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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3도의 매력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11. 06:45
알코올 도수 13의 술은 요사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이다.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번번이 탐하게 되는, 미인을 닮은 액체에 관하여.

ⓒmaison 에디터/ 강사라(메종) 포토그래퍼/ 문성진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의 러시 속에서, 에디터는 문득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알코올 함유율 13%의 주류, 이른바 ‘약주’를 향한 여자들의 편애.

남자들을 만날 땐 주로 맥주나 소주, 운이 좋으면 양주를 마시게 되지만 여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주 메뉴는 어김없이 백세주 혹은 산사춘이다. 하기야 소주는 독해서 싫고 맥주는 배불러서 별로인 여자들에게, 소주와 맥주의 딱 중간에 해당하는 도수와 달짝지근한 맛까지 겸비한 이들 약주는 가장 만만한 알코올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실은 에디터 역시 이 ‘13도 술 마니아’그룹의 일원이다. 한때 두주불사를 외치며 알코올만 함유되어 있다면 종류를 불문하고 평등한 사랑(?)을 쏟아 부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술을 마시면서도 ‘여자의 품위’를 지키고 싶은 탓이다. 얼굴 가득 주름살을 지어 가며 소주를 삼키는 여자나, 연신 긴 트림을 내뱉으며 맥주를 퍼 마시는 여자보다야,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가끔씩 작은 술잔을 홀짝이는 여자가 훨씬 사랑스러울 테니 말이다.

‘백세주’ ‘산사춘’ ‘설중매’ 등 이름에서부터 한껏 운치를 풍기는 이들, 13도 주류는 여자의 품위를 지켜주는 동시에 여자의 품위를 간직한 술이기도 하다. 만약 술에도 성별이 있다면 그들은 분명 여성에 해당할 것이다. 마치 옛 동양화폭 속에 등장하는 미인을 닮은 술이랄까. 우선 색깔부터가 그러하다. 와인의 레드 컬러나 양주의 찬란한 금빛처럼 단번에 시선을 매혹시키는 화려함은 없지만, 은은한 담황색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오래도록 혀에 남아 있는 달짝지근한 뒷맛은 눈앞에 없어도 뇌리에 아른아른 스치는 미인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하지만 눈에 확 띄는 화려한 미인보다 수수한 듯 고운 여인들이 때로는 더욱 위험한 것처럼, 13도의 주류 역시 여러모로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맛이 부드러운데다 여간해서는 취기도 느껴지지 않는 탓에, 소주나 양주 같은 독주를 마실 때보다 오히려 과음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음할 경우, 일반 증류주를 마셨을 때보다 훨씬 지독한 두통이 수반되는 것도 사실. 마치 정으로 두개골을 쪼개는 것마냥 극심한 통증, 아마 경험해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곡물이나 과실을 발효시켜 빚으므로 침전물이나 자체 발생하는 불순물 등이 포함되어 있기 쉬운데, 바로 이러한 성분들이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그래서 주당들 사이에서는 ‘13도 술은 뒤끝이 안 좋다’는 속설이 나돌기도 하는데, 사실 술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좀 억울한 노릇이긴 하다. 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약한 술이라는 이유로 한없이 퍼부어 댄 당사자의 음주 습관이 문제이니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취하도록 마시면서도 자신이 취하는지조차 모르게 만드는 속성만은, 상대방을 부지불식간에 포로로 만드는 여인의 뇌쇄적인 매력과 비견할 만하다.

그리고 미인을 마다할 이는 없는 법. 13도의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약주의 종류 역시 무척이나 다양해졌다. 지금은 고전이 된 ‘청하’나 전 국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백세주’ ‘산사춘’에 이어 ‘흑주’ ‘천국’ ‘흑미주’ ‘활인18품’ 등의 뉴 페이스들이 약주 시장에 진입한 상태. 여기에 14%의 알코올 함유량을 지닌 매실주들과 보통 12~14% 가량의 알코올을 함유한 와인을 ‘13도 군단’에 포함시킬 경우, 선택의 폭은 거의 무한대에 이른다. 13도 마니아들 앞엔 파라다이스가 펼쳐진 셈이다. 자, 그러니 부디 절도 있게 즐기시길. 차분하고 단아해 보이지만 탐닉할 경우 치명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이 아리따운 기생 같은 술을 말이다.
 


1. 흑주
한국의 전통 약주인 백하주의 ‘생쌀담금법’을 되살려 현대인의 기호에 맞게 빚어 낸 약주. 일본식 제조법을 사용하는 술들이 많은 요즘, 전통 제조법을 충실히 따라 만들어 낸 보기 드문 제품이다. 은은한 과일 향을 풍기며 맛은 매우 담백하다. 알코올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목넘김이 부드러워 술이 약한 이들도 두어 병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알코올 도수 13%, 국순당)

2. 백세주
이제는 약주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13도 주류. 찹쌀과 누룩, 10가지 한약재로 빚어 내 비교적 뒤끝이 없는 편. 다소 한약 냄새가 나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몸에 좋은 느낌이라 ‘보신파(?)’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지만 단맛을 싫어하는 이들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맛이기도 하다. (알코올 도수 13%, 국순당)

3. 설중매
플러스 매실만을 원료로 주조된 기존의 ‘설중매’와는 달리, 매실 원액 80%에 20%의 와인을 첨가해 만든 이색적인 복합주. 새콤달콤한 맛이 좀더 짙고, 향은 훨씬 감미로워졌다. 주스 같은 맛이라, 술이라면 딱 질색이라는 여자들도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듯. 알코올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이체질만 아니라면 어린아이가 마셔도 별 무리는 없을 만큼 순하고 달콤한 술. (알코올 도수 14%. 두산)

4. 산사춘
13도 주류 중 특히 여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제품. 산사 열매와 산수유 열매로 빚은 술로, 독특한 신맛이 특징이다. 식전에 한 잔 마시면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고, 식후에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찜, 편육 등 특히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리는 술. (알코올 도수 13%, 배상면 주가)

5. 매취순
1990년 시장에 선보인 이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매실주의 대명사. 5년간 숙성시킨 매실 원액만을 사용해 제조한 매실주로, 끈적끈적할 만큼 짙은 농도와 타 제품들에 비해 훨씬 강렬한 단맛을 지닌다. 단맛이 강한 탓인지 특히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테디셀러 아이템. (알코올도수 14%, 보해양조)

6. 청하
1986년 출시되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약주의 원조로, 지난해부터는 외피를 35% 가량이나 깎아 낸 쌀의 속살만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제품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원료가 좋아진 때문인지 맛도 전에 비해 한층 부드러워졌다. 일반 청주에 비해 구연산 함량이 높아 피부 미용, 신진대사 촉진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알코올 도수 13%, 두산)

7. 설화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청하’의 업그레이드 버전. 도정에서부터 발효, 숙성, 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동네 슈퍼마켓에서 구입하기는 힘든 편. 고급 주점이나 백화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 13%, 두산)

8. 능이주
능이버섯으로 담근 건강주 타입의 약주. 첫맛은 다소 시고 떫은데 뒷맛은 묘하게 향기롭다. 특이한 맛이라 평범한 취향의 소유자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지만, 내공이 높은 애주가들의 입맛에는 의외로 잘 맞아떨어지는 약주. 일부 전통 주점이나 백화점에서만 발견되는, 다소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알코올 도수 13%, 내국(주)).

9. 천대홍주 붉은 누룩, 즉 '홍국'을 사용해 빚은 약주로, 3백년 만에 최초로 재현한 전통주. 혈압 강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강하고 뭐라 표현할 수 없이 독특한 맛이 난다. 선명한 주홍색 빛깔이 아름다우며, 구이나 갈비 등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 시즌에만 출시되는 제품. (알코올 도수 13%, 배상면 주가)

10. 흑미주
흑미를 발효시켜 빚은 약주. 약한 과일 향을 풍기며, 타 약주들에 비해 맛은 약간 심심할 정도로 담백하다. 단맛이나 신맛이 강한 약주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게 적합한 제품. 튀김이나 전 등 약간 기름진 안주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알코올 도수 13%, 배상면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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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너와집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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