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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강프로젝트

명호경영컨설턴트 2010. 2. 6. 10:08

사람 수술이면 병원을 옮기겠건만”

한겨레21 | 입력 2010.02.05 18:10 | 누가 봤을까? 30대 여성, 광주

 




[한겨레21] [초점] '4대강' 낙동강 구역 파헤쳐 '이달의 기자상' 받은 부산MBC 취재팀의 고발…
"준설토는 폐기물, 물·보 활용계획도 없어"

온갖 법적·생태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착착 진행 중이다. 온 나라의 눈과 귀과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 쏠린 탓에,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가 묻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4대강 사업 구역 중 낙동강 지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에 천착한 일련의 기획보도로 1월26일 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재단이 주는 232회 '이달의 기자상'(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을 받은 부산문화방송 취재팀이 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생생한 내용을 보내왔다. 편집자

부산문화방송 취재팀은 지난해 12월2일부터 31일까지 모두 21편의 뉴스 기획보도를 통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집중 점검했다. 4대강 사업 전체 예산의 50% 이상이 낙동강 사업 구간에 투입된다. 1300리 길 낙동강 물줄기는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수술을 받고 있다.

낙동강 정비사업은 준설과 보 설치가 핵심이다. 낙동강엔 달성보 등 높이 10m가 넘는 대형 보 8개가 들어선다. 또 3억7천만㎥ 분량의 강바닥 준설이 이뤄진다. 모래의 양이 얼마인지 상상이 안 된다면, 이렇게 비유를 해보자. 경부고속도로 서울~부산 구간 도로 양옆으로 폭 10m, 높이 45m의 둑을 쌓을 수 있는 분량이다. 내년까지 공사가 다 끝나도록 계획돼 있다. 당연히 생태환경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낙동강 유역 주민의 소중한 젖줄은 위협을 받게 된다.

시공사 쪽도 부유물 확산에 당황

준설작업 과정에선 많은 오염물질이 주변으로 확산된다. 대구 달성보 공사 현장과 경남 창녕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도 그런 모습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강물은 부유물로 뒤덮여 있었고, 탁도도 높아진 상태였다. 환경영향평가서는 공사 현장 인근에 오탁 방지막을 설치하면 오염물질이 80% 이상 걸러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사 지역 주변으로 커튼처럼 막을 설치해 바닥에서 떠오른 오염물질을 다시 가라앉히는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오탁 방지막이다. 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서 작성된 오탁 방지막 설치 기준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오탁 방지막은 바다나 호수처럼 정체된 수역에 설치해야 효과가 있다. 유속이 초속 40cm 이상인 강물에 설치하면 오히려 방지막 아래로 회오리가 형성돼 부유물질의 확산은 더 촉진된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도 예상치 못한 부유물질의 확산에 당황해했다.

낙동강 부산권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낙동강은 부산권으로 흘러들면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으로 갈라지는데, 서낙동강은 농업 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수문으로 물의 흐름을 막아놓고 있다. 바닷물이 유입되면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낙동강의 준설작업을 앞두고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바닥의 토양오염도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다량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준설토를 재활용하기는커녕 '일반 폐기물'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낙동강 본류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취재팀이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용역보고서를 통해 낙동강 본류 부산권역의 준설토 성분을 확인한 결과, 전체의 99%가 모래가 아닌 판매 불가능한 폐기토임을 알 수 있었다. 부산시는 최근 오염된 준설토를 배에 실어 바다에 투기할 계획임을 밝혔다.

2016년 낙동강의 물 부족 예상량은 1억4천만t. 하지만 정부는 낙동강 정비사업을 통해 낙동강에서만 10억t의 추가 수자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나머지 8억t 이상의 물은 왜 필요할까? 지역에서 파악한 것과 중앙정부가 들이미는 수치에는 큰 괴리가 있다. 8억t의 물을 더 가둬놓겠다는 얘기는 곧 일부 전문가가 이 사업이 운하의 전 단계라고 보는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홍수·가뭄 때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 없어

특히 최근 들어 여름철 집중호우나 주기적 가뭄 등의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댐과 다름없는 8개의 대형보를 어떻게 운영·관리할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황당하다. 상류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 그 유량을 어떻게 유역별로 처리하고, 하류 지역엔 얼마만큼의 물을 흘려보낼지 전혀 과학적인 데이터가 없는 상태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부산 지역은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다.

취재 도중 김해의 한 농민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장으로 달려갔다. 많은 빚을 내 하천 둔치에서 시설농업을 시작했지만 낙동강 정비가 시작되면서 정부에 땅을 모조리 내줘야 했다. 물론 한 푼의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내수면 어업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어획량은 급감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역 골재 채취업체도 부도 직전이었다. 턴키로 입찰을 따낸 대기업 건설회사는 준설작업마저 자신들의 장비를 동원해 사업 물량을 독점했고, 지역 골재 채취업체들은 앉은 채로 일자리를 모두 빼앗겨버렸다.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이들의 힘겨운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국가 주도 공사의 이윤은 70%가 수도권으로, 30%는 지역으로 흘러간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토목사업이 지역 건설업체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실제 부산 지역의 건설업계는 애초 기대와 달리 낙동강 정비사업에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50~60%대에 낙찰을 받아 공사를 해봐야 남는 것도 없고, 돈이 된다 싶은 공사는 대형 건설업체가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28만 개의 일자리 창출도 허구였다. 공사 현장엔 중장비가 오갈 뿐 사람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또 복지 예산과 지방 교부금 감소 등으로 수도권 외 지역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지난 2003년 낙동강 유역 종합치수계획은 낙동강에만 20여 곳의 저류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6월 유역 종합치수계획을 변경해 저류지 조성 계획을 모두 삭제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홍수 처리 능력이 높아져 저류지 조성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작은 저류지 여러 곳을 통한 치수가 대규모 보 설치를 통한 치수보다 더 유연하고 생태적인 대책이라고 말한다. 정부 주장은 20세기 초 개념이라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애초 기획 단계에서 14편이었던 기획보도는 모두 21편으로 늘어났다. 낙동강 정비사업의 문제점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고, 까다로운 내용을 시청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은 말하기도 어렵지만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수술을 앞둔 집도의가 엉터리면 병원을 옮기면 그만이지만, 낙동강에서 진행 중인 무모한 수술은 그러기도 어려워 가슴이 답답하다.

*관련 보도 동영상은 부산문화방송 누리집 (www.pusanmbc.com) 에 들어가 '낙동강'으로 검색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조재형 부산문화방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