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몬떼요새'에서 바라본 카지노 '리스보아'
오늘은 마카오에 머무는 마지막날이다.
왜 그랬을까? 남미를 혼자 여행할 때는 새벽부터 일어나 일정을 준비하고, 혹시라도 몰라서 꼭 봐야할 필수 코스를 놓칠까봐,
시간날 때 마다 그 느린 인터넷 뒤져서 정보를 찾고, 정해진 귀국 날짜 때문에 결국 브라질 여행을 포기해야 했던..
그래서 하루가 아쉬워 발을 동동 그려었는데..
마카오..
거의 일주일을 머물렀는데도 남들이 바삐 돌면 하루만에 돌아 볼 코스를 난 며칠만에야 돌아보고 있다.
뭐..하지만 후회는 없다.
매번 혼자했던 여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에는 함께한 친구가 있어서, 혼자만의 여행시 몰려드는 외로움과 두려움은 없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어쩌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말인데, 다음은 인도를 다시 한번 갈려고 계획중인데 누구 없쑤??
'몬떼요새'는 성바오로 성당 바로 옆 언덕에 있는 요새이다.(사진 왼쪽의 언덕위에 있다.)
멕시코 여행하면서 줏어 들은 스페니쉬 때문에 '몬떼,Monte'가 '산'을 의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말로 하면 그냥 '산성' 정도로 봐야겠다. 특정한 고유명사는 아닌셈이다.
정식 명칭을 알아보니
'Fortaleza de Nossa Senhora do Monte de São Paulo'이다.
스페인어와 비슷하지만 정확하게는 포르투갈어이다.
(English: Fortress of Our Lady of the Mount of St. Paul; Chinese: 大炮台)
우리말로 대충 번역해 보면 '성바오로 언덕의 성모 마리아 요새'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난 가톨릭 신자라서 성당에서 쓰는 용어로 번역했다. 예를 들어, Paul ->바오로, Peter ->베드로..
오늘 한국의 날씨는 춥지만 이때 마카오는 엄청 더워었다.
그렇게 높지 않은 요새임에도 불구하고, 얼마 언덕을 오르지 않아 옷은 흠뻑 땀으로 젖었다.
사진의 네모난 곳이 몬떼요새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대포의 규모가 장난아니다. 한방 맞으면 그길로 끝...
이건 왠 개포즈?? 아니, 사진찍을 준비가 되면 찍으란 말야..
그래서 이번엔 포즈 좀 잡고..ㅋ
몬떼요새에서 바라본 마카오 전경
다 무너지고 정면만 남은 성바오로 성당도 바로 보인다.
몬떼요새 뒤쪽으로 돌아가보니 고층빌딩과 구닥다리 건물들이 산재해 있는 마카오를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한 유럽풍의 식민지 마카오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어쩌면 이게 마카오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동양과 서양이, 과거와 현대가 그리고 화려한 카지노와 초라한 서민들이 공존하는..
아시아의 유럽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결국은 청나라가 어쩔 수 없이 내어주어야만 했던 포르투갈의 식민지.
겉은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마카오이지만, 실속은 카지노가 없다면 그들의 삶을 영위하기 힘든 곳.
마카오 도착 첫날 내 휴대폰에 온 문자메세지는 '카지노 베네시안'을 안내하는 메세지였다.
(태국에서 사용하던, 마카오에서는 개통도 안한 폰임에도 불구하고)
홍콩으로 가는 배에서 마카오에서 돈을 쏟아붓고, 허탈한 마음으로 떠나는 초췌한 모습의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몇천만원을 하룻밤 사이에 날렸다고 한다.
갑자기 태국에서 몇천원 아낄려고 몇시간을 걸었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싶다.
때문에 마카오는 왠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몬떼요새 내에 자리잡고 있는 마카오 박물관
몬떼요새에서 바라본 기아요새와 등대
그래..오늘 목표는 저기까지 가보자..
하지만 나는 몰랐다. 위 사진은 줌으로 땡겨 찍어 가까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맞은편 산위에 위치하고 있다.
걸어서 그곳까지가 얼마나 먼 곳인지..이때까지만 해도 저곳 쯤이야 하고 있었다.
몬떼요새의 지하갤러리
같이 간 친구가 여기로 내려가면 다시 산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고 한다.
결론..내부는 갤러리로 이용될 뿐, 나가는 길 없이 막혀 있다. 이 친구 여기 전에 와 본것 맞어??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와 달리 몬떼요새의 이 뒷길을 이용했다.
관광객은 거의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이 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우리뿐.
하지만 이길을 내려가다 마카오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딜가나 낙서는..한자가 왠지 음담패설을 담고 있을것 같다.
게다가 한쌍의 남남(?) 커플이 있었는데, 왠지 눈빛이 무섭다. 우리 둘다 쌩까고 내려가기 빠쁘다. 등에는 식은땀까지..
험난한(?) 여정을 뚫고 만난 곳이 바로 이 골목이다.
마카오만의 멋인 타일로 깔려진 길에, 짙푸른 나무들, 그리고 유럽풍 건물들까지..
마카오 여행사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곳을 발견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마카오 여행자라면 꼭 이곳도 방문해 보라 권하고 싶다.
골목을 따라 거닐다 보니 아기자기 이쁜 유럽풍 집들이 즐비하다.
그 중 한 곳은 문이 열려 있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들어가봤다.
관광객이 종종 찾아오는 곳인지 들어가서 사진찍고 그래도 별말을 안한다.
아님 이곳도 마카오의 유명한 명소인데, 나만 몰랐던 건가?
이 날 무진장 더웠다. 게다가 오늘은 숙소에서 짐을 빼는 날이라 배낭까지 짊어지고..
상의가 온통 땀범벅이 되었다.
이 곳을 거닐다 보면 여긴 중국이 아니라 정말 유럽의 어떤 곳에 와 있는 듯 하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마지막 남은 사진 몇장 더 정리하고 마카오 여행기는 오늘로 끝마쳐야겠다.
올초 태국 방콕해서 방콕했던 여행기도 남아있으니..
어쨌든, 목표였던 기아요새를 찾아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가 아래 공동묘지를 발견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유럽풍의 골목을 지나 도로를 몇 번 건너니
이렇게 도심 한복판에서 유럽식 공동묘지를 보게 되었다.
작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에바페론의 무덤이 있던 레꼴레따(Recoleta)가 그대로 떠오른다.
하지만 죽어서도 빈부의 격차는 있는가?
이렇게 부러진 십자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주인모를 무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묘지내에 다시 철조망으로 구분된 부유한 무덤도 있다.
마카오 어딜가나 저 카지노 리스보아는 안보이는 곳이 없구나!
"와우! 고지가 저 앞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저 곳 기아요새까지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이제 몸이 너무 지쳤다. 더운날 뙤약볕 아래를 하루 온종일 걸었더니,
구경이고 나발이고 태국에서 즐겨 마셨던 땡모반(수박쥬스) 생각이 간절하다. 아..갑자기 맥주도 생각나네..꿀꺽!
결국 발길을 돌려 숙소로 향한다.
마음속으로 '저기 가봤자 별 볼것 없을꺼야!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라 그래도 마카오에서는 막상 가보면 다 거기가 거기였어.'
이렇게 내 자신을 세뇌하면서..
대신 돌아오는 길에 이 곳을 발견했다.
진정 여기야 말로 마카오에서 '광장'이란 말을 붙힐 수 있으리라.
짜짠..마카오 여행내내 '광장'이란 지명이 붙은 곳 치고 넓은 곳 못봤다.
유명한 세나도 광장도 막상 가보면 솔직히 광장이라고 하긴 그렇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기에 광장이라고 하면 여의도광장..뭐 이렇게 운동장 규모 이상 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어디 시골집 앞마당 같은 곳을 전부다 광장이라고 해놨으니..
하지만 정작 마카오에서 이렇게 넒은 광장을 발견했는데, 여기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가이드북을 봐도, 안내센터에서 받은 여행팜플렛을 봐도 이곳이 안나온다.
나름 잘 정돈된 곳이라 분명 유명한 곳일텐데..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도통 여기 이름을 알수가 없다.
마카오의 이름모를 광장을 끝으로 난 마카오를 떠났다..
마카오 여행기 끝..이제 다시 태국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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