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이동원,박인수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밤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질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섬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니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영의 시
출처 : † 에벤에셀 †
글쓴이 : 빛에스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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