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먼 팬트하우스, 노후 건강엔 `독`
[메디컬투데이 김범규 기자] 1980~1990년대 아파트의 로얄층은 15층기준으로 5~10층 사이, 즉 중간층이 가장 비싼 가격에 분양됐다. 저층은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이유로 인기가 없었고, 고층의 경우 단열관계와 전통적인 관습상 높은 위치가 선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많은 환경적 요소와 사람들의 인식변화로 아파트 로얄층의 개념이 굉장히 세분화 된 것만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아파트의 방향(동향, 서향, 남향 등) 및 층수, 조망권에 따라서 같은 단지, 같은 동이라도 로얄층이 다르게 구분된다.
특히 주상복합아파트가 대중화 되면서 고층의 아파트들이 도심 한가운데 들어서게 되고 환경적인 요소에 따라 아파트의 조망권은 아주 중요한 홍보수단이 됐으며 이런 이유로 로얄층은 점차 꼭대기층로 옮겨가게 됐다.
각 아파트의 브랜드 명성과 함께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게 된 고층 아파트. 과연 조망권 외에 우리의 건강도 함께 책임져 주는 걸까?
◇ 건강 생각해서 꼭대기 층 산다고? 과연
유명 대학 교수인 임민선(가명·42)씨는 자신의 명성과 지위에 맞게 주거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주상복합아파트는 브랜드에 걸맞는 명성도 있고 고층으로 올라가면 일조량도 좋아 최적의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얼마 전 서울대 환경연구소에서 대도시의 자동차와 암발생율을 연구·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도시일수록 대기오염으로 인한 암발생 사망율이 높다는 자료를 봤다. 특히 자신이 사는 서울이 매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이 2만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그렇다고 서울을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그는 고층의 아파트에서 하늘과 가깝게 살고픈 마음에 고층아파트를 선택한다고 말한다.
비단 임 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은 부유층들의 주거 문화 인식이 달라져 저층보다는 고층의 아파트를 선호하고 20층 이상의 높은 층일수록 선호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이 정도의 높이여야 도로 위 각종 자동차 매연의 황산화물이나 지표면의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울수 있다는 착각에서다.
단지 지면과 멀리 떨어진다고 더 건강해질까? 집에서 외출을 절대 하지 않는 한 현대인들은 각종 매연이나 화학물질로부터 자유로워질 순 없다.
건국대 가정의학과 임열리 교수는 “고층에 살면 귀찮아서 오히려 밑으로 잘 나가려고 하지 않고 항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활동량이 자연스레 부족해진다”고 말한다. 즉 운동량 부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고 감기 등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이 더 많다는 것.
국토연구원의 논문에서도 16층 이상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빈도가 많다라는 자료도 있다.
게다가 습도의 차이가 저층에 비해서 바깥과 차이가 심하게 나고 바람의 세기도 훨씬 세다. 그로인해 창문도 잘 안열게 될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들은 폐쇄식 환기장치로 만들어져 있어 문도 조금밖에 못 열게 돼 있다.
그로 인해 실내는 건조해지고 여름 같은 경우엔 오히려 냉방비가 더 들게 되고 환기가 안된다.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주상복합같은 고층아파트는 환기 문제로 인해 벽지같은곳에 곰팡이도 많이 생기고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해 천식환자들에게는 오히려 안좋다”고 설명한다.
◇ 노인들에게는 더 안 좋아
사회생활을 많이 하는 중·장년층과 젊은이들은 조망권과 일조권을 고려해 높은층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노인들은 저층을 선호한다.
기존 통념상 풍수지리설을 예로 들어 땅의 기운과 정기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많은 전문의들은 너무 높게 위치해 있을 경우 노인들은 위험상황에 처해질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임열리 교수는 “노인들은 균형감각이 약하기도 할 뿐 아니라 평형장해가 있으면 엘리베이터 속도에 의해 어지러움증을 유발하고 갑자기 올라가게 되니 현기증을 발생 시킨다”고 우려한다.
즉 높다고 문제되는 이유보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율신경계가 떨어지고 기립성저혈압도 생길 수 있다는 것.
한양대학교 산업의학과 송재철 교수는 “주상복합 특성상 폐쇄식 환기장치로 인해 노인들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전한다.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온도부분에 민감한 사람이 바로 노인이다”고 말한다. 즉 고층의 특성상 바람세기가 세니까 안전문제 때문에 큰 창을 내기가 어렵고 그로인해 자연통풍이 안되니까 바깥과 기온이 차이가 많이 나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들고 건강에 나쁜 영향은 고스란히 다 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현재 문제는 노인들같은 경우는 창문도 잘 안열어지는 실내에서 지내는 것을 매우 답답하게 생각하고 힘들어하는데 건설사들은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세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데에 있다.
우리나라 고층아파트의 대표격인 I사와 S사에 현재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내장이나 마감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조망권외에 다른 건강적인 요소가 있는지 문의해봤지만 모두 담당부서가 아니라며 전화를 돌리기에만 급급했다.
또 기술팀이나 연구팀과 힘들게 통화가 돼도 담당자 한 명이 출장을 갔다는 이유와 자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 아파트가 어떤식으로 자재를 사용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 미래 아파트, 어떻게 변해야 할까
좁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층아파트가 더 많이 생기면 생겼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더 줄어들 턱은 없다.
현재 많은 건설사들이 옥상에 공원이나 녹지를 만들어 아파트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홍보를 하고 있고 서울시 역시 10만세대에 옥상조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 올때 홍수를 막아주거나 꼭대기층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작년만 하더라도 80군데에 옥상조경을 했으며 올해만 공공건물 30군데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송재철 교수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시멘트 위에 만드는거고 그래봤자 꼭대기층 사람에게만 영향을 조금 줄 뿐이라는 것.
상명대학교 환경조경학과 방광자 교수는 “환경친화적으로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땅의 기온은 12층까지밖에 안올라가 그 위층부터는 공중에 떠 있는거나 마친가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땅이 부족해 앞으로는 고층 아파트가 더 생길것이라며 어차피 생기는 고층 아파트라면 전망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환경 친화적이고 건강을 생각해서 지으라는 의견이다.
방 교수의 의견은 1층 지을것을 3층으로 올리면 그만큼 2세대의 공간이 생기니까 그 곳에 녹지를 만들라는 것이다. 또 환경차원에서 태양열 주택을 짓고 자재도 친환경을 써야 각종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아파트를 건설할 때 벽면에 흙과 식물을 심으면 집안에서도 천연공기를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경에도 좋다고 방 교수는 설명한다.
앞으로 아파트의 대세는 조망권 뿐만이 아니라 건강을 궁극적으로 챙길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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