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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화수(畵手) 조영남의 `강변 하우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6. 25. 05:49
화수(畵手) 조영남의 '강변 하우스'
청담동 터줏대감 조영남이 연예인 중 가장 비싼 집에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그의 집에 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마음먹고 구경 한번 해봤다.

가구 대신 그림, 내 집은 나의 작업실
단지 ‘대한민국 연예인이 사는 집 중 가장 비싼 집’이란 타이틀 때문은 아니었다. 그가 새집으로 이사 갔다는 이야기가 들리자마자 인터뷰 차 그의 집에 다녀온 선배가 말하길, ‘그림 많지. 앉아 있으면 강과 하늘이 다 내 것이 되더라. 좋~지.” 이 세 마디뿐이었는데 자꾸만 그의 집이 궁금해졌다.
한 번의 통화로 그는 선뜻 방문을 허락해주었다. 두루마리 휴지라도 사가야 하지 않나 고민하다 수박 한 덩이와 그가 평생 쓰고 싶다고 말하던 ‘아이보리 비누’를 사들고 찾아간 집.
“에이, 뭐 이런 걸 사가지고 와. 이렇게 부잣집에.” 밉지 않은 너스레가 이어진다. “난 투기한 게 아니야. 17년 전부터 쭉 이 동네에 살았지. 남들이 시끄럽게 다리 옆에 왜 사냐고, 이사하라고 할 때마다 그냥 있었어. 기존 멤버 다 떠나고 나만 남아 입주하게 된거지. 근데 집값이 혼자 저절로 뛰는 거야. 참,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야.”
청담동 올림픽대로 옆 고급 빌라. 13층 빌라 9층에 있는 그의 집은 거실이나 안방에서 한강과 영동대교, 남산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조망이 압권이다. 전실을 들어서면 가운데에 있는 복도 양쪽으로 공간이 펼쳐지는데 전망 좋은 왼편이 거실과 주방, 그의 침실이고 오른편에는 서재와 살림을 봐주시는 할머니 방, 딸 방이 있다. 그의 집은 작업실이나 마찬가지다. 곳곳에 화투, 태극기, 바둑 등이 그려진 그림들이 죽 늘어서 있다.
“어제 왔으면 좋았을 텐데. 먹구름 사이로 해가 비치는데 쏴 하고 비는 내리고, 구름 아래 아주 행복했어.” 전망 좋은 거실에는 소파와 피아노, TV 장식장, 큰 그림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인테리어를 찍으러 갔기에 내심 기대하던 ‘있어 보이는 가구’는 없었다. 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직접 만든 가구가 어떤 건지 찬찬히 둘러보니 못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는 테이블이 있다. “못이 밖으로 나오면 왜 안 되는지 모르겠어. 그냥 자연스러운 건데. 난 이 소파가 가죽 색깔이라 고른 거야. 가죽이 가죽 색깔이면 자연스럽잖아?”


자유로운 안식처, 나의 유토피아

그림 그리는 가수, ‘화수’로 불리는 이유는 가수인 그가 벌써 50회 이상 전시를 했고 얼마 전에는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책을 냈기 때문. 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뜻에서 조영남식으로 쉽고 재밌게 썼다. 또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노래도 부르고 미술 전시도 하는 ‘미술쇼’를 개최한다.
“남들이 안 하거나 못하는 걸 하면 성공해.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야. 왜 재미없게 전시라는 말을 써?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크게 쇼를 한 판 벌이는 거지. 우리의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해. 남과 다르면 그게 크리에이티브야.”
요즘은 밤마다 앨범 속 사진을 오려서 패널에 붙인다. “사람들은 앨범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거의 없어. 앨범 속에 추억도 갇히는 거지. 그래서 사진을 꺼내기 시작했어. 봐, 이 사람들이 모두 내 주위에 있잖아.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이렇게 둘러싸여 있는 거야.”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거실과 마주하는 서재에는 오직 빼곡히 꽂혀 있는 책과 바닥에 놓여 있는 사람들 사진이 붙여진 패널뿐. 유일하게 모던한 색깔이 배어나는 부엌엔 검은색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다. 블랙과 스틸이 시크하게 조화를 이룬 공간. 수납장에는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과 저장용기가 띄엄띄엄 있고, 냉장고 안에는 코카콜라가 층층이 채워져 있다.
촬영 팀에게 책을 나눠주면서 못 찍은 거 있으면 마저 찍고 가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몇 달 전부터 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 <조영남·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진행하기 위해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 “라디오는 매력적이야. 찍히는 거 싫어하는 내가 카메라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정말 재밌어.”
“거의 내 노래처럼 부르는 노래가 있어. 가사가 백미야.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거실 중앙에 놓여 있는, 흰 돛단배를 하얀 고무신으로 표현한 그림이 떠올랐다. “난 하얀 고무신을 신고 살던 세대거든. 고무신 신고 다닌 촌놈이 가장 비싼 집에 살고 이렇게 유명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자, 돈 많이 벌어올게, 열심히들 찍어~.”
아무리 돈이 좋다고 말해도 세속적으로 보이지 않는 소년스러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자유스러움, 밥벌이로 하는 게 아니라 마냥 좋아서 그린다는 그림들이 어우러진 그의 집. 앞으로 그 집을 가득 채울 또 다른 열정은 무엇일까, 그 풍경이 또 궁금해진다.



1_ 원래 있던 그대로의 주방. 그가 좋아하는 컬러인 블랙과 실버의 조화가 시크하다.
2_ 비 오는 날은 빗속에, 맑은 날은 햇살에 집 안이 그대로 노출될 것만 같은 통창 거실. 가수임을 증명하는 그랜드 피아노와 ‘미술쇼’ 전시 작품들이 빙 둘러 있다.
3_ 목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서인지 거실 테이블, 장식장, 침실 책상, TV장 등 직접 만든 가구가 꽤 많다. 책상은 가볍게 만들어 침대에 앉아 이리저리 옮기며 사용한다.
4_ 3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인 서재, 아니 책이 꽂혀 있는 거실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요즘 밤마다 추억의 콜라주 작업 중. 옛날 사진들을 오려 붙인다.



글 기자 : 이지현
사진 기자 : 문덕관

070910옮김

 

 

출처 : 서라벌블로그입니다
글쓴이 : 서라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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