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호테크/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

[스크랩] [고별강연으로 본 원로 교육인들의 탄식] `미친 교육` 이대로 놔둘 건가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6. 07:31
[고별강연으로 본 원로 교육인들의 탄식] '미친 교육' 이대로 놔둘 건가
한국의 학생과 부모들은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걸까. 중·고등학생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가장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오로지 대입 하나에 초점을 맞춰 수형 생활하듯 보낸다. 인성이나 감성의 중요성 따위는 끼어들 여지도 없고, 개인적 취미나 특기마저 ‘대학’에 유리하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의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다. 결혼생활이 아니라 ‘자식과 함께하는 수험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의 질곡에 가정 경제는 완전히 일그러졌다. ‘조기 유학’ ‘기러기 아빠’가 말하듯 자식 교육에 다른 모든 가치를 팽개치고 ‘올인’한 민족이 또 있었을까.

더 한심한 건 이런 투자와 희생과 인내의 결과다. 한때는 ‘우리가 가진 건 사람뿐이고, 그러니 교육열은 당연하다’고 여겼고, 국제사회도 그 성과를 인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세계가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교육 실태에 냉소를 보낸다. 한마디로 ‘잘못된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고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는 딱한 민족’이라는 조롱이다.

학생·부모·교사 모두가 한숨만 쉬며 ‘나 자신, 내 새끼’ 챙기기에도 힘겨워하는 동안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교육에 관한 사회적 체념 상태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미친 짓을 계속하려는 것일까.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

“오로지 싸움서 살아남는 법만… 미래가 막막”

8월 16일 퇴임한 강정채(61) 전 전남대학교 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강 총장은 “모든 것을 돈과 경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대학 대 대학, 개인 대 개인의 경쟁만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강 총장은 “오로지 싸움에서 살아남는 것만 가르치다 보면 우리 미래는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

“사람은 없고 시장만 있는 위험한 사회”


도정일(67) 경희대 명예 교수는 2006년 초 정년 퇴임을 앞두고 가진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기는 시장이 모든 가치를 집어삼켜 ‘사람’은 없고 ‘시장’만 있다는 것”이라며 “사람다운 사회, 인간성이 두터운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적 독서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최근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홀대는 ‘사회적 위기’로 해석해야 한다”고 염려했다. 기초학문이 붕괴되면 장기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경고한 것이다.


이혜화 전 화수고 교장

“학위 따 보상 받을 생각이라면 시작도 말라”


교무실을 도서관으로 개조해 화제가 된 이혜화(64) 전 화수고 교장은 고졸 준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해 나이 마흔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고려대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를 거쳐 박사까지 수료했지만 “학위를 취득해서 내가 들인 돈, 노력,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한다면 시작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면서 “공부는 투자한 만큼 얻어지는 적금이나 예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공부 자체에 보람을 느끼고 즐거움을 느끼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뜻이다.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

“젊은이들은 일확천금 망상에서 깨어나야”


윤석철(68) 한양대 석좌교수는 2005년 9월 서울대를 떠나는 고별강연에서 “잎이 지고도 늠름한 둥치와 굳건한 가지를 지닌 나무처럼 외부에 기대지 말고 자기 고유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피터 드러커’라고도 불리는 그가 마지막 강연에서 강조한 덕목이 ‘자립성’이었다. 그는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통계를 들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고 “젊은이들은 한꺼번에 돈 벌려는 망상에서 깨어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민용태 전 고려대 교수

“조기 영어교육 광풍은 인성 뿌리 흔드는 망국 행태”


“아이들의 조기 영어교육은 감성과 인성의 뿌리를 흔들 수 있습니다. 영어만 강조하는 교육 제도가 절대 국가 시책이 되어선 안됩니다.” 스페인어 문학 대중화에 힘써온 민용태(65) 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지난 2월 강단을 떠나며 한 말이다. 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영어 교육 광풍은 망국적”이라며 “외국어·외국문학은 나와 민족을 더 잘 알기 위한 거울과 창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승자  서울방송예술종합학교 교장

“교육이 바뀌면 자립심은 자연스레 길러진다”

2005년 정년퇴임 후 지난해 3월 개교한 서울방송예술종합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조승자(65) 교장은 “40년 교직에 있으면서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학생을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현행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자기의 ‘끼’를 발산하고 계발하는 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꿈을 실현하고 싶어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루기 어렵다”며 “학생들은 환경만 바꿔주면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서대석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중심 학벌주의에 밀려 인성교육 등한”


지난 2월 서울대 교수 20명의 정년 퇴임식에서 대표인사를 맡은 서대석(66)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에 모인 준재들은 머리는 좋지만 다른 사람과 협동하는 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만 가면 된다’는 학벌주의가 인성교육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뜻이다. 서 전 교수는 “앞으로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심성을 기르도록 힘써 달라”고 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

“대학에 ‘정신’이 없다… 문제의식 가져야”


진보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최장집(65) 고려대 교수는 지난 6월 20일 고려대에서 열린 고별강연에서 “우리 대학의 외적 발전은 세계적 수준을 넘어섰지만 내적 발전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면서 “대학이 ‘정신’을 갖지 못해 학문의 위엄과 자율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취업경쟁,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이지만 문제의식과 관점을 넓게 갖기를 기대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

“대학이 지나친 물질화로 비판의식 상실”


국사편찬위원장인 정옥자(66) 서울대 명예교수는 강단을 떠날 때 “대학이 취업 예비학교로 전락한 풍토에서 서울대도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구실을 못하고 있다”라며 “감성과 이성이 잘 조화된 균형 잡힌 인재를 키우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 물적 기초가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기에 너무 비중을 두면 대학의 체통이 무너지고 속물화된다”며 “대학의 물량화가 비판의식의 상실을 가져온다”고 충고했다.


백대웅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공부가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방편 돼서야”


백대웅(65)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전통예술원 원장에 재직할 당시 신임 교수 임용식에서 “‘제일 못된 집단이 교수집단’이라며 자기가 아는 것만 주장하는 ‘전문 바보’들이 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오선지를 본격 사용해 ‘국악 작곡 1세대’로 꼽히는 백 교수는 “1년에 100일도 일하지 않는 교수가 안식년이 뭐 필요하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을 끝으로 정년 퇴임하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요즘 너무나 먹고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문제”라며 “먹고사는 문제를 비판할 수는 없으나, 염불보다 잿밥에 맘이 더 가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학문보다는 취직에 급급한 대학생들을 염려한 것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가장 큰 적은 엘리트를 재생산하는 구조”


신영복(67)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2006년 8월 퇴임 강연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엘리트를 재생산하는 구조”라며 “우리는 죽순이나 감나무를 길러내는 진정한 의미의 숲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함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가 금방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꽃이 씨를 만드는 과정처럼 사회 변화를 위한 노력은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병영 전 연세대 교수

“좌·우 이념 떠나 영재교육·대안교육 궁리하자”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교육부 수장을 맡았던 안병영(67) 전 연세대 교수는 2006년 11월 퇴임강연에서 “교육과 관련한 이념적 갈등을 불식하자”며 “자유주의자와 평등주의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영재교육과 대안교육을 함께 궁리하자”고 역설했다. 안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극단적 이념 갈등 탓에 교육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좌우로 갈린 이념이 학교 교육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나타냈다.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

“인센티브 똑같이 나누자는 전교조, 교육 발전 막는 것”


전교조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있다. 곽수일(67) 서울대 명예교수는 2006년 9월 서울대 경영대에서 가진 고별 강연에서 “인센티브를 모두 똑같이 나누면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전교조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런 생각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세에 최연소 서울대 교수가 된 곽 교수는 ‘CEO들의 스승’이라 불리기도 했다. 마지막 강연에서 그는 “혁신을 위한 파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후학들에게 권했다.


장호완 서울대 교수

“평등교육이 경쟁력 약화…3불 정책은 사회발전 암초”


‘자율화를 통한 교육 경쟁력 강화’를 주장해 온 장호완(65)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이번 달 강단을 떠난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을 지낸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성장동력은 바로 교육”이라면서 “21세기에는 창의적 지식을 습득하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사회발전을 막는 암초”에 빗대면서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전형은 고2 성적까지만… 3학년에겐 경험과 깨달음을”


과학자의 눈으로 인문학적 담론을 통합해 제시해 온 장회익(70) 서울대 명예교수. 2003년 33년 동안 정든 강단을 떠난 장 교수는 지난 6월 한 인터뷰를 통해 독특한 제안을 했다. “대학입학 전형은 고2까지 성적으로만 평가하고, 3학년 때는 여행도 하고 경험도 하게 해야 한다. 학문은 그 자체가 보상인데, 스스로 깨닫고 연구하는 과정이 없으면 안 된다.” 점수에만 매달려 온 학생들에게 공부한 내용을 깨달을 시간을 주자는 뜻이다. 또 학자들에게는 “자기의 이론만이 옳다는 사람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면서 “모두를 아우르며 삶의 지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심선혜 기자 fresh@chosun.com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출처 : 닥터상떼
글쓴이 : 닥터상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