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90주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부흥 백주년을 맞이한 해 인지라 올해의 종교개혁기념일은 특히나 의미있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연말에나 사용해야 할 말인 "다사다난"이라는 말 외에 달리 무슨 표현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종교개혁 490주년을 앞둔 시점에 서 있는 한국교회는 참 여러 가지 사건을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개혁기념일을 지나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까지 또 어떤 기도제목들이 한국교회와 관련하여 제시될 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얼마 전 모 기독교 NGO가 한국교회가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집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목회자는 "한국교회가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하면서 "공공성(公共性)을 회복하느냐의 문제는 앞으로 한국교회라는 공동체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므로 깊이 있는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 지방의 어느 NGO에서 "아프간 봉사단 피랍사태에 대한 한국교회와 선교에 주어진 새로운 과제"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선교 2세기를 맞이한 한국교회 선교가 당면한 과제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새로움과 관련한 따끔한, 그리고 한국교회에 대한 염려와 성숙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생각해야만 할 아주 따가운 내용의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 가운데 한 가지는 지정토론을 담담했던 모 시민단체의 실무자가 한국교회가 당면한 지금 상황을 평가하면서 "한국교회는 성숙하기 위해 적어도 10년 정도의 깊은 근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이었습니다.
종교개혁 490주년을 앞두고 또 다시 "개혁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대명제는 또 다시 교회의 현실을 돌아볼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2007년에 들어선 이후 한국교회는 "대부흥 100주년"이라는 영적 명분 앞에 자기반성과 자기개혁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실효를 거둔 바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교회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 대안공동체로 우뚝 서 있는가?" 하는 염려를 모두 불식시키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회의 교회다움을 위한 개혁 작업은 지속되어야 할 필연적 과제인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회의 개혁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를 하자면 아마도 지면이 부족할 듯싶습니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여전히 놓치지 말고 가야할 것은 역시 한국교회에 소속된 모든 이들이 자기갱신에 앞장서는 일일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을 해 봅니다. 교회가 세상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모습을 가지고 "우리는 개혁을 했다"고 말할 때 그것은 이미 설득력이 없는 상황이 지금입니다.
프란시스 쉐퍼는 그가 쓴 한 편지 속에서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받아들였다면, 그리스도의 사역의 의미를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현존하는 실재로 실천해야 한다"(프란시스 쉐퍼, 쉐퍼의 편지, 홍성사, 2005, 106쪽.)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와 그 안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그리스도께서 주신 표준이 아닌 적당한 수준에서 세상과 타협하고 안주하는 모습을 떨쳐버리지 않는 한, 그리고 도덕적인 수준을 비롯한 모든 표준을 세상과 선명하게 다르도록 높게 잡고 끊임없는 자기갱신을 추구해 나가지 않는 한 교회갱신의 소망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종교개혁 기념일을 앞두고 이런 개인적 차원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조금 더 범위를 넓혀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사안입니다. 그것은 바로 온전한 개혁을 위해서는 통전적인 안목을 가지고 개교회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교회를 바라볼 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던 이유는 개(個)교회와 교단이 자기 공동체의 성장에만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한국교회에 소속된 개인이나 교회, 그리고 단체와 기관들이 하나님 나라의 전체성을 바라보며 힘을 합쳐 동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는 일에 하나 되어 나서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입가에 웃음이 번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교개혁 49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희망 없는 세대에 주님의 교회만이 유일한 희망인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송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