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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차타고 소백산을 가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11. 1. 3. 14:47

철도산행_소백산을 가다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의 경계에 세찬 바람으로 유명한 소백산(小白山)이 있다. 바람이 그리워 철도산악연맹 구조대 김윤수 대장, 백묵호 대원과 함께 소백산을 찾았다.
죽령역을 지나자 열차 안이 연기로 자욱해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죽령터널을 지나느라 연기가 열차 안에 들어온 것이라며 김 대장이 설명했다. 코레일 경북북부지사와 영주시의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기존의 희방사역이 올해 6월 ‘소백산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코레일 홈페이지와 이정표에서도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희방사보다 소백산이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 올 것이다.
소백산역에 내리니 기찻길 옆으로 핀 코스모스가 나들이에 즐거움을 더한다. 가을이 깊어지면 역 앞 단풍이 운치를 더한다고 역무원이 자랑했다. 소백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36번국도를 따라 죽령에 올라 산행을 시작했다. 과거 중요한 통행로였던 죽령은 한적하기 그지 없었다.

곧 죽령 탐방지원센터가 보였다. 센터 앞에서 두 명의 소백산지킴이가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하라며 취재진을 배웅했다. 제2연화봉(1367.3m)까지 4.5킬로미터의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가족, 연인이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걷기 적합한 코스다. 등산로 옆 나무 아래로 가을꽃이 예쁘다. 30분 오르니 이야기쉼터가 나왔다.
“싸리나무를 보니 옛날 생각나네. 눈 많이 오는 부대에서는 싸리나무 빗자루 만드는 게 일이었지. 잔뜩 만들어둬야 겨울 내내 쓰거든.”
싸리나무를 보고 김윤수씨가 군시절을 떠올렸다. 10분쯤 가자 잣나무 쉼터가 보였다. 잠시 쉬며 잣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즐겼다. 이후 오두막 쉼터를 지나 목재데크가 깔린 전망대에 닿았다. 30분 걸으니 올해 4월에 세워진 제2연화봉비가 보인다. 제2연화봉비를 지나자 조망이 트이고 평탄한 길이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봉우리에 예전에 천체관측소가 있던 자리가 휑해 보였다. 평탄한 길을 잠시 걸으니 헬기장이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훅 밀려온다. 천체관측소로 향하는 길옆으로는 2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빽빽이 있다.
“어휴~ 여기는 깜깜한 게 뱀 나오게 생겼다.”
“뱀술이 이에는 치명적이래요.”
“뱀술 담굴 때 술 위로 머리를 내놓을 공간이 있으면 뱀이 그 안에서 4년도 살더래요.”
“내가 예전에 뱀닭 만드는 과정을 봤는데….”
“뱀닭이 어떤 거죠?”
“닭을 3일 동안 아무것도 안 먹였다가 뱀을 그 앞에 주면 배가 고파 그걸 먹어. 그러고 나면 뱀독에 닭털이 다 빠지고 통닭같이 생긴 게 막 돌아다니는데 요상스럽더라구. 그걸 푹 고아 먹는 게 뱀닭이라 하더라구.”
뱀나올 거 같다고 무심코 꺼낸 말이 순간 모든 대화를 뱀판으로 만들었다.

헬기장에서 20분쯤 가자 천체관측소가 나왔다. 저 멀리 갖가지 전설을 간직한 특색있는 바위들이 많은 용암산(637m)과 백두대간에 속하는 도솔봉(1304m)이 보였다. 관측소에서 연화봉(1383m)은 지척이다. 정상은 여러 사람이 조망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넓다. 북쪽을 조망할 수 있는 목재데크에 서니 제1연화봉(1367.3m)과 비로봉(1439.5m), 국망봉(1420.8m)이 줄지어 보였다. 소백산의 칼바람이 대단한데 겨울에는 더욱 거세다고 한다. ‘희방사 2.4km, 희방1주차장 3.7km, 희방사역 5.9km’라고 적힌 이정표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폭이 넓고 가파른 바위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졌다. 동남쪽 곰넘기재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했다. 40분을 내려서니 깔딱고개다. 희방매표소까지 1시간 10분이 남았다는 표지판과 3개의 벤치가 있다. 목을 축이고 발걸음을 이었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서 오름길을 이쪽으로 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분쯤 내려와 ‘희방사 150m’ 이정표가 선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자,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지나 희방사가 나왔다. 희방사는 643년(선덕왕 12) 두운(杜雲)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희방사에서 10분 내려서니 희방폭포다. 폭포 위쪽에서 철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오게 되는데 희방폭포가 선사할 시원함을 기대하며 내려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낙차가 28미터인 희방폭포가 산행 막바지에 청량감을 선사했다. 폭포 주변으로 단풍나무가 많이 보여 가을이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희방폭포의 시원함을 가슴에 품고 조금 더 내려서니 주차장이 나왔다. 희방탐방지원센터까지는 30분을 걸어야 하는데 주변 골짜기와 숲이 좋아 걷는 맛이 괜찮다. 정상에서 본 소백산능선의 장쾌함과 칼바람을 기억하며 역으로 향했다.


소백산 산행길잡이
죽령-(30분)-이야기쉼터-(20분)-전망대-(30분)-제2연화봉-(10분)-헬기장-(20분)-천체관측소-(10분)-연화봉 정상-(40분)-깔딱고개-(20분)-희방사-(40분)-희방탐방지원센터

|교통|
서울 청량리역에서 소백산(희방사)역으로 가는 중앙선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2회(06:00 08:00) 출발한다. 3시간 12분 걸리고 요금은 12200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코레일 홈페이지(korail.com)를 참고하면 된다.
소백산역에서 죽령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아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요금은 20000원. 풍기택시(☎054-636-8000)

|잘 데와 먹을 데|
희방사 인근에는 희방모텔(☎638-8000)이 있다. 풍기읍내에 풍기호텔(☎637-8800)등 숙박업소가 몇개 있다. 희방사 매표소 입구에 위치한 소백산 맛집(☎638-4588)은 도토리묵, 산채비빔밥, 더덕구이를 잘한다. 영주종합시장(북문) 옆 창신 고기마트 식육식당(☎635-0844)이 있다. 영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볼거리|
희방사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두운조사가 창건한 절로 유서가 깊은 고찰이다. 희방사 내에는 경북유형문화재 226호인 희방사 동종과 <월인석보> 책판이 보관되어 있다.
근처에 영남지방 제1의 폭포로 꼽히는 높이 28미터의 희방폭포도 볼 만하다.

글,사진_ 월간 [사람과산]

출처 : 기차여행과 철도사랑 이야기
글쓴이 : 반가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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