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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유네스코 유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8. 30. 22:34
[사진가 이형준이 둘러본 유네스코 지정 인류유산 ⑦]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
문명에 때묻지 않은 생태계 보물창고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의 들판과 농촌마을. 리 웅장한 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지도를 펼쳐 오스트레일리아를 찾아보자. 태평양 남쪽을 차지하고 있는 대륙의 남동쪽 끝에 버려진 듯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섬이 바로 태즈메이니아(Tasmania)다. 지금은 멸족하고 없지만 수천 년 동안 원주민 애버리진의 땅이었던 태즈메이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세 곳의 복합유산지역과 11개의 자연유산지역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특히 ‘전세계를 통틀어 오로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동식물로 가득해 인류유산지역으로 지정된 태즈메이니아 원생지역(Tasmanian Wilderness)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 크레이들 산과 세인트 클레어 호수, 와이드 리버와 마운트 필드,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 등을 모두 합치면 남한 면적의 5분의 1이나 된다.

곳곳에 가득한 원시의 생명력

아한대성 다우림 지역이었던 태즈메이니아의 환경은 1820년경 서구인들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문명을 앞세워 이 땅에 들어온 이들은 원주민들을 격리시키고 나무를 대량 벌목해 돈을 벌었다. 1982년 유네스코에서 인류유산지역으로 지정하기 전까지 엄청난 양의 원주민 유물과 환경자산이 파괴되어, 이제 태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은 원생지역뿐이다.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에서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수만 년 전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암각화 등 십여 종에 이르는 인류유산이 있지만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지역과 고도에 따라 전혀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는 생태계다. 여름 한철을 빼고는 연중 내내 비가 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풍부한 강수량은 태즈메이니아 내륙지방의 나무들을 세계의 구경거리로 만들어놓았다. 무수한 나무들 가운데 방문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유카리나무와 황금색을 띤 골드트리.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너도밤나무와 태즈메이니아 삼나무, 소나무와 양치식물 등도 이색적이다.

내륙지역의 울창한 삼림과 함께 수십 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빚어내는 경치도 태즈메이니아의 자랑거리다. 면적과 수심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최고라는 세인트 클레어 호수를 보자. 보트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물결이나 호숫가 트레킹 루트에 펼쳐지는 풍광은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와 햇살이 교차하는 날씨, 정글을 연상시킬 정도로 울창한 숲, 끝없는 초원과 늪지대 등 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이가 모두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함의 아름다움, 다름의 신선함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의 명물 닐슨 폭포.

그보다 더 드라마틱한 풍광을 연출하고 있는 곳이 아마도 도베 호수일 것이다. 크레이들 산의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도베 호수에 서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러나 이는 어쩌다 한번 주어지는 행운일 뿐, 도베 호수 주변은 늘 비와 구름으로 가득해서 크레이들 산 전체를 또렷이 보기란 쉽지 않다. 이 호수의 또 다른 장관은 국립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습지와 하얀 누드 차림으로 늘어선 유카리나무다. 고산지역이라 크기는 중간 정도지만 물감을 칠해놓은 듯 모든 나무가 새하얗다.

사우스 웨스트 국립공원 지역은 내륙이나 호수지역과는 그 풍광이나 생태계 면에서 뚜렷이 구분된다. 기후가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이곳에는 꽃도 많이 피고 서식하는 동물도 다양하다. 해변을 따라 피어난 꽃은 거대한 꽃밭을 이루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휴온 소나무’ 군락은 무려 2000년이 넘는 평균수령을 자랑한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세인트 클레어 호수 풍경.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에서는 오랜 나무들을 벌목하고 새로운 품종의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숲을 관리한다.

태즈메이니아의 동물 생태계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사우스 웨스트 지역에서는 캥거루와 비슷한 ‘베네트 왈라비’‘이스턴 퀄’ 등을 만날 수 있지만, 호수나 내륙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태즈메이니아에 서식하는 유일한 야행성 포유류 ‘태즈메이니아 데빌’이 살고 있다. 이는 캥거루를 호주에서만 만날 수 있듯 태즈메이니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동물이다. 태즈메이니아 데빌은 숫자도 적고 야행성이어서 쉽게 볼 수 없으나 펠리컨, 백조, 작은 물새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

거대한 태평양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대륙판에서 갈라놓았고, 다시 태즈메이니아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갈라놓았다. 수만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어진 조건에 적응해나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온 나무와 꽃, 동물들은 다른 대륙에서 온 이방인에게 잊기 어려운 시각체험을 안긴다. ‘다양하다’는 것의 아름다움, ‘다르다’는 것의 신선함. 태즈메이니아를 인류가 지켜야 할 최후의 보물창고라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끝없이 펼쳐진 꽃밭에 그림처럼 서 있는 태즈메이니아의 농가.
국립공원 지역에 거주하는 한 농부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행메모
직항편을 타고 시드니까지(10시간) 간 다음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태즈메이니아의 주도 호바트까지(2시간) 가면 된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대개 무료지만 크레이들 산 지역만은 차량 한대당 10호주달러, 차가 없을 경우 1인당 3.5호주달러를 받는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핸들과 차선, 신호체계가 우리와 반대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관광에는 비자가 필수다. 다만 항공권을 구입하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동식물과 식품의 반입은 엄격하게 금지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출처 : 신동아


출처 : 흙에서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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