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테크/Fund

[스크랩] 환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하는 이야기---문제는 화폐가 금,은 본위제를 포기하면서....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28. 01:28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지난 6월 말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규모 개입을 단행해서 원화 환율을 떨어뜨린 직후 싱가포르에 있는 외환시장 분석가를 만났다. 그는 당시 원화 환율 상승에 베팅했던 명망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한국 정부의 개입 때문에 손절매를 하고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초 미국 달러화가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뚜렷해졌을 때 이 분석가와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6월에 손절매했던 예의 투자은행뿐만 아니라 각종 펀드, 정유회사까지도 원화 환율 상승에 다시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후 원화 환율은 급등세를 탔다. '위기설'까지 나돌았고 아직까지 외환시장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이 분석가는 한국 정부의 환율정책이 오락가락했고 시장을 거스르는 개입을 해서 '신뢰(credibility)'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해석이 주류인 것 같다. '용수철효과'라는 말까지 나온다. 억지로 눌렀으니까 더 세게 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분석가에게 "투기꾼들이 '신뢰'라고 하는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필자는 오히려 정부가 환율 시장주의에 사로잡혀 강력한 개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율 불안이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개입하면서도 시장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쏠림현상'을 시정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 환율이 널뛰기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적정 환율'을 찾아간다면 맞는 얘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 외환시장은 이런 교과서적 상황과 거리가 너무나 멀다. 2007년 기준으로 연간 외환거래 규모는 800조달러가 넘는다. 반면 세계 상품수출액은 12조달러를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 수출을 포함하더라도 외환 거래액 중 3% 이내만이 실물거래와 연결되어있을 뿐이고 97% 이상은 단기차익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돈이 움직여 결정되는 '시장 환율'이 실물 부문의 '펀더멘털'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투기적으로 돈이 움직이면서 실물거래가 영향받는,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이 보편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지 소로스가 얘기한 '자기 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외환투자가들이 한 나라 경제가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나라 환율에 베팅하면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경제가 실제로 나빠지는 것이다.

환 투기꾼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예언' 즉, '투기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베팅한 나라에 조금이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나쁜 일이라면 있는 대로 부풀려서 퍼뜨린다. 그래서 세계 경제에는 외환위기가 빈번해진다. 실물 부문이 그렇게 나쁘지 않더라도 환 투기꾼들이 위기론을 부풀리면서 위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투기꾼들은 떼돈을 벌고 국가 경제는 파탄이 난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위기까지 갈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환보유액도 많이 쌓여있고 기업 부문의 부채비율도 낮다. 금융기관들의 건전성도 그동안 많이 강화되어 왔다. 정부의 위기 관리능력도 그동안 많이 축적되었다.

그러나 국제외환시장은 환 투기꾼과 정부 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 전쟁에서 펀더멘털과 외환보유액만 강조하면 투기꾼들에 대항할 수 없다. 특히 외환보유액은 투기꾼들이 군침을 흘리는 '사냥감'이다.

필자는 이 전쟁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외환시장을 통제해서 환 투기를 가능한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국내외에서 원화를 빌려서 달러 사는 것을 금지시켜야 한다. 물론 달러에 대한 실수요가 있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환 투기는 대부분의 경우 해당 통화를 빌려서 하거나 차익 거래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원화를 빌려서 달러를 사고 원화 환율이 상승한 뒤 원화로 다시 바꿔 차익을 실현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환율제도를 바스켓방식과 같이 정부가 환율 결정에 보다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외환시장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 국내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 같다. 외환시장 완전 개방, 자유변동환율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는 다양한 형태의 자본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고 환율제도 또한 다양하다. 서유럽은 환율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아예 유로를 출범시키고 통화 통합을 단행했다.

외환시장 완전 개방과 자유변동환율제의 조합은 환 투기꾼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 환경일 뿐이다. 이것이 국가 경제에 가장 좋은 것인지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확립된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국가 경제는 환 투기꾼들의 볼모로 잡힌다. 환 투기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의 '분석'에 경제를 갖다 맞추려고 동분서주하게 된다. 또 그렇게 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상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우리 경제가 처한 환경에서 어떤 식의 대응을 하는 것이 국익에 바람직한지를 주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空賣渡·short-selling)는 규제하고 있다. 환 투기는 국가 경제에 대한 공매도이다. 왜 국익이 걸려있는 환율에서는 공매도 규제를 못하는가.
출처 : 행복한 동네
글쓴이 : 행복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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