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람들의 생활철학을 담고 있는 ‘탈무드’에 굶주린 여우의 우화가 등장합니다. 사흘을 굶어 몸이 많이 마르게 된 여우는 평소 들어가고 싶었던 포도원에 울타리 틈새로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포도원 안에서 배가 터지게 포식한 후 다시 빠져 나오려 했으나 뚱뚱해진 몸으로 인해서 나올 수가 없었고, 다시 사흘을 굶은 후에야 나올 수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해 여름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로 상황이 어려워진 미국의 일부 투자은행(IB)들을 보면서 그들의 요즘 처지가 이 우화에 등장하는 여우보다 못하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80년대 부채동원을 통한 대규모 기업 인수 합병붐, 그리고 1990년대 IT시장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이윤확대를 경험했던 미국의 IB들은, 2000년 IT시장의 버블이 꺼진 이후 제3의 수익원을 찾고 있었습니다. 2003년 이후 이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시장에 대거 진출하게 되는데, 그 배경에는 낮은 시장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프라임모기지 시장의 유동화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 맥의 회계부정 사태로 인한 그들의 역할 축소, 그리고 장기간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미국의 많은 가정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더 멀어 짐에 따라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점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하여 유동화상품을 발행함으로서 이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담당하게 되었고, 또한 그 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신용손실을 관리하기위한 파생상품의 거래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 2006년 말 까지 IB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었고, 서브프라임 유동화상품 거래에 관여했던 임직원들의 보너스도 대폭 올랐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2007년 여름 이후 이들 상품에 대한 위험가산금리가 치솟았고, 자산가치는 하락하였으며, 투자은행들은 현재 이로 인한 손실관리와 대외신인도 회복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울타리 틈새’가 좁아져서 들어가기 전의 몸 상태로도 이제는 빠져 나오기가 힘든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유동화 - 무엇이 문제인가?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에 의해서 발행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유동화상품은 다수가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 상품의 유래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마이클 밀캔 등에 의해 개발되어서 한 때 유행하였던 정크본드(Junk Bond)가 그 효시라고 합니다. CDO는 ‘구조화 채권상품’의 일종으로, 상품 자체 내에 신용등급이 다른 10~20 여 개의 분화된 채권이 존재하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면, 1억달러 상당의 서브프라임모기지를 모아서 CDO를 발행하는 경우, 그 중 80%에 해당하는 8000만불은 AAA등급의 신용위험이 낮은 우량채권으로, 1000만불은 AA에서 A의 중간등급의 채권으로, 그리고 나머지 1000만불은 BBB나 그 이하의 신용등급을 가진 고위험채권으로 구조화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이 모기지 풀에서 10% 이하의 신용손실이 생길 경우 고위험등급채권(이를 Junior Bond라고도 함)으로 이를 감당하면 되지만, 10% 이상일 경우 중간 및 우량등급 순으로 그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이와 같이 분화된 채권은 각각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되었는데, AAA의 우량등급 채권은 주로 연기금과 같은 보수적인 투자자에 의해 매입된 반면, BBB 이하의 고위험등급은 헤지펀드와 해외투자자 등의 고수익 고위험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 의해 매입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CDO를 통한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유동화는 주택대출에 따르는 신용위험의 관리 측면에서 이노베이션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즉, 버클리대학의 드와이트 자피 교수 등에 의하여 주장된 바와 같이, 미국 투자은행들은 CDO채권의 발행 이후 이에 속한 분화된 채권들을 서로 거래함에 따라 모기지신용위험에 대한 적정한 시장가격의 형성을 유도하였다는 점이 그 이전에 비하여 진일보 한 위험관리 방식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하여 투자은행들은 주식시장에서의 주가지수에 해당하는 ABX라는 서브프라임모기지의 신용위험지수를 2006년 1월부터 만들어, CDO 및 신용위험관리를 위한 파생상품인 CDS(Credit Default Swap)의 거래에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CDO의 발행 당시 책정한 상품가격(기대수익률)이 위험도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낮았고, 이로 인하여 이 상품으로의 과도한 투자를 유도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아래 그림에서는 2007년 1월부터 측정된 ABX지수를 보여주고 이는데, 이 지수에 포함된 BBB CDO 채권은 발행 당시에 비하여 80% 이상 낮은 가격으로 현재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채권이 발행될 당시 투자한 1불은 현재 20센트 이하의 가격으로 폭락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되는 회사의 주식을 IPO 당시 적정가격의 5배가 넘게 책정하고, 그 이후 1년여 만에 같은 회사의 주식가격이 1/5 이하로 하락하게 되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서브프라임 CDO의 채권가치 하락은 투자자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차입자의 부도율로 인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금융기관들에 의해 보고된 서브프라임 관련 신용손실 총액은 3,190억 달러에 (2008년 4월 말 기준)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총액이 1.1조 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는 30 %에 가까운 엄청난 신용손실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프라임 모기지시장에서의 평균 신용손실율 0.5 %에 비해서는 무려 60배에 달하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베어 스턴스, 메릴린치, JP모건, UBS 등의 투자은행이 서브프라임 유동화 시장에서 큰 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따라서 이들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사 소유의 헤지펀드에 의한 CDO 투자 이외에도, CDO를 직접 매입 보유하면서 생긴 손실 또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UBS의 경우 전체 서브프라임 신용손실의 약 2/3가 직접투자에 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유동화의 여파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는 위에서 살펴 본 높은 수준의 신용손실 이외에도 투자은행의 운영과 관련된 몇 가지 여파가 더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첫째, 부적정한 가격산정으로 인한 투자은행의 신인도 하락입니다. 흔히 IB의 운영에 있어서 필수적인 3가지의 자본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인적자본, 금융자본, 그리고 ‘명성’자본 (reputation capital)이 포함됩니다. 특별히, 신규로 발행되는 상품에 대한 적절한 가격설정이 IB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CDO의 경우는 이에 대한 명백한 실패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IB는 이미 실현된 금전적인 손해 이외에도 투자자로부터의 신인도 하락이라는 손실 또한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지난 십 여년간 컴퓨터기술의 발전과 함께 금융시장에서 그 중요도를 더해 왔던 금융공학에 대한 재평가입니다. 시뮬레션 등을 이용한 금융공학 기법들은 CDO상품의 개발 및 가격설정, 그리고 최근 급격한 속도로 증가한 CDS의 거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기초자산에 대한 위험도 산정이 부정확할 경우 아무리 첨단 금융공학이라 할 지라도 그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과신은 시장의 실패로 이어 질 수 있음을 이번 사태는 보여 주고 있습니다. 금융공학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되나,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무리 고차원의 금융공학기법이라고 할 지라도 견실하고 꼼꼼한 기초자산의 위험관리를 대신해 줄 수 없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택대출에 있어서 대출채권의 발행 이후 자본시장에 판매하는 유동화모형에 대한 재평가입니다. 그 동안 주택대출의 유동화는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주택시장에 효율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여 많은 가구의 내집마련을 가능하게 하였고, 또한 채권상품에서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대출기관-유동화기관-투자자를 연결하는 거래과정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제도임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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