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처음 옻칠을 사용했던 흔적은 낙랑지역에서 발견된 칠기(漆器)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칠 공예는 중국 당나라에까지 널리 알려졌고, 조선시대에 많은 생활용품들이 만들어지면서 오늘날까지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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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칠(朱漆)을 한 왕비(王妃)용 두침(頭枕). 국보164호 공주 무령왕릉 출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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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에는 나전칠기 기법을 최대한 살려서 현대인의 개성과 취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으로 응용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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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칠을 입힌 용. 봉황 문양의 노리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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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은 목기에 칠하면 갈라지고 터지는 결점을 보완하고 수분의 침투를 막아 오랜 기간동안 사용할 수 있고 인체에도 무해하다.(나전장 이형만 작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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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호족반(螺鈿虎足盤). 유연한 S자형을 이룬후 발끝이 밖으로 살짝 내밀린 형태가 호랑이 다리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호족반이다.(국립민속박물관 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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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장롱에는 백색의 야광패보다 청록 빛깔을 띤 전복을 많이 썼다. 빛을 받으면 무지개와 같은 다양한 색을 내며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신비로움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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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의 채취는 초여름부터 3~4개월간 나무에 수액이 줄기까지 내려왔을 때 시작하여 이른 새벽에서 아침까지 채취한다.8~15년간 키워 한 그루에서 맥주 반 컵 정도의 양을 얻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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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 주칠 이층장은 삼국시대부터 옻칠에 색을 넣은 채화칠기의 특징인 깊은 맛과 고결한 느낌을 나타낸 작품이다.(이대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살림집’展 7월31일까지 전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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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전통 칠에는 짙은 적갈색이 나는 옻칠이 대부분이나 황금빛을 낼 수 있는 황칠(黃漆)도 있다. 황칠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채취하고 이 수액을 정제하면 황칠이 얻어진다.(황칠장 구영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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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인 고 이구(李玖)씨의 장례식에 사용된 조선왕궁의 관인 재궁(梓宮). 창덕궁 의풍각에 보관됐던 재궁은 소나무 중에서도 속이 노란 빛을 발하는 황장목(黃腸木)으로 짜여졌으며 수십 차례에 걸쳐 옻칠을 했다. | |
옻나무는 한자로 쓰면 칠목(漆木)이다 ‘옻’은 ‘漆(칠)’이다. 옻칠이란 말은 ‘역전앞’처럼 같은 말이 중복 사용된 경우이며 전통 칠의 대명사처럼 쓰여진다. 옻칠을 한 그릇에 음식물을 담아두면 쉬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목조식기에 옻칠을 사용하여 왔다.
옻칠은 순수한 칠뿐만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빛 때문에 색채옻칠로도 쓰여왔다. 일본의 옻칠공예가 정교함과 화려함으로 첫눈에 사람을 압도한다면, 우리 옻칠공예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은은한 깊이가 있다.
옻칠공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나전칠기(螺鈿漆器)이다.
나전칠기는 주로 옻칠바탕에 영롱한 무지갯빛 자개를 붙이거나 박아넣어 그림과 무늬를 놓는 공예 기법이다. 패각뿐만 아니라 대모(거북등껍질), 상아, 호박, 보석 따위를 새겨 넣어 장식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나전이라고 한다.
나전칠기에 그려지는 것은 자연이다. 언제나 자연을 가까이 두고자 했던 조상들의 신념이 그대로 드러난다. 때로는 오동나무 숲을, 때로는 계곡과 폭포를, 때로는 정자와 연못을 만들었다. 장수를 바라는 마음에서 십장생을 담았고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서 사군자의 모습을 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전칠기는 우리 조상들의 생활공간에서 또다른 자연세계를 품을 수 있게 하였다. 나전의 아름다움과 칠기의 실용성이 접합되어 찬란한 빛을 발하는 빼어난 공예품으로 완성된 것이다.
■ “아교 혀로 핥아 세말 먹어야 숙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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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형문화재 나전장 송방웅 | |
나전칠기의 재료인 전복껍데기는 색이 고운 남해안산을 으뜸으로 친다.
일찍부터 통영은 나전의 고향으로 불려왔다. 뭍에는 충무공이 만든 12공방이, 물에는 오색영롱한 전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방웅(65)씨(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 기능보유자)는 17세 때 통영칠공예의 명장이던 부친(송주안·81년 작고)으로부터 자개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글과 기술은 원수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엄격한 스승 아래서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선친의 가르침이 있었단다.
자개를 칼로 끊어 붙여 무늬를 내는 끊음질과 실톱으로 그림대로 오려서 무늬를 만드는 줄음질은 자개를 붙이는 기술이다.“아교를 혀로 핥아 서말을 먹어야 숙련공이 된다고 배웠어요.” 끊음질 나전의 대가(大家)인 송씨는 무늬를 낼 때 따뜻한 수분을 주어 아교의 풀기를 살리기 위해 일일이 혀로 침을 바른다. 그는 나전칠기가 소목·나전·칠 등 복합적인 45가지의 기술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종합예술품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한때는 기능공만 1500명까지 있었지만 10명도 안 남았어요.”라며 찬란했던 민속공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