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소도시 캘러머주(Kalamazoo)는 요즘 학교 짓기에 바쁘다. 최근 2년간 학생수가 1300명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주변 소도시들이 정체 상태이거나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캘러머주에는 이미 고교 2곳, 중학교 3곳, 초등학교 18곳에 1만2000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다.
한때 미국의 옐로 캡(택시)을 전량 생산하던 자동차 도시였던 캘러머주도 1980년대 이후 줄곧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인구는 16년 사이에 8만명에서 7만2000명으로 10% 이상 줄어들었고, 실업률은 10%를 넘었다.
그러던 캘러머주에 ‘기적’이 일어난 것은 2005년 가을 익명의 독지가들이 2억달러(한화 약 1850억원)의 장학금을 시 교육청에 내놓으면서였다. 당시 교육감이던 제니스 브라운 (Brown) 박사는 이 돈으로 ‘이 도시의 공립학교를 졸업하면 미시간주의 어느 주립대를 가든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캘러머주의 약속(Kalamazoo Promise)’을 제안했다. 유치원부터 다닌 학생에게는 대학 학비 전액을,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 오면 95%, 중학교 1학년 때는 75%, 중학교 3학년 때 전학 오면 65%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6년 이 도시 출신 대학 입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첫해 373명, 2007년엔 471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조건은 10년 내에 대학을 졸업하고, 2.0 이상의 평균 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것.
‘캘러머주의 약속’은 학력 수준이나 대학 진학률을 높였을 뿐 아니라, 도시 경제를 살렸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장학금을 받으려고 몰렸다. 지난해에만 800여 가족 2000여명이 캘러머주로 이사했다. 신규 인구가 늘면서, 미 전역이 경제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는데도 유독 캘러머주만 1000만 달러 상당의 주택이 계속 건축된다. 물론 집값은 계속 상승세다. 서비스 산업도 회복됐다. 캘러머주의 실업률은 5.8%. 주 전체 실업률(7.4%)을 훨씬 밑돈다.
브라운 박사는 지난 19일 “경기 침체·인적 자원 유출·교육 수준 저하·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교육부터 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는 주민 레어노라 카터(31·여)씨는 “대학 장학금을 준다는 뉴스 보도를 보고 서부의 워싱턴 주에서 이사왔다”며 “다섯 명의 우리 애들에게 정말 멋지고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고교 중퇴율도 현저히 줄었다. 작년에 265명이던 중퇴자가 올해는 21명에 불과하다. 모두들 장학금을 받고 주립대를 가려고 학교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 마이클 라이스(Rice) 박사는 “21세기에는 교육과 경제가 함께 간다”면서 “교육은 인재 양성뿐 아니라 경기 활성화도 기여하는 사회의 종합 예술”이라고 말했다.
‘캘러머주의 약속’은 미국의 큰 도시에서도 모방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최근 우수 중학생 300명을 선발,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피츠버그도 1억달러를 모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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