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다. 세 시간 넘게 꼼짝 않고 앉아 있다 보니 종아리가 터질 듯 통통하게 부어오르고 있다. 뾰족한 앞코에 마천루처럼 높은 굽을 가진 하이힐을 벗어 던졌더니 발가락과 발목은 안식을 얻었지만 이번에는 발 윗부분이 온통 수난을 겪는 셈이다. 생각 같아서는 족쇄처럼 죄어드는 청바지와 스타킹 따위 훌훌 벗고 물구나무서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지금은 오후 4시의 사무실!
로코코 시대 이후로 허리 윗부분은 코르셋의 고통에서 놓여났지만 그 아래로는 사정이 다르다. 아찔한 스틸레토 굽에 온 체중을 싣고, 뾰족한 구두 앞코에 다섯 발가락을 밀어 넣으며, 숨이 막힐 듯 타이트한 ‘압박’ 스타킹에 입고 꿰맨 듯한 스키니 진 때문에 숨도 크게 쉬지 못한다. 하지만 아픔보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게 여성들의 어김없는 심리다. 체형 보정 속옷들, 서포트 스타킹, 스키니 진 같은 패션 아이템은 여자의 몸매에서 S 라인을 찾아주는 일종의 하드웨어 역할을 한다. 배트맨이나 슈퍼맨 코스튬처럼 순간의 변신을 가능케 하는 도구들. 이런 현대판 ‘구속복’을 입으면 잠깐이긴 하지만 커티지 치즈나 두부처럼 물컹하던 살들이 각을 잡아 가지런히 정렬하는 마법의 순간을 경험한다. 흐물흐물 힘없이 늘어져 있던 피부도 펄 스타킹의 도움을 받아 상온에 적당히 녹은 버터처럼 윤기 나고 광택이 도는 듯하다. 이 순간만큼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내 다리도 꽤 괜찮아 보인다.
각선미. 다리는 다른 부위와는 달리 사전적으로도 정의된 별도의 심미적 기준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얻어 수치적으로 각선미를 따져보면 이상적인 종아리 길이(무릎뼈 밑에서 복숭아뼈 중심까지)는 키의 21~22% 정도, 종아리 둘레는 키의 19~21% 정도라고. 또 허벅지 둘레는 31~33% 정도, 허벅지 길이는 5~10% 정도일 때 이상적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수치일 뿐, 실제 사람의 몸과 비교했을 때는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눈으로 감상할 때 멋진 각선미는 골격과 근육, 지방, 이 세 가지 요소가 맞아 떨어지는 3중주다. 전체적으로 쪽 곧으면서 허벅지에서 발목으로 가면서 점차 가늘어지는 다리가 주는 만족감이 첫째요, 움직일 때마다 언뜻 언뜻 근육이 비쳐 보이면서 운동감이 살아나는 섹시함이 두 번째다. 또한 도톰하게 솟아오른 종아리가 그러하듯 적당한 지방이 곳곳에 볼륨을 선사해야 만들어지는 근사한 곡선미가 마지막 터치.
문제는 이 멋진 각선미를 지니려면 다리 길이처럼 유전적으로 잘 타고나야 하는 데다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완벽한 신진대사 그리고 강하고도 균형 잡힌, 무엇보다 좌우 대칭을 이루는 근육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다리 길이야 인력으로 안 된다고 치고 과연 여성들은 활발한 신진대사와 근육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현재 상황을 미루어보자면 ‘No’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여자들의 다리는 지금 비상 상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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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에 포진하는 셀룰라이트, 좀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으면 퉁퉁 부어오르는 부종 현상 등은 모두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 게다가 이런 증상들은 특정 질병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주로 생긴다는 게 문제다. 최정은 대표원장(서초 쉬즈클리닉)에 따르면 뇌혈관 질환이나 동맥경화 같은 혈관계 질환때문에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천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는데 한의학의 경우 소양인과 태양인이 상체보다 하체가 빈약하다고 본다. 하지만 체질 때문에 하체의 건강이 나쁘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따르며 대부분의 경우 평소의 식습관과 생활습관 때문에 생겨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우선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등 차가운 성질의 음식을 많이 먹는다면 그만큼 혈액 순환에 이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또한 하루 종일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경우에도 하체의 원활한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 롱 부츠처럼 꽉 조이면서 신축성 없는 패션 아이템도 물론 한몫한다. 이런 옷을 입으면 피 속에 섞인 노폐물이 혈관에 머물러 있게 되고,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혈액 순환 장애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손발은 물론 하복부까지 전체적으로 차가워진다고. 몸을 꽉 조이는 옷은 다리뿐만 아니라 자궁 건강까지 해칠 수 있어서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불임과 같은 부인과 질환이 유발될 수도 있다. 소화기가 특히 약한 사람은 몸이 차가워지면서 혈액 순환을 방해해 설사나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또 하체뿐 아니라 전신의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셀룰라이트도 쉽게 생긴다고. 하체 비만의 경우는 혈액 순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게 최정은 대표원장의 말.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혈액 순환 기능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더욱 살이 찌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 항생제의 남용 역시 몸을 차게 해 혈액 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혈액 순환의 이상은 본격적인 질병을 불러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하지정맥류. 발끝에서 심장 쪽으로 순환되는 혈액이 일종의 밸브 역할을 하는 혈관 판막 기능 이상으로 다리 쪽으로 역류되면서 혈관이 확장되는 병이다. 심장으로 가야 할 피가 막히면서 다리 쪽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늘어나 마치 힘줄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 검푸른색, 자주색, 붉은색 등의 실핏줄이 비치기도 한다. 보기에 안 좋은 것도 문제지만 통증, 하지 피로감, 저린 느낌, 다리가 무거운 느낌, 열감, 부종 등의 증상도 동반하며 자주 쥐가 나기도 한다.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출혈, 정맥염, 울혈성 피부염, 피부 궤양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불룩 튀어나온 혈관을 근육질 몸매에서 비롯된 힘줄로 착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강진수 원장(강한피부과)의 조언.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원인은 일단 유전적인 것이 가장 커서 전체 환자의 약 50%가 여기 해당한다. 체질적, 유전적으로 정맥 벽이나 정맥 판막의 구조가 약해서 발병하는 것.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유전의 영향이 없다고 해도 후천적으로 다리에 무리를 주는 일이 반복되면 발병하기도 한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더운 곳에서 장시간 일해야 할 때 등이 대표적인 경우. 오래 서 있으면 다리로 내려간 혈액이 중력의 영향 때문에 다시 올라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다리에 고이게 된다고. 장시간 앉아 있을 때는 혈관이 사타구니에서 한번, 무릎에서 또 한번 접히면서 혈액 순환이 막혀 역시 다리 쪽에 피가 고이게 된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2배가량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데 임신이나 피임약 복용 등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꽉 끼는 옷과 구두 등도 하지정맥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체중 증가, 운동 부족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만 여성들의 발병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강진수 원장에 따르면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주사로 경화제를 투입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없애는 방법을 쓴다고. 그러나 굵은 정맥류 등 심한 경우에는 혈관에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를 넣고 내벽에 레이저를 직접 쏘는 혈관 레이저 수술 요법을 사용한다. 흉터가 남지 않으며 재발률도 1% 이하로 낮은 편. 시술 시간 1시간 내외로 별도의 입원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정맥의 손상이 큰 경우에는 0.2~0.5㎝ 내외로 절개해 문제의 혈관을 빼내는 미세절제술을 병행한다. 이런 외과적 치료 외에도 운동 및 생활습관 개선은 필수.
최근 여성을 주된 희생양으로 삼는 다리 관련 질환이 하나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RLS). 미국 내에서만 1천2백만이 앓고 있고 이 중 많은 수가 여성이라는 이 질환은 저녁 무렵이나 잠들기 전에 다리가 저리는 등의 불편함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 힘들어 불면증과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질병이다. 단순한 통증, 따끔거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 갑자기 다리가 움직이려는 강한 충격 등 다양한 증상이 있으며, 이 때문에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 밤마다 다리가 가렵거나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다리가 불안하기 때문에 잘 때 옆 사람에게 다리를 올리거나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우고 자야 편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잠들기가 어렵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게 돼 과도한 졸림, 피로감 및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 장애도 겪는다.
강진수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은 크게 특발성 또는 가족성이라고 불리는 원발성 하지불안증후군과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으로 나뉜다. 원발성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근본 원인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신체운동을 통제하는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 전달체계의 이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전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은 임신이나 당뇨병, 신장 질환, 파킨슨씨병 등과 같은 다른 이상으로 인해 유발되며 철분 부족, 신경 손상, 빈혈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 중 약 30%는 유전적 원인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약 70%의 환자들에서는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비타민과 철분을 포함한 각종 미네랄이 결핍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목욕이나 다리 주무르기, 냉·온찜질,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되며 반면 커피나 탄산음료, 알코올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신경정신과나 수면클리닉에서 우선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한 신체 질환이 있는지 검사받고 빈혈, 마그네슘 부족, 신장질환, 신경 장애, 당뇨, 약물 등과 연관된 경우, 이러한 원인을 치료함으로써 하지불안증후군이 함께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원인을 바로잡고도 계속 증상이 나타난다면 도파민계 약물이나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등을 투여하면 좋아질 수 있다. 지난 2005년 5월 글락소스미스 클라인사의 파킨슨씨병 치료제인 ‘리큅(Requip)이 처음으로 FDA에 의해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베링거 인겔하임의 파킨슨씨병 치료제인 미라펙스(Mirapex)도 전문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 5억 달러에 불과했던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2015년이 되면 1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 지금까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었던 데다가 동통, 우울증, 관절염, 불면증, 신경증 등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고 있는 이들, 스스로 자기 증상이 너무 경미하거나 병이 아니라고 믿어서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이들까지 치면 환자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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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족욕이나 반신욕 등의 목욕 요법 한의학에서는 ‘두한족열’이라고 하여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중요한 건강법으로 여긴다. 따뜻한 물에서 몸이 이완되면 노폐물과 독소가 배출되고 전신의 기운이 조화롭게 된다는 이치. 37~39℃ 정도의 따뜻한 물에 명치 아랫부분까지 담그고 있거나 발을 담그고 있으면 된다. 특히 붓거나 저리는 증상에 효과적이고 피로 회복에도 좋다. 잠들기 15분 전에 하면 숙면을 도와 불면증 해소에도 좋다. 이때 목욕물에 쑥을 넣으면 쑥에 함유된 정유(精油)가 모세혈관을 가볍게 자극해 혈액 순환을 돕는다. 따라서 몸이 찬 여성이나 생리통, 생리불순, 하복부 냉증, 수족냉증에도 도움이 된다.
2 피가 잘 돌게 하는 식습관 짜거나 매운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성질의 식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권장하는 식품으로는 당근, 무, 파, 마늘, 양배추, 시금치, 생강, 고추, 콩, 우유, 마늘, 찹쌀 등이 있다. 백설탕이나 흰 밀가루,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은 피한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생강차, 인삼차, 쑥차, 꿀차 등을 마시는 것도 좋다.
3 운동, 또 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 순환을 도와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단순한 걷기운동도 도움이 된다. 걷기는 장딴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다리의 혈액을 심장 쪽으로 보내고 다리 정맥의 압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조직의 수분을 재흡수함으로써 다리 부종과 통증을 감소시킨다. 손과 발을 자주 비벼 기의 흐름을 좋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외에 평소 다리 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 역시 하지정맥류 등의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자전거 타기나 조깅, 수영 등을 다리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4 바른 자세 갖기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직업을 가진 경우엔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좋다. 다리를 꼬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혈액 순환을 위해 조금씩, 자주 다리를 움직여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책상 밑에 발판이나 작은 상자를 마련해두고 종종 다리를 올리거나 쭉 뻗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귀가 후에도 다리가 부어 있다면 누운 상태에서 발 아래에 베개 등을 놓아 심장보다 높게 해주고 휴식을 취한다. 반대로 하루 종일 서 있는 직업이라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운동으로 몸을 풀어준다. 또 같은 자리에 움직임 없이 서 있기보다는 조금씩 움직여서 종아리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런 동작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정맥혈을 위로 밀어 올리는 효과를 낸다. 의료용 고탄력 스타킹을 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 스타킹과 달리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에 압력을 가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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