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데릴사위를 찾는 고액 자산가의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가운데 골드미스 네 명이 맥주잔을 앞에 놓고 둘러앉았다. 장맛비가 때 이른 더위를 녹인 6월 하순의 어느 날 저녁, 그녀들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돈과 결혼, 재테크로 모아졌다. 네 명의 골드미스는 모두 35세 전후의 미혼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과장(K 과장)도 있고 프리랜서 작가(L 작가)도 있다.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다 교직에 목표를 두고 교육대학원에 진학, 계약직으로 일하며 공부하는 셀러던트(Y 씨)와 무역회사에서 6년째 일하는 대리(J 대리)도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중에는 확고한 독신주의자도 있고, 애타게 인연을 찾는 솔로도 있다. 재테크 방법도 제각각이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다르다. 결혼과 돈에 대한 골드미스의 솔직 담백한 생각을 들어봤다.
◇ 결혼, 필수 vs 선택
진행자 다들 결혼 적령기가 지났는데 좀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J 대리 노력을 안 하긴요. 지난주 토요일에도 공들여 화장하고 소개팅에 나가지 않았겠어요. 근데 이번에도 완전 비호감이지 뭐예요.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다보니 소개팅을 하면 대부분 30대 중후반의 남자들이 나오는데 F학점밖에 안 남았나 봐요.
K 과장 그나마 F학점이라도 남아있을 때 빨리 찾아요. 결혼 생각이 있으면요. 나이가 더 들면 재취 자리밖에 없어요.
J 대리 그러니 어쩜 좋아요. 정말 말끔하게 차려입고 소개팅에 나갔다가 비참한 기분에 빠진 게 한 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L 작가 그럼 과장님도 결혼할 사람 찾는 중이예요?
K 과장 아유, 난 독신으로 살 거예요. 결혼을 왜 해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Y 씨 아니 왜요? 대기업 과장에 연봉도 꽤 많고 재테크로 쏠쏠하게 돈도 모았으니 그 정도면 빠질 데 없는 조건인데 좋은 사람 만나셔야죠.
K 과장 그냥 일하면서 좋아하는 취미 생활도 하고 그렇게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아요. 결혼해서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그리고 누구의 며느리로 살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잖아요. 전혀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재무 설계사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하고 필요한 자금을 뽑아봤는데 머리가 지끈거리더군요.
L 작가 저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프리랜서를 택했는데 아직은 만족스러워요. 직장 다니면서 취미 생활을 하나 봐요?
K 과장 대단한 취미를 가진 건 아니에요. 2년에 한 번은 2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해외로 배낭여행을 가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평소에도 카메라 들고 다니기 좋아하고요. 휴일이면 집안에 틀어박혀 읽고 싶을 책들을 쌓아 놓고 독서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죠. 그런 자유가 좋아요.
◇ 결혼과 돈의 함수관계
Y 씨 그런데 J 대리님은 결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시는 것 같은데 아직 인연을 못 만난 건 눈이 너무 높아서일 것 같은데요?
진행자 눈높이 얘기가 나왔으니 결혼과 조건에 대해 한 번 얘기해 볼까요? 최근에 데릴사위를 찾는 공고를 낸 자산가도 있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L 작가 딸이 불쌍했어요. 데릴사위를 찾아서 결혼을 한다 해도 그 남자가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잖아요. 또 그렇게 만나서 진실한 사랑에 빠진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봐 주지 않을 가능성이 99%잖아요.
K 과장 전 그 자산가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재산 관리인을 찾겠다는 소리인데 돈만 벌었지 평생 이룬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셈이잖아요. 그리고 아들이 없으면 자기 딸을 똑똑하게 키워서 그만한 능력을 갖게 했어야죠.
J 대리 하여간 가진 사람이 더하다니까요. 데릴사위에 지원한 남자가 수백 명인데 대부분 고소득 전문직이라잖아요. 그 돈(자산가의 재산) 없어도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을텐데 말이에요.
K 과장 남의 것에 욕심을 내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요. 내 것이 아니면 절대 나한테 오지 않는 법이거든요.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이 아니면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어요. 잠시 손에 넣는다 해도 결국 잃게 될 거예요. 자기 할 도리를 하면 그만큼의 경제적 보상은 어떤 형태로든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Y 씨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주 건전하긴 한데 세상살이가 그렇지 않잖아요. 사실 조건 따져서 결혼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고요. 오죽하면 혼테크란 말이 나오겠어요.
L 작가 그렇죠. 인품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죠.
K 과장 어떤 조건을 원해요? 30평대 아파트라도 가져야 하나요?
L 작가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고, 또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결혼을 한다 해도 경제적인 문제가 걱정되긴 해요. 결혼한 친구들은 빚을 냈다고 하지만 어쨌든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데 출발이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서 깊게 생각할수록 우울해요. 그래도 집은 둘이 열심히 벌고 저축하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안정적인 직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프리랜서면 경제적으로 너무 불안정하니까요.
J 대리 그 정도면 마음이 아주 순수한걸요. 역시 작가분이라…. 솔직히 전 경제력이 제일 중요해요. 무엇보다 결혼 후 생활이 안정적이었으면 좋겠어요.
Y 씨 맞아요. 사랑도 좋지만 결혼해서 우리가 남자를 부양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J 대리 어머, 남편을 부양하다니 그게 될 소리에요?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죠. 사실 우리가 직장을 얼마나 더 다닐 수 있겠어요. 거기다 아이라도 생기면 살인적인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하잖아요. 현실이 그렇지 않나요. 결혼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은 30대 중반이나 후반 일텐데 그 정도 나이면 어느 정도 연봉에 소형 아파트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Y 씨 이왕이면 경제력을 갖춘 사람이 좋죠. 거기다 집안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아니겠어요? 친구가 곧 결혼을 하는데 예비 시아버지는 교수님이고 작은 아버지는 피부과 의사래요. 그래서 결혼식 전에 미백 시술도 해주셨대요. 너무 부러운 거 있죠.
◇ 일과 홀로서기
L 작가 요즘 신부감 인기 1위가 교사라잖아요. 조건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대학 졸업한 지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다시 공부하려면 힘들지 않아요?
Y 씨 힘들죠. 계약직으로 회사 다니고 과외까지 하면서 혼자 힘으로 학비를 벌어야 하니까 장난 아니게 힘들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교직만큼 안정적인 직장이 없잖아요. 투자라고 생각해야죠. K 과장님은 어떠세요. 대기업에서 여성이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요.
K 과장 글쎄요, 아주 길게 버텨봐야 45세까지 다닐 수 있을까요. 사내에서 특히 과장 이상의 직급에서는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J 대리 불안하지 않으세요? 그런 문제를 생각하면 어서 결혼해서 안정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들 법도 한데요.
K 과장 그렇지는 않아요. 내가 의지하려고 하면 상대방은 그만큼 힘들지 않겠어요. 피할 곳을 찾는 생각으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퇴사한다고 해서 경제활동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을 거예요.
Y 씨 그럼 나중에 무슨 사업을 하실 생각인가 봐요?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K 과장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아직 없어요. 하지만 원하는 일이 있고,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평소 열심히 공부해서 노후는 스스로 힘으로 책임져야죠.
◇ 재테크 4인4색
J 대리 사업하시려면 지금부터 돈을 많이 모으셔야겠어요. 재테크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K 과장 주식이랑 펀드로 하죠.
L 작가 그럼 예금은 전혀 안 해요?
K 과장 네, 금융자산은 100% 주식이에요. 40% 정도는 펀드로 하고, 60%를 주식으로 굴리죠.
L작가 대단히 공격적이네요. 난 은행 아니면 불안해서 안돼요. 주식이나 펀드 했다가 원금에서 손실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몇 년 전에 기획부동산 업자의 꼬임에 빠져서 땅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을 절반 이상 날린 뒤로는 은행 이외에 다른 곳은 믿지 못하겠어요.
J 대리 저런, 운이 나빴군요. 그래도 펀드는 괜찮아요.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하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수익도 쏠쏠해요. 난 펀드로 두 배 가까이 불렸는걸요. ETF도 괜찮아요. 지수가 오르는 만큼 오르고, 주식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아서 많이 불안하지도 않아요.
Y 씨 K 과장님 무슨 종목에 투자해요? 주식으로 돈 버는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K 과장 항상 2~3개 종목에 투자하는데 욕심을 크게 안 내요.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차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을 때에도 총 투자금액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차익은 곧바로 빼서 펀드에 넣는 식이죠. 오른 만큼 차익을 실현해서 손에 쥐어야 진짜 수익이지 주식에 묻어둔 채로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오른 만큼이 내 돈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이건 주식투자의 기본이에요.
진행자 아까 재무 설계사를 만나 상담도 받았다고 하셨는데 평소 자산관리에 신경을 쓰시나 봐요.
K 과장 6개월에 한 번씩 자산 현황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는 작업을 해요. 부채는 없어서 달리 이자비용으로 나가는 건 없는 상태이고, 펀드와 주가 수익률 그리고 전체적인 균형을 점검하죠.
J 대리 사실은 개별 종목에 투자를 한 일이 있는데 한동안 계속 오르더니 원금보다 더 빠졌다가 겨우 원금 수준을 회복한 상태에서 전량 팔았어요. K 과장님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중간에 투자원금만 남기고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했을 텐데 아쉽군요. 그런데 Y 씨는 학비 때문에 달리 재테크를 할 수가 없겠어요.
Y 씨 할 수 없죠. 5년 정도 직장생활 하면서 모은 돈도 등록금을 내느라 일부 써버렸어요. 그리고는 종자돈이 더 이상 불어나지 않고 있어요. 남은 종자돈은 CMA와 저축은행 예금에 들어가 있고요. 당장은 답보 상태인데 교직에 들어서기만 하면 60세까지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니까 큰 걱정은 안 해요. 재테크 전문가도 최선의 재테크는 현역에서 일하는 시기를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안정적인 근로소득을 확보하는 것만큼 든든한 재테크나 노후대비는 없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이야기에 빠진 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슬슬 일어날까요. 결혼과 재테크는 누구나 관심을 갖는 문제인데 진솔한 이야기들이 나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기본,기초,기술테크 > Emotion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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