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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luxury] 란제리가 과학을 만났을 때…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22:20
[luxury] 란제리가 과학을 만났을 때…
피부처럼 편안하고 무대복처럼 화려하게… 80여년 세계 여성의 꿈
클래식한 ‘바바라’·섹시한 ‘라바주’ 브랜드 대표적
▲ 바바라의 베스트셀러 ‘앙주’. (photo barbara·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검은 생머리의 여인이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수놓인 란제리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있다. 양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영화 ‘원초적 본능’의 한 장면. 오드리 헵번 같은 여성은 검은색 브래지어에 검은색 망사 팬티, 검은색 스타킹을 끈으로 붙잡아 고정하는 검은색 망사(가터벨트)를 입고 있다. 또 다른 여성은 금색과 검정색을 쓴 캐미솔 차림으로 트로피를 위로 들어올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계적인 란제리 브랜드 바바라(Barbara) 그룹의 럭셔리 라인 ‘라바주(Ravage)’의 광고 컷이다. ‘라바주’란 프랑스어로 피폐·황폐·유린 같은 부정적인 뜻을 갖는다. 극도의 섹시함, 정신적인 피폐, 관능미의 최상급을 란제리에 표현한 의미라나? 젊고 과감한 라바주는 란제리계의 ‘섹시한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라 보면 된다.


서울 강남의 갤러리아백화점 매장에 가 보니, 실같이 얇은 레이스에 레이스를 덧대었는가 하면 노랑과 연두, 검정과 빨강이 만나 춤추는 듯한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브래지어 한 개 가격이 30만~40만원이나 하고 큐빅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연보라색 술이 치렁치렁 달린 란제리 세트는 ‘무대복’ 수준이다. 휴대폰 줄도 패션을 논하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다지만…. 이쯤 되면 속옷은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게 아니라 드러날수록, 과시할수록 좋은 패션으로 바뀐다.

바바라는 80년 넘게 속옷만을 전문생산해온 란제리 브랜드다. 1926년 마르셀 베나란 사람이 프랑스 파리에서 ‘엘라스틱’이라는 신축성 있는 원단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를 열었다. 이름은 ‘바바라(Barbara)’.


이 원단을 기반으로 1930년엔 여성의 코르셋을 만들기 시작했고 1970년엔 창업자의 아들인 길버트 베나가 브래지어를 디자인해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20년 뒤인 1998년 그의 아들인 장 자크 베나(현 회장)가 ‘라바주’라는 브랜드를 인수했고 란제리와 수영복에서 독보적인 프랑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바바라그룹은 기존 ‘바바라’, 수영복 라인 ‘바바라 뱅(barbara bain)’, 럭셔리 브랜드 ‘라바주’ 등 크게 셋으로 나뉜다. 2008년 봄·여름 시즌부터 ‘제니 로빈(Jannie Robin)’이라는 수영복과 손잡고 각 매장이 서로의 제품을 팔게 된다.


‘바바라’ 꼬리표를 단 제품이 우아하고 클래식하다면, ‘라바주’ 제품은 럭셔리하면서도 유혹적이고 관능적인 미를 강조한다. 라바주는 매년 열리는 세계적인 란제리 패션쇼인 SIL, 리옹 모드시티 등을 통해 시즌별 유행을 제안한다.


▲ 럭셔리하고 관능적인 바바라그룹의 ‘라바주’. / 바바라의 ‘카퓨신’ 라인. / 바바라의 ‘트리아농’ 라인.

사업을 확장하며 제품군을 늘리는 럭셔리 브랜드들을 보면, 오늘 이 자리에 서게 한 ‘대표 상품’이 반드시 있다. 바바라의 성장 뒤엔 1993년 탄생한 ‘앙주(ange·천사)’라는 베스트셀러 모델이 있다. 레이스나 장식은 하나도 없이 몸에 착 달라붙어 체형을 살리는 기본 형태다. 가볍고 부드러운 촉감과 완벽한 실루엣이 특징인 ‘피부 같은’ 브래지어다. 국내에서도 이 제품은 여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바바라는 초기부터 “바바라를 입은 모든 여성이 만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만족’의 조건은 간단하지 않다. 바바라의 CEO 허버트 라퐁은 “란제리는 하나의 예술품처럼 여성의 꿈과 사랑하는 사람을 유혹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내야 한다”고 했다.


란제리는 그냥 그 자체가 예쁘기만 해선 안 된다. 예쁜 데다 몸에 잘 맞고 편해야 하며, 체형까지 보정할 수 있어야 한다. 패션과 기능성,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란제리가 과학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오늘날 바바라의 성공 뒤엔 최고급 품질이란 점과 함께 입었을 때 편안하고 예뻐 보이는 피팅감이 있다.


제작과정을 보자.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고 스케치를 한 뒤, 캐드로 패턴을 뜨는 작업이 시작된다. 패턴에 맞는 소재를 정해 샘플이 나오면 여러 번 테스트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런 다음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가 피팅감 살리기에 돌입한다. 이 과정만 6개월이 넘는다.

제품 기획에서부터 최종 제품이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 정도. 피팅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패턴을 수정해야 한다.


▲ 술이 달린 ‘라바주’라인. / 캐미솔

프랑스 본사의 디자이너는 4명밖에 안 되지만 샘플 연구분석팀 인력 등을 포함하면 모두 25명 정도. ‘앙주’ 같은 인기 상품도 시즌마다 조금씩 변형해서 개발한다.


란제리란 체형을 그대로 반영하는 상품인 만큼 체형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계속된다. 바바라는 유럽이나 북미뿐 아니라 아시아 여성의 체형을 감안한 제품도 생산한다. 예를 들어 유럽처럼 가슴 부분을 홑겹으로 하지 않고 주머니를 만들어 패드를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다. 란제리업체에선 ‘큰 컵 손님’ ‘작은 컵 손님’이란 표현이 자연스럽다. 물론 여기서의 컵은 여성의 가슴 크기를 뜻한다. A컵, B컵은 물론 ‘모자같이 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인 E컵과 F컵도 만들어낸다. 바바라는 크지만 섹시미를 잃지 않는다는 뜻에서 ‘F컵으로의 유혹’이란 문구도 강조한다.


현재 바바라가 진출해 있는 70여개국 중 한국은 매출액 규모 면에서 10위 수준. 지난해 매출액만 200억원으로 아시아에선 대만에 이어 두 번째다. 1000억원대 규모라는 국내의 수입속옷 시장에서 20%를 넘게 차지하고 셈이다. 바바라는 1998년 프랑스 바바라사와 남영L&F의 합작법인인 훼미모드를 통해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
 


바바라 CEO 허버트 라퐁

“란제리는 의류가 아니라  열정이다”


2006년 말 바바라의 사령탑을 맡은 바바라그룹의 CEO 허버트 라퐁(Hubert Lafont). 그는 샹텔(Chantelle)이라는 란제리 브랜드의 마케팅 이사 출신으로 ‘란제리 전문가’다. 그는 신축성 소재 회사로 시작한 바바라의 이미지를 양쪽으로 차별화해 팔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바바라가 생활 속에서 편안히 입을 수 있는 란제리란 점을 강조했다. 평상복을 입은 어머니와 딸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이 광고에 담겼다. 건강미가 넘치는 30~40대 여성이 몸매가 드러나는 스웨터를 입고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있다. “바바라, 바로 우리입니다(Barbara, c’est nous)”라는 캠페인 모토가 옆에 달려 있다. 일반적이고 편안한 이미지를 이렇게 살린 반면 ‘라바주’ 라인은 좀 더 섹시하고 관능적인 쪽으로 개발, 홍보되고 있다.


라퐁 대표는 로고도 바꿨다. 원래 바바라 로고는 하얀색 바탕에 연한 보랏빛 테를 두르고 ‘barbara’란 검은색 로고를 썼다. 하지만 육감적이고 열정적인 컨셉트를 강조하면서 글자는 연한 피부빛으로 하고, 바탕은 짙은 붉은색으로 했다. 그는 “란제리는 의류가 아니라 감성이자 열정”이라고 한다.


그는 란제리 브랜드가 과학 기술과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핫라인’ 서비스를 개발한 뒤 세일즈 네트워크에 기여하도록 했다. 바이어의 요구를 웹사이트에서 수렴해 제품 제작에 반영하도록 했다. 그가 취임한 뒤로 파리엔 바바라 광고물을 단 버스가 부쩍 많아졌고, 바바라의 캠페인을 내세운 큼지막한 간판 광고물도 많아졌다고 한다.



/ 황성혜 기자 coby0729@chosun.com

출처 : 닥터상떼
글쓴이 : 닥터상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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