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은 적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듯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음악으로 표현되어 실체나 의미가 명확해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누군가 음악은 영혼의 소리라고 했던가? 영혼을 가진 존재인 인간이 소통하는데 음악은 절대적이라고 해야겠다. 힘들 때 모차르트의 선율을 듣다보면 눈물이 나고 다시 삶의 열망을 갖게 된다. 아무리 애써도 기도가 되지 않을 때 찬양을 하다보면 가슴이 열리고 주님의 뜻을 발견하게 되지 않는가.
영화 '어거스트 러쉬'는 바로 우리 삶에서 음악의 힘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영화는 고아원에서 시작된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 부모는 자기를 찾지 않을 거라고 말할 때 에반(프레디 하이모어 분)은 부모가 자기를 찾지 않으면 자신이 찾으면 된다고 되뇌인다.
그리고 부모는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반은 소리에 민감하다. 삶의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만든다. 음악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귀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에반의 아버지는 아이랜드 출신의 매력적인 록밴드의 싱어 겸 기타리스트 루이스(조나단 라이 마이어스 분). 그의 엄마는 전도 유망한 첼리스트 라일라(캐리 러셀 분). 에반은 부모의 음악적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라일라는 뉴욕에서 콘서트를 마친 날 밤, 뉴욕 워싱턴 스퀘어 주변에서 열린 한 파티에서 루이스를 운명처럼 만난다. 둘은 첫 눈에 서로에게 빠지고 그날 밤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두사람의 만남은 이어지지 못한다. 라일라의 아버지는 둘을 격리시킨다. 라일라는 뒤늦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지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라일라의 아버지는 아이가 유산됐다고 거짓말을 한다. 11년 후 죽음을 앞둔 라일라의 아버지는 라일라에게 아이에 대해 털어놓는다. 루이스와 헤어지고 첼리스트의 길을 포기했던 라일라는 아이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한편 밴드 싱어로서의 삶을 버렸던 루이스 역시 11년 전의 운명적 사랑과 음악의 열정을 쫓아 뉴욕으로 향한다.
자신의 부모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혼자 뉴욕으로 향한 에반은 우연히 아이들을 앞세워 돈을 버는 남자 위저드(로빈 윌리엄스 분)를 만나게 된다. 위저드로 인해 길거리에서 자신만의 천재적인 연주를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거리의 천재 악사 '어거스트 러쉬'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어거스트는 위저드가 자신을 이용하려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거리 연주를 즐겁게 한다. 루이스조차 뉴욕의 길거리에서 어거스트를 만난다. 자신의 아들인 줄 모르고 둘은 기타 화음을 맞춘다. 에반의 천재성은 줄리어드 음대가 알게 되고 결국 에반과 라일라 모자는 한 무대에 서게 된다. 결국 세 사람은 음악을 통해 만나게 된다.
영화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소년이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통해 가족과 재회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뮤직 드라마로 상투적인 레퍼토리일 수 있다. 하지만 에반이 뉴욕의 길거리에서 들리는 온갖 소음을 하나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지휘하는 장면, 록과 클래식을 함께 넘나들며 하나의 독특한 하모니를 보여주는 점, 난생 처음 기타를 잡고도 본능적으로 기타를 두드려 연주하는 어거스트 러쉬의 길거리 독주, 음악으로 부모를 부르고 자식을 부를 수 있고 서로 응답하는 장면들은 음악적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어거스트의 음악적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 삶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귀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는 어거스트의 말을 믿으며.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는 신이 주신 사랑의 음성,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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