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D에 채찍을 가하면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릴 수 있고, 어떤 곳으로든 달려갈 수 있다. 정이 드는 말할 수 없이 좋은 차다. 세련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아주 빠르다
앞서 달리던 차들이 뒤로 밀려난 지는 이미 오래.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는 촉촉이 땀이 배어나기 시작했고, 버켓 시트에 한껏 파묻혔던 몸이 서서히 곧추선다. 도로를 먹어 치우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누군가는 그런다. 그깟 작은 체구로 힘을 내봐야 얼마나 낼 수 있느냐고.
작은 체구 맞다. 도로에서 자주 보는 골프 TDI와 사이즈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단지 TDI에 비해 15밀리미터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물론 전체적인 모습에서도 스포티성을 강조했다. 수직형 안개등과 고성능 골프의 혈통을 상징하는 6각의 하니콤 라디에이터 그릴 등으로 스포티성을 강조했다. 전형적인 스프린터의 모습이다. 스타트라인에서 0.1초라도 빨리 튀어나가기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는 스프린터 말이다. 만만치 않은 토크는 버킷 시트를 박살이라도 낼 듯 몸을 뒤로 밀어붙인다.
일단 심호흡부터 하자. 속도계 바늘이 치솟기 시작하면서 타코미터 바늘 역시 위아래로 바쁘게 흔들어댄다. 이에 대한 반응은 또 다른 곳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귓속을 때리는 강력한 사운드가 바로 그것. 골프 GTD에 들어간 액티브 사운드 제너레이터는 트윈 머플러를 통해 GTD 특유의 파워 넘치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사운드라는 게 참 이상도 한 것이 마약 이상으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말랑말랑한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포효하는 듯한 우렁찬 기개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액셀 페달을 연신 눌러댄다. 사운드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어쩌면 몸으로 전달되는 파워보다 귀를 자극해 소뇌로 인식하는 스피드가 더 강력하리라.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닌 지 벌써 30분째. 아무리 고성능차라도 해도 덩치가 크다면 이를 통제하는 일은 부담스럽다. 해치백의 작은 몸체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몸과 일체된 GTD는 민첩함을 잃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날뛰는 게 아니라. 잘 훈련된 진돗개처럼 절제력을 지니고 있다. 머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말을 건네기도 한다. '당신과 나는 완벽한 팀워크를 이룬다고.' 낮은 차체, 몸체에 비해 유독 커보이는 17인치 휠, 단단하게 세팅한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 그리고 눈 깜짝 할 시간보다도 더 빠르게 자리를 찾아가는, 순간 중립상태의 어설픔을 말끔히 제거하는 6단 DSG의 환상적인 조합 덕에 완벽한 핸들링을 선보인다. 눈이 가는 곳이 곧 GTD가 밟고 넘어야 할 길임을 금방 눈치라도 챈 듯,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또 그런다. 고성능이라는 단어는 수퍼카에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리터 커먼레일 디젤 터보. 최고출력 170마력에 최대토크 35.7kg·m, 0→시속 100km 가속 8.1초, 최고시속 220km. 수치만으로 따진다면 그저 그런, 특별할 것도 없는 차다. 하지만 숫자상으로 모든 걸 결정짓는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얼마나 허점투성인지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비단 자동차만이 아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 그리고 머리까지 매어있는 사무실에서도 숫자, 숫자, 또 숫자.... GTD는 이를 완벽히 깼다. 시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탱탱한 근육질 몸매,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거창한 시구를 쓸 필요도 없이 주변을 아우성치게 만드는 사운드, 유스타키오관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이비인후과에 꼭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멍하게 만드는 민첩한 공간이동의 황홀감 등등. 제원상 수치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도 내 몸이 수퍼카를 탔을 때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데,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을까?
물론 이 모든 게 사람 기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골프 GTD가 짜릿한 핫해치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차가 미친 듯이 빠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빠르다. GTD에 채찍을 가하면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릴 수 있고, 어떤 곳으로든 달려갈 수 있다. 세월이 갈수록(골프가 벌써 6세대다) 정이 드는 말할 수 없이 좋은 차다. 세련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아주 빠르다. 지금 그것을 몸소 겪고 있기에 골프 오너가 아님에도 과감히 골프 전도사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GTD가 스트리트 배틀용으로 나온 게 아니다. 폭스바겐이 마니아 중 마니아용 GTD를 내놓을 정도로 어리석은 메이커가 아니다. 출퇴근 등 일상용으로 즐기기에도 이만한 게 없다. GTD에는 한층 진보된 폭스바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내비게이션은 물론 TPEG 기능, DMB 시청 및 아이팟과 USB 등을 통해 MP3 등을 즐길 수 있다. 일렬 주차 시 공간을 감지해, 운전자가 액셀 페달만 밟아주면 알아서 주차를 해주는 인공로봇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기능도 실려있다. 다양한 안전장비도 기본. 충돌 시 경추보호를 위해 최적화된 헤드 레스트인 웍스(WORKS), 운전석 무릎 보호 에어백을 포함한 총 일곱 개의 에어백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가격은 4천190만 원. 골프 TDI가 3천390만 원이니 딱 800만 원 더 비싼 셈. 폭스바겐 코리아가 골프를 대한민국 국민차로 만들 생각이라면 조금만 더 낮췄어도 나쁘지 않을 텐데. 6세대 TDI를 들여올 때 워낙 낮게 책정됐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니 조금만 더 내달라는 소리는 못하겠고. 누군가가 800만 원을 더 주고 GTD를 사겠냐고 물으신다면 딱 한 마디만 할 생각이다.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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