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法鼓소리보다 아름다워”
입력 : 2007.08.09 00:04 / 수정 : 2007.08.09 03:34
- ‘상전벽해(桑田碧海)’란 고사는 경북 봉화 청량사 같은 경우를 이른다. 20년 전 이 절은 ‘폐사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 청량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비 새는 법당 하나였던 절엔 법당에서 종루까지 번듯한 건물이 줄줄이 늘어섰다. 산새와 다람쥐만 놀다 가던 마당에도 이제 매년 가을 산사음악회가 열리고 전국에서 수천 명이 몰려든다. 평소엔 불자(佛子)와 등산객의 발길도 크게 붐빈다.
상전벽해의 주인공은 주지 지현(50) 스님. 그는 1986년 5월 스물아홉 나이에 청량사 주지로 부임했다. 쌀, 수저, 이불도 없는 절에 새 주지는 쌀 반 가마와 이불을 사왔지만 깎아지른 경사를 오를 길이 없어 다음날 지게로 져 날랐다. 그는 눈만 뜨면 흙을 파내고, 돌을 모아 축대를 쌓았다. 그러면서 법당에서 목탁 두드리고, 절을 했다. 부임 이듬해 부처님 오신날엔 절 마당에 걸린 연등이 25개뿐이었지만, 틈 나는 대로 마을로 내려갔다. 고추 따기, 잡초 뽑기를 도우며 ‘출장법회’를 열었다. 농사일 바쁜 농민들에게 ‘산중의 절에 오시라’ 해봐야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마을의 새마을회관을 임대해 농사일 끝난 저녁 9~10시쯤 법회를 열었다. 그것도 멀어서 오기 힘든 경우엔 경운기를 빌려서 모셨다. 영주, 안동까지 나가 연령별, 취미별 신행모임을 만들고 법회를 열었다.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산중 불교’에서 ‘대중 불교’를 지향했다.
- ▲ 지현 스님은“인생사에서 만나는 평범한 분들이 스승”이라며“늘 깎은 머리 만지며 수행자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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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만난 그는 “당시 ‘야간출장법회’를 마치고 경운기 20~30대가 일제히 시동 걸 때 ‘탈탈탈’ 울리던 소리는 어떤 법고(法鼓) 소리 보다 아름다웠다”고 기억한다. 그동안 변화도 많았다. 그는 조계종 총무국장도 지냈고, 나라의 국회의원격인 종회의원도 3차례 연임하고 있다. 또 어린이를 위한 불교노래 창작 모임인 ‘좋은 벗 풍경소리’ 총재로 24번째 앨범을 발표했으며 2년여에 걸쳐 조계종복지재단 상임이사도 지냈다. 절도 유명해졌고, 본인도 유명해졌다. 그렇지만 그는 “제게 가장 훌륭한 스승은 살아가며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라고 말했다.최근 지현 스님은 에세이집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길은 있다’(아름다운인연출판사)를 펴냈다. 책엔 그런 사연들이 담겨 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3000배 하고 싶다며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잠도 자지 않고 3000배를 이뤄낸 80대 노보살 이야기가 나온다. 늘 무뚝뚝하기만 했던 남편이 버스를 타지 않고 그 비용을 아껴서 결혼 14년 만에 아내의 잠옷을 선물한 사연, 설악산 봉정암 산길을 팔순 노모를 업고 오르내린 60대 아들 형제 이야기도 등장한다.
농촌과 어린이, 문화포교에 바친 20년―. 그는 지금도 “스님들이 행동, 말, 걸음걸이 하나까지 조심하고 모범을 보여야 불교가 산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쯤엔 산중 사찰 대부분은 폐사위기에 처할 것” “대중의 고통, 갈등, 번민과 함께하지 않는 것은 종교가 아니다”고 말한다.
포교에 관한 한 일가를 이룬 그다. “선방에서 좌선하며 수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는 않은가” 하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저도 아쉽고, 부럽고, 마음이 급하다”는 ‘인간적인’ 답이 돌아왔다. “어렸을 때 노스님이 ‘지현아, 머리는 만져 보았느냐’고 물으셨어요. 당시엔 잘 몰랐는데 ‘네가 왜 수행자가 됐는지 잊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요즘도 생각날 때마다 제 깎은 머리를 만져보곤 합니다.”
- 전남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이 템플스테이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한수 기자
- 청량사 주지 지현 스님이 자신이 겪은 인연과 그들의 삶에 깨달은 교훈과 수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뒤로는 청량산의 빼어난 절경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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