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테크/양띠 백수회 포럼

[스크랩] 남해 단독종주

명호경영컨설턴트 2011. 1. 18. 20:43

이번 산행은 남해대교에서 금요일 밤 8시 5분에 출발했다.

장거리 산행코스중에 남해는 결코 쉽지 않는 코스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산행코스가 쉽지 않다는 것은 산세가 험해서가 아니라 등산로가 깔끔하게 정비가 안 되어 사전에 산행코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산행 이외에 많은 체력 소모를 동반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호구산 능선 산행 후에 만나는 앵강고개 이후의 등산로는 초보자가 산행했다가는 밤에 구름끼고 달빛도 없는 상황에서 공지선 투시가 안 되는 그런 밤은 악몽 같은 밤이 연출되고 초보자는 100전 100패하기 딱 좋은 코스다.

이럴때는 GPS가 있어야 되겠다는 유혹이 앞에서 아른아른 거린다.

 

자난번 남해 삼봉산까지 산행하다 포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산행을 하면서 느낀점은 그동안 내가 장거리 코스를 몇 번 종주하면서 여러모로 산행 및 지형파악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는 생각이 들었다.

 

호구산까지만 산행 내용이 있고 앵강고개 이후에서 날머리까지는 상상에 맡긴다.

 

주간에 산행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려봅니다. 

 

 길인듯 길이 아닌듯 희미한 삼봉산 등산로를 내려오면 나오는 현촌마을

 

 

망운산은 현촌마을에서 곧바로 치고 올라오면 만나는 산이다.

망운산(해발 786m)은 남해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남해읍 바로 뒤에 있는 산 이고 남해 주민들이 사랑하는 산중의 하나이다. 

 

오전 6:30분쯤에 망운산 정상에 도착하여 일출 시간까지 30분 기다리는 동안 망운산에서 몇 컷 찍었다.

표지석의 오른쪽 불빛이 광양제철이고 왼쪽이 광양이다.

 

 

망운산을 올라 오는 동안 안개가 서서히 만들어 지면서 남해 일대 저고도를 모두 뒤덮어 버렸다.

내가 밤새 걸어온 길이 저 밑에 있을 텐데 모두 덮어 버렸다. 저 안개는 오전 11가 넘어서야 사라져 버렸다.

 

구름 위로 빨갛게 달아 오르기 시작한다. 

 

 

산 바로 밑에 희미하게 보이는 암자가 망운암이다.

 

 

여명을 받아 나뭇잎이 더욱 울긋불긋하다. 

 

 

 

 

 

 

관대봉에서 바라본 망운산- 맨오른쪽 봉우리가 망운산이고 밑에 망운암이 보인다.

 

평현고개를 지나 한참 오르면 괴음산- 팽현고개에서 괴음산 산행을 시작하면 산행 초입 부분은 등산로 주변 경치가 별로다.

팽현고개에는 마을이 있으나 매점이나 식당이 없어 행동식으로 대신해야 했다.

괴음산에서 호구산(납산 또는 남산)까지 등산로는 매우 아름답다. 등산로도 적절한 기복이 있어 따분하지 않고 조망도 좋고 주변 경치를

시원하게 보면서 산행할 수 있다.

 

 

호구산 봉수대 전경(호구산은 납산이라고도하며, 지도에는 남산으로 표기되어 있음)

 

 

호구산 까마귀

 

 

 

오후 5시, 호구산에서 바라본 단풍과 남해 앞바다(앵강만 일대)-저 지역에서만 바다 안개가 탄생과 소명을 반복한다.

 

 

산행하면서 망운산을 지나 내려 오면서 냄해 주민 7명을 본 것이 전부다. 정말 호젓한 산행이었다.

산행 구간 내내 가랑잎이 등산로에 깔려있어 세월아 내월아 하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에 기분이 좋더라.

낙엽을 태울 때 나는 냄새를 못 맡은게 아쉬움이 남는다.

 

 

이효석의 - 낙엽을 태우면서 - 중에서

 

벚나무 아래에 긁어 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猛烈)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서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나는 그 냄새를 한없이 사랑하면서 즐거운 생활감에 잠겨서는

새삼스럽게 생활의 제목을 진귀한 것으로 머릿속에 떠올린다.

 

음영(陰影)과 윤택(潤澤)과 색채(色彩)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가난한 벌거숭이의 뜰은 벌써 꿈을 꾸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탓일까?

화려한 초록의 기억은 참으로 멀리 까마득하게 사라져 버렸다.

벌써 추억에 잠기고 감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출처 : 지리산 등산학교 동문회
글쓴이 : 石一(김진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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