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캥거루족 주택… 경제력 있는 자녀가 부모와 동거
타임셰어 하우스… 콘도처럼 주간-하루 단위로 사용
[동아일보]
회사원 김민정 씨(31)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1년 전 ‘독립’을 선언하고 회사 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복귀했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생활비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모님과 같이 살면 간섭을 받아서 다소 불편하지만 집안일 부담이 적고 원룸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더 많다”면서 “월세만큼의 용돈을 부모님께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독신인구 증가와 함께 전월세금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앞으로는 김 씨처럼 생활비를 내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신캥거루족’이 늘고 내년부터는 이들을 겨냥한 주택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개발회사 피데스개발은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주거공간 소비자 인식’을 조사해 8일 ‘2012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예상되는 내년의 7대 주거문화 트렌드에는 ‘신캥거루족 주택 붐’을 비롯해 △‘타임셰어 하우스’ 등장 △주택소비의 양분화 △‘주택관리 버틀러(집사) 서비스’ 인기 △‘다국적 샐러드볼 타운’ 확대 △‘스마트 안전주택’ 선호 현상 △‘매뉴팩처드 하우스’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신캥거루족은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과는 달리 경제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주거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부모와 동거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비싼 집값과 전·월세금의 고공행진이 신캥커루족을 만든 주원인인데, 내년엔 이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일본에서는 부모와 같이 사는 독신을 위한 주택상품이 각광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한집에서 2세대가 분리해 살 수 있도록 한 주택 평면 개발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집을 소유하기보다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세나 월세가 아니라 주간, 하루 단위로 집을 이용하는 ‘타임셰어 하우스’도 등장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다. 타임셰어란 호텔이나 콘도처럼 특정 공간을 구매자가 정한 기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권’을 판매하는 공급방식이다. 김 소장은 “1인 가구 증가, 도심 소형 주거공간 이용 확대,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타임셰어 하우스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1, 2인 가구 증가로 소형주택의 인기가 높은 가운데 경제력 있는 ‘골드족(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고급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의 ‘2010년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1, 2인 가구 중 60m² 이상 중대형 주택을 찾는 수는 전체의 54.3%로 나타났다.
독신, 맞벌이 등이 늘어나면서 고급 레지던스나 호텔에서 제공하던 발레파킹, 하우스키핑, 쇼핑 및 서류발급 대행 등과 같은 생활서비스들이 기존 공동주택에서도 ‘주택관리 버틀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하반기 입주한 부산의 주상복합아파트인 ‘서면 더 샵 센트럴스타’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한류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외국인 타운(다국적 샐러드볼 타운)이 확대되고, 이상기후와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내진설계 등 안전시설을 갖춘 ‘스마트 안전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 듯 벽체나 실내공간을 만든 뒤 건설현장에서 조립하는 ‘매뉴팩처드 하우스’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건설업에 제조업 방식을 적용하면 더 쉽고 빠른 건축이 가능해 주택의 단가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