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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배종수 교수의 초등생 자녀 수학 지도법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12. 10:39

 

[배종수 교수의 초등생 자녀 수학 지도법]

 

정답 묻지말고 생각 물어보라

      


 
 
“꼭 수학까지 집에서 가르쳐야 하나?”

자녀의 학습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요즘 널리 퍼져있지만 유독 수학만큼은 ‘엄마표’ ‘아빠표’를 찾기 힘들다. 특히 엄마들은 스스로도 수학에서 흥미와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기억 때문에 아이들 수학 교육을 학습지나 학원에 맡기곤 한다.

그러나 수학교과서 편찬위원장이면서 ‘피에로 교수님’ ‘수학 전도사’ 등으로 알려진 서울교대 수학과 배종수(61)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교사 이전에 바로 엄마라는 것이다.

배 교수는 '생명을 살리는 수학 교육법'을 전파하기 위해 무료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 초등 1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서울 중계동 노원어린이도서관에서 열렸던 강의를 직접 들어봤다.

◇ 칭찬을 전제로 열린 질문을 하자= "애 가르친다고 앉혀놓고 틀린 개수대로 매 때려보신 분 손들어 보세요?" 배 교수의 말에 강의실 가득 앉은 어머니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주로 초등 1∼2년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자녀에게 수학을 잘 가르치는 법을 배우려고 강의를 찾은 이들이다. 그러나 강의는 수학을 가르치는 어머니의 자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배 교수는 "천재도 기쁨으로 공부하는 학생을 이길 수 없다"면서 "수학을 잘 가르치기 위해 엄마가 할 일은 자녀가 수학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념도 이해하지 못한 아이에게 문제풀이만 시키고, 채점해 준다면서 몇 개 틀렸는지만 주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요즘 수학 교과서에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많이 보일 것"이라면서 이런 질문이 필요한 첫째 이유는 학생이 어떤 대답을 하건 '훌륭한 생각이다!'고 칭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1 더하기 1은 얼마냐는 질문에는 2라는 답 외에는 틀렸다고 채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1 더하기 1은 얼마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모든 대답에 다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들에서 논리와 창의력이 나오고 수학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부모가 수학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마다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떤 생각이든 칭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나는 수학 잘하는 아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도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 수학의 필요성을 일깨워라= 배 교수는 자연수 결합법칙을 학생에게 예를 들어 설명한다고 할 때 ① (7+5)+6=7+(5+6), ② (7+3)+6=7+(3+6), ③ (7+4)+6=7+(4+6)의 세 가지 예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겠느냐고 물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앞의 11+6보다는 뒤의 7+10이 더 풀기 쉬워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③번이라고. 가장 안좋은 예는 10+6으로 간편하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7+9로 어렵게 만든 ②번이다. ②의 예를 보여주면 아이는 "도대체 괄호로 묶어서 계산할 필요가 어디에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배움에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예 하나 드는 것도 쉬운 게 아니지요"라고 웃은 뒤 "수학 문제가 고통스러운 상황을 제시하는 것은 풀이를 통해 간단해지는 방법을 발견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학생들이 알게 되면 자연히 수학을 좋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예로 6÷2나 60÷20이나 600÷200의 답이 모두 3이라는 것, 그래서 600÷200의 경우 앞과 뒤의 0을 같은 개수만큼 지우고 계산하면 된다는 것을 가르칠 때도 그냥 방법부터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6÷2=3의 경우 "6개의 사탕을 두 그릇에 나눠 담아보면 3개씩이 된다"는 식으로 답을 찾을 수 있지만 600÷200을 "600개 사탕을 200개 그릇에 담아보자"고 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활동이 된다. 그렇더라도 아이가 해보겠다고 하면 말리지 말고 기다린 뒤 다음으로 6000÷2000을 제시하는 식으로 고통의 강도만 높여준다. 그러면 언젠가는 쉬운 방법이 필요하고 수학적인 약속, 즉 풀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 수학교육의 목적은 축복= 배 교수는 이 날도 피에로 복장으로 강의를 했다. 그가 이런 복장과 팬터마임, 마술 등을 동원해 초등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이유는 아이들이 수학을 감성적으로 재미있게 배우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배 교수는 강의에 나온 엄마들에게도 그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이에게 수학이 쓸데없는 고통이 아니라는 것, 수학 풀이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잘한다' '너는 수학 잘하는 아이다'라고 무한히 축복해 주십시오. 그것이 바로 수학 영재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어찌보면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지만 강의가 끝나고 만난 어머니들은 많은 것을 느낀 표정이었다. 초등 1년생 아들을 둔 김숙경(37·서울 중계동)씨는 "주입식으로 수학을 배운 기억 때문에 아이도 그렇게 가르치면서 혼내기만 해 아이도 스트레스 받고 나도 답답했다"면서 "학습지를 시킬까 고민하다 여기 와봤는데 그동안 뭘 잘못했는지 알겠다"면서 밝은 표정이었다.

 

 


-  2008. 5. 28일자  국민일보  [20면]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

 

 

출처 : 내고향 옹달샘
글쓴이 : 옹달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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