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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글쓰기 고수되기 1...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8. 31. 09:04

자유롭고 풍부한 생각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구양수(歐陽修)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조건으로 많이 읽고(多讀),

많이 써 보며(多作), 더불어 많이 생각할 것(多商量)을 말했다.

사실 이 세 가지는 하나와 마찬가지여서 많이 읽는 사람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사람이 글도 많이 쓸 수 있다. 반대로 많이 쓰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중의 막힘이나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많이 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일은 아니다.

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막막한 심정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 보았을 것이다.

이럴 때에는 굳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글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사물에 대한 막연히 연상되는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래의 글을 한번 보자.

 

   꽃 모양이 봉황새 같다 하여 봉선화가 되었다고도 하지만 봉숭아로도 불리며 혹은 지갑화,

금봉화, 또는 등잔화로 불린다. 원산지는 인도와 중국, 말레이시아이며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나를 다치게 하지 마세요.' 라고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이런 일화도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올림포스 산에서 쫓겨난 한 궁녀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이내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후에 봉선화가 되었으며

열매를 터뜨려 결백을 주장하려 했다는 이야기,

'속단된 해결' 이란 꽃말은 그를 두고 한 말인지, 속언도 가지가지, 뒷이야기가 다양하다.

   여름 한철 잠시 피었다가 흔적없이 사는 꽃이련만, 여인들의 치마폭에 쌓여 사랑을 받던 그들이다.

게다가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빨간물이 남아 있으면 이듬해 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전설도 있었으니

구중 규방 곳곳에서 애타했을 아가씨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떠오른다.

   그처럼 사랑을 듬뿍 받던 그도 세월의 변천에는 당할 도리가 없나 보다.  

화학 제품인 매니큐어 등쌀에 밀려 제 빛을 잃고서는 화사하니 피어 있는 꽃으로만 머문다.

어찌 보면 세계사에 첨단을 기록 했을 만치 미의 선각자가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도 했었는데......

장독대 주변에 심었던 까닭은 집 안의 나쁜 운기를 쫏아 낸다는 민속적인 풍습이었으니

물을 들였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건형,<봉선화 연정>, 책과 인생, 2003년 5월호, 범우사.

 

   사물에 대해서 여유 있고 깊이 생각해 보는 일은 일종의 습관과도 같다.

습관은 사람의 성격과 능력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많이 생각을 해보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글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하기의 습관은 억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의 방식을 얻게 되면 가속화되어서 매사에 통찰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개와 결말이 모호하거나 혼자만의 순환적인 생각을 피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정리를 돕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의 글에서 글쓴이는 '봉선화' 에 대해서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유의 과정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배경에는 물론 글쓴이가 글감에 대한 지식을 이미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좋은 생각을 얻기 위해서 백과 사전이나 그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보았을 수도 있다.

 

또한, 독자들에게 혹여 그릇된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여 '봉선화' 와 관련된 책을 읽어 확인해 보아야 한다.

 

** 그것은 글쓴이의 '글재주' 와는 별도의 책임이다.

 

    어쨌던 하나의 글감에 대하여 풍부한 생각을 얻으려면 그것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는 성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주체적인 필요에 의해 얻어진 지식과 정보는 무조건 암기한 지식보다 훨씬 오래 기억된다.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을 위하여 지식을 주체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세계와 사물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호기심이 발동하면 즉각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요즘은 갖가지 전문 서적을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의 습관을 전제로 하여, 직접적으로 글쓰기에 자신의 생각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 첫째는, 자신에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발상의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일인데, 이 단계에서는 떠오르는 생각들이 과연 주제에 부합할까,

    또는 일반성이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버리고 머릿속에 연상되는 모든 것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자유 연상이라고 한다.

 

** 둘째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동원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여러 사람이 생각한 내용들을 풍부하게 채집한 다음

    그 중에서 유용한 것을 추려내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자가 말하는 바를 처음부터 일일이 검토하거나 제지하지 않고

    되도록 많은 양의 생각들을 수집하여 정리해 두는 것이 유용하다.

 

    글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전인 발상의 단계에서는 떠오르는 발상들을 굳이 글의 목적에 맟추어

제약하지 말고 자유롭게 제시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연상법이 유효한데, 그 방법은 사유의 대상과

관련되는 사물들을 연상하고 그들의 특징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일이다.

말 그대로 자유 연상이 필요한 단계이므로 일반성이나 타당성의 잣대로

의식의 흐름을 억지로 막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주제를 정했다고 해서 자기가 정한 시각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관점에서 대상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발상을 위해서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을 참고한다면 사유의 과정을 도울 수 있음은 물론이요,

생각이 훨씬 풍부해질 수 있다.

                                           오충연ㅣ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출처 : 여인의향기... ( 연...) = 달콤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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