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투자에 관한 얘기를 하시는 주변 분들을 살펴 볼 때마다 “이제 고만 둬야 하는 거 아닌가” 등의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진 많은 분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이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수록, 골이 깊을수록 산이 높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투자자들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동력, 재무구조 등을 보고 투자에 임하였지만 단기적인 시세 하락과 상승에 안절부절 한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신의 투자의 원점을 체크해야 한다.
필자 역시 투자를 통해 탐욕과 공포의 바다에서 수없이 헤엄친 기억이 있었고 또 지금 역시 헤엄치고 있다.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 적도 손실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마인드를 유지 시켜주는 기억은 아이러니하게도 깡통을 냈던 기억이다. 성공의 마약보다 실패의 쓴 맛이 몸에 더 좋았다고나 할까?
등록 폐지된 화림모드라는 회사가 있었다. 부도가 났기 때문이다. 상한가 따라잡기를 한답시고 그 회사 주식을 사서 홀랑 원금을 날린 적이 있다. 한 달은 끙끙거렸던 것 같다. 별 생각이 다 났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부터 시작해서 '난 이 길이 아닌게벼' 라는 좀스런 생각까지 했다.
그때 우연히 읽은 책이 <천재들의 실패>다. '노벨상 받은 천재들조차 이렇게 사고를 치는데 하물며 나 정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그런 동물인지 얘기가 남 같지가 않고 내 얘기처럼 빨려 들어왔다. 결론이 재밌었다. 실패의 원인은 모형이 미숙함이 아니라 당시의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았기에 사고를 쳤다는 결론. 신기했다. 인간의 심리,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였다. 관련 서적을 한권 두 권 뒤지다 보니 <현명한 투자자>를 접하게 됐고 등의 명저를 접하게 됐다.
읽고 또 읽다 보니 위대한 투자가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 의사결정 과정이 희한하게도 같다는 걸 느꼈다. 첫째가 결과에 대한 원인을 꿰뚫는 눈이 뛰어났다는 점이다. 지금 상품시장이 난리다. 로저스는 단순하면서 직선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비틀림을 파악하고 한발 먼저 투자했다. 주식시장의 상승원인이 유동성이라면, 그렇다면 어떤 변수가 유동성을 만드는지 근원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원인을 찾았다면 그 원인이 어디서 나왔는지 볼 줄 모른다면 훌륭한 투자자의 자격이 없다. 둘째는 심리다. 군중심리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투자의 가장 어려우면서 재미있는 부분이다. 뉴튼 같은 천재도 ‘군중이 과열됐을 때 몰고 가는 시장 방향은 모르겠다’ 고 한 일화가 있다. 군중심리가 이끄는 열기에 잠식당하지 않는 냉정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해주는 일화다. 과열된 군중들의 마지막 폭탄 돌리기에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방법은 분명 군중이 현재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남들과 반대로 하는 것’이다.
셋째는 용기와 지혜다. 지식은 쌓을 수 있다.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도 자신의 포트폴리오엔 낮은 비율만 투자했다면 이 사람은 훌륭한 투자자가 아니다. 군중과 역행하는 것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 힘든 일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할 때 안도감을 느끼는 건 일종의 본능이다. 그러나 투자는 본능에 역행해야 한다. 장이 강세라고 판단했다면 차트에서 장대음봉이 나올 때 매수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 등으로 혼란스럽고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있으며 증권업 종사자 모두에게 감내하기 힘든 시련의 시기이다. 그러나 짧은 구간의 시황을 돋보기로 관찰하려 하지 않고, 더 큰 구간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그런 용기와 지혜가 진정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