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잡으면 프리미엄
10억 훌쩍
“용인~양재 간 고속도로 밑에 이축권 나온 주택이 있습니다. 1층에 음식점도 할 수 있는 90평짜리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습니다. 대지 한도가 100평이지만 주차장까지 조성 가능합니다. 프리미엄은 6억원입니다.”
판교신도시에서
가까운 청계산 기슭 그린벨트 지역인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소재 모 부동산 컨설턴트의 말이다.
이축권이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기존 주택을 인근 지역으로 옮겨 지을 수 있는 권리다.
그는 프리미엄 6억원에 그린벨트 내 이축권을 사서 목 좋은 다른 땅에
심으면(부동산업자들은 이축권을 이용해 다른 땅에 건물을 옮겨 짓는 것을 ‘심는다’ 혹은 ‘꽂는다’라고 표현한다) 평당 300만원짜리 전답이 평당
1000만원으로 치솟는다고 유혹한다.
즉 도로변의 괜찮은 땅 500평 정도를 사서 이축권을 꽂을 경우 땅값 15억원에 이축권
프리미엄 6억원, 건축비 정도를 투자하면 땅값만 따져도 총 투자금액의 2배가 된다는 것.
이 물건은 그나마 프리미엄이 적게 붙은
편이다. 성남시 일대에서 이축권 프리미엄은 10억원(땅값 제외)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명 ‘용마루’라고 불리는 그린벨트
이축권은 이처럼 땅투자로 한 방에 대박을 노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발빠른 투자자들에게는 ‘그린벨트의 로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축권은 매물이 극히 귀하다. 나오는 물건이 거의 없다. 투자 위험성도 크다. 한마디로 고수익 고위험 투자다.
그린벨트 내
최대 300㎡ 신축 가능
그린벨트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집을 새로 지을 수 없고 기존 건축물의 경우에만 1회에 한해 증·개축이
가능하다.
원주민이 아닌 외지인의 경우 그린벨트 내 땅을 구입해 건축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기존 구옥을 사서 증·개축을 하거나
이축권을 이용하면 다른 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그린벨트에서 이축권이 나오는 경우는 ▲도로개설 등 공익사업으로 기존 가옥이
철거되는 경우 ▲수해지역으로 이전이 불가능한 경우 ▲그린벨트로 지정되기 전에 다른 사람의 땅을 임대해 주택을 지었는데 땅주인이 재임대를 거부해
할 수 없이 집을 옮겨야 하는 경우뿐이다. 따라서 매물이 귀하다.
가장 흔한 케이스가 도로가 생길 때인데 그 매물들이 소화되고
나면 이축권은 ‘귀하신 몸’이 되고 그 결과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이축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 곳에나 이축을 할 수는 없다.
원래는 같은 시·군 지역의 나대지 또는 잡종지로 한정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그린벨트 규제가 많이 완화돼 지목 구분 없이 임야가
아니면 이축이 가능하다.
나대지에는 이축권이 없어도 지난 2000년 4월부터 집을 지을 수 있게 됐으며, 이축권을 사용하면
적법하게 조성된 공부상 나대지로 이축할 경우 인접 시·군·구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현행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그린벨트
내 건축 가능한 주택의 규모는 거주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그린벨트로 지정되기 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의 경우는 기존주택을 3층
이하 300㎡(90평)까지 증·개축이 가능하고 5년 이상 거주자는 132㎡(40평)까지만 지을 수 있다.
원주민이 지은 300㎡
중 100㎡는 직계비속에 한해 자녀분가용으로 분할등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외지인은 그린벨트 내 기존주택을 구입해 증·개축을
하는 경우라도 100㎡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반면 이축권을 구입해 원주민의 이름으로 증·개축을 하거나 이축을 한 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하면 순수 주거용은 200㎡ , 상가주택은 300㎡까지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축기간은 기존 주택이 철거된
날로부터 4년 이내이며, 자기 땅이어야 한다. 이축 시 대지조성면적은 330㎡(100평)까지다.
단 자금사정상 새 집을 지을 수
없는 원주민에게 이축권이 주로 주어지는 점을 감안, 1회에 한해 제3자 전매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지인의 이축권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성남·과천 4∼11억, 고수익 고위험
이축권은 부동산시장에서 아파트 입주권과 마찬가지로 속칭
‘딱지’의 일종이다.
같은 시·군 내에서만 이축이 허용되는 ‘공공딱지’보다 다른 지역에서도 신축이 가능한 딱지에 프리미엄이 더 많이
붙는다.
최근 서울공항 인근의 성남시 고등동 일대와 판교신도시 인근 지역에는 땅값을 제외한 순수 용마루 프리미엄만도 보통
4억∼5억원, 많게는 11억원까지 호가한다.
얼마 전 그린벨트에 도로가 난 과천시의 경우도 지난해 이맘때 이축권 프리미엄이 보통
6억원 이상이었으며, 하남이나 구리 등은 이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된 주택 외에 이축할 땅까지 소유한 이축권자의 명의를 빌릴
경우, 프리미엄의 20∼40%를 추가로 얹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물건이 워낙 귀하다는 점이다. 가물에 콩 나듯 물건이
나온다.
성남시 고등동 소재 A부동산 컨설턴트는 “이 근방의 이축권은 도로에 수용된 것과 함께 비행장이 들어설 당시 설정된 이축권이
많다. 작년까지는 심심찮게 물건이 나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거래가 거의 없다. 최근 매물 하나가 프리미엄 6억 원에 팔렸다”고
밝혔다.
또 “대로변은 아니더라도 이면도로나 코너, 아파트단지 입구 등에 설정된 이축권은 프리미엄이 10억원을 넘는다. 평범한
물건은 3억∼6억원 선”이라며 “미리 연락을 해 놓고 매물 출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성남시 심곡동 소재 K부동산 대표는
“판교신도시로 수용된 지역에서는 대토 이축권도 꽤 많이 거래된다. 주택이 수용된 경우 주어지는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권리인 ‘이주자택지’와
건물 없이 땅만 수용돼 땅값보상 및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협의자택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 대토 이축권은
그린벨트 이축권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용마루 이축권은 그린벨트에만 해당된다.
용마루든 대토 이축권이든, 이축권 투자는 고수익인
반면 위험성도 높다.
이축권은 단 1번만 소유권 이전이 된다. 따라서 반드시 원주민(최초 이축권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이미
멸실된 주택은 이축이 불가능하다.
즉 이축권 투자는 고수익이 기대되는 반면 자칫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거래
자체도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다운계약서로 처리할 경우 불법행위가 된다. 프리미엄 부분은
양도소득세가 아닌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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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축권 투자 주의사항
“원주민을 끝까지
활용하라”
이축대상 주택은 사전에 식별하기 어려우니,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이축대상 주택인지를 확인한 후 매입해야
하며, 이축권이 있는 사람이 원주민이 아닐 경우에는 손해를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투자에 앞서 이축권의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시중에 나도는 이축권 중에는 멸실주택처럼 이축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축 대상 주택이라 하더라도 기존 거주자가
해당 시·군에 이축허가와 함께 집을 지을 위치를 제출해야 건축허가가 나온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축권을 판 최초 권리자 명의로
새 집을 완공한 후, 이를 매입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이축권 구입 시 고려사항은 건축가능 평수와 거주년수가 일치하는지, 또
매입하고자 하는 논밭이 대지로 용도변경 가능한지의 여부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지역 관할 행정관청 주변의 설계사무소에 가서
1차적으로 컨설팅을 받는 것이다. 그 지역 설계사무소는 관할 관청과 끈끈한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이축권
매입을 위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원주민이 건축허가까지 받아주고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는 내용을 단서조항으로 붙여야 한다. 원주민은 계약한 뒤
생길 각종 민원 해결에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이축권 투자는 실제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싶지만 당장 전 세대원이 이사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이용해야지, 투기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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