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마케팅전략연구소(http://www.msrkorea.co.kr)의 임진권 소장은 “30년 단위의 경제패러다임이 문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며 “대륙식 마케팅에서 유럽식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대륙식 마케팅은 이른바 미국으로 대표되는 대형화, 기계화 및 자동화를 통한 대량생산 체제로 미국의 식량생산에서 빛을 발해왔다.
반면, 유럽식 마케팅은 미국과 달리 소품생산을 중심으로 시장을 세분화해 각 분야에서의 선두를 노리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루이비통, 샤넬, 롤스로이스 등 이른바 명품에 속하는 분야들이 대표적인 유럽식 마케팅 상품들이다.
대륙식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공급에 중점을 두는 반면, 유럽식 마케팅은 소비에 중점을 둔다.
주로 생필품 등 소비가 필수불가결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속도경쟁으로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 대륙식 마케팅이다.
대륙식 마케팅은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 전세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이나 전후 한국에서 중점적으로 도입됐고, 특히 한국에서는 기아를 극복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내수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좋은 상품을 생산하면 팔린다는 공식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전 같은 방식으로 기업이 생존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왜 팔리지 않는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한국사회는 르네상스에 버금가는 변화를 겪었다. 바로 인터넷과 IT산업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생활이 자리를 잡았고, 생활에 필요한 기본 물자들 대부분은 충족됐다.
그와 함께 소비자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임진권 소장은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장은 크게 15%의 생필품 시장과 85%의 잉여시장으로 구성된다”며 “생필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나머지 85%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물건들”이라고 말한다.
이어 “기업, 국가 경제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장은 15% 생필품 시장이 아닌 85%의 잉여시장”이라며 “오늘날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소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시대”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 경제가 발전할수록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전세계 시장의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생필품이 아닌, 반드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물건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는 ‘소비’의 필요성을 어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유럽식 마케팅의 핵심전략이다.
상품 아닌 가치를 팔아라
일본 큐슈의 한 지역에 대형할인마트가 입점, 나날이 주변 상권을 흡수한 대형마트 앞에 소규모 슈퍼마켓들은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슈퍼마켓이 이 같은 상황에서 슈퍼마켓 이용자를 60대 이상 노인으로 제한했다.
이용자 제한과 함께, 60세 이하 소비자들이 찾을만한 물건들을 선반에서 치우고, 그 자리에 노인들을 위한 휴게시설을 들이고 녹차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어 유통되는 상품들을 모두 건강식으로 바꿨다.
그러자 1년만에 매출이 130% 성장, 순이익은 2배로 뛰었으며, 시니어(senior)전문매장 1위에 랭크되는 성과를 얻었다.
비즈노성공실천회(http://www.bizknow.co.kr)의 조기선 이사는 이 슈퍼마켓에서 배울 점은 딱 세 가지라고 설명한다.
바로 비싸게 팔고, 좁게 팔고, 가치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기선 이사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얄팍한 광고에 넘어가지 않는다. 경계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광고를 볼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무엇보다 넘치는 상품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이어 “상품의 가치를 납득시키면 비싼 가격에도 상품은 팔릴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상을 한정시켜 가능한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더 이상 상품의 기술적 우위는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가 이해하고 있는 상품의 ‘가치’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유럽식 마케팅에서는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받는 첫 번째 조건으로 기업의 ‘신뢰도’를 꼽는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명품으로 유명한 기업들은 상품뿐 아니라 공인된 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팔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조기선 이사는 “신뢰를 얻는 좋은 방법은 영업사원이 아닌 상담자가 되어 주는 일”이라며 “상품의 장점을 선전하기에 앞서 소비자의 편이라는 인식을 먼저 남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출처 : 부자마을 사람들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