단해지고 맛도 한결 좋아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사장 자신이 왼손잡이인 덕분에 생선살의 결과 반대방향으로 칼집이 들어가게 되는 것도 그가 꼽는 회맛의 비결 가운데 하나. 여름철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보다 신선하고 시원한 회를 즐길 수 있다는 당부를 염 사장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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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어, 시원하다" 뜨거운 감탄사
용호동 어탕국수전문점 '경호강'
잘 곤 생선살에 고춧가루 양념 덕분 비린내 못 느껴
수박향 난다는 은어회 명태양념구이도 별미 뜨거운 국물에 더위 달아나

 
  '경호강'에서 맛볼 수 있는 어탕국수. 위에서 아래방향으로 어죽, 어탕밥, 통명태양념구이, 은어회 .
미꾸라지를 삶아 살만 발라낸 뒤 시래기와 양념을 넣고 푹 고아낸 국물이 '추어탕'이라면 붕어 피리 등 각종 민물고기를 같은 방식으로 걸쭉하게 끓여낸 것은 그냥 '어탕'이라 부른다. 이 어탕에 국수를 말면 어탕국수가 되고 수제비를 뜯어넣으면 어탕수제비가 된다. 어탕은 산청 함양 거창 진주 등 서부 경남지역에서 즐겨먹는 향토보양음식. 그 중에서도 물 맑기로 유명한 산청의 젖줄 경호강 주변에 어탕으로 이름난 음식점이 많다. "멀리까지 갈 것 있나요." 이번주 '부산맛집기행' 회원들과 찾아간 맛집은 부산 남구 용호1동에서 '경호강'이라는 상호를 쓰는 민물고기 전문점이다.

메뉴판에는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과 회 생선튀김을 비롯, 어탕요리가 종류별로 다양하다. 이 집에서 파는 어탕요리는 총 5가지. 밥과 국수사리가 어탕국물과 따로 나오는 어탕밥, 어탕에 국수를 만 어탕국수, 수제비를 넣은 어탕수제비, 칼국수가 들어간 어탕칼국수, 밥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어죽 등이 그것이다. 모두 6000원으로 가격은 동일하다.


 
한낮 온도가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 중에 뜨거운 어탕국수를 먹는 일은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뚝배기를 앞에 놓고 발그레한 국물이 국수와 잘 섞이게 훌렁훌렁 저은 뒤 면을 한 젓가락 말아 훅 빨아들인 후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몸 안으로 빨려들어간 뜨거운 기운 덕분에 몸 밖에서 흐르던 땀은 오히려 사그라지는 기분이랄까.

잘 으깨진 생선살 덕분에 국물은 걸쭉하고, 시래기와 숙주나물은 자칫 심심하기 쉬운 어탕의 질감을 잘근잘근 살려준다. 고춧가루가 약간 들어 있어 느끼하지 않다.


 
산초가루와 마늘다대기를 넣으니 향이 한껏 살아난다. 함께 한 도정희(여·55·주부) 씨는 "민물고기는 비린내가 심해 잘 못하는 집에서는 냄새 때문에 못 먹는다"고 했다. 이승원(여·35·주부) 씨도 "일전에 한번 먹어봤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왔다"고 했다.

여름에만 맛볼 수 있다는 은어회 한 접시(중 2만 원, 대 3만 원)도 주문을 했다. 은어는 어릴 때에는 바다에서 지내고 이른 봄에 강을 거슬러 올라 급류에서 살다가 다시 하류로 가 알을 낳는 생선. 수박향이 나는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회는 20~30㎝ 됨직한 생선 한 마리를 뼈째 듬성듬성 썰어서 내준다. 중간 크기 한 접시에는 4마리, 큰 접시에는 6마리가 나온다. 껍질은 짙은 회색빛. 등뼈가 씹히지만 거세거나 질기지 않다. 살은 바다생선보다 약간 무르다는 느낌이 있다. 막장을 너무 많이 발라서인지 수박향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 집에서 은어회는 5~9월에만 판다.

 
생선튀김과 구이류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그중에서 맛을 본 것은 통명태양념구이(1만원). 명태 한 마리를 통째로 양념을 발라가며 구은 것으로 담백하고 쫄깃했다. 통구이지만 중간에 등뼈를 빼고 나면 발라낼 뼈도 없다. 약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자꾸 당긴다.

이밖에 쏘가리매운탕(대 7만 원, 중 5만 원), 빠가사리매운탕(대 4만 원, 중 3만 원), 메기매운탕(대 3만5000원, 중 2만5000원) 등 각종 민물고기 매운탕이 있다. 피리튀김(1만2000원)도 인기메뉴라는 일행의 전언.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 명절을 제외하면 연중무휴. 주차장도 있다. 4인용 테이블 14개로 꽤 넓고 거대한 에어컨에서 쉴 새 없이 차가운 바람이 나와 뜨거운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덥다는 느낌이 들 새가 없다. (051)621-8942


 
# 주인장 한마디

- "삼계탕 버금가는 보양식 숙취·피부미용에도 좋아"

"어탕국수는 논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가마솥에서 푹푹 끓여먹던 시골 추억의 음식입니다. 요즘처럼 기운이 떨어지는 여름철에는 이열치열의 기분으로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은 웰빙보양식입니다."

이진효(45) 사장이 가게에 게시해놓은 어탕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민물고기 특유의 단백질과 지방 칼슘이 풍부하여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도 좋으며…숙취와 해장국으로도 적합한 건강식품입니다.' 잉어 붕어 피리 등 각종 민물고기를 야채와 함께 삶아 끓인 음식이므로 보신탕이나 삼계탕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여름보양식이라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민물고기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비린내 제거 문제.

 

 

 

 

 

 

 

 

 


 


 
이 사장은 "비린내 를 안나게 요리하는 그것이 바로 솜씨"라며 "어탕에 들어가는 수제비도 완제품을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부터 뜯어넣는 것까지 모두 손으로 직접 하기 때문에 다른 집보다 맛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름일수록 뜨거운 것을 먹어야 한다"면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따뜻한 어탕 한 그릇이면 삼복더위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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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온천동 고기집 '세연정'
2~3인분은 거뜬히 해결? 이 집에선 어려울 듯
가격 대비 고기양 푸짐 … 원산지 자세히 안내 눈길

 
  눈꽃살
한낮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도는 지난달 말 어느 평일 점심시간. 부산 동래구 온천2동 내성교차로에서 만덕터널로 올라가는 길 입구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쇠고기전문점 '세연정'의 홀은 벌써 손님들이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었다. 동행한 윤성미(여·26·직장인) 씨는 "언젠가 금요일 저녁시간에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하러 왔었는데 이 넓은 홀이 다 차서 1시간 이상 기다리다 결국은 식사를 못하고 다른 식당으로 간 일이 있다"며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 양은 푸짐해 잊지 않고 찾게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메뉴판에는 메뉴마다 고기 1인분의 양과 가격, 원산지가 자세히 표기돼 있다. 여성 3명이 앉아 눈꽃살(1인분 200g·1만3500원)과 양념통갈비(1대 450g·1만3500원)를 2인분씩 시켰다. 눈꽃살은 소의 갈비 부위로 뼈를 제거하고 남은 살코기이다. 눈꽃살은 미국산, 양념통갈비는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이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홀 내에 배치돼 있는 직원이 워낙 많아 여러가지 편의를 구하기가 좋았다. '몰래가는 맛집' 일행의 테이블을 담당한 직원은 "샐러드바 편하게 이용해주세요"라고 안내했다. 가게 입구 안쪽에 따로 마련돼 있는 샐러드바에는 브로콜리 콩 옥수수 상추 오이피클 등 7~8가지 야채와 드레싱이 별도 그릇에 담겨있고 원하는 만큼 접시에 덜어 먹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샐러드바 이용은 무료였다. '남기면 금액이 추가됩니다.' 공짜라는 생각으로 불필요하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 안내문에 있다.

그 사이 불이 들어오고 밑반찬과 고기가 등장했다. 눈꽃살은 선명한 붉은 색에 기름띠가 군데군데 들어가 있어 보기에도 군침이 돈다. 화력이 너무 좋은 탓인지 불판에 고기를 얹자 마자 타기 시작한다. "불이 너무 센 것 같다"고 하자 종업원이 얼른 달려와 불판 위에 삼발이를 놓고 그 위에 다른 불판을 얹어 불길을 자연스럽게 조절해준다. 에어컨 바람에 연기가 눈을 찌르자 테이블당 한 대씩 설치돼 있는 환풍기의 높낮이를 조절해 불편이 없도록 해준다. 고기가 적당히 익자 붉은 육즙이 뚝뚝 흘러내렸다. 한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깊고 고소한 맛이다.

 
  양념통갈비 각 2인분.
양념통갈비 2인분은 커다란 갈비살 덩어리가 두 개였다. 고기를 구으려고 뼈를 중심으로 돌돌 말려있는 고깃살을 쫙 펴자 고기가 꽤 크고 두껍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삼삼한 양념이 골고루 배어있어 연하고 쫄깃한 질감을 잘 살려준다. 동행한 서정희(여·28·직장인) 씨는 "다른 고기집처럼 한 사람이 2~3인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간 오산"이라며 "1명에 1인분 정도로 예상하면 가족끼리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양념통갈비 한 대는 결국 다 먹지 못했다. 밑반찬 중에서는 물김치가 시원했다.

입가심은 역시 냉면이나 된장국이다. 이 집에는 고기 후식으로 먹는 맛보기 냉면(4000원)과 공기밥(2000원)이 있었다. 일행은 비빔냉면과 물냉면으로 기름기를 씻어냈다. 공기밥을 시키면 된장국 김치찌개 우거지찌개 등이 자그마한 뚝배기 세 그릇에 나온다는 설명. 공기밥 가격이 다른 집보다 1000원 비싸지만 훨씬 푸짐한 셈이다. 식사가 끝나면 커피(100원)나 아이스크림(무료) 후식이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메뉴로는 꽃등심(200g 1만6000원) 차돌박이(200g 1만3500원) 주물럭(270g 1만3500원) 뼈없는생갈비살(200g 1만3500원) 떡갈비(200g 8000원) 등이 있고 대가족모임세트(6만9500원) 소가족모임세트(5만1000원) 등 외식 나온 가족을 위한 세트메뉴도 있다. 영업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설과 추석 명절을 제외하면 연중무휴이다. 홀은 150석 가족외식관을 포함, 총 500석 규모. 주차장도 넓다. (051)506-6666


 
# 주인장 한마디

- 음식관련 특허만 3가지 "싸고 맛있다는 평가받을 때 가장 기분 좋아"

'싸고 맛있다 아이가'.

언젠가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 중 한 사람이 던진 이 한마디가 김윤석(42) 점장의 귀에 꽂혔다. "가능하면 싸게 푸짐하게 대접하고 싶은 영업모토가 그대로 전달된 것같아 참 보람있었습니다." '세연정'은 음식 관련 특허를 3가지나 보유한 독특한 식당이다. 상황버섯과 톳에서 추출한 진액을 넣어 만든 '불고기양념소스', 요리는 불과 온도의 예술이라는 생각으로 고기맛을 가장 좋게 하는 불 조절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해낸 '황토화덕', 떡갈비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수동기구인 '압착형 음식물 특허성형기구'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일찌감치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해 이름을 내기도 했다. 김 점장은 "외식산업이 발달하면 다른 식당보다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인데 그 준비를 4년 전부터 착실하게 해온 결과"라며 "손님들이 식사에 만족해하며 그런 노력을 알아주실 때 그만한 기쁨이 없다"고 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해운대 중식당 '경복루'
윤기 자르르 '럭셔리' 중화요리의 세계로
웰빙식단 블랙빈팔보채 쫄깃한 깐풍기 돋보여
다양한 가격대 코스요리 메뉴·분위기 고급스러워

 
  블랙빈팔보채,, ,(위에서 시계방향)
날마다 이어지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진땀 승부로 온 국민이 밤잠을 설치는 2008 베이징올림픽의 영향이었을까. 이번주 '부산맛집기행'이 추천한 맛집은 부산 해운대 우동에 있는 중식당 '경복루'이다. 식당의 위치나 상호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지금까지 소개된 다른 맛집에 비해 실내 분위기가 한결 고급스럽다. 안내를 맡은 부산맛집기행 회장 조성화(58·자영업) 씨는 "중요한 손님을 접대할 일이 생기거나 차분히 모임을 갖고 싶을 때 권하고 싶은 식당"이라고 소개했다.

식당은 2~4층으로 3개 층에 걸쳐있다. 2층은 150㎡(45평) 규모의 널찍한 홀이며 3층에는 룸이 있어 독립적인 공간을 원하는 손님들을 배려했다.


 
  닭고기냉채
4층에는 2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좌식 룸이 있다. 일행은 3층에 있는 6인실에 들어갔다. 메뉴는 일반 중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냉채 샥스핀 등 일품요리에서부터 코스요리까지 다양했다. 종류가 너무 많아 고민하던 끝에 일행과 종업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 1인당 3만 원짜리 코스에서 나오는 일품요리 5가지(스프, 식사 제외)를 맛보기로 했다.

중국식 김치라고 할 수 있는 '짜사이'를 비롯, 오이절임 땅콩 단무지 등이 먼저 테이블에 깔리고 차가 나왔다. 제일 처음 들어온 것은 닭고기냉채. 일종의 전채요리이다. 잘게 찢은 닭고기와 해파리 오이 등을 시원한 소스에 버무려 미각이 산뜻하게 살아난다. 이어진 메인요리는 블랙빈팔보채. 검은콩이 들어간 소스를 각종 해산물과 채소에 끼얹은 것이다.

 

 

 

 

 

 

 

 

 

 

 


 



 
왕새우칠리소스
조 씨는 "일전에 같이 왔던 사람들에게 반응이 참 좋았다"고 했다. 해삼 새우 조개관자 등 해산물과 브로콜리 피망 버섯 등 야채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면서 약간 거무스름한 소스와 잘 어우러져 먹음직스럽다. 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 검은콩인 듯했다. 동행한 이광민(25·PC조립 프리랜서) 씨는 "소스만 보면 굉장히 맛이 진할 것 같은데 막상 함께 먹어보면 재료 하나하나가 살아있다"며 좋아했다. 약간 매콤해 느끼함을 잘 눌러준다.

다음은 왕새우칠리소스. 새우에 옷을 입혀 튀긴 후 누룽지 야채 등과 함께 칠리소스에 버무린 요리이다. 새우를 잘라 소스를 듬뿍 찍어 맛을 보니 처음엔 달콤하고 끝맛은 매콤하다. 튀긴 닭에 소스를 더한 깐풍기도 금세 접시가 비었다. 닭고기임에도 육고기처럼 쫄깃하다. 약간 맵싹하기도 하다.


 
  깐풍기
이 씨는 "닭을 튀기기 전에 적절한 기술로 두드리면 살코기 사이사이에 전분이 들어있는 것처럼 쫄깃쫄깃해진다고 들었다"고 설명을 보탰다. 마지막 요리는 소고기피망볶음과 꽃빵. 쇠고기 피망 버섯을 볶아 꽃빵에 싸먹다 보니 점점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입가심으로 나온 후식 딸기샤베트는 조금 달다.

 

 

 

 

 

 

 

 

 

 



코스요리는 1인 3만 원에서 최고 12만 원짜리까지 있다. 점심시간(월~토, 오후 3시까지)에만 있는 실속코스는 1인당 1만5000원. 일품요리는 냉채류 샥스핀류 생선류 쇠고기류 돼지고기류 닭고기류 등으로 구분되며 각각 5~6가지 요리가 있어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블랙빈팔보채를 일품요리로 즐길 경우 작은 것은 2만5000원 보통은 3만8000원. 왕새우칠리소스는 1마리 1만 원이다. 경복루짜장면(5000원) 쇠고기잡채밥(7000원) 삼선짬뽕(7000원) 등도 있다. 역시 가격은 좀 센 편이라는 것이 일행의 대체적 의견이었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주문은 밤 9시까지만 받는다. 연중휴무. 주차장 완비. (051)747-4848.


# 주인장 한마디

- "살얼음 육수에 시원한 녹차면발 … 여름 별미 냉짬뽕 드셔보셨나요"

"냉짬뽕을 한번 드셔봐야 하는데…." 식사가 끝난 후 만난 강동원(38) 사장은 맛집 일행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메뉴 한 가지를 언급했다. 짬뽕은 짬뽕인데 차가운 짬뽕이라는 뜻인 것 같았다. "부산에서는 우리 집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살얼음 육수에 면을 넣고 거기에 다진 양념으로 매콤하게 간을 맞춰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 강 사장은 수십 가지 메뉴 중에서도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있는 '면류'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냉짬뽕과 중국식냉면에 들어가는 면은 녹차와 시금치를 넣어 녹색을 띠는데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검은콩 바람을 타고 선보인 블랙빈팔보채도 건강을 염려하는 손님들에게 인기있는 메뉴라고 강 사장은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식당은 개업한 지 5개월여밖에 안됐지만 큰 교회(수영로교회)와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데다 여기저기 입소문이 난 덕분에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게 됐다고. 강 사장은 "재료비와 해운대 지역의 전반적인 물가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평가가 없진 않지만 대신 맛과 분위기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화명동 '대게장 순두부'
대게내장과 순두부의 만남, 노란색 약수밥과 찰떡궁합
'게다리+갈비+낙지' 오묘한 맛의 찜도 일품

 
부산 북구 화명동 경부선 화명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대게장 순두부'는 게가 주재료인 음식을 파는 집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게요리를 상상한다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우선 메뉴판을 보자. '꽃게간장게장'이나 '꽃게양념게장'은 알겠는데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대게장 순두부'나 '대갈낙찜', 게다가 '약수밥'은 또 무엇인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식당을 추천한 '부산맛집기행' 회원 안지현(여·29·직장인) 씨는 "다른 식당에서는 좀처럼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어서 처음엔 신기했다"며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장 조성화(58·자영업) 씨도 "이 식당을 알게 됐을 때 속으로 '제대로 된 맛집을 발견했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내자마자 제일 먼저 따끈한 김치전 하나가 올라온다. 어떤 메뉴를 시켜도 식전에 한 접시씩 나온다는 것이 일행의 설명. 따뜻하고 짭짤한 김치전을 뜯고 있는 사이 메인 메뉴와 밥, 밑반찬이 속속 등장했다. 밥은 돌솥에서 갓 해낸 것을 테이블까지 가져와 바로 옆에서 한 사람씩 공기에 퍼준다. 근데 밥색깔이 이상하다. 하얗지 않고 노르스름하다. 꼭 카레가루를 푼 것 같다. 안 씨는 "달기약수로 밥을 짓기 때문에 색깔이 이렇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것이 약수밥(2000원)이었다. 밥알이 유난히 꼬들꼬들하고 약간 간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대게장 순두부(7000원)'도 독특하다. 자그마한 뚝배기에 담겨 있는 순두부는 다른 식당에서 흔히 먹는 발그레한 순두부찌개와는 영 다른 모습이다. 이것 역시 색깔이 노르스름했다. 대게 딱지 부분에 붙어 있는 내장과 두부를 넣고 끓인 것. 게딱지에 밥을 넣고 비벼먹던 기억을 떠올리면 맛을 상상할 수 있다. 게 내장의 비릿하면서 쌉싸래한 맛과 두부의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진다. 워낙 부드러워 건더기가 거의 없다. 따뜻한 약수밥에 비벼 먹으니 감칠맛이 있다. 음식을 나르던 사장님은 "단백질 등 영양가가 많은 음식이니까 이것만큼은 남기지 말고 다 드시라"고 권했다.

 
가장 궁금했던 메뉴는 역시 '대갈낙찜'. '대게다리, 갈비, 낙지'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이날 일행이 주문한 것은 대갈낙찜 스페셜(4인분 5만 원). 전복이 들어가 일반 대갈낙찜(중 2만 원, 대 5만 원)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다. 큰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얹어 보글보글 자작하게 끓이면서 먹을 수 있게 해준다. 냄비 안에는 대게다리 갈비 낙지는 물론, 스페셜답게 전복 새우 계란 밤 버섯까지 골고루 한가득 들었다. 전골과도 비슷하다. 문제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재료들이 뒤섞여 달콤하면서도 시원하고 육중한 맛을 낸다는 점이다. 짙은 갈색의 국물이 인상깊다. 육수와 양념이 잘 배어든 대게다리나 전복을 건져내 하나씩 발라먹는 재미도 좋다. 찜을 다 먹어갈 때쯤 육수를 조금 더 붓고 당면 미나리 양배추를 넣어 한번 더 끓여먹을 수 있게 해준다. 대갈낙찜은 안주로도 가능하며 식사로 먹을 때에는 약수밥을 따로 시켜야 한다.

꽃게간장게장(1만5000원)과 꽃게양념게장(1만2000원)도 인기있는 메뉴. 약수밥과 조개탕,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1인분은 게 한 마리. 게장간장이 짜지 않아 밥을 비벼먹어도 좋다. 두부구이조림 꽁치조림 멸치볶음 고추무침 김치 나물 등 밑반찬이 모두 깔끔하다. 이밖의 메뉴로는 해물파전(1만5000원)과 전복해물뚝배기(8000원)가 있다. 밥을 다 먹으면 아까 그 돌솥에서 끓여낸 숭늉이 기다리고 있다. 숭늉이 끝나면 후식으로 얼린 홍시가 나온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연중무휴이지만 설과 추석 연휴에는 당일과 다음날까지 쉰다. 4인용 테이블 17개로 꽤 넓다. 주차장도 있다. (051)363-9955


 
 
  갈비와 갖은 해물을 넣은 대갈낙찜(맨 위)과 대게장순두부(아래 왼쪽), 약수밥.
# 주인장 한마디

- 친절한 사장님 "제가 만든 음식 맛있다면 고마운 일"

음식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 집에 오는 손님들이 만장일치를 보는 부분이 있다. 바로 친절함이다. 정작 우외자(여·50) 사장 본인은 "제 음식이 맛있어서 찾아주시는 건데 우리가 오히려 고맙다"며 겸양이다.

이 식당에서 파는 각종 메뉴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우선 약수밥. 우 사장은 "경북 칠곡에서 나는 8분도 쌀을 철분이 들어 있어 약간 붉은 색을 띠는 주황산 달기약수로 불렸다가 그 물로 밥을 지으면 이런 색깔이 나온다"며 "밥맛도 좋지만 대게장 순두부와 궁합도 잘 맞다"고 설명했다. 대게장 순두부는 영덕 대게의 내장과 대게를 삶아 만든 육수, 거기에 두부를 넣어 만든 것으로 경주에 있는 체인본점 사장이 특허를 낸 요리여서 부산에서는 좀처럼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독특한 이름의 대갈낙찜은 3시간가량 소스에 재워둔 갈비와 낙지 전복 등에 육수를 부어 끓인 것.

개업한 지 9개월여에 불과하지만 단골이 많을 정도로 입소문이 퍼진 데 대해 우 사장은 "음식이 맛있고 친절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 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당리동 '사랑방메기탕'
누가 민물메기탕을 비리다 했나
쫄깃하고 담백한 생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대추·시래기 들어가 '독특' 산초 양념 김치 인기

 
  민물메기탕과 밑반찬들.
민물메기탕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다. 민물메기 자체에 기름기가 워낙 많아 비릿한 냄새가 나기 일쑤이고 미끈거리는 생선껍질 또한 호감을 갖기 힘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맛집기행팀이 몰래 방문한 식당은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 있는 '사랑방 메기탕'이다. 이곳을 추천한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은 "생선이 탱탱하고 차진 것이 먹고난 뒤에도 느끼한 기분이 전혀 없다"고 했다.

식당은 하단오거리 유흥가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있다. 평일 오후 7시30분께 찾아간 식당은 외관이 다소 허름해보여도 내부는 비교적 깔끔하다. 1층 홀뿐 아니라 2층에서도 식사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메뉴는 딱 한 가지. 메기탕이다. 벽에는 이 식당에서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민물황토논메기의 효능을 알리는 홍보 액자가 걸려있다. 메기탕은 크기에 따라 네 종류이다. 소(2인분·1만8000원), 중(3~4인분·2만3000원), 대(4~5인분·2만8000원), 특대(5~6인분·3만3000원). 일행은 중간 크기 하나를 시켰다. 음식은 주문하기가 무섭게 나온다. 먼저 밑반찬이 깔렸다. 배추김치 물김치 정구지김치 멸치조림 콩조림 마늘장아찌 무우채나물 고추조림. 여기에 젓갈장과 다시마 양배추 케일잎 등 쌈거리도 있다. 밑반찬 가짓수가 10여 가지는 되는 듯했다. 동행한 맛집기행 회원 김경삼(37·사업) 씨는 "이 집에서 배추김치가 제일 맛있더라"고 했다. 산초맛이 약간 나는 배추김치는 다른 일행들의 입에도 맞는 모양이다. 조성화(58·사업) 씨는 "폭 삭은 이 정구지김치도 좋네"하며 연신 맛을 본다.

주인공인 메기탕이 공기밥(1000원)과 함께 등장했다. 커다란 뚝배기에 한가득 보글보글 끓고 있는 탕이 먹음직스럽다. 감자와 수제비는 기본. 하얀색 팽이버섯은 시각적 효과를, 향긋한 깻잎과 방아는 후각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커다란 대추가 서너 개 들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감자탕이나 고등어조림에서 볼 수 있는 시래기도 가득 들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진 땡초 한 접시도 함께 나왔다. 탕은 불 위에 얹어 조금 더 끓였다. 김 씨는 "그냥 먹어도 되지만 불 위에 5~7분 정도 더 놔두면 생선의 맛이 국물에 우러나고 양념이 고기에 더 고루 배어서 맛있어진다"고 했다. 생선 한 토막과 시래기, 국물을 떠서 앞접시에 놓고 맛을 보았다. 생선살이 정말 탱탱하다. 생각보다 기름기가 거의 없다. 적당한 크기로 토막이 나 있어 먹기도 좋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진하고 얼큰한 국물과도 잘 어우러진다. 시래기는 씹히는 맛이 있다. 완전히 고아져 흐물흐물해진 상태의 시래기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매콤하고 짭조롬한 탕에 말려 밥 한 공기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민물메기탕에 대한 나쁜 기억을 충분히 씻어줄 만하다. 김 씨는 "국물이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라며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꼴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때가 조금 지났는데도 주변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 대부분이 가족 단위이다. 김 씨는 "유흥가 주변이라 대부분 술 손님일 것 같은데 의외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많더라"고 전했다. 한 테이블에서 "이모,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 한다. 김 씨는 "밥을 한 공기 더 먹고 싶어도 참겠습니다. 라면 사리가 맛있거든요"했다. 사리는 라면(1000원)과 수제비(1000원)가 있다. 일행은 라면 사리 하나를 추가했다. 면은 반쯤 삶아서 준다. 메기탕의 남은 국물에 넣어 끓여 먹으면 젓가락질을 몇번 하지 않아도 곧 없어진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 무휴이지만 설날과 추석 연휴에는 당일 하루씩 쉰다. 주차장은 인근 한국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포장 가능하다. 1층과 2층을 합해 4인용 테이블 22개. 2층 공간이 넓어 단체모임도 가능하다. (051)293-7778


# 주인장 한마디

- 저지방 고단백 식품 "한가지 메뉴 고집 … 맛으로 승부"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메기가) 당뇨에 효과적이며…더위로 몸이 무거울 때 몸 속의 노폐물이 땀과 오줌으로 말끔히 빠지고…저지방 고단백질과 철분의 함량이 높아 보혈 보양식품으로….'

홀에 붙어있는 '민물황토논메기'의 효험이다. 사장 김유복(여·54) 씨는 "메기는 사철 맛있지만 5~8월 산란기 때가 그중에서도 적기"라고 소개했다. 메기도 수입메기가 있어 요리를 잘못하면 비린내가 나고 기름기가 많이 뜨지만 이 식당에서는 황토논메기만을 고집해 제맛을 살리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

메기탕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 있을까. 김 사장은 들깻가루를 묻힌 시래기를 넣어 국물을 툭툭하게 하고 대추를 넣어 생선의 잡냄새를 없앤다고 귀띔했다. 근처에서 20여 년간 김밥 장사를 하다 메기탕으로 품목을 바꿔 지금의 위치에서 식당을 운영한 지 1년쯤 됐다. "단일 메뉴로 승부를 해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살아나고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는 김 사장은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중앙동 '황태를 벗삼아'
부드럽고 담백한 생선 맛 뽀얀 국물 북어탕도 깔끔
매콤 짭짤 "밥 한 공기 추가요"

 
금요일 저녁이어서일까. 부산 중구 중앙동 사십계단 근처 골목 안에 있는 '황태를 벗삼아'라는 식당은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자리를 찾는 손님, 손님을 안내하는 사장, 주문을 받는 직원들의 함성과 소음이 뒤섞여 왁자지껄했다. 자리를 빼앗길세라 빈 테이블에 얼른 앉았다. "점심 때 오면 더 장난 아닙니다." 같은 중앙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박지은(여·28) 씨. "제일 처음 동료들과 함께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뒤로 단골이 됐죠."


명태만큼 많은 이름을 가진 생선도 드물다. 얼리지 않은 것을 생태, 완전히 마른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겨울철에 잡아 얼린 것은 동태. 그리고 수개월간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숙성시킨 것을 황태라고 부른다. "명태를 재료로 만든 음식은 맛이 담백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 식당에 데려오면 실망하지 않습니다."

 
  황태통찜에 들어있는 황태살. 왼쪽은 보기만 해도 속풀이가 되는 황태북어탕.
주문을 하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황태통찜(대 2만5000원, 중 2만원, 소 1만5000원) 중간 크기 하나와 공기밥(1000원) 세 그릇이요." 음식도 금방 나왔다. 밑반찬은 부추무침 콩조림 일미무침 김치 오이지 등 다섯 가지. 곧이어 등장한 황태통찜은 아귀찜을 상상하면 향이나 모양을 상상하기 쉽다. 수북한 콩나물과 통깨는 보이는데 주인공인 황태는 어디로 갔나. "콩나물 밑에 숨어있습니다."

박 씨의 말대로 콩나물을 살짝 걷어내자 생선들이 통째 누워있다. 중간 크기 한 접시에는 세 마리가 나와 세 사람이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다. 붉고 걸쭉한 양념을 양껏 버무린 콩나물을 한 젓가락 앞접시에 덜어놓고 생선살을 뜯어보았다. 황태치고는 수분이 많고 부드럽다. 엄밀히 말해서 황태라기보다 코다리에 가깝다는 것이 일행의 설명이다.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생선살이 매콤한 양념과 잘 어울린다. 콩나물도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이 좋다. 머리와 꼬리까지 그대로 붙어있는 생선 한 마리를 뼈째 추리는데 몇분 걸리지도 않는다. 후루룩 후루룩 씹을 것도 없이 잘 넘어간다. 아귀찜의 경우 마지막엔 밍밍한 국물이 질퍽하게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황태찜은 그렇지 않다. 마지막까지 소스가 걸쭉하다.

감자사리(1000원)를 하나 추가했다. 갓 삶아낸 듯 따끈하고 노릇한 면을 찜그릇에 붓고 남은 양념에 비볐다. 발그레 윤기가 흐르는 면은 콩나물의 아삭함과 어울려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박 씨는 "오늘은 면이 너무 푹 삶긴 것 같다"면서 "자주 오면서 느낀 건데 생선에 밴 간의 정도, 면의 삶은 정도, 밑반찬의 상태 등이 그때그때 기복이 좀 있는 것이 이 집의 흠"이라고 지적했다.

이 식당이 특미라고 자랑하는 황태북어탕(6000원) 맛을 안볼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이 다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뚝배기가 크다. 노르스름 뽀얗게 우러난 국물과 콩나물, 쭉쭉 찢어 먹기 좋게 퍼진 북어, 송송 썰어넣은 대파.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점심때 손님이 많은 이유가 전날 술마신 직장인들이 여기에서 해장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밖에 황태매운탕(5000원) 황태지리(5000원)가 있다. 황태통찜을 제외한 모든 메뉴에는 공기밥이 따라 나온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식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가능하고 저녁에는 9시40분까지만 주문을 받는다. 황태통찜은 포장 가능하다. 인터넷(www.hwangtae79.com)으로 배달 주문도 받는다. 단, 배달 가능 지역이 서구 중구 영도구로 한정된다. 매주 일요일은 쉰다. 주차장은 없다. (051)468-5958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 주인장 한마디

- "헌혈증서 갖고 오면 2인분 식사 공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마경철(45) 사장을 잠시 붙들어 앉혔다. 숨도 가쁘고 말도 빠르다. "황태는 눈 속에서 얼었다 말랐다 하는 과정을 보통 5개월 정도 거치는데 저희 식당에서 사용하는 것은 2~3개월 정도만 숙성된 것이어서 아직 수분이 많습니다. 대신 살이 부드러워 먹기에는 훨씬 편하고 맛도 좋지요."

황태를 한번 찐 뒤 콩나물을 넣고 다시 한번 더 찌고 15~16가지 양념을 섞어 걸쭉하게 만들어낸 것이 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황태통찜. 마 사장은 인근에서 테이블 서너 개로 운영하던 어머니의 식당을 이어받아 이만큼 규모를 키웠다. 사랑은 받은 만큼 주는 것이라 했나. 마 사장은 오후 1~5시 헌혈증서를 제공하는 손님에게는 2인분의 식사(탕 또는 지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번 것을 조금이나마 이웃과 나누고 싶은 생각입니다." 급히 부르는 소리에 자리를 뜨는 마 사장의 발걸음이 가볍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중앙동 '겐짱카레'
"이라샤이마세" 맛도 분위기도 영락없는 일본
다진 고기 씹혀 고소한 카레소스 … 부드러운 고로케 '별미'
이라샤이마세 : 어서 오세요라는 뜻의 일본말

 
  반숙 계란과 돈까스, 밥, 카레소스가 함께 나오는 돈까스카레.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있는 '겐짱카레'는 작고 아기자기한, 지극히 일본스러운 카레집이었다. 4층 건물에 1층과 2층이 식당이다. 23~26㎡(7~8평) 쯤 돼 보이는 1층 홀에는 5인용 테이블 달랑 두 개, 혼자 식사할 수 있는 1인용 좌석 3개, 대기석 4개가 전부이다. 좁디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도 규모는 비슷하다. 손님이 몇 팀만 한꺼번에 밀어닥치면 1층과 2층이 꽉 차버릴 듯했다. 평일 오후 7시 10분께. 역시 자리가 없어 대기석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목조 선반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인형들이 앙증맞다. "주인 부부가 모두 일본인입니다. '겐짱'이라는 상호는 주인 이름에서 따왔다죠. 좌석이 적은데 손님은 많아 점심이나 저녁시간에는 자리가 없어요." '부산맛집기행' 회장 조성화(58·자영업) 씨와 10여 분을 기다리자 테이블이 겨우 하나 비었다. 나머지 일행인 이상복(51·직장인) 씨와 박지은(여·28·직장인) 씨도 조금 늦게 합류했다.

식사 메뉴는 네 가지뿐이다. 겐짱카레(4500원) 생선카레(5000원) 고로케카레(5000원) 돈까스카레(5500원). 모두 카레 덮밥이다. 겐짱카레라는 기본 메뉴에 생선튀김 돈까스 고로케 등이 추가되면서 별도 메뉴를 구성하는 식이다. 고로케는 별도로 주문 가능하다. 1개 1000원씩이다. 전 메뉴를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하고 고로케를 2개 추가했다.

돈까스카레는 돈까스 밥 카레 달걀후라이가 모두 한 접시에 나온다. 맨 밑에 밥을 깔고 그 옆에 먹기 좋게 조각을 낸 돈까스 고기를 놓고 그 위에 카레소스를 뿌리고 다시 그 위에 노란자위가 살아있는 반숙 달걀후라이를 덮었다. 카레는 집에서 해먹던 것과 조금 다르다. 색깔이 노랗지 않고 갈색이다. 오히려 하이라이스와 비슷하다. 반숙 달걀과 카레소스, 밥을 골고루 비볐다. 카레소스에 감자나 당근은 없고 잘게 다진 고기 등이 씹힌다. 매콤하고 짭짤하면서 강한 카레맛이 입맛을 돋군다. 박지은 씨는 "일본 현지에 가서 카레를 먹어보면 조금 부드러운 편인데 이 집은 약간 맛이 강해서 먹고 난 뒤에 물을 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생선카레에 딸려나온 생선튀김도 바삭바삭 고소하다.

 
남성들의 경우 1인분으로는 성에 안찬다고 생각할 법했다. 박 씨는 "별 말을 안해도 남자는 조금 많이 주고 여성은 보통으로 주는데 많이 달라고 하면 여성이라도 양을 더 얹어 준다"고 설명했다. 마침 일행 중 한 사람이 "공기밥 추가"를 외쳤다. 종업원은 접시째 가져가서 밥과 카레소스를 얹어준다. 인심이 후하다. 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고로케도 별미다. 부드러운 감자와 삶은 계란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사장 내외가 모두 일본 사람이라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일본어 사용을 적극 권한다. 물론 종업원들이 한국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카레 외에는 일본 녹차(3000원)가 있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좀 일찍 마친다. 전 메뉴 포장가능.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쉰다. 주차장은 따로 없다. 중앙동 소라계단(40계단 옆)에서 가깝다. 계단 밑에 있는 골목을


◆ 주인장 한마디

- "손님으로 만난 한국 사람 이제는 가족 같아요"

요시다 겐지(58·오른쪽), 요시다 사치코(61) 부부가 부산에서 카레집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낮선 이국땅에서 식당을 운영하려는 이방인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처음엔 손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인이 직접 만드는 카레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늘기 시작했어요."

 
'겐짱'은 요시다 씨의 이름에다 일본식 존칭인 '상'을 귀엽게 표현한 '짱'을 붙인 것이다. 요시다 씨는 원래 일본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했다. 그러다 몇차례의 여행을 통해 부산에 정을 붙이게 됐고 은퇴 후에는 아예 부산에서 살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식당을 경영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던 그는 카레에 특히 자신이 있었다. 요시다 부부는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직장에서도 퇴직한 후 진짜로 대한해협을 건넜다.

"한국어공부를 해봤는데 너무 어려워 포기했습니다. 대신 손님들이 손짓발짓으로 하는 주문내용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어요." 1층 임대로 시작한 식당이 곧 2층으로 확장됐고 부부는 얼마전 4층 건물 전체를 아예 사버렸다. 한국 요리는 무엇이든 즐기지만 그 중에서도 주꾸미를 가장 좋아한다는 요시다 씨. "처음엔 손님이었는데 이제는 친구나 가족같이 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버이날에는 꽃도 선물해 주더라고요. 제2의 가족이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가능하면 부산에 정착해 오래 살고 싶어요."

요시다 씨의 카레에는 무엇이 들어갈까. "이것저것 실험을 많이 해봤죠. 잼 토마토 커피 등을 넣고 있는데 나머지는 기업비밀이랍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밀병기 하나쯤은 갖고 있는 모양이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범일동 '감포참가자미횟집'
쫄깃쫄깃 꼬들꼬들 연분홍 속살의 유혹
가자미 알튀김도 별미…자연산 생선 다소 비싸

 
  참가자미회
광어 넙치 도다리 가자미…. 이 네 가지 생선을 정확히 구분해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회 전문가인 부경대 조영제(식품공학)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광어(廣魚)와 넙치는 같은 생선이다. 광어는 방언, 넙치가 표준말이다. 도다리와 가자미는 모양이나 색깔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가자미과에 속한다. 말하자면 사촌지간이다. 그렇다면 광어(넙치)와 도다리(가자미)를 구분하는 일이 남는다. 이때 '좌(左)광우(右)도'라는 말이 등장한다. 생선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눈 두 개가 몸의 왼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광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도다리이다. 회나 구이로 흔히 먹지만 엇비슷하게 생긴 외모 덕분에 밥상에 오를 때마다 얘깃거리가 되니 재미있다.

이번 주 '몰래가는 맛집'에서 맛볼 음식은 참가자미회이다. 참가자미는 가자미 종류 중에서도 가장 고급으로 치는 생선. 가자미류는 성장속도가 매우 느린 탓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아무도 양식을 하지 않는다. 덕분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자미류는 모두 자연산이다. "참가자미는 주로 경주 감포 등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지만 부산에도 최근 참가자미회를 취급하는 식당이 늘었습니다."

 

 


 


 
부산맛집기행 조성화(58·자영업) 회장이 안내한 식당은 부산 동구 범일동 국제호텔 주차장 앞에 있는 '감포 참가자미 횟집'이라는 곳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을단비가 내리던 어느 평일 저녁. 비 오는 날에는 회를 안 먹는다는 것도 옛말인 모양이다. 손님이 제법 많다. 참가자미회는 물론 모듬회와 각종 식사류가 다양하다. 참가자미회(4만~8만 원) 한 접시(6만 원짜리)를 주문했다. 회가 나오기 전에 깔리는 밑반찬 10여 가지가 푸짐하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것은 알튀김. 가자미의 배에서 발라낸 알 덩어리에 밀가루옷을 입혀 튀겨낸 것으로 따끈한 게 고소하고 맛있다. 입맛을 다시자 서빙하던 '이모님'이 얼른 한 접시 더 갖다준다. 가자미 조림에도 자꾸 젓가락이 간다. 가오리회무침 미역국 부침 등도 하나하나 맛깔스럽다. 회를 싸 먹을 수 있도록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가 한 접시 나온다.

 
  참가자미 물회
참가자미회는 생각보다 양이 적다. 크고 동그란 뚝배기 쟁반에 얼음팩을 맨 밑에 깔고 가로 세로 25㎝ 크기의 대나무 발을 얹은 다음 그 위에 회를 놓았다. 가자미 한 마리를 몸길이 방향으로 길고 얇게 뼈째 썰어 놓은 모양이 가지런하고 정갈하다. 그 위에는 지느러미살 한 옴큼이 별도로 놓여 있다. 연분홍 생선살이 깨끗해 투명하기까지 하다. 앞접시에 묵은지 한 잎을 깔고 회 한 조각을 얹은 뒤 장을 뿌렸다. 쫄깃쫄깃하면서도 꼬들꼬들하다. 동행한 김원대(39·자영업) 씨는 "김치에 싸 먹기 좀 아까운데"하면서 회만 따로 먹는다. 김 씨는 "회 맛은 결국 신선도와 씹는 질감인데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고소하고 맛있네요" 라고 했다. 조 씨는 "술 잘하는 남자 손님 세 사람과 처음 왔다가 양이 적어 좀 당황했던 경험은 있다"면서도 "배불리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손님 접대에 더 좋은 곳"이라고 추천했다. 매운탕은 공짜. 밥값은 1인당 1000원씩 받는다.

 
  알튀김
참가자미물회(1만 원)는 양이 많다. 깻잎 배 오이 무 당근 등 갖은 야채를 채썰어 깔고 회를 얹어 육수를 붓고 비벼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삼삼하고 담백하며 점심이나 저녁 한 끼로 넉넉하다. 이밖에 참가자미 회정식(1만 원), 참가자미 회덮밥(8000원), 가자미 미역국(7000원), 가자미 조림(7000원), 가자미탕(소 2만5000원, 대 3만5000원) 등이 있다. 모듬회(3만~4만 원)도 있다. 금연방과 흡연방이 구분돼 있어 좋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명절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 주차장은 2시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051)643-3187~8


◆ 주인장 한마디

- "물 온도에 민감 … 수온 잘 맞춰야 신선도 유지 가능"

참가자미는 수온이 7~9도에 불과한 동해바다의 수심 200m 바닥에 납작 엎드려 새우나 갯지렁이를 잡아먹고 산다. 따라서 물의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죽어버린다. "방어진 포항 감포 등지에서 물차를 이용해 싣고온 뒤 수족관에서도 물의 온도를 잘 맞춰야 싱싱한 활어회를 즐길 수가 있습니다." 정두례(여·53) 사장은 같은 위치에서 갈비집을 오랫동안 경영하다 지난해 7월 횟집으로 종목을 바꾸었다. 정 사장은 "회는 찹찹하면서도 물기가 없어야 맛있다고 하는데 참가자미는 그냥 접시에 썰어내면 물이 생긴다"며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나무발과 얼음팩을 깔았더니 반응이 좋더라"고 설명했다.

흰살생선인 참가자미는 연중 살 속 지방함량에 큰 변화가 없어 특별히 제철로 치는 계절은 없다. 하지만 정 사장이 추천한 시기는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때 알도 배고 살도 토실토실합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알튀김은 2월부터 3개월간은 먹을 수가 없지요." 겨울이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들르라는 은근한 압박(?) 멘트였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개금동 '초유한정식'
다리 하나 뜯었을 뿐인데 밥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
참게장정식 진정한 밥도둑…메밀전 샐러드 밑반찬 독특

 
  참게장 정식
'초유(初乳)'라는 이름부터 독특했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에 있는 한정식집 말이다. '아기를 낳은 여성에게서 처음 나오는 젖'을 왜 상호로 사용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은 채 식당을 찾았다. 식당은 대한주택공사 옆에 있는 5층 건물의 2층에 있다. 생긴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는 모양이다. 규모가 아담하면서도 분위기가 깔끔하다. 실내 공기도 맑아서 다른 음식점처럼 입구부터 흥건히 배어있는 음식냄새를 맡을 수 없다.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이 집을 소개한 조성화(58·자영업) 씨는 "외곽에 있는 음식점치고는 가격이 조금 비싸다 싶지만 먹어보면 음식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메뉴 중에서 조 씨가 권한 것은 '자연산 참게장 정식'(1인 1만8000원)과 '영양돌솥밥'(1인 8000원, 2인 이상 주문 땐 1인당 7000원)이었다. 참게장 정식은 주요리인 참게장 외에도 전채요리와 밑반찬이 14~15가지는 되는 듯했다. 제일 먼저 등장한 것은 특이하게도 스프. 다음으로 샐러드 어묵고추전 메밀전이 나왔다. 샐러드에는 연보랏빛 블루베리소스가 뿌려져 있어 새콤하면서 달콤한 것이 혀에 착 감긴다. 어묵고추전은 어묵에 땡초를 끼운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튀긴 것. 얼핏 호박전과 비슷한 발그스름한 빛깔의 메밀전도 쫀득쫀득하다.

 
요리 하나하나에 주인장의 아이디어가 숨어있는 것같아 요리방법에 대한 호기심이 동한다. 콩나물 호박나물 고추나물 등 나물류와 된장찌개 김치찌개 갈치구이 등 밑반찬이 한참 나오고 나서야 간장게장이 등장했다.

 

 

 

 

 

 

 

 

 



아담한 크기의 접시에 짙은 갈색의 간장 국물과 참게 한 마리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져 나온다. 구은 김과 버터도 준다. 어떻게 먹으라는 것인가. 이어지는 조 씨의 설명. "버터를 뜨거운 밥 한가운데 박아넣고 뚜껑을 덮어 잠시 둡니다. 버터가 녹으면 게장의 간장국물을 넣고 비빈 후 김에 싸먹어 보세요." 버터의 고소한 맛, 간장의 짜면서도 달큰한 맛, 갓 구운 김의 향긋함이 한데 어우러지면 어떤 맛으로 재탄생할지는 모두의 상상에 맡긴다. 조 씨는 "체면은 건강을 헤친다"면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간장 국물을 온 손에 뭍히며 게살 뜯어먹기에 여념이 없다. 동행한 김미정(여·27·회사원) 씨는 "참게여서인지 크기가 작기는 한데 비릿한 냄새가 전혀 없다"면서 밥 한 공기를 금세 비우고 한 공기를 더 시킨다. 간장은 보기보다 삼삼한데 게는 맨입에 먹기가 조금 짜다. 그래서 한술 한술 더 뜨게 되는 밥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간장게장은 진정 '밥도둑'이었다. 양손에서 냄새가 진동하지만 뱃속은 뿌듯하다. 밥을 먹고도 여전히 남아있는 게와 간장이 아깝다. 포장을 해갈 수 있느냐 물어보니 된단다. 김 씨는 "입맛 없을 때 집에서 먹어야겠다"면서 자신이 먹고 남은 게와 간장을 챙겼다.

 
  메밀전
영양돌솥밥에는 콩과 고구마 등이 들었다. 솥을 나무틀에 끼워 한층 안정감이 있다. 영양돌솥밥에 딸려나오는 밑반찬은 참게장정식과 비슷하지만 김과 반숙계란이 없다.

다른 메뉴로는 예약한정식(4인 이상)이라는 것이 있다. 조 씨는 "접대를 하기 위한 모임이나 상견례, 단체모임을 할 때 좋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음식을 그때그때 바로바로 해내기 때문에 요리 하나 하나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VIP코스(1인 5만 원) A코스(3만5000원) B코스(2만5000원)가 있다. 코스당 요리는 20가지 안팎. 다만 이 한정식 요리를 먹고자 할 때에는 최소한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이밖에도 일반 가정식 백반(1인 7000원, 2인 이상 주문 땐 1인 6000원)은 물론, 개성보쌈(중 2만 원, 대 3만 원) 해물파전(중 8000원, 대 1만원) 낚지볶음(중 8000원, 대 1만 원) 등 메뉴가 다양하다.

영업은 오전 11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과 월요일 오후에 쉰다. 따라서 일요일에는 저녁식사만, 월요일에는 점심식사만 가능하다. 주차장은 따로 없지만 건물 뒤편 이면도로에 차를 대는데 큰 불편은 없다. 위치문의는 (051)895-6699, 예약문의는 (051)893-8417.


 
  영양돌솥밥
◆ 주인장 한마디

- "엄마 젖처럼 신선하고 깨끗한 음식 대접할래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맛에 대한 평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깨끗하게, 누구보다 정직하게 음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혜숙(여·41) 사장이 몇차례나 강조한 것은 '정성'이라는 단어이다. 예약이 들어오면 그날 아침에 장을 봐 식재료를 손질해 두었다가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그때부터 조리를 시작한다는 것. "손님들이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드실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음식을 미리 해두었다가 데워서 내놓으면 속도야 빠르겠지만 그만큼 맛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나물 하나 손질하는 데에도 정수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청결함에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질 좋은 것이 바로 엄마의 초유(初乳)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식당 상호로 사용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초유처럼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겠다는 다짐이지요." 식당의 위치가 외곽이어서 맛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는 정 사장은 "우리집 자랑은 예약 한정식인데…"하며 취재진이 코스 한정식 요리를 맛보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몰래가는 맛집'은 다음카페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의 추천으로 선정됩니다.

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몰래가는 맛집] 광안동 '유가네팥칼국수'
따뜻함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팥칼국수의 진한 맛에 몸은 '포근' 정신은 '개운'

 
  새알팥칼국수 한 상. 김치 등 밑반찬도 일품이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따끈한 무언가가 그리워진다. 이번에 찾아간 맛집은 아주 조그만 팥칼국수 집이다.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의 이면도로에 접어들면 '유가네 팥칼국수'라는 간판이 반짝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가게가 정말 손바닥(?)만하다. 20㎡(약 6평) 정도 될까 말까. 테이블이라고는 달랑 4인용 3개. 단골을 알아본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인상이 푸근하다. 이 식당을 추천한 조비오(45·자영업) 씨는 "저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집에서 먹는 밑반찬 맛은 따라가기 힘들더라"면서 "오다가다 자주 들르는데 식당이 워낙 작고 손님은 많아 헛걸음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차림표에 적힌 메뉴는 팥 콩 녹두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칼국수 또는 죽이다. 새알팥칼국수 보통 한 그릇(5000원)과 곱배기 한 그릇(1000원 추가), 콩죽(4000원)과 녹두죽(4000원)을 한 그릇씩 주문했다. 홀과 주방의 구분이 따로 없다. 식당 한쪽 구석에 마련된 부엌에서 사장님이 직접 칼국수를 썰고 콩을 갈고 죽을 끓이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조 씨는 "종업원을 별도로 두지 않고 사장님 내외가 음식과 서빙을 모두 다 하기 때문에 항상 바쁘시다"고 했다. 테이블 위의 숟가락과 젓가락통에는 물이 가득 담겨 있다. "소독하는 거예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끓여서 부어줍니다. 그렇게 하면 더 위생적이에요. 휴지로 닦지 말고 그냥 물만 털어내고 드세요." 사장님 나름대로 터득한 식기 소독법인 모양이었다.

 
혼자서 모두 해내는 것치고는 음식 나오는 속도가 과히 느리지 않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는 새알팥칼국수. 아담하고 깨끗한 사기 그릇에 붉디 붉은 팥죽이 가득 담겨 있고 새하얀 새알과 칼국수 면발이 흐물흐물 뒤섞여 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안경에 붙는다. 곱배기는 양이 장난 아니다. 칼국수는 면발이 넙적하고 두껍지만 쫀득쫀득 부드럽다. 새알도 씹히는 맛이 찰지다. 진한 팥국물이 입안 가득 고인다. 밑반찬도 깔끔하다. 특히 무김치가 인기 있다. 짜지도 맵지도 않으면서 팥칼국수의 약간 달짝지근하면서도 텁텁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조 씨는 "김치가 예술입니다"하며 한 접시를 비우고 좀 더 달라고 보챘다. 칼국수가 조금 싱겁다고 느끼거나 아예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설탕이나 소금을 기호에 맞게 넣어 먹으면 된다. 팥칼국수에서 칼국수만 건져 먹고 국물을 남기는 것은 바보짓이다. 진짜는 이 팥국물이기 때문이다. 그릇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니 제법 배가 부르다.

검초록빛이 감도는 녹두죽. 팥죽만큼 진하거나 걸쭉한 맛은 없지만 수수함 속의 진미랄까. "녹두죽이나 녹두칼국수는 주로 몸이 아픈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싱겁게 만들어요. 간을 맞춰서 드시면 될 겁니다." 사장님의 훈수다. 콩죽은 일반 메주콩을 갈아 쌀과 함께 죽을 쑨 것으로 고소하고 부드럽다.

이밖에 호박죽(5000원) 동지팥죽(5000원) 등도 있다. 영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문제는 영업시간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재료가 떨어지면 장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점. 매주 일요일은 쉰다. 주차장이 따로 없지만 이면도로에 주차공간이 좀 있는 편이다. 500원을 더 내면 포장도 해갈 수 있다. 배달은 안 된다(인근 병원은 제외). (051)758-0847


◆ 주인장 한마디

- 팥 녹두 콩 100% 국산 "맛을 보면 차이를 압니다"

"전남 여수에 가면 팥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이 있는데 거기 할머니한테서 팥 삶는 법 배우려고 사흘을 졸랐어요. 마음 고생 좀 했습니다." 팥을 삶는 데도 무슨 비법이 있을까. 유말선(여·54) 사장의 말에 언뜻 든 의문이다. "그럼요. 팥의 독소를 빼내고 물과 희석해 먹기 좋은 정도로 죽의 농도를 맞추는 데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 할머니한테서 배워와서도 한 3개월간 혼자서 실습하느라 팥을 많이도 버렸어요."

유 사장은 일단 품질 좋은 팥을 구하는 일이 음식맛의 기본이라 했다. 유 사장은 경북 청도에서 생산지를 뚫어 팥 콩 녹두를 모두 이곳에서 사온다. 차림표에 '콩과 팥은 순수 국내산만 사용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써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산팥을 씻은 뒤 끓여 붉디붉은 물이 우러나오면 일단 따라내버리고 다시 씻어서 끓인다. 그러면 팥도 잘 삶기고 팥에 들어 있는 독소도 빠진다는 것. 팥이 충분히 익으면 껍질과 함께 잘 으깬다. 여기에 물을 적당히 배합해 농도를 맞추는 것이 키포인트. 팥칼국수나 팥죽에 쓸 재료는 하루치 분량만 미리 만들어 놓는다. 이 때문에 예상에 없던 손님이 들이닥치면 재료가 떨어져 장사를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

한번 말문이 터진 유 사장은 그 맛있던 무김치와 물김치 만드는 법도 일러준다. "팥칼국수 만드는 법 배우는 데 워낙 고생을 해서 저는 다른 사람들이 물어 보면 다 가르쳐 줍니다." 재물에 큰 욕심이 없어 보이는, 그러나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는 정성을 다하는 이에게서 사람 좋은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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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출처 : 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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