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치유-상담의 기술(2)
ⅲ.질문기법
상담 중에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분은 질문을 상담자가 많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지만
질문-대답, 질문-대답으로 진행되는 상담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내담자가 수동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상담은 내담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책임감도 느끼고
새로운 행동의 실천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질문을 많이 하게 되면 내담자는 답변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은연중에
내담자가 낮은 위치, 질문하는 상담자가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게 되어서
내담자가 위축된다.
셋째, 질문을 많이 하면 많이 아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게 되며,
상담 전체가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걸러지고 다듬어진 대화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감정의 표현과 정화와 없는 딱딱한 상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질문은 가능한한 아껴야 하고, 만일 질문을 한다면
내담자의 대답을 잘 듣고 반응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념하면서 질문을 하여야 한다.
첫째, 가능한한 폐쇄적 질문보다는 개방적 질문이 바람직하다.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폐쇄적 질문 혹은 닫힌 질문이라고 하며,
내담자가 자유롭게 여러 형태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개방적 질문 혹은 열린 질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난주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니?`(닫힌 질문)보다는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니?`(열린 질문)가 대체로 좋은 질문이 되며,
`지금 기분 나쁘니?`(닫힌 질문)보다는 `지금 기분이 어때?`(열린 질문)가 좋은 질문이 된다.
대체로 열린 질문을 하려면 `무슨`, `어떤`, `어떻게`와 같은 말을 넣으면 된다.
그런데 어린이나 아주 내성적인 내담자는 개방적 질문에 답을 잘 못할 수 있다.
이때에는 폐쇄적 질문을 몇 차례하고 특히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하고(Yes Set)나서 내담자의 말문을 열게 한 뒤
다음 열린 질문을 하면 좋다.
둘째,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구체적인 질문이 좋다.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면 대답도 구체적이고 그렇게 된다면
보다 구체적인 상담목표나 방향을 잡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딸은 성격이 어때요?`(추상적인 질문)보다는
`당신의 딸은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느낄까요?`(구체적 질문)가 좋은 질문이 된다.
`당신 가정은 당신이 어렸을 때 어땠나요?`(추상적)보다는
`중3때 당신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을 때 당신의 마음은 어땠나요?
`(구체적)가 좋은 질문인 것이다.
셋째, 비난이나 압박감을 주는 질문형태보다는
순수한 질문으로 느껴질 수 있는 표현 방법으로 질문해야 한다.
따라서 `왜`가 들어가는 질문은 가능한한 피하는 것이 좋다.
왜를 사용하면 듣는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때에는 직접 질문형태(?표가 들어가는 질문)보다는
간접 질문형태(?표는 없으나 질문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질문
-궁금하구나, 알고싶구나 듣고싶구나, 걱정했어요 등의 말을 사용)가 좋다.
`왜 오늘 상담에 늦었지요?`(직접질문)보다는
`오늘 상담에 늦은 특별한 사정이라도 생겼는지 궁금하군요?`(간접질문)가 적절하다.
또 `도대체 너는 나중에 뭐가 될래?`나
`지금까지 숙제도 안하고 뭐했니?`와 같은 비난조의 질문보다는
`너의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구나.`
혹은 `지금까지 숙제말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싶구나`가 적절한 질문이다.
넷째, 이중질문을 사용하지 말고 한번에 하나만 묻는 단일 질문을 사용해야 한다.
한번에 두개의 질문이 복합적으로 들어간 질문이 이중질문이다.
이중질문을 하면 내담자는 어느 질문에 답하여야 할지 모르고
상담자도 어느 것에 대한 대답인지 혼란스럽다.
따라서 `너는 엄마에게 어떻게 했고, 아빠는 너에게 어떻게 했니?`(이중질문)보다는
`너가 엄마 편에 서서 몸으로 막았을 때 아빠는 너에게 어떻게 했니?`(단일질문)가 좋다.
또 `너 어젯밤 시험 공부는 하지 않고 검퓨터 게임만 하였니?
그리고 그때 엄마는 너에게 뭐라고 하시든?` (이중질문)보다는
`너 어젯밤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게임을 할 때
엄마는 너에게 뭐라고 하시든?`(단일질문)이 좋다.
이와 같이 요약하면, 상담자는 질문을 아끼면서 질문을 할 때에는 개방적인 질문,
구체적인 질문, 비난조가 아닌 질문, 단일질문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담자도 상담자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때,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지만 질문을 존중하는 태도,
성실한 태도로 반응해야 한다.
질문 그 자체내용보다는 그 질문의 이면에 깔린 의미와 속뜻을 잘 생각해보고
앞전 강의에서 기술한 `부연하기`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선생님도 종교가지고 계세요?` 라고 물으면 상담자는
`혹시 신앙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대답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ⅳ.공감하기
共感(empathy)이란 간단히 말하면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느끼는 것을 말한다.
역지사지(易之思之)와 비슷한 것이다.
즉, 공감이란 상대방의 입장에 들어가서,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상대방의 머리로 생각하고, 상대방의 가슴으로 느껴서
그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말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공감은 상대방과 생각이 같다는 동의나
나도 상대방과 같이 느낀다는 동감과는 다른 것이다.
즉, 공감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상대와 다르다는 점을 유지해 가면서,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상대의 방식대로 그의 세계를 수용,
지각하고 그 생각과 느낌을 표현해 주는 것을 말한다.
내담자에 대하여 공감을 해주면, 내담자는
① 자신의 말이 상담자에게 주의 깊게 경청되고 있음을 전해 받게 되고,
② 방어심리가 축소되어 개방적인 표현이 보다 촉진된다. 뿐만 아니라
③ 내담자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도 상담자에게 수용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문제에 대한 통찰이 가능해지며 나아가
④ 상담자와 내담자 상호간에 신뢰와 존중이 더해 져서 내담자는
더 많이 노출함으로써 의사소통이 더욱 촉진되고, 관계가 더욱 촉진된다.
공감하기에는 표면적인 공감과 심층적인 공감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① 표면적인 공감이란 상대의 말 또는 행동에서 밖으로 드러난
기분이나 감정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것을 말하며,
② 심층적인 공감은 표현은 하지 않았거나 못했지만 상담자가 미리 알아서
이해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심층적인 공감은 표현 이면에 숨겨진 내적인 기분을 알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어렵고, 어느 정도 추측이나 해석적 요소가 포함되므로 자칫 부정확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심층적인 공감을 사용할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감을 할 때에는
① 상대의 비언어적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② 내담자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표현하여야 하며,
③ 내담자와 비슷한 음색과 표정으로 말하여야 하며
④ 상대가 표현하지 않은 내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공감의 예를 들어 보겠다.
* 아버지의 술 주정으로 힘들어하는 철이가 상담자에게 :
`저는 집에 가기 싫어요.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투지 않으면 부모님끼리 서로 싸워요.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워요.`라고 했을 때 ;
상담자는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니. 그래도 부모는 부모 아니니.
그 정도의 어려움은 이겨내야지 훌륭한 사람이지.`라고 가르치려고 하거나
`도대체 부모님은 왜 싸우는데? 정말 견디기 힘들면 집에 들어가지마.`라고
직접적인 충고를 하기보다는
`철이는 부모님에게 불만이 많겠구나.`와 같은 가벼운 공감을 하는 편이 낫고,
이보다는 더 깊은 공감으로서
`부모님이 별로 화목하지 못하니 매우 마음이 아프겠구나.
그리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답하겠구나.`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
이보다 더 심층적인 공감으로서
`집에 들어가기가 정말 무섭고 불안하겠다. 불안해서 공부하기도 힘들고...
다른 집처럼 자상하고 좋은 아버지라면 얼마나 좋겠니.
아버지가 무척 밉기도 하겠구나.`와 같은 깊은 공감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공감하기의 형식은 대체로 `~해서 ~겠구나(겠군요.). 더구나~`와 같은 형식이 된다.
또한 예를 들어 보면,
전화상담 중에 어떤 20대 여성이 전화를 하고는 ;
`선생님, 3년동안 사귀던 유부남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남자가 요즈음은 전화가 없고
이쪽에서 연락을 해도 반응이 시원찮아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라고 했을 때,
상담자는 `당신이 어떻게 했길래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캐내려 하거나,
`그 남자의 부인이나 가정으로 봐서는 너무 잘 된 일이네요.` 혹은
`본래 남자란 다 그런 것입니다. 이제 당신으로부터 신선감이 떨어진 것 같군요.
오히려 잘 되셨네요. 어차피 이루지 못할 사랑 아닙니까? 정리하도록 하세요.`라고
충고하기보다는 `오랫동안 사귀던 사람인데 연락이 잘 되지 않아서
무척 답답하시겠네요.`라고 공감하는 것이 좋다.
이 보다 더 깊은 공감으로서
`그렇군요. 그동안 마음을 기대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데
연락이 잘 되지 않으니 마음이 변한 것 같아 걱정도 되고, 배신감까지도 들겠군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겠군요.`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