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1] 중년 男子와 神만 안다 사람 잡는 전립선 질환
[전립선비대①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2] 졸졸졸 수도관, 참기 힘든 고통
[전립선비대②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3] 근본치료+탈모방지, 중년 해피 드러그?
[전립선비대③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4] 최신 홀뮴레이저로 재발 없이 잡는다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5] 중년 남성들 합창 “오, 쏘팔메토!”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6] ‘호두의 염증’ … 그때그때 달라요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7]전립선암, 순하거나 게으르거나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8]“막연한 두려움 절대 금물 병을 알면 무조건 이겨요!”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9]놀라운 효능 ‘일중음’을 아십니까?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1] |
중년 男子와 神만 안다 사람 잡는 전립선 질환 주간동아 기자 진단 체험 “통증도, 검사도, 가슴앓이도 죽을 맛”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2009.12.08 714호 주간동아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0월 초부터였던 것 같다. 소변을 참기 힘들고, 소변을 봐도 덜 본 듯한 잔뇨감이 기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화장실에 갔다온 지 2시간도 안 돼 다시 소변이 마려워 자리를 떠야 하는 일상의 반복. 나이 마흔이 넘으면서 추운 계절이 찾아오면 으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이번엔 시기가 일렀고, 그로 인한 고통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심했다. 6~7시간 밤잠을 자는 동안 2~3차례 소변을 보려고 깨는 통에 다음 날 낮엔 졸음, 피로와 싸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 것은 불문가지.
소변 양도 턱없이 줄고 소변 줄기가 약해져 화장실에 갈 때는 옆에 누가 서 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아랫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는 바람에 방귀가 먼저 나오기 일쑤였기 때문. 그런가 하면 다 눴다 싶은데 힘을 주면 또 소변이 나왔다. 그래서 아예 좌변기에 앉아 문을 잠근 채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잦아졌다.
전립선 질환 삼두마차 ‘비대·염증·암’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조금 오래 앉아 있거나 과음을 한 다음 날 찾아오는 회음부(고환과 항문 사이) 통증. 콕콕 찌르는 듯하다 금세 묵직하고 불쾌하게 아랫도리 전체로 퍼져나가는 통증은 안 겪어본 사람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책상에 앉아 있거나 인터뷰를 위해 취재원을 만나도 거기에만 신경이 집중된다. ‘휴… 이제 마흔둘인데 나도 다됐구나’라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곤 했다.
야간뇨와 회음부 통증이 시작되면서 기자는 이미 자체 진단을 내렸다. 모든 증상으로 미뤄 전립선에 ‘고장’이 난 게 분명했다. 발병 연령대(35세 이상)도 엇비슷하게 맞아 들어갔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의학백과사전과 관련 도서, 논문을 살펴보니 전립선 질환 증상임이 더욱 확실해졌다. 기회가 있으면 비뇨기과 의사를 만나 전립선 질환 치료법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기자에게 생겨난 증상이 지인에게 일어난 것처럼 취재로 ‘위장’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전립선 질환’이라고 하면 곧 ‘아랫도리 부실’ ‘정력 저하’ ‘지저분한 성병’을 먼저 떠올린다. 이는 분명 오해이자 편견이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내가 이런 질환을 가지고 있소”라고 까발리기는 쉽지 않았다. 전립선 질환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기 위해 곧장 비뇨기과를 찾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오해와 편견은 남성에게만 있는 전립선의 해부학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대소변의 배출경로 및 출구가 생식기와 명확히 구분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정액의 경로와 배출구가 소변의 그것과 같다. 소변과 정액 모두 요도를 거쳐 성기 밖으로 배출된다. ‘오줌발이 약하면 정력도 약하다’는 터무니없는 오해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립선은 어디쯤에 있는 어떤 장기일까. 실제 남성 중에는 여성의 비뇨기, 생식기관은 훤하게 꿰면서 정작 자신의 전립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자 또한 소변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통증을 느끼기 전까진 전립선에 대해 서 푼어치의 지식밖에 없었던 게 사실. 하지만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자 이 장기가 남성에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절감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붙어 소변과 정액이 지나가는 요도를 감싸는데, 그 모양은 거꾸로 선 밤을 닮았고, 크기(정상 무게 20g)는 호두알과 비슷하다.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전립선학회 등 의학단체에서 전립선 질환 관련 캠페인을 벌일 때 호두알이나 밤을 캠페인 로고로 쓰는 이유도 그것이다. 전립선 위에는 방광이 있고 아래에는 요도 괄약근(성기 요도와 닿은 부분)이 있으며, 뒤쪽 윗부분에는 주머니 모양의 정낭이 있다. 정액은 고환에서 생산된 정자(1%)와 정낭에서 만들어진 정낭액(50~80%), 전립선에서 만들어진 전립선액(15~30%)이 합쳐진 것으로, 전립선 안에 있는 요도를 지나 성기를 통해 배출된다. 전립선을 의미하는 한자와 영어가 ‘前立腺’ ‘prostate’인 것도 고환 ‘앞에 위치한’ 장기로 전립선액을 분비하는 ‘샘’이기 때문.
따라서 전립선 자체가 커지거나 전립선에 염증 또는 종양이 생기면 먼저 소변보는 데 지장이 오고 정액이 배출되는 데도 장애가 따른다. 어떤 요인에서든 전립선이 커지면 그 안을 통과하는 요도는 압박을 받게 돼 구멍이 좁아지고, 그 안을 통과하는 소변과 정액의 양은 줄어든다. 구멍이 완전히 막히면(요도폐색) 소변과 정액이 방광이나 정낭으로 역류해 올라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때는 배를 절개하는 큰 수술로 막힌 요도를 열어줘야 한다.
전립선 질환의 ‘삼두마차’라 불리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전립선암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다. 전립선이 커지면 전립선비대증, 전립선 일부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전립선염, 양성 종양이 생기면 전립선암이다. 하지만 전립선 내에서 이들이 생기는 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염, 또는 전립선암으로 변하거나 전립선염증이 전립선암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전립선염이 전립선암으로 전이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들 질환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전립선비대증의 대표 증상은 빈뇨, 잔뇨, 야간뇨 등 주로 소변과 관련된 것이지만 전립선염은 여기에 회음부와 성기 통증(사정 시 통증 포함)이 더해진다. 전립선에 생긴 염증이 주변 조직과 장기를 자극하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전립선 질환은 사람마다 증상이 다양해 비대증인 경우에도 염증의 대표 증상인 회음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염증에서도 비대증 증상들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암의 대표 증상은 빈뇨, 사정 시 통증, 혈뇨, 요통(골반통) 등이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말기에 이른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항문검사 두 번, 얼이 나가다! 여기까지 공부하고 나니 기자에게 생긴 고질적 증상을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모’를 무릅쓰고라도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인생이 황폐해질 것 같은 예감. 11월24일, 드디어 큰마음 먹고 비뇨기과로 향했다.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의 이윤수 박사는 ‘한국의 킨제이’로 알려진 성의학자이자 전립선 질환 분야의 명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오래전에 다른 취재 때문에 안면을 튼 사이라 ‘그래도 아는 사람에게 진료받으면 덜 부끄럽겠지’ 하는 계산이 먼저였다. 이 박사는 기자의 증상을 듣더니 문진표를 내밀었다.
“일단 전립선비대증이 의심됩니다.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 측정표(21쪽 기사 참조)로 문진을 해보니 상황이 심각하군요.”
이 측정표로 전립선비대증 각 증상에 대해 점수를 매기자 총 23점이 나왔다. 7점 이하는 경증, 8~19점은 중통증, 20점 이상은 심각한 상태인데 기자는 최고등급의 점수가 나왔다. ‘배뇨 후 잔뇨감이 얼마나 자주 있나?’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라고 답했더니 4점, ‘소변 줄기가 약하다고 느낀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나?’에 ‘거의 항상’이라고 표시했더니 5점…, 이런 식으로 7개 문항(문항별 0~5점 부여)에 꼬박꼬박 답을 했더니 35점 만점에 23점이 나온 것.
“하지만 이 측정표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고, 배뇨 이상이 있더라도 민감성 방광이나 급성 방광염일 수도 있으니 요속검사 등 다른 검사를 모두 받아봅시다. 회음부 통증도 있다고 하니 경직장 초음파검사, 직장수지검사를 해야 전립선염 여부를 확진할 수 있어요. 이번 기회에 특이항원검사(PSA)를 통해 전립선암 여부도 알아봅시다.”
소변의 속도와 양을 확인하는 요류검사를 마치고 나오니 경직장 초음파 검사실로 안내했다. 이번엔 조성완 박사가 들어왔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기구가 평소 배에 대고 하던 것과는 생김새가 딴판이다. 전동칫솔처럼 생긴 막대 끝에 자석 같은 것이 붙어 있다. 그 위에 콘돔을 씌워놓았다. 조 박사는 속옷을 벗으라고 하더니 항문 주위에 젤을 발랐다.
“안 아프게 살살 넣을게요. 좀 불쾌하겠지만, 이 검사를 해야 전립선이 정상 크기보다 얼마나 커졌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전립선암도 기초 검진이 가능합니다.”
아프진 않았지만 불쾌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검사 후 엉덩이에 묻은 젤을 닦고 나가니 이윤수 박사가 초음파 결과를 보며 놀랍다는 듯 물었다.
“예상과 달리 전립선 크기는 정상입니다. 그런데 혹 과거에 전립선염을 앓은 적이 있나요? 초음파 상에 하얀 석회 반점이 보여요. 이는 전립선염을 심하게 앓았다는 흔적으로, 현재 전립선염이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실 기자는 12년 전인 1997년, 2개월 만에 14kg을 빼는 ‘폭탄 다이어트’ 끝에 비세균성 전립선염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다. 그때 받은 직장수지검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부르르 떨리는데, 이 박사는 전립선염을 판정하려면 또 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의 ‘엄명’에 다시 침대 위에 엎드리니 손가락이 항문 속으로 쑥 들어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전립선액이 뚝뚝 떨어졌다.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 이 박사는 그 액을 슬라이드에 받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세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아, 손해본 느낌.
“요류검사에선 20mm/sec이 정상 범위인데 15mm/sec이 최고로 나왔네요. 요속이 느리긴 한데, 이는 오줌의 양이 적어서 생긴 결과 같습니다.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요. 초음파 검사 결과를 보니 소변본 후 방광에 남은 잔뇨량도 거의 없는 데다 혈액검사에서 염증세포인 백혈구 수치도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염증이 없다는 얘기죠. 현재로선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은 아닙니다. 전립선염과 비슷한 전립선통(34쪽 기사 참조)인 듯하네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무 이유 없이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소변을 자주 누게 되고 회음부에 통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원인 것 같으니, 일단 일주일간 소변 배출제(전립선염 치료제의 일종)를 먹으면서 푹 쉬세요. 많이 좋아질 겁니다.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합시다.”
고통의 원인이라도 시원하게 알면 바로 치료에 들어갈 텐데 단지 스트레스 때문이라니…. 실망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발걸음도 무거웠지만 엉덩이는 더 뻐근했다. 하긴 항문 속으로 두 번이나 ‘이물질’이 들어와 쑤석거렸으니. 신음이 배어나왔다.
“아! 전립선이 사람 잡는구나,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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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염 때문에 살인에 자살까지 문제는 이런 전립선 질환이 급증 추세에 있으며 그 폐해가 극심하다는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비뇨기과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08년 전립선 질환자 수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립선비대증은 11배, 전립선암은 7.5배, 전립선염은 5배나 증가했다. 겪어보니 짐작할 만했지만,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이만저만하지 않다. 지난 3월에는 전립선염을 치료받던 70대 남성이 병이 빨리 호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료 의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남성은 만성 전립선염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전립선 질환과 관련된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 각 비뇨기과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전립선 질환 때문에 절망에 빠지거나 분노하는 환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친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겠고 혼자 끙끙 앓는다’ ‘삶에 의욕을 잃었다’ ‘직장을 그만뒀다’ ‘세월이 빨리 가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죽고 싶다’ ‘쉬고 싶은데 죽을병도 아니라서 쉬지도 못한다’ ‘성병이라 놀릴까봐 말도 못 꺼낸다’ ‘치료 제대로 못하는 의사, 한의사를 처벌해야 한다’ 등등.
이렇게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의 대부분은 만성적으로 전립선비대증이나 염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립선암에 걸린 환자나 가족이 ‘살 수 있는 치료법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읍소하는데, 생명에 지장 없는 만성 질환자들은 “차라리 죽고 싶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현대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개념이 ‘아픈 몸을 이끌고 고통스럽게 연명하느니 죽는 게 낫다’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전립선암에 걸린 환자들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3년 이상 만성적으로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을 앓은 환자의 60% 이상이 심각한 우울증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비대증에 걸린 50세 이상 남성 380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배뇨통(13.7%), 수면장애(16.1%), 여행 시 불편(20.3%)보다 질환 자체에 대한 걱정과 근심(39.2%), 발기 문제(32.9%), 성적욕구 저하(21.6%)가 일상을 영위하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전립선비대증은 발기부전이나 성적욕구 저하, 성기능 저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환자들의 이런 호소는 전립선비대증의 고통 때문에 생긴 2차적 심인성(心因性) 합병증인 셈.
전립선염이 생기면 남성 불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전립선에서 생산되는 전립선액은 정자에 영양을 보급하고 운동기능을 활성화하며 몸속으로 들어오는 세균에 대한 살균작용을 한다. 따라서 전립선에 염증이 생겨 전립선액이 제 기능을 못하면 정자가 여성의 자궁 안까지 살아서 당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하지만 전립선염이 그 자체로 남성의 발기나 성기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전립선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 및 경제적 손실을 수치화하거나 관련 사례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연구논문, 조사결과는 아직 국내에 단 한 건도 없는 실정. 당뇨나 고혈압 등 다른 만성 질환과 비교하면 유독 전립선만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주관중 교수는 “비뇨기 관련 각 학회에서 전립선 질환의 사회적 비용 측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현재 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병에 걸리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는 전립선. 남성에게만 생기는데도 남성이 더 모르는 전립선 질환. 이젠 제대로 알고 알릴 때가 왔다. (끝) |
[전립선비대①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2] |
졸졸졸 수도관, 참기 힘든 고통 50대 50%, 60대 60% 전립선비대 … 대부분 약물치료, 안 되면 수술해야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51) 씨. 180cm가 넘는 큰 키에 젊은 시절 운동으로 다진 건장한 체격 덕분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그에게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폭포수 같던 소변 줄기가 몇 달 전부터 부쩍 가늘어진 데다 소변을 보고 난 뒤에도 영 개운치 않은 것. 날씨가 추워지면서 소변은 더 자주 마려운데 나오는 양이나 힘은 신통치 않으니 부하직원들 눈 피해 화장실에 들락거리느라 진땀을 흘린다.
바지 지퍼를 내린 채 변기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괜히 물만 내리는 일이 잦아지면 남성들은 으레 ‘나도 이제 늙었구나!’ 하고 고개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노화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말면 병을 키워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학교실 홍성준 교수는 “치매, 파킨슨씨병, 중풍, 척추손상, 전립선암, 방광암 등이 배뇨장애를 일으키지만, 50대 이후 남성의 경우 가장 흔하게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은 전립선비대증”이라고 말한다. 전문의들은 50대 남성의 절반 정도가 전립선비대증으로 배뇨장애를 겪고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방치하면 신부전 올 수도 전립선비대증은 방광 바로 아래에서 요도를 반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전립선이 커져 소변의 흐름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 호두알만 한 장기로, 정액의 일부를 만들고 정자에 영양을 공급한다. 태어날 땐 완두콩만 하던 것이 사춘기 때부터 빠르게 성장해 20대 후반이면 무게가 20g 정도에 이른다. 30세 이후에도 속도는 줄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커진다. 성인 남성의 경우 부피가 20㎖ 정도이나 전립선비대증에 걸리면 약 40㎖로 커지고 드물게는 100~200㎖까지 는다.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다 보니 암의 전단계가 아닌가 우려하는 이도 많은데, 전립선비대증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약 3%가 전립선암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TP, 홀뮴 레이저 치료 주목 전립선이 요도를 에워싸고 있다 보니 전립선이 커지면 안쪽의 요도를 압박해 소변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소변을 본 뒤에도 개운치 않은 잔뇨감(殘尿感)이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특히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잠을 설치는 경우, 소변이 금방 나오지 않고 한참 기다려야 하거나 아랫배에 힘을 줘야만 나오는 경우, 또 소변 줄기가 점차 가늘어지고 중간에 끊기는 경우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고환을 가진 40대 이상 남성에게만 발병하는 것으로 보아 나이와 남성호르몬이 중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건강한 40세 남자가 80세까지 살 경우 80세 이전에 전립선 수술을 받을 확률이 30~ 40%나 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서양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동서양의 발생률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증후군과도 관련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을 의심케 하는 증상은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고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드러난다. 그래서 많은 경우 나이가 들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는데, 자칫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방광에 남아 있으면 요로감염, 요독증, 방광결석 등에 걸릴 확률이 높고, 억지로 소변을 내보내기 위해 방광이 높은 압력을 유지하다 보면 기능이 손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 전립선의 압박이 심해지면 요도 내 혈관이 파열돼 혈뇨가 나오거나, 방광출구와 요도가 막혀 소변이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응급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드물게는 신부전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전립선증상점수표(IPSS)를 이용해 자가진단 후 8점이 넘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전립선비대증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 병력,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크게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뉜다. 증상이 가볍거나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환자에겐 별다른 치료 없이 지켜보는 관망요법(대기요법)을 쓴다. 삼성서울병원 이성원 교수는 “과거에 비하면 환자들이 발병 초기,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병원을 찾아 약 90%의 환자는 약물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알파차단제와 남성호르몬 억제제가 있다.
알파차단제는 전립선 및 방광출구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곤란 증상을 완화한다. 본래 전립선과 방광출구에는 알파교감신경이 분포해 소변이 새지 않도록 긴장도를 유지하는데, 이 알파교감신경을 차단함으로써 요도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 소변을 시원하게 보도록 하는 것. 빠르면 일주일 안에 증상이 부분적으로 호전되고, 치료효과가 최대로 나타나기까지는 보통 2~3개월이 걸린다. 다만 어지럼증, 두통, 피로감 같은 부작용이 있으며, 드물게는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한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 조직 내에서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돼 10배 이상 강력한 작용을 한다. 생식기관인 전립선이 성장하려면 이 DHT 호르몬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겐 DHT 생성을 줄이는 약물을 투여하는데,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가 바로 그것이다. 증상이 호전되기까지는 3~6개월이 걸리며 전립선이 30~40㎖ 이상으로 커졌을 때 효과가 크다. 전립선암 여부를 확인하는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의 정확도를 떨어뜨리므로 주의가 필요하다(39쪽 기사 참조).
약물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방광이나 신장기능이 손상됐거나 손상될 위험이 있는 경우,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거나 혈뇨, 방광결석,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립선이 매우 크거나 요도질환이 있으면 아랫배나 회음부를 절개해야 하지만, 많은 경우 요도에 기구를 삽입해 전립선을 도려낸다. 이를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TURP)이라고 하는데, 음경을 통해 내시경 기구를 삽입, 요도를 관통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전신마취나 척추마취 후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리며 일주일 입원해야 한다. 부작용으로는 정액이 방광으로 흘러들어가는 역행성 사정, 출혈, 요실금, 요도협착 등이 있다. 전립선이 약 30g 이하로 커진 경우엔 전립선을 조금 절개해 배뇨를 원활하게 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개술(TUIP)을 이용할 수 있다. 수술시간이 짧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게 장점이다. 다만 전립선이 클수록 수술 성공률이 떨어진다. 마취 및 수술의 위험성, 입원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을 보완한 최소침습적 치료법도 다양하게 보급됐다. 풍선확장술, 고온열치료, 경요도 세침소작법, 초음파소작법, 전립선 내 부목 설치 등이 있는데, 합병증 발생 위험이 적은 대신에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보다 치료효과는 떨어진다. 최근엔 KTP나 홀뮴(Holmium)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이 주목받고 있다(28쪽 기사 참조).
육류 대신 콩 섭취 … 예방검진 절실 노화를 막을 수 없고, 남성호르몬 억제로 인한 부작용을 감당하기 힘든 만큼 전립선비대증을 예방하려면 정기검진으로 건강상태를 꾸준히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생활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이 북유럽과 북미지역에서 많이 발생해온 데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대신 채소와 과일, 생선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콩에 함유된 제니스테인(genistein)이 전립선비대증 조직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에서는 전립선 건강에 좋다며 콩으로 만든 과자가 판매될 정도.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았으나 증상이 경미하다면 소변을 참지 말아야 한다. 소변을 자주 볼수록 방광 속 압력이 낮아지고, 방광이 완전히 비워져야 화장실에 가는 빈도도 낮아진다. 저녁에는 되도록 음료를 마시지 말고, 특히 카페인 음료를 피한다. 음주는 방광의 과도한 팽창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과음을 삼가고, 감기약을 복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감기약 성분이 방광출구를 조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끝) |
[전립선비대②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3] |
근본치료+탈모방지, 중년 해피 드러그? GSK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아보다트’ 이중효과 … 전립선암 예방효과도 밝혀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자동차 판매업자 정영수(가명·49) 씨는 지난여름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다. 의사가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약을 처방받으면서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성기능 저하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걱정이 생겼다. 다행히 아직까진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곤란과 그에 따른 실적부진 스트레스로 한동안 심했던 탈모증상이 한결 나아진 것이다. 듬성듬성하던 머리가 눈에 띄게 까매진 것 같아 자꾸 거울을 보게 된다.
지상특명, DHT 생성을 줄여라! 이렇듯 전립선비대증으로 남몰래 눈물 흘렸던 남성 중 일부가 뜻밖의 ‘선물’에 웃음 짓는 일이 종종 있다. 이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약물의 남성탈모 방지효과 때문이다. 일찍이 그 놀라운 효과를 알아챈 이들 중엔 전립선비대증 치료가 끝난 뒤에도 머리털을 위해 남은 약을 쪼개서 먹곤 했다. 그런데 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아보다트’가 탈모치료제로도 정식 승인을 받아 전립선비대증과 탈모에 시달리던 남성들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약물은 크게 알파차단제와 남성호르몬 억제제로 나뉜다. 알파차단제는 전립선과 방광경부에 분포해 소변이 새지 않게 일정한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는 알파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즉 요도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 배뇨곤란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잠긴 꼭지를 틀어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배뇨제 기능을 한다. 테라조신, 독사조신, 탐술로신, 알푸조신 등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전립선 성장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전립선 크기 자체를 줄인다. 전립선의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특히 전립선이 30g 이상으로 커진 환자에게 효과가 크다. 따라서 비뇨기과에선 소변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방광에 소변이 가득 찼는데도 갑자기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응급상황), 방광결석 등 수술이 필요한 경우 외엔 알파차단제와 남성호르몬 억제제의 단독 및 병용요법을 치료방법으로 권장한다. 이 가운데 남성탈모와 관련 있는 것은 남성호르몬 억제제이고, 피나스테리드(일명 ‘프로스카’)와 두타스테리드(일명 ‘아보다트’)가 여기에 속한다.
신체 내에서 주도적으로 기능하는 남성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이지만, 전립선이 성장하고 기능하는 데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DHT는 테스토스테론이 조직 내에서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 변화된 것으로 테스토스테론보다 10배 이상 강력한 작용을 한다. 남성호르몬 억제제는 5알파환원효소를 차단함으로써 DHT의 생성을 줄이는 원리다.
그런데 전립선 성장에 관여하는 DHT가 모낭의 크기를 줄이고 머리카락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따라서 DHT 생성이 줄면 전립선의 성장뿐 아니라 탈모 억제도 기대할 수 있는 것.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이미 탈모치료제로 사용돼왔다. 유명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는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의 일종인 피나스테리드 성분이다.
‘프로스카’를 처방받아 복용하다 ‘부작용으로’ 머리털이 나는 사람이 발견되자 탈모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 1997년 하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대한 약효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적절하게 용량을 줄인 ‘프로페시아’로 출고됐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탈모치료제 가격에 부담을 느낀 남성들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처방받은 뒤 약을 쪼개서 먹는 위험을 감행한다. 전문가들은 허가받은 내용이 아닌 용법·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효과 및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전립선 크기 27% 감소 일각에서 프로스카를 탈모 치료를 위해 ‘편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아보다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탈모 남성이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에 대한 만족도를 비교해왔을 정도. 아보다트가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탈모치료제 적응증(어떤 약제나 수술 등에 의해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질환이나 증상)을 공식적으로 추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보다트는 성인 남성(만 18~41세)의 남성형 탈모 치료에 대한 효능·효과를 승인받았다. 탈모 치료를 위한 아보다트 권장량은 하루 한 번 1캡슐(0.5mg)이며,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서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이라면 하루 한 알의 아보다트로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 다만 여성과 소아에겐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배우자가 임신을 계획하는 남성 등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요구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시장은 교감신경 차단제인 알파차단제와 항(抗)남성호르몬요법을 통틀어 19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그중 아보다트가 주목을 받는 것은 남성호르몬을 DHT로 전환시키는 5알파환원효소 1형과 2형 모두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5알파환원효소에는 피부와 간 조직, 전립선 등 여러 장기와 모낭에 존재하는 1형, 전립선을 포함한 요로생식기에 주로 존재하는 2형이 있다. 기존의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는 2형에만 작용하는 데 비해 아보다트는 1형과 2형 모두에 작용해 DHT 수치를 크게,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특히 1형 5알파환원효소 억제력이 다른 약제보다 60배 정도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내에 빨리 흡수되며, 대부분 간에서 대사돼 대변으로 배설되는 것도 강점.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양이 미미해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도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에서 기존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를 비교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각각 12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투여한 후 국제전립선비대증 증상점수를 비교한 연구에선 두타스테리드가 초기 투여에서 우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아직은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아보다트가 최근까지 전립선비대증 치료, 전립선비대증 증상 개선, 급성 요저류 위험성 감소, 전립선비대증과 관련된 수술 필요성 감소 등의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점. 임상실험 결과 아보다트를 복용한 환자는 DHT 농도가 평균 94% 감소했으며 그 효과가 4년 넘게 지속됐다. 전립선 크기를 4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시켜, 전체적인 감소율은 약 27%에 달했다. 소변의 속도 면에서도 아보다트는 빠르면 치료 1개월 만에 효과를 보였다. 아보다트는 급성 요폐 위험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보다트와 알파차단제 탐술로신을 함께 복용할 경우 더 뛰어난 효과를 보여 병용처방 요법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이윤수 원장도 “앞으로는 알파차단제와 아보다트를 함께 쓰는 것이 전립선비대증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김성득(가명·69) 씨는 지난해 초부터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아진 데다, 특히 밤에 4번 이상 소변이 마려워 잠을 설치자 비뇨기과를 찾았다. 국제전립선 증상점수(0~35점, 낮을수록 증상이 경미하다)를 측정해본 결과 22점, 중증(0~7 : 경증, 8~19 : 중등증, 20~35 : 중증)으로 판명됐다. 삶의 질 조사(0~6점, 높을수록 삶의 질 낮음)에서도 6점이 나왔다.
남성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복병 경직장초음파로 전립선 크기를 살펴보니 57.4g(정상치는 20g)으로 심각한 전립선비대가 발견됐다. 수술까지 고려할 상황이었지만 우선 약물치료로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증상 개선과 근본적 치료를 위해 알파차단제와 아보다트를 병용 투여했다. 6개월 후 김씨의 전립선 상태는 몰라보게 변했다. 전립선 크기가 37.6g으로 크게 줄어든 것. 환자가 느끼는 증상에서도 국제전립선증상점수가 22점에서 8점으로 낮아졌고, 삶의 질도 4점으로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21쪽 기사 참조).
한편 지난 4월24일~5월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비뇨기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REDUCE’ 연구에 따르면, 두타스테리드가 전립선암 고위험군 환자의 전립선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보다트는 전립선암 예방효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전립선암은 미국인의 남성암 중 부동의 1위에 올라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그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1995년 269명에서 2005년 909명으로 약 3.4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립선암 환자에게 들어가는 보험금도 2000년 80억원에서 2006년 521억원으로 6.5배 늘어나 사회적 부담도 커졌다(39쪽 기사 참조).
이런 현실에서 아보다트의 전립선암 예방효과는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기존 치료제에서 드러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전립선암 예방제로서도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의 주요 원인이 노화와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만큼, 남성에게 전립선질환은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복병인지 모른다. 여기에다 머리카락까지 빠지면 그들은 한층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보다트는 그들에게 ‘해피 드러그(Happy Drug)’가 돼줄 수 있을까. (끝) |
[전립선비대③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4] |
최신 홀뮴레이저로 재발 없이 잡는다 강남J비뇨기과 홀렙 수술법·KTP 레이저, 부작용 적어 인기 |
유두진 주간동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
성인 전립선의 크기는 보통 가로 4cm, 세로 3cm, 높이 3cm 정도다. 무게는 약 20g으로 큰 호두알만 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립선은 조금씩 비대해진다. 그러다 전립선의 무게가 30g이 넘을 만큼 커지면 요도를 압박하는 전립선비대증이 생긴다. 비대증 환자의 전립선 크기는 최근 들어 날로 커지는 추세.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육식 위주의 서구화한 식생활,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를 든다. 약물치료가 전립선의 크기나 질환의 장기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증세 완화에는 효과가 있으나 일부 환자의 경우 치료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조직이 오히려 커질 위험이 있다는 것. 따라서 전립선비대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 현실에서, 오랜 기간의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라면 수술치료 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다.
수술 치료는 개복(開腹)을 통한 전립선 절제술, 그리고 전기전립선 분쇄칼을 내시경을 통해 요도에 넣은 뒤 커진 조직을 도려내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 등이 행해져왔다. 그러나 기술이 진보하면서 이 같은 전통적 수술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시행이 간편한 이른바 ‘덜 침습적인 수술’ 기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Tip 참조). 이 중 최근 가장 각광받는 수술법이 홀렙(HoLEP·홀뮴 레이저 전립선종 적출) 시술과 KTP(광선택적 전립선 기화) 레이저 시술이다.
간단, 무혈, 정확한 KTP 레이저 시술 전립선질환 치료로 유명한 서울 강남J비뇨기과 박천진 원장은 “전립선비대증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을 통해 비대한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전통적 수술법들은 조직 제거에 따른 출혈과 통증, 그리고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불편함 등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박 원장이 전립선비대증 수술에 레이저 시술을 도입한 것도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다.
레이저 시술은 말 그대로 전립선에 레이저를 쪼여 요도를 막고 있는 전립선 조직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의 초기 레이저 치료에 사용하던 NdYAG(앤디야그) 레이저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었다. 우리 몸의 조직은 대부분 물로 구성됐는데, NdYAG는 물에 흡수되는 특성이 있어 불필요한 조직에까지 레이저가 깊숙이 작용했던 것. 또한 저출력 방식이라 레이저의 파워가 약해 불필요한 조직을 제대로 기화시키지 못했다. 결국 전립선 조직에 레이저를 쪼이면 주변의 정상 조직이 타거나 붓는 불편이 발생했다. 그래서 시술 후 부어오른 전립선 때문에 2주 이상 소변줄을 지니고 요양을 하기도 했다.
박 원장의 강남J비뇨기과는 이런 기존 레이저 시술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보다 진보한 레이저 시술인 KTP 레이저 기법을 2004년에 도입했다. 아시아에선 세 번째. 그 후 KTP 레이저는 대학병원을 포함한 국내 각 병원으로 대중화됐다. 지금은 이 시술에 보험도 적용되는 상황이다.
KTP 레이저는 기존 NdYAG 레이저에 비해 새로운 특성과 장점이 있다. 우선 레이저가 정상 조직에 침투되지 않는다는 점. KTP 레이저는 조직에 침투하는 두께가 1~2mm에 불과해 주변의 정상 조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시술 후에 전립선이 붓거나 주변 조직에 열이 가해져 통증이 생길 위험이 매우 적다. 또 KTP 레이저는 물보다 혈관에 1만 배 정도 흡수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혈관 내 혈액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방식이다 보니 시술 중이나 후에 출혈이 거의 없다.
파워가 강력한 고출력 방식이라 비대해진 전립선만 정확하게 표적으로 삼아 태워 없앨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레이저가 정상 조직을 훼손하지 않고 출혈을 최소화한다 해도 조직을 태워 없애는 속도가 느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KTP 레이저는 고출력 방식이기 때문에 전립선 조직을 신속하게 기화해 없앨 수 있다. 따라서 시술 이후 단시간 내에 바로 소변을 볼 수 있으며, 심한 경우가 아니면 시술 후 소변줄을 달고 있을 필요가 없다. 박 원장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KTP 레이저가 활성화되면서 수술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KTP 레이저는 시술이 간편하며 작은 크기의 조직을 제거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TP 레이저도 전립선 조직이 엄청나게 비대해진 경우에는 한계를 보이는 게 사실. 그런데 최근 국내에 소개된 레이저 치료법인 ‘홀렙 시술’은 아무리 큰 전립선 비대 조직도 한 번에 재발 가능성 없이 들어낸다. 홀뮴 레이저를 이용한 홀렙 시술은 KTP 레이저 시술보다 한층 진보된 기법으로, 전문가 중에는 향후 전립선비대증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이 시술을 꼽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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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 간편, 재발 없는 치료술 홀렙 2007년 중순 배뇨에 이상을 느껴 비뇨기과를 찾은 이병기(가명·60) 씨.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이씨는 최근까지 약물로 전립선 크기를 줄여보려 노력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 하지만 전립선이 무려 100g이 넘을 만큼 크다 보니 선뜻 수술을 선택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일반적인 전립선 제거수술법인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나 기존 레이저 시술의 경우 이처럼 큰 조직을 제거하는 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 이 경우 일부 조직만 제거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게 되는데, 제거되지 않은 조직이 다시 활성화돼 전립선비대증을 재발시킬 위험이 크다.
재발을 방지하려면 비대한 조직을 완전히 도려내야 하지만, 지금껏 이를 가능케 한 유일한 방법은 개복 수술뿐이었다. 재발 위험 때문에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을 선택하기도, 그렇다고 전신마취를 하고 배를 가르는 수술을 선택하기도 힘들었던 이씨는 결국 수술을 포기한 채 약물치료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씨의 고민은 홀렙 시술 덕분에 해결됐다.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개복 수술과 비견될 만한 효과를 보일 뿐 아니라, 특수 레이저로 불필요한 조직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재발 위험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이씨는 홀렙 시술을 통해 100g이 넘는 전립선 중 비대해진 부분을 완전히 제거했다. 그리고 시술 이틀 후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최근 홀렙 시술이 각광받는 것은 이씨의 사례에서 보듯 거대해진 전립선 조직의 완전한 제거와 개복하지 않는 안전한 시술법 때문이다. 배를 가르지 않고 어떻게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완전히 분리, 제거할 수 있을까. 이는 홀뮴(Holmium)이라는 특수 레이저를 이용해 전립선 피막(전립선을 싸는 맨 밖의 막)과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 사이를 분리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나 기존의 레이저 방식은 요도를 통해 기구를 삽입한 후 안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조직을 뜯어내거나 기화시키는 방식이었다(그림1, 2 참조).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이럴 경우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힘들고, 100g 이상 전립선이 비대해진 경우 조직이 남아 재발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홀렙은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전립선 피막을 경계로 분리해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그림3 참조)
쉽게 말해 기존의 수술 방식은 수박을 숟가락으로 파먹던 식(수박 속을 완전히 걷어내기 힘들다)이나, 홀렙은 귤껍질을 완전히 벗겨내 알맹이를 통째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전립선 피막 자체는 혈관이 없는 무혈면(無血面)이므로 이 부분을 잘 벗겨내면 출혈 없이 시술할 수 있는데, 바로 이 피막을 박리하는 기술이 홀렙 시술의 핵심이다. 그리고 홀뮴 레이저의 경우 조직 침투 깊이가 0.4m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술 후 부종이나 조직 응고 등의 위험이 적고 출혈 시 지혈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박천진 원장은 “과거 수술법들은 심장질환으로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출혈 위험 때문에 수술이 어려웠던 반면, 홀렙은 지혈효과가 뛰어나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 복용자도 시술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발견도 가능 홀렙 시술의 또 다른 장점은 제거된 전립선 조직을 확보할 수 있어 전립선암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림3에서 보듯 홀렙 시술로 제거한 전립선비대 조직은 일시적으로 방광에 모아둔다. 이후 분쇄기로 조직을 잘게 조각내 몸 밖으로 빼내는데 이렇게 하면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 시술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전립선암을 발견하기가 쉬워진다. 우리보다 먼저 홀렙 시술을 시작한 의료 선진국에선 이런 식으로 발견한 전립선암의 비율이 전체 수술 환자의 5~6%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암 발생률을 감안할 때 결코 무시 못할 수치. 기존의 레이저 시술이 전립선 조직을 태우거나 기화시킴으로써 조직을 얻을 수 없었던 것과는 눈에 띄게 대조되는 대목.
홀렙 시술은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시행돼 효과가 입증됐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여름쯤에야 도입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홀렙 시술이 가능한 병원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의료원 등 대형병원 10여 곳에 불과하다. 개인병원으로는 강남J비뇨기과 등에서 시술하고 있다.
홀렙의 국내 도입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시술 기술 습득이 까다로워 아무나 할 수 없는 범주에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술 방법이 어려운 데 반해 시술받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편안하다. 출혈도 거의 없는 데다 시술 후 당일 혹은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고 빠른 시간 내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따라서 홀렙 시술은 해부학적 발생 원인에 근거한 가장 이상적인 내시경 시술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비뇨기과에서 홀뮴 레이저는 전립선비대증 치료 외에 요관 및 신장결석이나 방광결석, 전립선결석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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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5] |
중년 남성들 합창 “오, 쏘팔메토!” 인디언의 전립선비대 치료제 CJ뉴트라, ‘건강기능식품’으로 최초 출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
평소 고기와 술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에 비만해진 직장인 이태균(가명·50) 씨.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근심거리가 생겼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중간에 끊기기도 하더니 급기야 소변을 보고 난 뒤 몇 방울을 흘려 속옷을 적시는 일까지 벌어진 것. 아내와의 잠자리에서도 사정이 어렵고 통증까지 있어 얼굴을 붉혔다. 참다못해 비뇨기과를 찾은 그는 ‘전립선비대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음주를 줄이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속는 셈치고 ‘쏘팔메토(saw palmetto)’를 먹어보았다. 자신보다 먼저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한 지인들의 권유로 복용한 것인데 뜻밖에도 꽤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장인어른에게도 선물했다.
요즘 중년 남성 사이에 ‘쏘팔메토’가 화제다. 이름도 낯선 ‘쏘팔메토’는 소나무 숲이나 해먹(Hammock) 나무가 많은 지역에서 땅을 넓게 덮고 자라는 부채꼴 모양의 키 작은 야자수. 아시아와 북미 인디언들이 전립선비대 증상을 개선하려고 여러 약용식물을 이용했는데, 이 나무 열매 추출물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키 작은 야자수 … DHT 생성량 감소 그런데 쏘팔메토가 실제로 소변 속도, 배뇨증상 개선 등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그 성분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5알파환원효소 억제제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것. 전립선 조직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면서 성장하는데, 쏘팔메토가 5알파환원효소의 활성화를 억제해 DHT 생성량을 감소시키는 것. 쏘팔메토는 노니 주스, 마늘, 녹차, 천연비타민류 등과 함께 미국 생약건강기능식품(herbal supplement) 중 5위권을 형성하며 연간 1200억원 이상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뉴트라 전립소 쏘팔메토’가 전립선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개별인정을 받아 2007년 7월 출시됐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이란 이미 기능이 입증돼 식약청이 고시 허가한 품목 이외의 새로운 원료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을 말한다. 쏘팔메토는 양성 전립선비대증 132명과 50~85세 남성 70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은 “출시 당시에는 매출이 월평균 5억∼6억원에 그쳤으나 2009년 들어 월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후 한국암웨이 ‘뉴트리라이트 쏘팔메토 블렌드’, 한국인삼공사 ‘라이프앤진’을 비롯해 보령제약 ‘M16 쏘팔메토’ 등 관련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CJ뉴트라 전립소 쏘팔메토 김성환 브랜드 매니저는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기능식품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남성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식품’이다.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현대인의 식단에 부족하기 쉬운 각종 영양소를 보충하고 영양 불균형 개선으로 건강 유지 및 증진에 도움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탑 비뇨기과 조규선 원장은 “의사와 상담해 질환의 정도를 정확히 안 다음,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각광받는 쏘팔메토는 전립선 질환 예방 및 개선에 효과가 입증됐지만 약은 아니므로 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 |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6] |
‘호두의 염증’ … 그때그때 달라요 전립선염 증상·원인·예후 다양 … 꾸준한 자기관리와 치료가 최선 |
이진한 동아일보 교육생활부 기자·의사 |
최근 비뇨기과의원에서 전립선염 진단을 받은 대기업 전산실 과장 김모(42) 씨는 두 달 전부터 화장실 가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문제는 그렇게 화장실을 자주 가도 시원하지 않고, 방광에 오줌이 남아 있는 느낌이 계속된다는 것. 특히 술자리를 한 다음 날은 화장실 가는 빈도는 물론 통증도 더해져 업무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다.
김씨 같은 증상이 있는 중년층이라면 전립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전립선염은 남성의 대표적 질병인 전립선 질환의 하나로, 비뇨기과 외래환자의 20~25%를 차지할 만큼 많다. 국내 청·장년 남성의 10명 중 3명이 고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약 50%가 평생 살아가면서 전립선염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져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심하면 남성불임 원인 되기도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인접한 요도에 바로 영향을 줘 배뇨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전립선염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고질적 질환. 그래서 증상이 생겼을 때 조금 쉬면 괜찮아졌다가 어느 시점에 재발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 산부인과 가는 걸 두려워하는 것만큼, 남성이 비뇨기과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산부인과에서처럼 어떤 식으로든 의료진 앞에 성기를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부끄러움도 한 이유가 되지만, 남성들의 경우 ‘전립선 질환=성병’ ‘전립선염=정력 약화’라는 사회적 오해가 발목을 잡는다.
이는 여성과 달리 남성의 비뇨기 계통은 생식기 계통과 분리되지 않고 전립선에서 하나로 묶여 있는 데서 비롯됐다. 남성의 소변과 정액은 전립선 안에 있는 요도를 통해 외부(성기)로 배출된다. 사정할 때는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아침에 발기됐을 때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복잡한 신경분포로 구성된 장치가 전립선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정할 때는 소변을 요도로 보내는 방광 괄약근이 오므려지는 반면, 정액이 나가는 사정관은 활짝 열린다. 반대로 소변이 방광에서 배출될 때는 사정관 쪽의 괄약근이 조여 두 액체가 섞이는 것을 막아준다.
일단 전립선에 염증이 오면 항문과 고환 사이(회음부) 또는 성기 앞부분에 묵직한 통증이 나타나고 다양한 배뇨증상이 생기며, 성기능에 관련된 복잡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 통증 때문에 “고환을 떼어내고 싶다”는 환자가 있을 정도. 증세가 갑자기, 또 심하게 오는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 경우 몸이 떨리는 오한이 생기면서 39℃ 이상의 고열이 나며, 전립선이 퉁퉁 부어 요도를 압박하면서 소변보기가 힘들어진다. 이때 의사가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보면(직장항문수지검사, 일명 ‘전립선 마사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심하면 소변을 전혀 못 봐 배 쪽으로 긴 혈관용 바늘이나 카테터를 꽂아 소변을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립선 뒤에 있는 직장에서 대장균이 전립선으로 침입해 급성으로 생기는 염증반응이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질환 이에 비해 오랫동안 지속된 만성 전립선염은 비뇨기과 환자의 25%를 차지하며, 50세 이하 남성에게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배뇨증상, 통증, 성기능 장애 등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급성 전립선염에 비해 치료가 쉽지 않고 재발 가능성도 높다.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5~6회인 소변보는 횟수가 8~10회로 늘어나는 빈뇨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며,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이 든다. 또 소변량이 적고, 소변 줄기도 약해진다. 전립선비대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하지만 회음부의 뻐근함, 고환 통증, 방광이 자리한 아랫배의 심한 통증 등 전립선 주변부에 통증이나 불쾌감이 있다면 만성 전립선염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통증과 불쾌감은 전립선에 생긴 염증이 주변 부위를 자극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 주변의 수많은 혈관과 신경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기능과 관련한 증상도 다양하다. 성욕 감소(설문 환자 중 53%), 자연발기력 감소(81%), 발기력 감퇴(84%), 사정 시 통증(31%)의 성기능장애 외에도 조루증 심화, 극치감 감소, 정액량 감소를 호소한다.
전립선염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증상의 경·중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커다란 심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 만성 전립선염 환자의 약 60%에서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조사보고서도 있다.
전립선염의 대표적 증상인 배뇨의 어려움은 만성 피로와 자신감 약화를 불러온다. 전립선염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것도 이 때문. 특히 직장인이나 고시생, 취업준비생 등 집중해서 일 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전립선염은 삶의 행보를 바꿀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전립선염 자체가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질환은 아니지만, 만성 전립선염이 진행될수록 심해지는 회음부 통증과 조루증 및 성기능 감소, 집중력 감퇴는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립선에 염증 생기는 3가지 이유 그렇다면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세균 감염 때문이다. 전립선염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의 5~10%가 이에 해당한다. 세균 중에는 성병을 일으키는 균도 포함되는데, 배뇨 시 통증이나 하복부 불쾌감 등 전형적인 전립선염 증상이 있는데 환자가 병·의원 방문을 꺼리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세균성 염증성 전립선염으로 비세균성 감염인자, 즉 클라미디아, 곰팡이,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다.
세 번째는 비염증성 전립선통으로 아직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자가면역 이상, 방광경부 신경 이상, 스트레스 및 정신적 요인 등 비감염성 요인들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적 불안정 요소나 스트레스가 전립선을 둘러싼 근육, 즉 고환과 항문의 중간인 회음부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켜 통증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 운전기사, 사무직 직장인에게 전립선염과 전립선통이 많은 것도 감정적 불안정이나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생기는 회음부 자극, 장시간 소변을 참아야 하는 환경,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전립선염을 초래한다. 또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전립선염 증상이 생길 수 있어 폭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전립선염을 진단할 때는 환자의 병력을 살펴본 뒤 소변 및 전립선액 검사, 소변의 세균배양검사 등을 한다. 직장수지검사를 통해 분비된 전립선액에서 염증세포인 백혈구가 기준치보다 많이 나오면 염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백혈구가 없어도, 즉 염증이 없어도 배뇨 증상, 회음부 통증 같은 전립선 관련 증상을 호소하면 전립선염으로 파악한다.
전립선액을 얻으려면 반드시 전립선 마사지를 해야 하는데, 의사가 검지를 환자의 항문에 넣어 전립선을 마사지하면 요도와 성기로 전립선액이 흘러나온다. 이 액을 슬라이드용 유리로 받아 각종 검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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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이라도 낙담할 필요 없어 전립선염 치료는 질환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뉜다.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 질환의 진행과정, 증상, 예후 등도 제각각이다. 오한과 고열, 빈뇨, 잔뇨감, 야간뇨를 동반하는 급성 세균성 전립선염은 오히려 치료가 쉬운 편이다. 입원한 뒤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그러나 만성 세균성 전립선염 환자는 항생제를 장기간 투여해도 치료가 쉽지 않다. 생식기관인 전립선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일반적인 약물의 침투가 힘들고, 이로 인해 재발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통 8주 이상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고,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염증과 무관하게 전립선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전립선염 환자가 많은데, 이는 스트레스와 회음부의 지속적인 긴장, 방광과 전립선의 기능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보다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비록 난치성이기는 해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뜻이지, 절대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므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장기간 치료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에는 전립선비대 치료제로도 쓰이는 알파차단제나 기타 약물을 사용하고, 회음부 근육이완을 위한 골반근육 재교육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밖에 물리치료, 전기자극 치료, 온열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세균감염은 없는데 증상만 있다면 의사와 상담을 계속하면서 온수 좌욕, 전립선 마사지(특히 성교 후 통증이 심한 경우) 등 대증요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전립선염은 세균성, 비세균성 할 것 없이 예방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립선염의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법이 건강한 사람에겐 최선의 예방법이다. 그러려면 평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환경을 조성하고 충분한 휴식과 운동으로 회음부 근육의 긴장을 방지하는 한편, 배뇨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오줌 절대 참지 마라! 또한 대다수 남성이 술자리는 물론 평상시에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기 위해, 혹은 하던 일을 마저 끝내려고 요의(尿意)를 느끼면서도 참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습관이다. 소변을 참을수록 회음부 근육은 더욱 긴장하기 때문에 막상 소변기 앞에 서면 회음부 근육이 풀리지 않아 볼일을 못 보게 되는 낭패를 본다. 소변을 오래 참는 게 버릇이 되면 건강한 사람도 소변이 역류해 전립선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억누르면 병이 생기는 게 상식이다.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장시간 앉아서 공부를 하는 고시생과 취업준비생들은 다리를 꼬는 자세를 삼가고, 2시간에 10분 정도는 휴식하며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체조 등으로 혈액순환을 개선해야 한다. 전립선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딱딱한 자리에 오래 앉지 말고, 의자나 운전석에는 쿠션을 두며, 자전거는 너무 오래 타지 말아야 한다. 전립선염은 피로해지면 재발하므로 피로를 피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고, 술·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되도록 삼간다.
또한 규칙적인 부부관계를 통해 전립선액을 배출하고, 평소 또는 과음 후 좌욕으로 전립선과 회음부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도 권장된다. 약간 뜨거운 물을 배꼽까지 채우고 편안한 상태에서 10분쯤 있거나, 이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샤워할 때 선 채로 뜨겁고 강한 물줄기를 회음부에 쏘여주면 된다. 이때 너무 뜨거운 물을 쏘거나 고환 부위를 직접 찜질하는 것은 정자의 운동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소변의 농도를 옅게 해 전립선 요도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알코올, 커피 등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는 것도 좋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정병하 교수,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현무 교수, 일산병원 비뇨기과 고우진 교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구자현 교수
(끝) |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7] |
전립선암, 순하거나 게으르거나 전립선특이항원(PSA) 증가하면 일단 의심 … 조기 발견 땐 완치 가능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2006년 7월 제135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며칠 전 US오픈에서 사상 최초로 컷오프를 당하는 수모를 겪은 탓인지 마지막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맹추격해오던 크리스 디마르코를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뒤에야 감정이 복받친 듯 예의 ‘호랑이 울음’을 터뜨렸다. 우승을 밥 먹듯 하던 우즈였지만 여느 우승과는 의미가 달랐다. 정신적 지주이던 아버지 얼 우즈가 그해 5월 전립선암으로 숨진 뒤 거둔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황제의 암’이라고 불린다. 전립선암 환자 가운데 유독 세계적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은 인종도, 활약하던 시대도 달랐지만 전립선암에 걸린 경험이 있거나 이로 인해 사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립선암은 남성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업적을 이뤄나갈 시기에 살며시 나타나 발목을 잡아끈다.
발생증가율 1위, 사망률 3배 급증 전립선암은 말 그대로 전립선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전립선 가장자리인 말초대에 주로 생긴다. 50대 이상 중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아버지의 암’이라고도 불린다.
“처음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솔직히 전립선이 어디 붙어 있는 건지도 몰랐어요.”
전립선암에 걸려 ‘죽다 살아난’ 지모(66) 씨에게 전립선암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남의 얘기였다.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의사에게 “왜 위암이나 간암이 아니고 전립선암이냐?”고 되물었을 정도. 두주불사를 마다하지 않는 한국 남성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위와 간이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들은 폐암을 걱정할지도 모른다. 내시경 검사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면서 대장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니 전립선암 진단을 받으면 ‘참 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립선암이 북미, 서구 유럽 등에서는 남성암 발생률 1위이며,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중 폐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심스레 자신의 바지 밑을 훔쳐보게 된다.
최근 10년 사이에 한국의 전립선암 발생 빈도도 무섭게 증가했다. 2000년까지는 남성암 중 10위 정도였지만 2002년 6위, 2005년에는 방광암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발생 증가율로 따지면 12.3%로 단연 최고.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비뇨기종양학회가 3년여에 걸쳐 완성한 ‘대한민국 전립선암 지도 만들기’ 결과도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55세 이상 한국 남성 100명 중 3.4명이 전립선암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률도 1997년 남성 10만명당 1.5명에서 2007년 4.5명으로 10년 만에 3배로 급증했다. 전립선암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은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주관중 교수의 설명이다.
“수술받는 순간까지 아무런 통증 없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경우 미국 백인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낮지만, 한국에 사는 한국인보다는 높다는 역학조사가 있습니다. 서구식 식생활 등 생활환경이 전립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이, 인종, 가족력, 지방섭취 등이 전립선암의 위험인자로 거론되며, 그 밖에 다양한 원인이 백가쟁명 식으로 제기된다.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암과는 별개의 질환이다. 주 교수는 “전립선암은 어느 한 가지 요인에 의해 발병하기보다 여러 요인이 상호작용해 일어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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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은 초기단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많은 전립선암 환자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뒤 수술받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이 빈뇨, 요지연(소변보기가 힘들고 늦게 나오는 것), 미약한 소변줄기, 잔뇨감, 하복부 및 항문 주위 불쾌감 같은 초기 증상이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일단 전립선암이 의심된다면 각종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여부 및 진행단계를 확인해야 한다. 전립선암의 진행단계는 암의 침범 깊이나 범위(T), 림프절 전이(N), 원격 전이(M) 여부에 따라 1~4기의 4단계로 나뉜다.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진행단계별로 국소 전립선암, 국소적으로 진행한 전립선암, 전이 전립선암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1, 2기는 전립선 내에 국한된 암을 말한다. 반면 3기는 암세포가 전립선 피막을 넘어 인접한 정낭이나 방광 경부의 조직으로 퍼진 경우다. 암조직이 요도를 압박할 정도의 크기가 되면 전립선비대증과 유사하게 배뇨 곤란, 빈뇨, 배뇨통이 올 수 있다. 드물게는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환자 스스로 이런 현상이 전립선암 때문인지, 전립선비대증 때문인지 분별하기 쉽지 않다.
4기에 이르면 전립선 이외의 장기인 뼈, 림프절, 폐, 뇌 등으로 원격 전이가 일어난 상태다. 특히 척추, 골반 뼈 등 뼈로의 전이가 흔하다. 어느 장기로 전이됐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정병하 교수의 설명이다.
“뼈로 전이된 경우 뼈에 통증이 심하며 병리적 골절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림프절로 전이가 일어나면 하지나 음낭의 부종이 심해지죠. 그 밖에 신경장애, 간 전이로 인한 황달, 폐 전이로 인한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립선암의 간단한 진단방법에는 직장수지검사가 있다.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손가락의 감각으로 전립선 표면 결절의 유무, 굳기, 주위와의 경계, 통증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혈액검사의 일종인 전립선 특이항원(이하 PSA)을 측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PSA는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혈액 내에 일정량이 존재해야 하며 전립선에 질환이 생기면 수치가 높아진다.
김모(48) 씨가 2007년 처음 전립선암 검사를 받았을 당시에는 PSA 수치가 1.5에 그쳤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검사를 받았을 때는 4.5로 높아져 있었다. 전립선암이 의심스럽다는 의사의 말에 차례대로 정밀검사를 받았고, 결국 전립선암으로 판정됐다. 김씨의 사례처럼 PSA 수치가 올라가면 전립선암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PSA가 3~4ng/㎖일 때 전립선암이 발견될 가능성은 20%, 4~10ng/㎖일 때는 25~30%이며 10ng/㎖ 이상이면 50%를 넘는다.
초기에는 수술, 심각하면 비수술 이후 초음파로 전립선의 구조, 크기, 암이 의심되는 부위, 정낭 등을 확인하는 경직장 전립선 초음파검사, 그리고 전립선 조직을 현미경으로 살펴 암의 유무와 악성도 등을 진단하는 조직검사 같은 정밀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암이 발견되면 암의 진행단계를 알기 위해 MRI, CT, 골주사 사진촬영 등에 들어간다.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호모(66) 씨와 맹모(62) 씨.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전립선암 2기로, 수술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진단됐다. 전립선암은 진행 단결별로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방법은 크게 수술적 방법과 비수술적 방법이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해 치료하기도 하며, 비수술적 방법들을 병행하기도 한다.
호씨와 맹씨처럼 암이 전립선 안에 국한된 경우에는 전립선, 정낭, 주위 림프절을 모두 절제하는 ‘근치적 전립선 적출술’을 시행한다. 과거에는 개복수술을 했지만, 2007년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가 도입된 이후에는 대부분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을 한다(상자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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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로봇수술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1000만원이 넘습니다. 서민에겐 언감생심이죠.”
비용 탓에 맹씨는 몸에 칼을 대는 개복수술을 택했다. 암 부위가 있는 전립선을 도려냈지만, 요실금 및 발기부전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여전히 노심초사다. 반면 호씨는 과감히 로봇수술을 선택했다.
“로봇수술을 하면 음경으로 가는 신경을 다치지 않고 잘 보존해, 수술 후에도 정상적인 발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생명이 중요하다지만 남성성을 잃어가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다행인 편이다. 최소한 수술받을 수 있을 만큼 조기에 발견됐고, 수술받기 전의 건강상태도 양호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이 3, 4기 단계이거나 초기 단계라도 고령이라서 수술을 못하는 경우에는 호르몬 요법, 방사선 치료 등의 비수술적 요법이 쓰인다. 호르몬에도 반응하지 않는 전립선암 세포의 경우에는 항암제가 사용된다. 정 교수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고환 자체를 제거했지만, 지금은 1~3개월마다 약을 주사해 남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과정을 억제하거나 전립선에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 요법을 씁니다. 방사선 치료는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사용해 암세포를 죽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한 번, 주 5회 조사하며 5~6주의 치료기간이 필요합니다.”
비외과적 방법 또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호르몬 요법의 경우 성욕 감퇴, 무기력, 안면홍조, 성기능 저하,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마취나 수술 관련 부작용은 없으나 방사선 방광염, 혈뇨, 요도 협착, 직장염, 직장 출혈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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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후에는 매년 정기검사 필요
우리의 머릿속에는 ‘암=사형선고’라는 인식이 단단히 박혀 있다. “암으로 판정됐다”는 의사의 한마디는 저승사자의 명부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는 것과도 같다. 2년 전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았을 때 차모(53) 씨는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다.
“제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전립선암은 비교적 순한 암이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순한 암도 있나요?”
“전립선암은 다른 암보다 진행 속도가 느린 ‘게으른 암’이라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완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차씨는 수술받고 거짓말처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전립선암은 1, 2기에 발견되면 10년 생존율이 80%에 이를 만큼 ‘자비로운 암’이다. 의사들이 “50세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전립선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조기 발견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립선에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을 무렵엔 전립선암이 상당히 진행됐거나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생존율이 40~60주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일부에서는 “전립선암은 더 이상 순한 암이 아니다”라며 도발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서울아산병원 안한종 교수팀(김청수·홍준혁)이 1990년부터 18년간 1156명의 전립선암 환자를 수술하고 암세포 분화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양인보다 한국 남성들의 세포 분화도가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팀은 “세포 분화도가 나쁘면 악성도가 높아 암 치료 과정에서 완치와 재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적극적인 조기 발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전립선암도 근본적인 예방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동양인의 주식인 저지방 고섬유질 식사가 전립선암 등 각종 악성 종양의 예방에 좋다”고 말한다(Tip 참조).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의 조언이다.
“동물성 지방질이 많은 식단을 피해야 합니다. 녹차를 자주 마시거나, 녹황색 채소(카로틴 성분이 많은 호박, 당근, 시금치, 상추, 아스파라가스 등), 콩류 음식을 즐겨 먹는 것도 좋습니다. DHEA나 일부 한방제는 남성호르몬을 더욱 활성화해 전립선 암세포의 증식에 영향을 미치고, PSA 수치도 높일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순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전립선암 또한 분명히 암이다. 자칫 발견 시기를 놓쳤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립선암을 마냥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가볍게 볼 수만도 없는 이유다.
*도움말 :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정병하 교수,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주관중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
(끝) |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8] |
“막연한 두려움 절대 금물 병을 알면 무조건 이겨요!” 지옥에서 천당으로 … 전립선 질환 이겨낸 ‘의지男’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세상만사 다 그렇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질병은 더욱 그러하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고통을 호소해도 당사자가 아니면 그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 전립선 질환도 예외가 아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뿐, 대부분의 남성은 전립선 질환이 얼마나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 고통을 딛고 일어선 의지의 남성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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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향한 ‘희망의 끈’ 놓지 않아야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죠.”
전립선염으로 고통받던 지난날이 떠올랐는지 김모(47) 씨는 질끈 눈을 감았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회음부 통증으로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 소변이 자꾸 마려웠지만 볼일을 보고 난 뒤에도 개운치가 않았다.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서너 번씩 깨니 숙면을 못해 늘 만성피로 상태였어요. 피부도 나빠지고, 성관계 때 사정을 하면 통증도 느껴졌죠. 시간이 흐르자 발기부전 증상도 나타났어요.”
그는 10년 전 요도염 치료를 받다가 우연히 전립선염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문란한 성생활로 인한 질병’이라는 막연한 오해 탓에 홀로 속앓이만 했다. 참을수록 고통이 더 커지자 결국 병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의사는 “완치는 힘들고, 꾸준한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완치가 안 된다고 하는 것부터가 의사 스스로 치료에 자신 없다는 뜻 아닙니까. 환자의 희망을 꺾는 병원에서 왜 치료를 받겠습니까?”
병원 문을 박차고 나온 그는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 전립선염과 관련된 책이란 책은 닥치는 대로 사서 읽었다. 긍정적인 내용은 얼마 되지 않았다. ‘무좀처럼 여기면서 평생 전립선염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 책은 도움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산으로 들고 가 모조리 태워버렸다. 그 대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져가며 전립선 관련 병원, 약, 의사 등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안 해본 게 없습니다. 양방, 한방 치료에 검은콩 생식 등 식이요법까지…. 지금은 두주불사도 마다하지 않지만 전립선염이 낫기까지는 맥주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완치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죠.”
어느 날 TV에서 한 의사의 전립선염 치료법 강의를 보고 감명받았고, 주저 없이 그 의사를 찾아가 시술을 받았다. 치료의 기본원리는 약물을 요도로 주입해 피고름을 터뜨리고 이를 다시 요도를 통해 배출하는 것. 약물치료는 큰 효과를 보였다. 치료 후 5년이 지났지만, 그는 더 이상 전립선염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기에 완치됐다고 자평한다.
“저는 완치 기준을 세 가지로 봐요. 먼저 직장수지검사를 해서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어야 해요. 그리고 어떤 통증도 없어야 하죠. 끝으로 재발이 안 돼야 완치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염 치료과정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다음)에 ‘만성 전립선염 완치자들의 모임’이라는 카페도 만들었다. 회원 수가 1만명이 넘는다. 전립선염으로 고통받는 남편들을 대신해 아내들이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무분별한 성관계를 주의하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카페 회원들을 보면 무분별한 성관계로 인한 20대 전립선염 환자가 늘고 있어요. 의사들은 성관계로 인한 전립선염 비율이 낮다고 말하지만, 카페 회원들을 조사해보면 상당 부분 성관계에서 기인합니다.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만큼 한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죠.”
변의(便意), 고관절 통증, 목마름의 대공습
담담했다. 전립선암 통보를 받았을 때의 첫 느낌을 호모(66) 씨는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가족도 호들갑을 떨기보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신속하게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암이라는 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 아닙니까. 평소 전립선이 불편했기 때문에 전립선암에 대해 웬만큼은 알고 있었습니다.”
2007년 9월 전립선 검사에서 전립선특이항원(PSA)은 2.7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5개월 뒤, 두 번째 검사에서 PSA는 5.24로 치솟았고 마침내 전립선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아픈 건 정말 겁났다”는 그는 1000만원 넘는 비용이 들지만, 덜 고통스럽고 더 안전한 다빈치 로봇수술(40쪽 기사 참조)을 선택했다. 4시간의 수술 끝에 마취에서 깼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과 심한 오한, 그리고 다급한 변의(便意)였다.
“길 가다가 갑작스레 똥이 마려운 기분 아시죠? 그런데 간호사가 대변을 보라며 변기와 기저귀를 갖다줬는데도 변이 나오지 않아 더 괴로웠습니다. 카테타를 삽입했기 때문에 배변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고는 그냥 체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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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의의 고통이 잦아들자 이번엔 고관절 통증이 찾아왔다. 수술대에서 고관절에 체중을 실은 자세로 오랫동안 몸을 고정하고 있어서 생긴 아픔이었다. 변의 때문에 미처 느끼지 못하던 고통을 그제야 몸이 인지한 것이다. 다행히 회복은 빨랐다. 고통스러운 첫날이 지나면서 수술 부위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고 가벼운 운동도 가능해졌다.
그 다음부터는 목마름과의 싸움. 병실이 건조한 탓에 입과 목이 자꾸만 메말라갔다. 하지만 물을 마시는 건 절대 금물. 가스가 나오기까지는 물을 마시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거즈에 물을 적셔 갈증을 해결했어요. 수술 다음 날 밤에 가스가 나와 물을 마시게 됐을 때의 기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다음 날 밤에는 대변까지 봤는데, 그제야 ‘내가 살았구나’ 실감했습니다.”
수술받은 지 사흘 뒤 퇴원했다. 7일 후에는 외래에서 배뇨관과 수술 봉합사를 제거했다. 배뇨관을 제거한 뒤에도 한동안 기저귀를 차고 생활했지만, 심신은 한결 가벼웠다.
“전립선을 들어냈는데도 다리 움직임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게 신기했어요. 로봇수술이 비싼 값을 하는구나 싶더군요.”
죽음의 공포는 벗어났지만 발기가 잘 안 되는 문제점이 생겼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눈앞에서 여자가 옷을 벗고 있어도 전혀 반응이 없다”. 물론 전립선암 수술을 받는다고 모두 발기부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봇수술은 신경보존이 용이하기 때문에 발기능력을 해치지 않아 성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 다만 호씨처럼 고령인 경우에는 로봇수술과 별도로 발기에 문제가 올 수 있다.
“비아그라를 먹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괜히 독한 약을 먹어 몸에 이상이 생길까봐 결국 먹지 못했죠. 그래도 살아났다는 데 감사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잖아요?”
소리 없는 불청객, 조기 발견으로 완치
“괜히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라니깐….”
2005년 겨울, 대구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지모(66) 씨는 설을 앞두고 난생처음 건강검진을 받았다. 평생을 공장에서 일한 그에게 수십만원의 비용이 드는 건강검진은 ‘사치’인 듯했다. 자식들의 성화에 못 이겨 건강검진을 받긴 했지만 영 못마땅했다. 사흘 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립선 쪽에 이상이 있으니 빨리 병원에 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때만 해도 제가 암에 걸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가끔 소변 줄기가 시원하지 않았을 뿐 별다른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 ‘며칠 병원에 다니고 약 먹으면 괜찮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상황은 심각했다.
“전립선암 2기라고 하더군요. 평소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위나 간을 걱정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일이 터진 겁니다. 그전까지는 전립선이 무엇인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어요.”
암에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주위에서는 다른 암보다 완치율이 높아 수술만 받으면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암인데…”라는 생각에 통 위로가 되질 않았다.
심리적 고통은 그렇듯 컸지만, 육체적 고통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수술을 받으러 가기 직전까지 성관계가 가능했을 정도. 암 판정을 받고 2개월 뒤 서울로 올라와 암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일흔이 가까워졌는데도 막상 암 판정을 받으니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주책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게 사람의 본능 아니겠습니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사의 지적에 수십 년간 동고동락하던 술과 담배, 커피를 미련 없이 끊었다. 고기는 삶은 것만 먹을 뿐 회 같은 날것은 피한다. 수술 뒤 건강을 회복하는 데는 부인의 헌신적인 간호가 큰 힘이 됐다. 약 먹는 시간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물론, 모임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들을 만류하는 것도 부인의 몫이었다.
“부부모임에 가면 제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이 자꾸만 술을 권하거든요. 그럼 사양하다 못해 ‘한 잔 정도야…’라며 마시려고 하죠. 그때 아내가 나서서 ‘계속 술을 권하면 이제 모임에 안 나올 거다’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그는 단 한 번의 건강검진으로 암을 발견한 것을 하늘이 준 선물로 여긴다. 그때 만일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을까. 설령 검사를 받았더라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면 1년 뒤 또다시 건강검진을 받았을까.
“전립선암은 소리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에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립선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그분이 돈이 없어서 완치를 못하겠습니까. 때를 놓쳐서 그런 거죠.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어렵다면 조기 발견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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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구 됐다는 자괴감으로 고통
11월10일 최모(71) 씨는 전립선비대증 치료를 위해 KTP 레이저 시술(28쪽 기사 참조)을 받았다. 수술부터 퇴원까지 모든 일정이 사흘 만에 끝났지만, 그가 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받은 것은 자그마치 10년이다. 10년 전 초음파검사로 처음 전립선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당시엔 레이저 시술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칼로 비대 부위를 잘라내야 하는데, 몸에 칼을 댄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죠. 더욱이 주변 사람들에게 ‘수술을 받으면 소변 조절이 안 돼 기저귀를 차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수술은 엄두도 내지 않았습니다.”
수술을 받는 대신 오래도록 약을 복용했지만 뚜렷한 차도는 없었다. 약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증상이 완화되긴 했지만 그때뿐. 오히려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그를 괴롭혔다. 자리에서 앉았다가 일어설 때면 현기증으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것 아니야’라는 걱정에 하루하루가 피 말림의 연속이었다. 최근에는 젖꼭지 부위의 유선 조직이 딱딱해졌다. 유방암이 아닐까 싶어 기겁하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혹시 전립선 약을 먹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하니 당뇨로 인한 저혈당이라면서 약물 부작용이라고 했습니다. 당장 약 복용을 중단하라더군요.”
새로운 레이저 시술기가 국내에 도입돼 몸에 칼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설명에 시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기본적으로 레이저 시술도 요도 안으로 기구를 넣어 전립선 조직을 태우는 원리라, 수술받기 전에는 엄청 고통스러울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마취가 깬 순간 성기 끝이 저리고 쓰라렸죠. 하지만 하루가 지나니 통증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최씨 또한 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면서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성불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었다.
“10년 전에 수술받지 않고 약을 먹겠다고 하자 의사가 ‘약을 먹어서 전립선비대를 축소시킬 수는 있지만 성감대가 나빠져 성생활이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다’고 했어요. 성행위 가능 여부는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데, 성적인 반응을 못할 수도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 자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어려운 결정 끝에 수술을 결심했지만, 지금은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양동이에 오줌을 누면 콸콸 넘치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긋지긋한 약도 끊었어요. 처음부터 수술했다면 이렇게 몸도 마음도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무엇보다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어 기쁩니다.” (끝) |
[男만 아는 고통 전립선 09] |
놀라운 효능 ‘일중음’을 아십니까? 일중한의원 전립선염 韓方 치료제 … 입에 써도 통증, 불편함 확실히 개선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
한 제(劑)를 복용하니 급뇨가 사라졌습니다. 참 신기했어요. 두 제를 먹으니 빈뇨가 사라졌습니다. 전에는 20분마다 소변을 봤는데, 이젠 3시간에 한 번으로 횟수가 줄었어요. 세 제를 복용하니 아랫배가 찌릿찌릿하는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네 제를 먹으니 소변이 끊어지는 현상이 사라졌어요. 다섯 제를 복용하니 소변이 굵어졌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끊어지는 현상은 있었습니다. 여섯 제를 복용하니 완전히 소변이 굵어지고, 끊어지는 현상도 사라져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곱 제째 복용 후 검사를 해보니 염증이 사라지고 전립선 크기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비뇨기과에 가서 검사해보니 거기서도 정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도 의아해했어요. 담배는 원래 피우지 않았고, 치료하는 동안엔 술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밤에 잠도 잘 자고 소변도 시원하게 보며 성기능도 회복했습니다.”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40대 남성이 일중한의원 손기정 원장에게 보낸 e메일의 일부다. 이 글은 전립선염 전문 일중한의원 홈페이지(iljoong.net) 치료후기 게시판에 공개돼 있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격일로 운전하는 이 남성은 몇 해 전 전립선염으로 3개월간 비뇨기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증세가 호전됐다가 재발하자 일중한의원을 찾았다.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워 잠을 설치기 일쑤고, 그로 인한 졸음운전 때문에 사고가 날 뻔도 해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비뇨기과에서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방 치료법을 수소문했던 것.
‘한방’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과학적인’ 양방의 대척점에 있는 ‘고급화한 민간요법’ 정도로 여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한방에 기대를 거는 건, 양방이 다스리지 못하거나 치료과정이 가혹한 여러 질환에서 한방이 놀라운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전립선염은 그 자체로 생명을 앗아가는 큰 병은 아니다. 그러나 앓아본 사람만 안다는 그 고통이 삶의 질을 야금야금 떨어뜨리고, 갖가지 치료와 약으로도 잘 낫지 않아 그야말로 ‘죽고 싶게’ 만드는 질환이다. 일중한의원을 찾은 환자 중에는 전립선염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동료 때문에 충격받고 더는 병을 숨길 수 없어 오게 됐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양방과 한방을 전전한 끝에 손 원장을 만나 증상이 호전돼 “덤으로 산다”는 이도 있으니, 전립선염이 얼마나 지독한 질환인지 짐작할 만하다.
‘가미패장지황탕’의 다른 이름 부산에 사는 30대 정모 씨는 2003년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을 진단받은 뒤 비뇨기과에서 2년간 치료받았으나 낫지 않자 튜나 수술(고온의 열로 전립선 조직 치료)과 경요도 절제술을 차례로 받았다. 그런데도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역행사정이라는 부작용을 떠안았다. 2006년 아랫도리 통증 때문에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KTX를 타고 친구의 부축을 받아 일중한의원을 찾은 그가 지금은 깨끗이 나아 전립선염 환자들에겐 독약이나 다름없는 술을 즐겨 마실 정도다. 정씨는 일중한의원 온라인 게시판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겨놓고는 “돈 낭비하고 몸 망가져 우울증까지 오는 극단적인 상황을 겪어봤기에 (전립선염은) 병원에서 수술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일중음’을 먹고 회복돼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일중음’은 손 원장이 전립선염 환자에게 처방하는 가미패장지황탕(加味敗醬地黃湯)의 다른 이름이다. 육미지황탕(숙지황, 산수유, 구기자 등 여섯 가지 약재를 넣어 달인 탕약)에 금은화(金銀花·인동초꽃), 패장근(敗醬根), 민들레꽃(蒲公英) 등을 혼합한 것이다. 손 원장은 2003년 대한동의생리병리학회지에 처음 일중음의 효과를 논문으로 게재한 이래 5000명 이상이 일중음을 먹고 전립선염의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밝힌다. 그는 “짧게는 한 달, 평균 잡아 석 달만 참고 먹으면 전립선염으로 인한 증세가 확실히 호전된다”고 자신한다.
일중한의원에는 대개 짧게는 2~3년, 길게는 15년 이상 만성 전립선염을 앓아온 환자가 찾는다. 병이 지독한 만큼 손 원장이 내리는 처방도 강하다. 일중음은 냄새와 맛이 매우 강해 먹기 거북스럽고, 비위가 약한 사람은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효과를 자신하는 것은 오랜 연구와 임상실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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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후 임상치료 결과 손 원장은 10여 년 전 우연한 계기로 전립선염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만성 전립선염을 15년간이나 앓은 친척 형님이 항생제 장기복용에 따른 내성으로 더 이상 항생제 치료도 어렵게 된 것. 그때 시험 삼아 써본 처방이 그에게 ‘전립선염 전문한의사’ 타이틀을 달아준 셈이다. 항생제가 듣지 않을 정도니 웬만한 약효로는 증상을 호전시킬 수 없겠다 싶어 평소 잘 쓰지 않는, 약효가 강한 희귀 약재를 실험적으로 써본 게 ‘기적’을 일으켰다. 항염작용을 하는 금은화와 배뇨작용을 돕는 민들레꽃, 배농작용을 하는 패장근 등이 그들. 패장근은 뚜깔나무 뿌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썩은 된장 같은 냄새가 난다 해서 그렇게 불린다. 여기에 신장기능 개선에 좋은 육미지황탕 등 기본 약재를 추가한 것이 친척에게 효과를 나타내자 본격적인 연구와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손 원장이 200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4~16년간 만성 전립선염을 앓아온 환자 46명을 일중음으로 치료한 결과 통증 및 불편함 감소 93%(42명), 배뇨증상 감소 89%(40명),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감소 90%(41명) 등 증상이 획기적으로 호전됐다. 또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만성 전립선염 증상점수표(NIH-CPSI)를 이용한 검사에서도 일중음의 효과가 확인됐다. 통증 및 불편감(17.09→1.91), 배뇨 증상(7.72→1.24),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10.59→2.96) 등 모든 지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염은 한의학에서 산병(疝病), 고병(蠱病) 등으로 불린다. 인체 하복부와 회음부에 기(氣)가 순행하지 못하고 적체해 통증이 생기거나,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듯 생식기의 기능이 점차 저하하는 경우, 소변이 혼탁한 경우를 모두 가리킨다. 손 원장은 일중음에 대해 “항염 치료제로서 증상을 제거하는 동시에 전립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신장, 방광, 비장, 간장의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자연치유력을 높여 전립선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고 말한다.
“염증이 생긴 전립선만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를 보하고 면역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일중음을 복용하고 나면 전립선염을 앓기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방은 ‘체질의학’으로 통한다. 그런데 일중음은 예외다. 일중음을 환자들에게 처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손 원장은 “희한하게도 일중음에 환자의 체질을 반영해 변화를 주면 오히려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며 “일중음은 체질에 상관없이 약재가 동일하고, 다만 증상과 병력 등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논문과 언론보도를 통해 일중음의 주요 약재가 공개되자 일부 전립선염 환자 사이에선 ‘경동표 일중음’의 효과가 관심사다. 한 달에 90만원 하는 진짜 일중음 값이 부담스러운 나머지, 급한 대로 경동시장에서 몇몇 약재를 직접 구입해 달여 먹는 것. 손 원장 역시 경동표 일중음의 존재를 익히 들어 알지만 그 효과는 알 수 없다며 웃었다. “주요 약재가 워낙 귀하다 보니 약값이 좀 비싼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처음 약값을 정한 이래 한 번도 인상한 적이 없고, 더 오랜 시간 고생하고 더 많은 돈을 낭비하는 것에 비하면 결코 비싼 게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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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시장표’ 가짜 일중음 등장
일중음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고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하나같이 절박해 그는 좋은 약재를 구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산 한약재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있고, 국내에 있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차례 중국을 오가며 양질의 약재를 확보해왔다. 한번은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 1개 군 규모에 버금가는 대형 약재시장(안국시장)에서도 원하는 품질의 약재를 구하지 못하자 수소문 끝에 우루무치에서 구해오는 열의를 보였다.
일중음의 효과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은 환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이어진다. 그가 홈페이지 치료후기 게시판을 ‘공개’ 운영하는 건 ‘다 까놓지 않으면’ 한방 치료효과를 믿지 않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고, 일중음을 복용한 환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들어야 약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 결과 일중음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한약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약재에 함유된 중금속 등 오염물질을 염려한다. 손 원장은 약재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유해물질을 없애고자 약재를 달이기 전 유익균을 넣어 이틀 동안 발효시킨다. 이렇게 하면 유해물질 함유량이 줄어들 뿐 아니라, 달였을 때 약 성분은 더 잘 추출되고 냄새나 독성은 약해져 환자들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고.
“지금은 모든 약을 이틀 동안 발효시킨 뒤 달입니다. 그러려면 전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만성 질환으로 위장과 간이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환자들의 상태를 외면할 수 없으니까요.”
금은화, 패장근, 민들레꽃 외에 새로 추가된 약재는 없을까? 손 원장은 조심스럽게 ‘작두콩’ 이야기를 했다. 일반 콩보다 훨씬 큰, 엄지손가락만한 작두콩은 간암 등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원장은 “작두콩에 항염, 항암 효과가 있다”며 “맛도 좋아 밥을 지을 때 넣어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손 원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전립선암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는 지난여름 사상체질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옻나무 추출물의 항암효과’ 논문을 발표했다. 항암제나 호르몬요법으로 치료가 어려운 전립선암에 옻나무 추출물을 임상적으로 활용한 결과 항암제보다 높은 효과를 나타낸 것. 전립선암과 대장암의 세포주인 ‘DU145’와 ‘HCT116’의 세포활성도 검사(400㎍/㎖ 농도)에서 옻나무 추출물이 ‘CDDP(시스플라틴)’ 항암제보다 2배 가까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손 원장은 “전립선 조직 자체가 미세한 형태의 특수 구조로 이뤄져 항생제나 배뇨제 같은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데, 한약으로는 치료가 잘된다”며 뿌듯해했다.
손 원장을 찾는 전립선염 환자 중 20, 30대가 절반을 차지한다. 이는 성 접촉 연령이 낮아지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진 생활습관 탓이 크다. 환자 중 약 70%가 요도염을 앓은 적이 있으며 IT업계 종사자나 택시기사, 사무직 등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손 원장은 전립선염을 예방하고, 또 걸렸다 해도 빨리 낫기 위해서는 우선 술과 담배,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자전거를 타거나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 회음부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경우 2시간에 한 번씩 15분 정도 휴식하고 틈나는 대로 하체 스트레칭과 괄약근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과도한 성행위를 삼가고 회음부 타박상에도 주의한다. 평소 아랫도리를 따뜻하게 하고 좌욕을 자주 하는 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다. 토마토, 생마늘, 양파, 파 같은 신선한 채소나 콩으로 만든 된장, 청국장은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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