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로써 영화로만 맘마미아를 두번 봤다. 첫번째는, 뮤지컬을 못봤던 것을 만회라도 하기 위해 봤고, 두번째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다. 첫번째 보면서 느꼈던 점은 메릴 스트립에 대한 감탄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봤던 이미지와 정 반대의 푼수 아줌마를 연기하는 그녀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저 몸에서 저런 파워풀한 동작이 나올 수 있었단 말야? 하면서 감탄하고, 놀라면서. 배우는 변신을 해야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정말 대단했다. 집에 돌아와서 메릴 스트립을 검색해 봤다. 1949년생. 우리 엄마보다 5살이나 나이가 많은, 한국 땅에서는 할머니로 대접 받아야 할 60의 나이에 저런 연기를 할 수 있다니. 인터넷 검색 후에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하필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았을까 하는 글들을 보면서 조금은 놀랐다. 메릴 스트립이 60의 나이이니까, 그 딸이 현재 20의 나이면 40살에 매혹적인 외모로 남자 세명이랑 하룻밤을 즐길 수 있었겠느냐, 기타 현실 분석적으로 나열한 이야기. 딸 소피와 같이 있는 모습은 딸과 엄마가 아니라, 딸과 할머니같다는 소리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보면서 객관적인 눈으로 정말 그렇게 보일 수 있는지 확인해봤다.
물론 그녀의 나이를 처음부터 고려하면서 보면 할머니가 노망났다거나, 나이든 아줌마가 철도 안들고 참 주책없다, 라는 식으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뭐, 나도 맨 처음에는 '저렇게 철 없는 아줌마로 나온단 말야'하고 놀랐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정말 잠시였다. 이내 영화의 배경과 음악과 스토리로 빠져드니 그런 생각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물론 한국이랑 문화가 다르니 솔직하고 화끈하고 정열적인 지중해 사람들 다울 뿐이었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울고 웃는게 자연스러운 그들이었다.
저렇게 침대위에서 신발을 신은채로 방방 뛰며 노래를 부르는데, 저걸 보고 주책이라면 주책이랄수도 있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줌마나, 그보다 어리지만 훨씬 비 활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줌마들에게는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일 것이다.
도나와 똑같이 나이가 들은 후에야 다시 섬을 찾은 세 남자. 세 남자도 충분히 나이가 많지만 중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매력적인 도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멜빵바지를 입고, 호텔 여기저기를 수리하러 다니며 계단 난간을 타고 내려오는 도나. 20대부터 충분히 발랄하고 말괄량이였던 캐릭터임을 잘 보여주지 않는가.
[파워풀한 동작과 목소리로 댄싱퀸을 부르며 섬의 모든 여자들을 끌어들이는 도나와 백댄서^^들.]
[딸의 결혼식을 축하하며 부르는 노래. 그룹 이름도 있었는데 뭐였드라??^^;;]
[즐겁게 춤추는 도나]
[승자가 전부 가진다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찾아온 것이 너무 늦었음을 알리는 도나.]
[ 돌연,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는 딸의 발언에 '왜 결혼식을 낭비하죠?"하고 말하는 샘 카마이클. 도나에게 즉석에서 무릎을 꿇고 청혼한다. 반지는 어디서 났는지 이미 손에 쥐고 있다.ㅎㅎ]
메릴 스트립의 나이보다 훨씬 어린 아줌마들에게는, '저 나이 아줌마도 저렇게 활동적으로 살수 있는데 왜 나는 나이 타령만 하고 있었을까'. 그녀보다 조금 나이가 어린 아줌마들도 '우리 나이대에도 마음만 먹으면 활기차고 젊게 살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보다 나이가 같거나 많은 아줌마는 별로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할머니 소리 들을 나이니까. 그리고 20대 중반의 내가 느낀 것은 저 나이에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구나. 충분히 앳된 마음으로 사랑을 할 감성을 가질 수 있구나였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손사래를 치고 '됐어 이나니에'라고 말하는 것이 대부분 본심을 숨길 뿐이었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솔직히 2번보니까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이긴 했지만 노래만 들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2번째 본 목적은 엄마와 영화를 본지도 너무 오래 되어서 이기도 했지만, 첫번째 보면서, '이 영화는 반드시 엄마 한번 보여줘야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대에 꿈과 사랑과 희망을 심어주는 영화는 솔직히 많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대 사람들에게 꿈, 사랑, 희망을 심어주는 영화? 글쎄. 내가 알기론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도 한번 보면서 다시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젊은 마음으로 힘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 수 있다면 내 목표는 달성한 것이었다. 다 보고 나서 엄마한테 메릴 스트립의 나이를 가르쳐 주면서 영화 본 소감을 물었더니 무척 놀라시면서 '응, 엄마도 정말 힘차고 활기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노래들도 다 우리들 취향이고 너무 좋던데.'라고 했을때, 나는 속으로 그래도 성공했구나 생각하며 웃었다. 과연 메릴 스트립이 아니었으면 더 많은 중년의 여성들에게 이만큼의 호소력이 전달되었을까? 그녀였기에, 모든 나이대를 아우르는 중년여성들에게 '우리 나이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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