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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월 16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1928~1987)의 작품 ‘그린 카 크래쉬’(Green Car Crash)가 예상가격(2500만~350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7172만달러(약 660억원)에 낙찰됐다. 워홀의 작품 중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경매 때 1737만달러에 팔린 ‘마오’(마오쩌둥의 초상화)였다. 불과 6개월 만에 최고가 기록이 4배로 치솟은 것이다. 워홀뿐 아니라 다른 유명 현대 작가의 작품가격도 올 들어 50% 이상 올랐다. 알프레드 타우프만(Taubman) 소더비 전 회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신흥갑부들, 심지어 헤지펀드까지 미술품 투자에 뛰어들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들의 돈 자랑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 지난해 중국의 A주식은 160% 넘게 급등했다. 지난 2005~2006년 인도 센섹스 지수와 한국 코스피지수는 각각 115%, 70% 넘게 상승했다. 증시 폭등은 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집트 주가는 2003년 이후 무려 14배나 폭등했다.
현재 전세계는 한마디로 돈(유동성)이 흘러넘치고 있다. 2000년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다. 1990년대 초반 8~11%대(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 기준)였던 국제금리는 지금 4~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으로 불리는 자금의 폭발적 증가는 자산시장 판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유동성 괴물(jugglenaut), 유동성 쓰나미(tsunami·지진해일)로 불릴 만큼 비대해진 유동성이 주식·채권·기업M&A·원자재·미술품 등 투자 가능한 온갖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가격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과잉 유동성이 자산시장의 버블(거품)로 이어져 언젠간 금융불안을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1990년대에는 지금과 비슷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축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멕시코·러시아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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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서 한국·중국·인도 등 14개 신흥시장국(emerging market) 중앙은행 총재들은 “신흥시장의 채권과 주식 등 금융자산 가격이 갑자기 하락반전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잉유동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 총재인 머빈 킹(Mervyn King)은 2006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저금리 기조로 통화증가율이 현저히 늘어나 자산가격의 앙등과 고수익 자산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켰다”면서 “2004~2005년 동안 전 세계 통화는 198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글로벌 과잉유동성의 정의와 문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과잉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지적했다. 공통적으로 유동성의 확대가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들이다.
■ 확산되는 과잉유동성 경고음
■ 저금리가 과잉 유동성의 뿌리…2002년 이후 유동성 2배로 늘어
그렇다면 지금 세계시장을 휩쓰는 자금은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글로벌 유동성은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정립된 개념은 아니어서 정확하게 규모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통화량이나 금융자산 규모 등 연구자별로 쓰는 지표가 다르다. 하지만 어떤 지표를 쓰든 유동성이 불어난 추세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McKinsey Global Institute)에 따르면, 각 국의 해외주식·채권 매입액과 금융기관 대출, 외국인 직접투자액(FDI) 등을 합친 세계자금흐름 규모는 2002년 말 약 2조9000억달러에서 2005년 말 약 6조3000억달러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2002년은 미 FRB가 경기침체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해로, 과잉유동성의 뿌리가 저금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연간 세계 산출량 대비 글로벌 금융자산 비율은 1980년 109%에서 2005년 316%로 상승했다.
■ 폭발하는 금융시장…활개치는 9575개 헤지펀드
풍부한 유동성은 세계 곳곳의 금융시장에 활황세를 가져왔다. 우선 주식시장부터 살펴보자. 선진국의 주가지수는 2000년대 들어 IT거품 붕괴로 잠시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2003년부터 본격 상승국면에 진입했다. 세계 증시 지표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지수 기준으로 현재 주가는 2003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유동성이 몰린 신흥시장국의 주가는 더 가파르게 상승해 2003년보다 3배 이상 상승하면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25일 기준 신흥국가의 PER(주가수익비율) 평균은 17.6배로, 선진 G7국가 평균인 17.9배에 근접했다. 특히 중국·체코·인도 주식시장의 PER은 20배를 넘는다.
채권시장도 유동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지속적인 하락세(채권가격은 상승)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신용등급이 낮은 신흥시장국 채권과 선진국 채권 간의 금리 스프레드가 2002년 10월부터 축소되기 시작해 지금은 역사적인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신흥국가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위험스프레드(EMBI+:emerging market bond index plus)는 2002년 9월 10%포인트에서 올해 한때 1.64%포인트까지 좁혀졌었다. 위험자산인 주식가치와 안전자산에 속하는 채권가격은 원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면 주식을 팔고 채권을 매입하는 식이다.
최근 몇년간 나타난 주식과 채권의 동반 랠리는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영국 FT(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는 공격적 투자를 일삼는 헤지펀드 시장에도 나타났다. 헤지펀드는 1996~2005년 동안 펀드수가 2800개에서 8500개로 3배로 늘어나고, 운용자산은 970억달러에서 1조1300억달러로 12배로 증가했다. 올 1분기에는 헤지펀드 수가 9575개로 불었고, 운용자산은 1조60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물시장의 과열현상
부동산·원자재 등 실물부문도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미국·영국·호주 등 주요 국가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10% 넘게 상승했고, 특히 2004~2005년에는 15~20%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낮은 금리로 인한 모기지 비용의 하락, 은행들의 경쟁적인 주택관련 대출상품 출시, 베이비붐 세대의 높은 주택수요 등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의 최고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 1월 “1990년 일본 경제가 추락하기 전에 엔화가 절상되고 주택 가격이 폭등했으며 증시가 호조를 보였는데, 이것은 현재 중국 모습과 흡사하다”면서 중국 정부에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부동산 고삐를 죄도록 촉구했다.
원자재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19개 주요 상품을 지수화한 로이터·제프리즈 CRB지수는 2002년 이후 줄곧 증가세를 보였다. 원유를 제외한 상품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과열에 따른 후유증도 곧잘 나타난다. 2006년 9월 아마란스(Amaranth)라는 헤지펀드 회사는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자 일주일 만에 60억달러라는 대규모 손실을 입고 붕괴했다.
■ 시장변동성의 전반적인 감소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금융시장에 나타난 또 다른 결과는 투자위험과 관계 있는 시장의 변동성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주식·채권·외환시장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한쪽 방향으로 가격이 쏠리는 현상을 예방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변동성지표인 시카고 옵션거래소의 VIX지수는 90년대에 비해 50% 정도 변동성이 낮아진 상태다. 변동성이 감소하면서 외부 충격에 대한 경제의 내성도 커졌다. 예컨대 2001년 9·11 테러나 2003년 이라크 침공, 2005년 카트리나 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비교적 무난하게 유지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수차례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나 북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차분했다.
■ 엔캐리 거래 청산되면 위기
저금리 국가 중에서 특히 과잉유동성의 첨병 역할을 한 나라는 1990년 버블 붕괴 이후 제로(0) 금리상태를 지속해온 일본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일본 엔화를 빌려 미 달러화나 호주 달러화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캐리’ 거래를 지속해 왔다. 현재 엔캐리 거래의 규모는 집계하는 기관별로 다르지만, 약 10조~20조엔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통계로 잡히는 은행대출액이나 해외투자액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시킨 호주의 경우 국채의 외국인 소유 비중이 60%를 넘고 있는데 대부분의 투자자금이 엔캐리와 관련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엔캐리 규모를 최대 1조달러로 추정하는 기관도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은행들의 외화대출 중 엔화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엔캐리 거래가 청산될 경우 전세계에 투자된 자금들이 청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杞憂)만은 아니다. 2월 말 중국의 증시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면서 엔화가 급등한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엔캐리 거래의 청산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변동성도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엔캐리 거래를 지속할 유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의 큰 충격이 나타나지 않는 한 국제자금의 흐름이 단기간에 급격하게 변화되기보다는 점진적인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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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악몽'이 떠오르는 걸까
단기 순차입 사상최고…IMF때와 닮은 꼴김소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사는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된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고 있는 과잉 유동성도 유사 이래 최초 현상은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과잉 유동성이 발생하고, 이 자금이 신흥시장으로 건너가 자산가격을 급등시켰던 현상은 1990년대에도 일어났었다. 10여년 전의 경험을 복기해보면 현재 상황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 1990년대의 과잉유동성
1990년대 초 멕시코 등 신흥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은 상당 부분 미국의 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됐다. 1989년 9.8%였던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1992년 하반기에 3%까지 떨어졌고, 이 같은 상황은 1994년 초반까지 계속됐다.
저금리는 채무국인 개발도상국들의 이자부담을 감소시킴으로써 국가신용등급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고수익을 좇는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의 신흥시장으로 몰려든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또 1990년대 초기 유럽·일본·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침체, 선진국 투자자들의 국제적인 분산투자 욕구 증가·세계 자본시장의 통합·신흥시장에서의 국제 자본 이동에 대한 각종 규제의 철폐 등도 신흥시장으로의 자본유입을 증가시키는 촉매가 됐다. 1991~1996년 동안 개발도상국에 유입된 민간자본은 연평균 1400억~1500억달러로, 1980년대(170억~180억달러)의 거의 8~9배에 달했다. 막대한 해외자본이 유입되자 신흥시장에서는 주식·부동산의 급등, 소비와 투자 열풍 등 경기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또 신흥시장 화폐 수요가 늘면서 실질 환율도 크게 절상됐다. 하지만 저금리와 유동성에 기댄 신흥개도국의 호황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미국 등 선진국은 1994년부터 금리를 점차 올렸다. 1995년 초반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6%까지 다시 상승했다. 금리인상은 신흥시장의 매력을 감소시켰다. 신흥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졌고, 외채(外債)의 이자상환 부담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환율절상으로 경상수지·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자산가격 상승의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중됐다.
결국 신흥시장 곳곳에서 자본 유출 현상이 일어나면서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경기가 악화됐다. 호황 뒤에 불황이 따르는 전형적인 ‘호불황순환’(boom-bust cycle)이 나타난 것이다. 멕시코는 1993~1995년에 GDP(국내총생산)의 12%에 달하는 자본이 유출되면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베네수엘라는 1992~1994년에 GDP의 약 10%의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5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또 1990년대 중후반 아시아와 러시아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 그리고 현재
1990년대 유동성의 축적과 붕괴 과정은 현재 상황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선진국의 불황과 금리인하, 투자자들의 국제적 분산투자욕구 증가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많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신흥시장에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실질환율이 절상됐으며, 경기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2002년부터 연평균 100억달러 이상의 순자본유입이 발생하면서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이 급등했고, 명목환율과 실질환율이 모두 절상됐다.
증권시장에서는 2003~2005년에 272억달러가량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지난해 84억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현상은 단기 순차입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증권 투자수지가 큰 폭의 적자(순유출)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투자수지가 큰 흑자를 기록한 것은 단기 순차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단기 순차입은 약 453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 흐름의 반전이 가장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자본유입 형태는 단기 순차입이다. 외환위기 당시 3년간 급증했던 단기차입이 1997년과 1998년에는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었다.
■ 유동성 축소에 대비한 긴축 재정정책 필요
물론 외환위기 전과 현재 상황은 몇가지 차이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고정환율제도에 가까운 관리환율제도였지만, 지금은 자유환율제도에 가깝기 때문에 환율변동 압력이 한꺼번에 폭발하기 어렵다. 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이 진척돼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부실의 화근이었던 기업·금융에 대한 구조조정도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과잉유동성의 축소로 급격한 자본유출이 진행될 경우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맞물려 자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자본유입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저금리 정책으로 맞서왔다.
이에 대해 미국 UC버클리의 배리 아이센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는 “자본 유입시 다른 정책에 비해 긴축 재정정책이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저금리는 자산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통화·금융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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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유동성 '두가지 시나리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과잉’이라는 용어가 시사하듯 균형을 이탈한 과잉 유동성 상태는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최근의 과잉유동성과 자산가격 앙등은 5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현상”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현재 유동성 과잉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현실 경제에서는 과잉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가용한 재화나 서비스의 양은 그대로인데 돈만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과잉 유동성 차단에 가장 먼저 나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7차례의 금리인상을 통해 연방기금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려 유동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반면 뒤늦게 금리인상 대열에 뛰어든 유로권과 일본은 아직 유동성 거품을 꺼뜨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유로권과 일본이 앞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과잉 유동성이 줄어드는 과정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美·日 금리격차 서서히 좁혀지면…완만히 해소
■ 낙관적 시나리오 : 기술적 조정
그렇다면 과잉유동성이 줄어들 때 세계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먼저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각국의 금리인상이나 긴축정책, 미국경기의 침체 등 유동성 거품을 꺼뜨릴 수 있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결되는 기술적 조정(technical adjust ment)이다. 미국과 유럽·일본 간의 금리차가 급격하지 않게 서서히 좁혀지면서 세계경제에 큰 충격 없이 과잉유동성이 완만히 해소되는 경우다. 물론 이 경우에도 소규모의 금융불안은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발(發)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이런 형태에 해당한다. 당시 일본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신흥시장 주가가 1개월 만에 20% 이상 폭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한동안 혼란에 휩싸였다. 일본 금리가 오를 경우 저금리의 엔화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나라에 투자했던 엔캐리 거래 자금이 일제히 상환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었다. 엔캐리 자금이 많이 투입된 뉴질랜드와 아이슬란드 등 고금리국가에서는 외환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하지만 일본이 급격한 금리인상에 나서질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금융불안은 두세 달 만에 진정됐다.
美 금리 확 내리면…세계 경제 동반 파산
■ 비관적 시나리오 : 근본적 조정
비관적 시나리오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금융불안이 통제가능한 수준을 벗어나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근본적인 조정(fundamental adjustment)이 발생하는 경우다. 쉽게 말해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만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일반 모기지까지 확산될 경우 주택경기 침체의 장기화->미국 소비위축 등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세계경제의 부진으로 연결돼 자산가격 하락을 부추기면서 그동안 과열됐던 세계 자산시장이 동반 침체를 겪는 것이다. 또 미국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차이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엔캐리 거래 청산이 본격화되면서 엔화 자금이 많이 유입된 일부 국가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1998년 세계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근본적 조정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세계경제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선언과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LTCM(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의 파산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엔화가치가 몇 달 만에 30% 폭등하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실물경제로 파급돼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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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전문가들은 기술적 조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과잉 유동성이 해소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금융불안이 반복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세기 들어 세계경제에 우호적이었던 금융환경이 마감되고, 앞으로는 금융불안에 대비해야 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과거 우호적 금융환경에 대한 향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때다.
<출처;yahoo apple125 (h125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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