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여행하는 가을 제주도 '환상의 3일'
다음은 하나은행 진주지점장으로 재직하고 계시는 서광보씨의 제주도 자전거 하이킹 여행담입니다.
3일간 자전거로 제주도를 여행하며 겪은 처절함(?)과 환상.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콜라 1잔.
어느덧 가을 한 가운데 제주도가 있었네요. "가을같은 마음처럼" 살아봅시다.
<<일주 1일째 = 분노의 질주^^ >>
제주 용담동 출발(09:40) --> 이호해수욕장 --> 구엄리 --> 애월리(항) --> 한림 --> 협재해수욕장 --> 금능석물원 --> 고산(13:00 - 점심) --> 차귀도 --> 모슬포항 --> 하모해수욕장 --> 송악산 -->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 --> 산방산 --> 중문 --> 주상절리 --> 대포항 비치펜션민박(1박)
빠듯한 일상의 업무에 매달려 변변한 계획도 없이 그냥 쫓기다 시피 떠나온 휴가이지만
막상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는 순간 '이제부터 정말 나 혼자다'라는 생각.
제주해안도로의 자전거일주 첫 경험에 대한 설레임과 막막함이 갈래로 교차하였지만
그동안 일상에서 폭발 직전의 스트레스 탈출에 대한 홀가분함으로 날아갈 듯도 하다
아, 아, 아~~~ 그러나 오늘 만큼은 진정한 자유인이다 우 ~~ 와^^!!!
육지에서 기준하여 제주 해안도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출발하였다
조금 전 가이드의 안내대로 길을 잃기 쉽다는 도두동에서는 시키는 대로 GS25시를
좌측으로 끼고 돌아 약200M 지나서 또 도리초등학교를 오른쪽으로 끼고 곧장 직진을 하니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오른쪽 해안으로 제주의 서해 바다가 언제나처럼 그 고운 쪽빛의 자태를 드러내며 보는 이의 눈과 가슴을 흥분으로 가두어 품어준다
저 대자연의 포용은 누구한테나 편견 없이 한결같이 가슴을 열어 준다
이 우주의 나이가 150억년이나 되는데 비해 100년도 안 되는 우리 인생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듯 아웅다웅거리고 교만으로 차있다
이 형언할 수 없는 쪽 빛으로 바다 속을 훤히 드러내 놓는 광경이야 말로
나의 마음 속 깊이 제주도를 연상하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의 하나다
이착륙 때 마다 창가에 눈을 붙이고 애를 써서 그 광경을 가슴에 담아 두고자 한다
출발할 대 긴장했던 마음이 쪽빛 바다에 사르르 녹아드는 것도 잠시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왜 왔지...??'
'3일이 될지, 5일이 될지도 모를 뙤약볕 고생길을...'
'어쩌다 내가 은행원이 되었지..?'
'소시적 내 꿈과 전혀 달라져 있는 현실...'
'점점 자의적 인생을 가질 기회를 잃고 있다는 강박관념...'
그래 지금까지 받고 있는 스트레스 스트레스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
그 중에 가장 큰 스트레스가 역시 생계를 꽉 쥐고 있는 24시간의 직장...//
내부적으론 직원, 대외적으론 고객, 그리고 대본부와 세 꼭지점 중간에 서 있는 지점장
참으로 돌릴 접시도 많아졌고 외로울 때도 많아졌다
오로지 과업 실적 위주의 조직사회, 적 업무로 인한 사고의 경직성, 점점 작아져가는 권한과 자의성, 상실되고 있는 인간성, 또 그로 인한 악연의 개연성...~~~~//
주중이고 주말이고 언제 불려갈지 몰라 불안한 약속들... . .
아마도 이러한 것 들이 스트레스의 주범...?!!
자본적 논리에서의 조직적 경쟁, 개인적 경쟁에 지든 이기든 줄을 서야하고
이렇게 각박한 현실에 결코 편한 조직이나 인간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과연 부의 미래만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인지
어쩌면 이것이 자본주의의 모순이고 역기능이 아닌지...//
어릴 적 서울 갔다 온 친구한테 서울 자랑을 듣고 상상만 하던 시골촌놈이
이제는 유럽이다 호주다 근사한 해외 장거리 여행지를 상상만 하는 세계촌놈이 돼버렸다
그렇게도 갈망하던 안식휴가, Refresh 휴가를 겨우 국내산 제주도에 고작 2박3일
그것도 두 다리 인력의 자전거로...#$%##
이런저런 뭉쳐진 상념들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 BUNNO^ 분.노.^"""""""""""""""""!!!!
한라산 깊이 쉬고 있을 마그마를 화산으로 분출 시킬 듯 페달을 있는 힘대로 밟아 나갔다
그래도 모든 것 감수하고도 혼처럼 떠받들어야 될 조직의 로열티, 아이덴티티..
조직원의 가장 상위 개념인 가치관과 자긍심만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흔히들 사춘기를 "질풍 노도의 시기"라고 한다지만 요즘이 그 시기인 것 같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사람도 많고, 생각도 많고, 사색도 필요하고...
그리고 아직도 뛰고 달리며 숨을 헐떡거리는 운동을 좋아하고 이종격투기 같은 격렬한 시합에 한번 도전해 볼까하는 야성이 꿈틀거리는 그러한 피가 흐르고 있다
산중 강자들 틈에 못살겠다고 연못에 몸을 던지고자 했다가 돌아선 토끼의 심정...?
그래 이 모든 상념들 나로 말미암은 부족함과 서운함 모든 근심과 염려들이
제주 동서남북 사방의 해안 품에서 웃음과 또 다른 희망으로 승화되길 기원해 본다
저기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웃고 있는 파도처럼.. . .
돌덩이 바위에 부딪히고 부딪혀도 언제나 춤추고 웃어 주는 파도야!!
“난, 니가 좋다 정말 좋다 나도 너처럼 살고 싶다 파도야, 파도야, 파 도 야^^~~!!!”
한참을 달리니 땀샘 하나하나까지 파고드는 9월의 따사로운 햇볕과 아직도 식지 않은 아스팔트의 열기가 점점 얼굴과 허벅다리를 익히며 따갑히고 있다 .
아, 그런데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벌써 몸에 이상이 생긴다 자전거의 안장 앞쪽이 높아서
아래쪽이 크게 불편하다 아무래도 이런 상태로는 완주를 못할 것 같은 고통이다
일주 도로변에 자전거 수리점을 찾았으나 막연한 허사일 것으로 답답해하는데
멀리 현대자동차 서비스점이 보여 무조건 들어가서 참 황량하게 부탁을 했다
제주토박이처럼(?) 생긴 기사가 담배를 꼬나문 채 스패너로 자전차^^를 수리해 주었다
"아이구 고맙습니다! 우리도 현대가족입니다 우리다 현대차를..." 능청을 떨었다
안장이 훨씬 편했다 이 얼마나 고마운가? 일주의 조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기사다
오후 1시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도착한 한경면 고산리 소재 자그마한 "고운식당"
주변 현장에서 일하던 젊은 사람들의 일행과 연세 드신 할머니 일행이
제주 오리지날 혼토 발음으로 머라고 대화를 하시는데 대체 무슨 말씀들인지...?!
(봉선이가 봤으면 - "머라꼬 쳐 씨버리샀노..." 했을것 ㅎ~)
정식을 시켰는데 입에 들어가는 음식 보다 귀에 들어가는 소음으로 배를 불린 것 같았다
대정읍 동일리 대정초교를 지나면서 현수막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 호랑이를 잡은 대정의 아들 양용은 우승!! - 대정초교33회 동창회>
얼마 전 미PGA 시합에서 세계적 선수 타이거우즈를 꺽고 한국인 최초 메이저대회 우승
'그래요 대정 화이띵, 양용은 화이띵 대단한 우승 인정합니다 짝짝짝**'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서며 어데 잠시 쉴 그늘을 찾기 위해 전방을 두리번거리며 달렸는데 달려도 달려도 근처 나무 작대기 그늘 하나 보이질 않는다 에유~ -_-;; //
그렇게 한참을 달려 온데가 모슬포항 근처의 작은 놀이터 등받이 없는 벤치다
자전거를 세우고 땀으로 흥건한 장갑,모자, 두건, 얼굴 가리개, 팔꿈치 아데 등을
차례로 벗어 늘려서 말려 두고 벤치 기둥에 다리를 올린 채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근데 잠시 후 옆 벤치에 인기척이 나더니 핸폰 통화소리가 시끄러운 소음으로 변했다
"야, 씨 씨 시 씨 ~ 내내내내가 아아아~~~ 안 가가 가 가가간다고 해해해해~~햇짠아//"
제주도 사투리에다 말을 얼마나 드듬거리던지 눈을 감고 무시 할려고 했는데 그 소음 보다 드듬어 대는 박자 자체가 엇박자로 결국 쉼표를 못 찾고 숨이 가파서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40대 초반의 동네 백수로 보이는 남루한 남잔데 어디다 통화를 하는지...?
아마도 상대가 계속 통화를 이어 나가는 걸 보니 일 나가있는 마누라가 아닌지 짐작이 갔다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를 가는 선착장으로 왔다
늦은 휴가를 마라도와 함께 즐기고자 관광객들의 표정이 들떠 있었다
한때 마라도까지 짜장면을 배달하는 도전과 열정의 컨셉이 시장에 뜨기도 했는데
' 마라도까지 짜장면을 배달하겠다는 철가방 정신이면 무얼 못할까!!'
송악산 오르막길이 제법 가팔랐지만 자전거가 문제였다
"앞1-뒤1단"이면 어지간히 다 올라가는데 겨우 나의 숏 다리에 과부하로 체인이 헛돌다니
할 수 없이 내려서 끌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사나이 스타일 구겨지게 ㅋ~
짐칸에 배낭까지 맨 선수(인천에서 출발 전국투어 중)는 졸망졸망 열심히 저어 올라가는데
<자전거 대여점에 문의를 했더니 하루 만에 왜 그렇게 멀리 갔느냐고 오히려 걱정이다>
인천 양반과 일주에 대한 상련의 인사를 나누고 삼방산을 배경으로 찰칵^^
육중한 야자수길 중문을 들어서 여미지 식물원 앞을 지나니 퇴근길의 분위기로 한산했고
세계유네스코의 자랑 주상절리를 지나 아프리카 박물관을 지날 때쯤 행인이 아무도 없이
어둠의 색이 금방금방 달라지는 듯 첫날밤을 지낼 숙소를 찾으라고 재촉한다
대포항의 <비치콘도민박>집에 여장을 푸니 이미 온몸의 근육이 뭉쳐서 굳어있다
빨래감도 얼마나 많게 느껴지는지... ㅠ~
샤워를 하는데 몸통을 지나 아래로 흐르는 찬물줄기에 따금거려서 보니 까져서 피가 맺혀있었다 사타구니 양쪽에.
'아, 마누라가 싸주는 파우다를 가져올 걸 설마..'하고 짐 된다고 안 가져 온 게 후회스럽다
자고로 부처님과 예수님 그리고 여자 말은 들어라고 했거늘...
아무튼 이 정도 고통은 참기로 하고 더 이상 상처가 커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자전거 하이킹의 첫 경험-첫 날밤^^
혼자라는 게 쓸쓸하기도 하지만 한편 자유스럽다(외로울 '고'가 아니라 자유로울 '고'다)
무거운 몸으로 아무생각도 안 난다 부디 낼 몸살 없이 순조로운 출발을 기원할 뿐 &^^!!
<< 일주 2일째 - 여유의 하이킹^^ >>
대포항 출발(08:15) --> 약천사 --> 월드컵 경기장 --> 서귀포 여고 --> 천지연 푹포 --> 쇠소깍 -->신례리 바닷가 정자 (할머니 만남)--> 남원읍 --> 샤인빌 리조트 -->
표선해수욕장 -->신풍 바다승마 --> 온평리 바닷가 포장마차(콜라1병) --> 섭지코지 -->성산일출봉(18:30착-'일출봉민박'에서 1박)
엊저녁 선덕여왕이 시작될 때 잔걸 기억으로 눈을 떠니 야밤이다(심적으로 더 피곤할까봐 굳이 시간 확인을 안했다)
근데 나 혼자 잔줄 알았더니 모기도 합방을 하여 자다가 물린 다리가 얼마나 가려운지
기어코 일어나 모기약을 바르게 하였다 다시 잠을 청하자 금방 잠이 들지가 않았다
할수없이 T.V를 켜니 <인간극장-베샤메무초 1부>가 막 시작 한다
눈을 피곤하게 만들어 잠을 청하고자 켠 T.V를 마지막 5부까지 다 보고 말았다 참~~//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 온 31세의 재원 한국 여자와 지하철 등에서 노래와 CD판매로 생계를 이어가는 짚시 가수 36세의 페루 남자와의 결혼과 사랑이야기다
"그냥 주변 친구들처럼 대기업이나 다니는 남자 만나 대리-과장-차.부장-임원으로 승진하며 사는 틀 보다 비록 가난하지만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하루하루 또 다른 기대와 설레임으로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해요..."하며 세상의 틀, 잣대를 무시하고 사는 그 용기^^
-'양 * *씨!! 어린 나이에 대단해요 당신의 살아 있는 눈이 매력이요 화이띵^^!!!'
주방시설이 잘된 콘도형이라 엊저녁 식당에서 얻어둔 김치에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08:15 2일째 코스로 출발을 했다
페달을 밟으니 뭉쳐져 무거운 다리에 까진 사타구니가 따끔거리기 시작해다 ###~
도시 같으면 출퇴근 인파나 차량이 붐빌 시간인데 너무나 한적한 남제주 해안도로다
밀감농장에서 일하는 작업부들이 간간히 보일뿐...
'근데,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저렇게 살면 안되나..?' 문득 그 분들이 부러워진다
'이 기회에 그냥 한번 저질러봐//' '내가 멀 두려워해야되나...?!'
잠재하고 있는 꿈과 염원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일탈이 아니다 '언젠가는 저지르고 말 것이다 그 때까지 용기가 사그라들지 않길..'
달린지 한 시간 쯤 되었나? 아침 라면이 이상 있는 건지 아무래도 긴급상황(?)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구도 모르는 동네에 화장실을 어떻게 찾지?
훤한 도로에 빼곡한 가을의 밀감 밭 야채 밭에 잡풀 더미뿐인데 어디 틈이 안 보인다
이 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이판사판 더 열씸 페달을 밟는데 집중^을 했다
잠시후, 도로변 적색 관광지 표지판에 [용천사]라는 절 표시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이 나이에 싸개(?)로 안 만들고 가장 절실하고 필요할 때 부처님이 나타나주셨다 ㅎ~
밤새 제주 섬이 기울어졌는지 어제 보다 유난히 오르막길이 많아 힘이 많이 든다
남원을 지나 표선이 눈에 들어 온다
예전 간첩의 접선이 가장 많았다던, 전국에서 다방이 가장 많았던 바로 표선^
철지난 표선해수욕장의 깨끗함과 적막함.
나 혼자 서있으니 마치 표선해수욕장의 주인 같다 바로 지금 내가//
송창식의 "철지난 바닷가"를 소리쳐 부르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친구들이랑 이런 노래를 부르고 다녔던 옛 시절이 참으로 좋았다 그립다
어깨동무를 하고 "고래잡이"를 고성방가로 지를 때가 우리 세상이었던 것 같다 아~//
해변 도로가 곳곳에 걸려있는 누드 한치들이 부끄러운듯 몸을 쪼그리고 싶어 한다
참 맜있는 한치! 오징어 보다 맛있는 한치!! 여성스러운 한치!! ㅎ~
목이 말라 멀리 섭지코지가 보이는 바닷가 포장마차에 자전차^를 세웠다
오후 5시경 되었나 손님은 아무도 없고 젊은 남자 주인이 누워있다 나를 맞는다
"어떻게 올 여름 장사 좀 하셨어요?"
' 아이고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바다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 많이 못했어요'
"한철 장산데 이런 데가 살아나야 경기가 좋다고 할 건데 말입니다.."
'네, 도로를 기준 우리 같이 바닷가 포장은 3개월 허가라 한철만 보는데...ㅜ~'
짜장면을 할까 짬뽕을 할까처럼 사이다를 할까 콜라를 할까 잠시 고민을 하고선 선택한
콜라 1병이 목말랐던 나의 목과 몸을 얼마나 맛있게 적셔주는지 인생 최고의 콜라 맛^!!
저녁때라 성산일대 민박집 주인들의 호객이 한창이었다
나를 첫 번째 낚은 "일출봉민박" 할머니//
1층은 구멍가게에 2층 방 둘에 욕실, 화장실 공용으로 1인1방은 1만5천원인데
그냥 2만원에 다른 손님 안 받는 조건으로 2층 전체를 단독계약(?)
동네에서 가장 먼저 지은 2층집이라는데 깨끗하여 할머니의 정갈함이 배어있었다
할머닌 옆 고성이 고향이고 성산으로 시집와서 79년을 한 고장에서만 사신다고
아들은 부산에서 직장생활 딸은 서울 모 중학교에서 수학선생을 한다고...
꼭 나의 외할머니 같은 인상으로 더 정감이 갔다
빨래와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할머니께 여쭈었다
"할머니 여기 감귤막걸리(낮에 간판 메뉴를 보고 꽂여 있었음) 맛있는 식당 없습니까?"
'에이 감귤막걸리 먹지 마요, 그런 건 방부제를 많이 넣어 유효기일도 엄청 길어요'
'기냥 우리 가게 막걸리 잡숴~'
할머니의 권유가 단순 매상을 올리고자 하는 게 아니라는 진정성이 금방 보였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막걸리 1병 + 사이다 1/2병 =막사이 <== 한 때 얼마나 애음했던 제품인가.../
골방에 혼자서 안주는 달랑 김치에 참치 1캔.
아마 지금까지 먹어 온 술 그 어떤 맛 보다 이 맛 이상 없을 것이다
하루내 배출된 땀, 수분을 막걸리가 아니 감로수가 채워주니 아 아~~ 잊지못하리
"성산일출봉민박"집 골방에서 혼자 먹는 막걸리 맛 내 인생 최고의 막걸리^^!!
천상병 시인이 살았으면 자랑이라도 할 걸...//
<< 일주 3일째 - 바람의 질주^^ >>
성산일출봉(08:20발) --> 종달리 --> 하도리 철새도래지 --> 세화해수욕장 --> 풍력발전소 --> 김녕해수욕장 --> 북촌삼거리 --> 함덕 --> 조천--> 용두암 --> 제주하이킹 도착(15:00) --->>> 드뎌 완주 성공^^!!
역시 어제 밤도 혼자 못 잤다. 결국 따먹혔다 성산 모기한테...
5:30 알람을 듣고 쫓기듯 어둠속 일출봉으로 향했다
반바지 반팔티셔츠 사이로 감싸이는 아침 기운이 제법 차게 와 닿는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며 일출봉에 도착하니 약 100여명의 관광객이 운집해 있었다
동쪽 떠오를 일출에게 기원하고 염원하는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길...&&
구름이 바다 위에 드러누워 있어 일출 광경은 보기 힘들 듯 하나 눈이 떨어지질 않는다
'저기에 목장같이 소를 좀 키우지..."
"아니 저기에 물을 가두어 양어장을 해도되겠네
“집을 근사하게 지어도 좋겠구만...'
' .. . . .. . '
일출봉 아래 구릉지를 보며 한마디씩 하는 50대 중반의 단체 부부관광객들이다
아마도 그 상상력으로 추적 하건데 시골 사람들이 분명할 것이다
수도꼭지를 빨고 아스팔트에서 놀았던 사람들과 다른 상상력이다 분명.
붉은 조명으로 거대한 구름을 농락하며 장대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06:26//
{{ . . . . . . 기원드립니다}}로 매 아침 기도문과 다를 바 없이...&&
별 어려운 소원도 아니고 모두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길..' 우짜디 들어 주소서^^
민박집 할머니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일주 3일째 페달을 밟았다 08:20
제주도의 남부해안 보다 북부 쪽이 개발도 덜 되고 훨씬 한적하고 깨끗해 보였다
종달리를 지나 하도래 철새 도래지엔 사람 한 사람 새 한 마리 안 보인다
오직 해안의 파도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내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뿐이다
그야말로 아무도 없는 나만의 세상이다///
내 어릴 때부터 가슴에 묻혀있는 넓은 바다, 파도, 포말...
그 파도를 살리고 싶어 하얀 포말이 가장 많이 이는 바닷가를 골라 다가갔다
'그래, 저기다'라고 했는데 약 50M의 도로가 이어진 갯바위 사이에 왠 흰색 승용차?
'쳇, 아름다운 광경을 조져놓네..'하고 그 차량 옆을 스쳐 지나는데
'이런!!! 이 무슨 헤게망측..@@#$$##'
분명 승용차 앞좌석엔 사람이 보이질 않았는데
뒤자석에서 보이는 여자의 덩그란 나신 엉딩이 ~~~~~ (ㅇ)^^(ㅇ) ..!!
도대체 이 백주 대낮에 이 대자연의 엄중한 장관에 이 머 하는 짓이고..##%#
참말로 간도 크다 무슨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어데 이탈리아 같이 허용된 특정 거리도 아니고...
번호판이 '허'넘버가 아닌 [* 7168]이니 분명 제주사람들..?
암튼 오늘 제주시로 향하는 마지막 질주. 가슴으로 안는 바람이 참으로 거센데
다리의 힘이 2~3배나 더 들어 간다 이렇게나 부는 바람 때문에 힘겨워하는데
그 흰색 승용차에서의 피우는 '바람(?)'이 하체를 더욱 힘겹게 만든다
아~ 으~~~// 부는 바람아, 피우는 바람아, 바 람 바 람 바람^^!!
멀리 구좌읍 행원리의 풍력발전소를 바라보고 있는 해변가의 정자
그기에 잠시 여장을 풀고 누웠다
첫날 땀구멍까지 찾아서 쏘아대던 따가운 햇살 대신 땀구멍 하나하나까지 찾아서 불어 넣어 주는 듯한 가을바람의 시원함, 감미로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인생 최고의 바람 맛이다^^!!
제주도의 바람이 나를 못 떠나게 막아서는 듯 온 몸을 막는 바람이 참으로 거세다
동복리쪽 삼거리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옆길에서 오는 낮 익은 자전거^
바로 어제 송악산에서 만난 인천 발 전국 일주자 그 양반이다
'야! 제주가 아무리 작은 섬이기로서니 어떻게 황량한 길에서 단 둘이 만날 수 있나..?'
참으로 반가운 조우다//
점심때라 허기 전에 체력을 보존하고자 함께 찾은 북촌 삼거리의 해녀식당.
여장을 풀어 놓고 통성명을 하니 그 양반은 변리사 1차 합격 후 2차 발표를 기다리며 자전거로 전국일주 20일째^^// 그 식당 주인도 격려와 감동으로 사인을 받았다
'최군! 부디 2차도 합격하기를 기원한다!!'
제주시가 가까워지자 점점 도로변의 사람과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며 기온이 뜨거워 진다
1132번 일주도로를 따라 국립제주박물관을 오른쪽으로 끼고 도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제주항을 따라 용두암에서 잠깐 내렸는데, '어라, 내가 중국으로 왔나..?'
잠시 아찔한 착각이 들 정도로 주위 사람들 모두가 온통 중국말이다
요즘들어 중국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3일전 어설프게 떠났던 용담동의 제주하이킹 동네가 멀리 보인다
바로 공항근처라 각양각색 각국의 여객기 이착륙 모습이 바로 머리 위에 있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높이로 예전에 힘은 있고 돈이 없을 때 비행기를 들어서 이착륙을 시켜주었던
아르바이트 시절이 생각났다 ㅎ ㅎ ~!!
허겁지겁 정신없이 돌안 3일간의 제주해안도로 일주
결코 나를 버리지도 못하고 나를 찾지도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나를 버리고 찾기에는 너무나 두텁게 쌓여 있는 나를 확인만 했다
그리고 산중호걸의 시달림에 생을 포기하고자 찾았던 우물에서 개구리를 만나 자신의 위치를
다시 찾았던 산토끼처럼 우리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삼계고해라 했거늘 지금의 어려움과 고통은
어쩌면 인간의 사치이고 또 다른 행복이 아닌가...?
나로 말미암은 모든 삼법계의 인연들에게부디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해 기원하면서...!!!
/서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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